태그: 인공지능

[DBpia 2017 올해의 논문 복합학 분야 1위] 최효승‧손영미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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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pia 2017년 올해의논문 복합학 분야 1위는 최효승‧손영미 조선대학교 교수의 「인공지능과 예술창작 활동의 융복합 사례분석 및 특성 연구입니다. 최효승 교수는 과학과 예술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논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최 교수의 논문과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DBpia ‘2017 올해의 논문상’ 복합학 분야는 조선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의 최효승, 손영미 교수(공저)가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이 예술창작 활동에 진입한 사례를 정리하고 분석했다

초록

최근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네트워크의 활성화, 정보의 혁명, 빅데이터의 등장, 혁신적인 딥러닝의 기술발전으로 인공지능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융합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으나 인공지능처럼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인간 고유의 능력인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직접 하는 경우는 없었으며 단순히 예술의 기계적 장치 수단으로써만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인공지능의 영역은 단순한 기계적인 일처리 방식 분야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분야까지 침범하였고 더불어 인공지능의 창의성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이라는 각각의 고유한 영역안에서 오랜 기간 형성된 학문간의 장벽을 허물고 인공지능이라는 과학기술과 예술창작 활동을 융복합시켜 과학과 예술의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예술창작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였다는 것에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이에 본 연구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자 재능인 창의성이 인공지능 시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요구하는 예술분야에서 어떠한 기술로 개발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예술발달에 새로운 방향을 마련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더불어 미래 인공지능 예술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한다.
첫째, 연구의 배경을 바탕으로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설정하고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한다.
둘째, 인공지능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핵심기술 딥러닝에 대해 기술한다.
셋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분야에서도 특히 인공지능의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문학, 음악, 미술 분야를 선정하여 인공지능과 예술이 융복합 된 사례조사를 통해 인공지능 예술창작 현황에 대해 기술한다.
넷째, 인공지능 예술창작분야의 사례분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예술에 따른 표현특성을 도출한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활용된 예술의 표현특성으로는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의성, 미적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유희성, 예술작품 제작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의 해결책에 대한 편리성, 단순한 기술적 조작이나 새로운 기계학습의 프로그래밍 변화로 하나의 형태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성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현재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데이터의 기계학습을 통하여 기존의 작품을 모사하여 재창조하는 수준이다. 즉 인공지능의 예술창작분야에 있어서 현재까지는 창의성이나 판단력, 직관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으나 인공지능 예술창작의 기술 개발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정보화 기술(IT)시대에서 데이터 기술(DT)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기술 발달은 서비스산업과 노동가치의 상승으로 우리 삶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며 예술분야에서는 새로운 창작에 대한 영감을 주는 등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분야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목차

Abstract
국문초록
Ⅰ. 서론
Ⅱ. 인공지능
Ⅲ. 인공지능과 예술
Ⅳ. 인공지능 예술의 특성
V. 결론 및 제언
Reference

저자들이 조사한 사례는 다채롭다. 일본에서 2012년 AI가 집필해 신이치 SF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가 된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구글의 곡 쓰는 AI ‘마젠타 프로젝트’ 등이 눈길을 끈다. 이들 작품들에서 △창의성 △유희성 △편리성 △가변성이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과학과 예술의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범위가 무한한 만큼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3월 나온 이 논문이 예술 창작과 인공지능이 융합돼 나타날 새 영역을 드러내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자들은 “과학과 예술의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범위가 무한한 만큼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디자인학부에 소속돼 있지만, 저자들은 창의적 인재의 양성이 시급한 만큼 앞으로 이를 위한 교육을 연구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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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Abstract arrangement of human head and symbolic elements suitable as background for projects on human mind, consciousness, imagination, science and creativity

logofinale2016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바둑 대국장, 그곳에는 이세돌 9단 이외에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잡은 알파고의 ‘대리기사’ 아자 황 박사도 있었다. 당시의 흥미로운 장면을 한 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번 대국의 주인공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였기에, 아자 황은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아자 황의 무표정은 오히려 그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인간의 대국에서는 상호 작용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자 황이 인간적인 반응을 철저히 숨기면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을 더욱 낯설게 느끼게 됐다.” (연합뉴스 2016년 3월 16일자)

실제로 이세돌 9단은 종종 맞은 편에 인간 기사가 있을 때 할 법한 ‘습관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대국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며 차라리 인간 대국자 역시 모니터와 마우스를 통해 대국을 펼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인공 지능이 미래의 꿈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자 황이라는 중개자의 이미지로 포착된 알파고와 이세돌의 만남은 인공 지능이 인류에게 제기할 문제가 그저 지능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천현득 교수의 논문, 인공 지능에서 인공 감정으로 – 감정을 가진 기계는 실현가능한가?」 (『철학』, 131, 2017)은 인공 지능이 인간에게 제기할 현실적 문제 중 하나로 ‘인공 감정’을 들고 이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인공 감정에 대한 논의가
왜 중요한가

오랫동안 ‘지성’ 혹은 ‘이성’은 인간을 동물과 같은 비인간 생물종들과 구별해주는 독특한 특징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인지적인 능력에서 기계의 추월을 염려하며 초라해진 인간의 위상을 개탄하는 사람들은 이제 감정으로 눈을 돌린다.” (220쪽)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한] 왓슨은 경쟁에서 이기긴 했지만 승리를 기뻐하지는 못했다. 당신은 왓슨의 등을 두드리며 축하해줄 수 없고, 함께 축배를 들 수도 없다. 로봇은 이런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220쪽)

그러나 최근에는 사교 로봇이나 감정 로봇처럼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가진 로봇을 구현하려는 시도들이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인공 감정을 지닌 로봇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널리 퍼진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 개체화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 사이에 “똑똑하게 행동하는 로봇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21쪽) 둘째, “로봇에게 감정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로봇의 전반적인 성능을 향상하거나 사용자의 세밀한 필요에 더 잘 부응하[는]” 로봇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222쪽) 셋째, 로봇이 인간처럼 감정을 갖게 함으로써 인공 지능이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필자에 따르면 이런 현실과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공 감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당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논의는 인공 지능이 제기하는 문제처럼 이중적 성격을 띤다. 즉, 인공 지능이 지능적 기계를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기술적 문제와, 그렇게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는 인간의 지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개념적, 철학적 문제를 우리에게 제기한 것처럼, 인공 감정 역시 기술적 문제와 개념적, 철학적 문제를 모두 제기한다.

“인공 감정에 대한 연구는 감정적 존재인 인간과 유사하게 행위하는 기계를 제작하려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감정 과정에 대한 계산 모형을 통해 감정 일반과 인간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로봇에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이때, 인공 감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223쪽)

와세다 대학에서 개발한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 코비안. ⓒTakanishi Lab (http://www.takanishi.mech.waseda.ac.jp/top/research/kobian/KOBIAN-R/index.htm)
감정이란 무엇인가?
인공 감정은 실현가능한가?

감정을 인공적으로 구현한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우리가 어떤 대상에 감정을 부여하는 기준과 관련돼 있다. 즉 로봇이 인공 감정을 갖추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가 어떤 대상에 감정을 부여할 만한 일반적 기준들을 해당 로봇이 만족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공 감정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감정의 부여 가능성을 따지려는 인공물의 생물학적 유사성보다는 인지심리학적, 행동학적 차원의 기능적 유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에 따르면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감정은 여러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감정은 “개체의 생존, 안녕, 혹은 항상성 유지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감정은 인지 과정을 촉진하거나 증진하기도 하고, 추론 양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컨대 산에서 뱀과 유사한 매끈하고 긴 물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공포심은 위급한 상황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만들어 “빠르고 효과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셋째, 감정은 “일의 우선권을 조정”하고 상황 대처의 완급을 조절하는 등 “행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감정은 “특징적인 신체 반응이나 표정 등[을] 동반”하는데, 이는 감정이 추후에 취할 행동을 예비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표정이나 제스처에서 미묘한 감정이 전달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함을 보여준다. (226-228쪽)

그러므로 인공 감정을 구현한다는 것은 적어도 인간이 보기에 이러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공물을 제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공 감정은 과연 구현 가능한 것일까? 필자의 현재 진단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인공 감정을 가진 로봇은 없을 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그런 로봇이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230쪽)

왜 그런가? 우선 감정이 수행하는 여러 기능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인공 감정이 구현된 로봇은 적어도 “어떤 것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 도움이 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기초적인 모형, 혹은 원초적 자아(proto-self model)를 가져야 한다. 둘째, 그러한 로봇은 “상당한 수준의 감각 능력과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감정은 지능적인 동물에게서 나타나며, 더 지능적일 수록 더 풍부한 감정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30-231쪽) 필자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로봇은 아직은 아주 먼 미래의 희망에 가깝다.

한편 필자는 기술사회사적, 기술철학적 논의를 통해서도 감정 로봇의 가능성에 의문을 표한다. 특히 필자는 기술결정론적 논의를 비판하는 데 더해, “사람들이 감정 로봇을 원하는 이유가 과장되어 있거나, 실제로는 진정한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야 할 좋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감정을 갖춘 로봇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진 끔찍한 전쟁들, 살인사건들, 모욕적인 언사와 행위들은 인간이 감정을 가졌기에 혹은 감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졌다.” 둘째, 인간이 애초에 로봇을 만든 목적이 감정을 지닌 로봇의 존재와 상충할 수 있다. “우리는 [감정까지 갖춘!]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의 로봇을 원하는가, 아니면 시키는 일을 똑똑하게 처리하는 노예로서의 로봇을 원하는가?” 셋째, 설사 인공 감정을 부분적으로 구현하는 일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우리가 로봇에게 허용할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이고 억제해야 할 감정은 무엇일까? 가령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은 “분노, 공포, 슬픔, 역겨움, 수치, 모욕감, 당황스러움의 감정”도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나 이런 감정을 로봇에게 부여하는 일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매우 논쟁적이다. (231-233쪽)

인공 감정(의 가능성)에 기댄
일방적 감정 소통의 위험성

이처럼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단시일 내에 제작될 것 같지 않다고 해서 인공 감정과 관련한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 로봇’이나 ‘사교 로봇(social/sociable robots)’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16년에 한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이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로봇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성기와 엉덩이에 해당하는” 부위를 만질 때 “가장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듯했다. 더욱이 이러한 감정적 관계는 로봇이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록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의 로봇과 인간의 접촉 반응 연구 장면.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408074044)

이런 현상들은 비록 로봇이 인공 감정을 완벽히 갖추지 않아도 사람들이 로봇과 얼마든지 깊은 교감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명시적 믿음 체계 속에서 로봇의 ‘감정’은 따옴표 속에 있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그 따옴표가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에 따르면 바로 이 지점이 매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도 대목이다. “사교 로봇에 대한 심리적 의존으로 인해, 사용자가 조종되거나 착취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35쪽) 가령 로봇 제작 회사는 사용자가 로봇과 ‘일방적으로’ 맺는 감정적 유착 관계를 이용해 로봇과 관련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로봇에게 더 강한 감정적 유착관계를 느끼는지 더 잘 알게 됨으로써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 감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로봇이 등장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도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다. “기계에 더 많이 의존하고 사람과의 대면 접촉을 피한다면, 결국 우리는 ‘함께 외로울’” 미래를 맞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38쪽) 이런 미래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이 다양한 로봇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특히 인간과 “감정 로봇[의] 일방적 정서적 교감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1960년대 인간과 기계
홍성욱, 2002, 『철학사상』, 14, 173-199.

인간과 기계 – 갈등과 공생의 역사
홍성욱, 2015, 『문학과 사회』, 28(3), 466-488.

문지호 리뷰어  lunate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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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타자’로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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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인간’을 본위로 하는 모든 휴머니즘 이론은 데카르트의 인간중심주의적 사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식’의 영역을 물질과 구분하는 가운데 전자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통하여, ‘사유하는’ 인간은 무엇보다 그 고유의 가치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모든 “가치 판단의 준거나 기준을 인간에 두”며, “도덕 공동체의 범위를 인간으로 국한”하는 인간중심주의는 과연 옳은가. 신상규인공지능, 새로운 타자의 출현인가(『철학과 현실』, 112, 2017)에서 인간이 아닌 로봇의 ‘타자성’을 재조명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안겨주고 있다.

동물,
윤리적 피동자

휴머니즘의 역사는 노예해방이나 여성 권리 회복 등,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을 승리로 이끈 성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인간 보편에 대한 가치가 회복됨에 따라, 인간은 또 다른 차별의 ‘대상’을 만들어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오늘날까지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언급되고 있는 동물학대가 바로 그것이다.

근대의 윤리학은 도덕적 ‘행위자’를 중심에 두고 있다. 도덕적 행위자란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자기 행동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도덕적 책임능력을 갖춘 존재, 즉 ‘인간’을 일컫는다.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 합법적 도덕주체”로서의 인간만이 행위자인 동시에 피동자로 인정되며, 이로 인해 근대 윤리학의 범주는 인간중심적인 틀을 벗어날 수 없게 기획된 셈이다. 그렇기에, “그들(동물)이 고통을 겪을 수 있는가?(Can they suffer)”라는 벤담의 질문은 “피동자의 피동성에 초점을 맞춘 도덕철학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데이비드 군켈(David Gunkel))으로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싱어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동물은 최소한 도덕적 피동자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물에 대한 피동자적 권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술이나 인공물, 추상적인 지적 대상들도 도덕적 피동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고 대선을 준비하는 여러 후보들이 반려동물관련 정책을 공약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동물의 권리는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AI의 도덕적 지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과 기계 즉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군켈은 오늘 날 AI의 등장과 더불어 지능적 기계가 ‘도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한다.

 

인공지능의
타자성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경우, ‘딥러닝’을 통하여 일련의 법칙들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알파고가 ‘상황’이라는 변수에 대응하여 자율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개발자도 알파고의 ‘결정’을 예측할 수 없다. 즉, 알파고는 “인간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가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 자율적 속성이 인공지능에게 단순히 인간이 부리는 ‘기술적 도구’로서의 지위가 아닌, 인간의 삶에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타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2월 일본에서는, SONY사에서 출시된 애완용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에 대한 합동 장례식이 있었다. 1999년 출시되어 20만 엔 이라는 고가의 금액 대에도 불구하고 총 10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으나, 2014년 관련 A/S를 전면 중단하게 되면서 로봇강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주인들이 모여 장례식을 치른 것이다. 이와 같은 예만 보더라도, AI는 인간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타자’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 SONY사에서 1999년 출시된 애완용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

이에 필자는, 로봇이 “실제로 감정을 갖느냐”에 대한 문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감정 로봇이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보여주는 AI의 타자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거기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로봇의 ‘타자성’은 그것이 도덕적 피동자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인간적인 ‘판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로봇과 생활환경 속에서 맺고 있는 일련의 관계성을 통해 획득되어야 하는 것이다. 코겔버그는, 어떤 존재의 지위는 “선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그 존재를 ‘어떻게’ 보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나타나는가”와 같은 질문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인간 삶의 환경이 ‘자연’이 아닌 ‘기술적 생태 공간’으로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 방식은 여러 기술들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의 ‘타자성’을 점검하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닌 듯싶다. 물론 로봇(기술)과의 상호작용이 역으로 사회적 개인들을 고립시키는 등의 부작용에 대해선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가 ‘근대’의 산물이며 이것이 우리의 모든 인식구조를 지배하는 ‘틀’로 ‘학습’되고 있는 가운데, 이원론적 세계관에 일종의 ‘균열’을 내고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재고(再考)시킨다는 점에서 로봇의 타자성’에 대한 물음은 충분히 가치 있는 질문이 아닐까.

이단비 리뷰어  ddanddan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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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일자리를 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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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작년 경부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온갖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심지어 오늘날에는 대선 정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사물인터넷의 발전이 세계경제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고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도한 이래,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유행이 된 것 같다. 혹자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에 나온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전형적인 반응은 ‘그러면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다 해버리면 인간은 쓸모 없어지고 대량 실업이 생기는 것 아닌가’하는 공포감이다. 나준호의 논문 「인공지능의 발전과 고용의 미래 (『FUTURE HORIZON』, 28, 2016) 또한 그와 같은 주장의 전형적 사례이다. 이 논문이 대단히 문제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오늘날의 통념에 하나의 ‘태클’을 걸어보기 위해서 가장 보편적인 주장을 하는 듯한 국내 논문을 골라봤을 따름이다. 이 리뷰에서도 논문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자 하지만, 독자들도 해당 글을 꼭 읽어보시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보시길 바란다. 그런 독자들에게 이 리뷰가 최근 유행하는 한 담론에 대한 비판적 가이드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공지능의 발달
그리고 산업에의 적용

이 논문은 우선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그 현황을 개괄한 후 그것이 오늘날 산업에 끼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최근의 획기적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2010년대에 들어서 가능해졌다. 이러한 발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 기술기반의 발달 덕이다. “무엇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컴퓨팅 자원 가격이 급속히 하락했고 분산처리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고성능 GPU 활용 등을 통해 거대한 컴퓨팅 역량을 저비용에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학습, 탐색 기반의 머신 러닝 등 새로운 알고리즘 구축 방법론이 도입되며 돌파구가 마련되었다.”(14) 이에 따라 알고리즘은 빠르게 산업 생태계에 도입이 되었는데, 이미 많은 부분 우리의 삶에 파고들어 있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검색엔진 등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소개∙추천해주는 것도 다 이러한 기술들에 기반한 것이다.

인공지능 열풍을 불러 일으킨 ‘알파고’. 출처: Wikipedia

단지 이런 온라인 사이트에만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크게 도입되어서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도 인공지능이 하고 이 외에도 투자분석∙자문도 컴퓨터가 많이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비용절감이 상당히 이뤄진 상황이다. 아마존에서는 구매 패턴,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해서 적절한 시점에 소비자에게 생필품 구입을 제안한다. 알리바바는 맘에 드는 옷을 찍어 검색하면 비슷한 옷을 온라인에서 찾아 구매를 도와준다. 과거에도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상승 효과가 상당했던 유통업 외에도, 의료∙언론∙법무에도 인공지능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안한다.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미 일부 간단한 기사는 로봇 저널리스트에 의해 작성되고 있는 실태다. 법무법인들에서는 문서 처리 및 검토 작업을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있는데, 단순 조사역은 기계에 의해 종사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단지 로펌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지식노동이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 고용의 대폭적 감소가 수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 마틴 포트, 아론 라니에르 등이 이런 주장을 내놓는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된다. [리뷰의 대상이 되는 논문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사실 경제학자 중에서 본격적인 실증연구를 통해 이런 주장을 내놓는 대표적인 사람들로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본이다.] 물론 직무 특성별로 다를 수가 있는데, 어떤 직업에서는 단순히 대체할 수도 있다. 논문의 저자인 나호준 연구위원의 경우에는 “감성,지식 노동이 주를 이루는 판매직, 단순 사무직, 서비스직, 전문직, 연구직, 관리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16)한다고 하고, 특히 연구직 관리직 등은 과거에는 자동화가 활발히 진행되던 분야는 아니었던 만큼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업종은 고임금이므로 로봇, 인공지능 도입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직종일 수록 쉽게 대체되리라 예상된다. 물론 나호준 연구위원은 어떤 직업에서는 오히려 인간노동력-기계가 보완재일 수 있다. 이 경우 “인간과 기계가 각자 잘하는 업무를 분담하는 협업 구도도 나타날 가능성”(16)이 있다. 이런 직종의 경우 기계에 의한 인간노동의 대체가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저자는 보완의 가능성보다는 대체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듯 하다. “경영 방식이 인공지능 친화적으로 바뀔 경우”처럼 “게임의 룰”이 변하면 “인간은 점점 경쟁력을 잃다가 결국 인간의 설 자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17). 이러한 변화의 급속함을 경고하며 저자는 이에 대처할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결론 짓는다.

 

정말 인공지능∙로봇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

실제로 저자의 암울한 전망이 우리 눈 앞에 임박해있는가? 본 리뷰에서 소개된 논문도 그렇지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고용이 대규모로 축소되리라는 전망은 결코 주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컨센서스’가 아니다. 만약 그와 같은 ‘자동화 호들갑’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오히려 MIT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어터가 지적한 바와 같이 ‘왜 아직도 이렇게 일자리가 많은가?’하고 되물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대한 과장된 기대 혹은 공포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러한 연구들은 국내의 관련 담론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소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히 ‘거물급’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노드하우스도 이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우선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들이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그 외의 산업분야의 생산성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임금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자본재의 가격이 저하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 즉 기계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더 싸게 먹히지는 않는 상황이란 말이다. 그래서 노드하우스는 우리가 ‘경제적 특이점’에 진입하려면 100년은 소요되리라 전망한다.

한편 OECD의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 진전에 따라서 사라질 일자리의 비중은 OECD 평균 9% 밖에 안 된다. 미국 일자리의 절반 가량이 사라진다는 일부 연구들과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기존 연구는 어떤 ‘직무’가 사라진다면 해당 ‘직업’이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거라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보통 하나의 ‘직업’은 여러 개의 ‘직무’로 이뤄져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편화되어도 여전히 버스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기사가 있어야 하며, 유치원이나 요양원의 셔틀버스에는 여전히 탑승자의 안전을 살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일자리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으므로, 직무 중 상당수가 자동화될 수 있는 경우에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그래서 직무의 70% 이상이 자동화되어 소멸할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중에서 OECD 평균 9% 가량이란 것이다. 심지어 한국 같은 경우에는 자동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어(인구대비 로봇의 수가 세계 1위다) 겨우 6% 가량의 일자리가 소멸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자동화로 인해서 사업장 운영비용이 감소하면, 사업장 별 노동자는 줄어도 사업장 자체가 늘어서 고용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IMF가 발간하는 Finance and Development에 실린 제임스 베센의 기사를 참조해보자. 가장 극적인 역사적 사례는 ATM이다. ATM은 은행원의 직무를 상당히 대체하였고 실제로 그래서 은행 한 점포당 은행원의 수는 상당히 감소했으나, 대신에 적은 비용으로도 은행 지점 운영이 가능해져서 오히려 미국 전역의 은행원 고용은 대폭 증가하였다고 한다.

일반론적인 비판 외에도, 본 논문에서 준거로 든 몇 가지 사례들에 대해서도 코멘트 할 것들이 있다. 우선 나호준 연구위원도 지적하다시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을 가능케 해준 물질적 토대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급속한 컴퓨터 발달이 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은 한계에 봉착해있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극도로 미세한 기판에 최대한 많은 트랜지스터를 때려 박는 식으로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왔지만, 문제는 그런 식으로 컴퓨터를 발달시키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므로, ‘무어의 법칙’은 위기에 봉착해있다. 논문의 저자는 또한 이른바 감정노동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소개할 이재현 연구자는 정반대의 주장을 제기한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으로 인해서 감정노동은 자동화로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른바 ‘노가다’만큼이나 자동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흉내내지만 충분히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 상당수가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변화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므로 가만히 있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적을지라도 기술적 실업이 발생할 전망이라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과 (재)취업 방안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에 걸맞게 복지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 다만 이데올로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자동화에 대한 열광 혹은 공포는,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의 딘 베이커 소장이 지적했듯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실업은 어쩔 수 없어’라는 식으로 경제위기와 실업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되곤 한다. 언제는 인구절벽으로 노동인구가 부족하다던 바로 그 사람들이 말이다. 실제로 많은 관료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책이랍시고 제시하는 정책 대안이 노동시장 유연화다. 어차피 없어질 일자리를 지키는 제도는 무용하거나 해악적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실상은 대체로 다르다.

물론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는 있다. 신기술로 인해서 일부 직종의 직무가 상당히 단순화된다면, 이 경우에는 기존에는 고숙련 직종이라서 노동력을 쉽게 끌고 오기 어렵던 일부 직종에서도 ‘산업예비군’을 동원하기가 쉬워질 수 있으므로 임금 삭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자리 소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학자들 중 적지 않은 수는 그래도 ‘일자리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은 한다. 물론 이런 식으로라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는 좀 더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다만 적어도 실업 보다 우리가 급박히 대처해야 할 노동 문제는 임금과 불평등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견지해야 할 점은, 기술의 여파는 사회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술 그 자체가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기술결정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스케치」
이재현, 『마르크스주의 연구』 13(3), 2016.

‘빅데이터’ 주제논문 최다 … ‘미세먼지’, ‘유전자’ 논문도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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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3부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를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2016년 자연과학·공학 분야 논문이용통계에서는 ‘빅데이터’ 주제 논문이 193편으로 가장 많았다. 170편이 오른 ‘사물인터넷IOT’이 2위에 올랐고, 3위를 차지한 인공지능은 105편이었다. ‘기후’가 103편으로 4위에 올랐으며, 증강현실이 69편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기후는 미세먼지 55편을 합하면 158편인지라 기후와 대기오염이 초미의 관심사임을 알게 했다. 그 외에 로봇 59편, 드론 59편, 유전자 53편, 나노 44편 순‘으로 인기 키워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드론·사물인터넷 등은 서로 중복되고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종의 ‘데이터물리종합과학’이라 할 만한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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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주제 ‘활용’에 득세, ‘의미’는 빈약

“데이터 배기가스data exhaust”라는 말이 있다. 차가 움직일 때 나오는 배기가스처럼 모든 것이 움직일 때마다 정보가 쌓이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저장매체의 고용량화, 저비용화가 이루어지고, 스마트 기기를 포함한 자료수집 기기가 소형화, 저렴화, 보편화되고 네트워크의 보급‧확산과 고속화로 정보의 이동과 수집이 활성화되고 연산능력이 향상되고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 자료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 모두에서 일어난 기술환경의 진화가 자리 잡고 있다.(빅데이터와 사회과학하기)

올해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문화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38위)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그 외에도 빅데이터의 분야별 활용사례」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활용사례 등 순위가 높은 논문들은 ‘활용’과 관련되어 있었다.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분야로 빈번하게 등장한 순서대로 보자면 도서관이 압도적이었다. 빅데이터의 이해와 도서관 정보서비스에의 활용」 「도서관 빅데이터 서비스 모형 개발에 관한 연구 등이다. 그 외에 빅데이터는 영화흥행, 카드뉴스, 의료, 교통, 금융, 디자인, 마케팅 등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었다.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정보보안 문제도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제와의 충돌과 과제」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방안 등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대한 회의와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주로 사회학자들인데 “1월의 국민여동생은 김연아였고, 2월에는 아이유다”라는 식의 ‘분석’에 15억이 넘는 규모의 자료를 썼다고 해서 그 결과가 더 중요해지지도 않고, 자료의 규모를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시장분석과 딱히 다를 것도 없다”(송길영)는 것이다. 그래서 “왜”가 반드시 필요하다. 좀더 정확하게 예측해서 편해지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멈추지 말자는 이야기다.

‘빅데이터’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글로벌문화콘텐츠 문화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윤홍근
2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의 혁신 딥러닝…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플랫폼 덕 도안구
3 동아대학교 경영문제연구소 경영논총 빅데이터의 분야별 활용사례 김동완
4 한국지역정보화학회 한국지역정보화학회지 빅데이터의 이해와 주요 이슈들 조영임
5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뉴스 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방법으로서 뉴스정보원연결망분석 박대민
6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지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활용사례 김재생
7 대한경영학회 대한경영학회지 빅데이터 분석에 관한 마케팅적 접근 이서구
8 한국비블리아학회 한국비블리아학회지 빅데이터의 이해와 도서관 정보서비스에의 활용 이정미
9 대한산업공학회 ie 매거진 빅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모델 바라보기 빅기진
10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지원을 위한 지능형 웹 크롤러 서동민, 정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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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너 이 자식” … 초미세먼지를 잡아라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기후체제 합의를 담은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로의 역사적 전환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협정의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아래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는 데에 있다.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실시되며,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했던 이전 체제와는 다르게 개도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이와 관련 신기후체제를 논하는 논문이 많이 이용되었다. 파리협정과 Post-2020 신기후체제의 서막(961위)을 비롯해 신기후체제를 맞아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2015년 파리 합의에 대해 국제법적 검토를 리뷰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에너지 신산업’을 논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올 겨울 중국 석탄난방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공포적인 수치를 기록하면서 핵위협에 못지않은 먼지위협에 모든 이가 노출되어 있다. 관련 논문도 많이 이용됐는데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물리화학적 특성(44위)을 비롯해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미세먼지 관리기준과 발생원별 관리방안」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황 및 문제점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대기 중의 먼지는 크게 총먼지,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올해는 이 ‘초미세먼지’가 선진국형 미세먼지로 관심을 끌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나 피부 등을 통해 혈관 내로 침투해 순환계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특히 문제가 된다. 관련 논문들도 많이 이용됐는데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는 ‘석탄화력’이 꼽혔다. 올 12월 발표된 최신 연구(석탄화력 미세먼지 현황 및 대책)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직접배출되는 양보다 2차 생성되는 양이 약 3배 더 많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발전소에서 직접 배출하는 양은 약 3%에 불과하지만, 2차 생성분까지 합하면 약 11%에 달한다. 따라서 초미세먼지의 효과적인 저감을 위해서는 직접 배출되는 경우와 배출 후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2차 생성 부분 모두를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서울연구원 서울도시연구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물리화학적 특성 김신도, 김창환
2 경기연구원 이슈&진단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김동영
3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지(국문) 미세먼지 관리기준과 발생원별 관리방안 박해우, 조영민
4 환경독성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 식물의 미세먼지 및 공기정화 효과 김광진
5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지(국문) [초청논문] 서울의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 김용표
6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 학술대회논문집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황 및 문제점 김신도
7 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 서울시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현상의 원인분석 및 지역별 맞춤형 관리대책 김운수, 김정아
8 환경독성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 미세먼지 현황 및 대책 홍유덕
9 부산발전연구원 BDI 정책포커스 건강한 생활환경을 위한 맞춤형 미세먼지 관리방안 양진우
10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언론은 미세먼지 위험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김영욱 외 3인

 

인공지능, 경이롭거나 두렵거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21위)가 가장 높은 순위를 보였다. 그 뒤를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가져올 변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생교육 e-learning의 학습효과 제고 방안 요구」 「게임 인공지능 최신 연구 동향 등이 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일자리나, 시장 변화 등 미래 경제트렌드와 연관 짓는 경우도 자주 보였고, 인공지능의 하위 영역들의 기술현황을 개관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학회에서 펴내는 대중 지향적 잡지·소식지에 ‘특집’ 형태로 짤막하게 짚어보는 글들이 다른 분야보다 잦았는데 알파고의 충격이 미친 영향으로 보인다. 논문들의 제목에서 ‘경이로움’ ‘두려움’ 등의 단어가 출현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지능’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마케팅연구원 마케팅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 박현길
2 한국정보과학회 정보과학회지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 정상근
3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가져올 변화 장윤옥
4 한국정보기술학회 한국정보기술학회논문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생교육 e-learning의 학습효과 제고 방안 연구 최락인, 조정길
5 한국정보과학회 정보과학회지 게임 인공지능 최신 연구 동향 박현수, 김경중
6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의 혁신 딥러닝…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플랫폼 덕 도안구
7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국방분야 적용방안 김철, 유기용, 안진희
8 한국뇌과학연구원 브레인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브레인 편집부
9 과학기술정책연구원 FUTURE HORIZON 포스트휴먼시대 인공지능과 미래 경제 트렌드 조용수
10 대한산업공학회 ie 매거진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함의 원동규, 이상필
사물인터넷, “208억 개가 연결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기기, 센서, 인터넷 등을 통해 사람과 공간을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생성, 공유,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사물들은 2016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64억 개, 2020년에는 208억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기술동향 논문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논문, 사물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는 ‘스마트홈’ 관련 논문도 많았다. 스마트홈은 스마트자동차 등으로 계열 확산을 거쳐 스마트도시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은 스마트국가가 될 것이다. 올해 논문 이용 모습을 볼 때 사물인터넷으로 인한 보안 문제라든지, 사회의 각 영역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에 대한 탐색은 ‘빅데이터’ 분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부산의 어시장에까지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연구까지 있을 정도다. 근데 왠 어시장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논문에 따르면 생선이 시장의 광장 같은 곳에 부려져서 24시간 이상 상온에 노출되어 분류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선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면 선도 높은 생선 출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들끼리의 네트워크이니 ‘인간’이 배제된 작업현장을 끊임없이 연상시킨다. 미래에는 큰 교량 건설 현장에서도 사람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 자리엔 지능화된 기계들, 로봇들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겠고 말이다. 인간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를 일일이 관리할테고. 관련 논문들이 하나같이 전망하는 것은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지금보다 더욱 창의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의식과 감성이 강조되는, 이를테면 디자인 등이 그렇다.

 

나노 분야는 ‘튜브’와 ‘섬유’의 ‘섬세함’ 강화 추세

나노과학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탄소나노튜브 관련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탄소나노튜브란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에 속은 비어 있는 탄소 원자 결합체인데 구리보다 전기를 잘 전도하며 엄지손톱만한 면적에 브리태니커 사전 전질의 100배에 가까운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상위권에는 이런 탄소나노튜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물질 첨가 연구, 디스플레이 영역에서 활용하기 위한 탄소 분산 기술, 전기 전도성이 너무 높아 안전사고나 기계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 탄소나노튜브를 코팅할 때 전자파를 흡수하는 재료를 쓰는 연구, 실리콘 음극소재를 탄소나노튜브에 실어 상용화하는 방안 연구 등 실로 다양했다.

그 외에 높은 빈도를 보여준 나노 분야 키워드는 나노섬유였다. 일반적으로 섬유 분야는 한국 근대화를 이끈 주역으로 알고 있을뿐, 미래 주역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여전히 섬유 산업은 수출을 많이 하는 큰 산업이며, 나노섬유를 통해 세계시장을 더 넓히려는 산업계 내부와 주변의 요구 또한 많다. 논문들은 현재 나노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는 ‘전기방사 기술’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 나노기술을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 나노바이오센서, LED조명 소재 등이 높은 이용율을 보여주는 나노 관련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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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로 ‘병’을 도려내는 시대

유전자를 키워드로 한 논문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과 ‘유전자치료’가 분할 통치하는 국면을 보여줬다. 둘 다 먹거리와 질병이라는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영역에서 큰 시장적 가능성을 담보로 급성장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 분야 1위를 기록한 유전자재조합식품(GMO)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재배가 허용된 유전자재조합 작물은 “콩, 유채, 목화, 옥수수” 등이며 1999년 대비 2009년 재배면적이 13배 증가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는 콩과 옥수수 수입이 많은데 섭취시 인체에 독성 발생, 단백질에 의한 알레르기, 세포간 특이 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표시제도 등 국내 관리현황, 관리 법령, 용어, 국가별 현황을 짚어보는 논문들이 많았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쉽게 말해, 찢어진 옷의 부위(특정 유전자 그룹)를 제거하고 새로운 천으로 바꾸는 ‘유전자 짜깁기’로 볼 수 있다. 전체 86위를 기록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 및 유전자치료가 유전자 관련해서는 두 번째로 순위가 높았다. 이 논문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1년 ‘1세대 유전자가위’에서 현재는 3세대 유전자가위까지 다가섰는데,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전자가위의 전달형태 및 전달방법의 개발과 비특이적 양가닥절단의 최소화 등 유전자가위 사용의 최적화된 조건이 확립된다면, 수많은 질병의 치료방법으로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기법이 쓰이는 일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윤리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에 유전자 치료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 키워드 3위의 논문은 유전자검사와 유전자치료에 관한 쟁점사항과 사회적 수용도다. 저자 이인영 한림대 법대 교수는 양적 조사를 통해 “한국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유전자 치료를 받을 용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러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가의 치료비로 인한 계층간 불균형, 생식세포 유전자치료를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 등이 큰 이슈였다. 이 교수는 “유전자치료나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 경우 환자와 국가가 비용을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을 거의 일반 국민의 70% 이상이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치료비용이 상당히 고가일 것이고 그래서 별도의 민간보험을 가입해서라도 비용부담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전자’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정기혜
2 한국생물공학회 BT NEWS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 및 유전자치료 김형범, 김희권
3 대한기독교서회 기독교사상 GMO(유전자 조작 식품)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헌호
4 한림대학교 법학연구소 한림법학 FORUM 유전자검사와 유전자치료에 관한 쟁점사항과 사회적 수용도 이인영
5 한국의료법학회 한국의료법학회지 생식세포 및 배아 대상 유전자 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김한나, 김성혜, 김소윤
6 신학과사상학회 Catholic Theology and Thought 유전자 조작 식품(GMO)의 정체와 식량 문제의 본질 전헌호
7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유전자재조합식품 안전성과 표시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하정철 외 3인
8 비판사회학회 경제와사회 유전자변형식품을 통해 본 한국인의 과학기술 이해 박희제, 안성우
9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노화 관련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특성 분석 류제운 외 3인
10 한국과학기술학회 과학기술학연구 유전자변형식품에 관한 세 가지 논의 김효민, 여재룡, 유수형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미니즘의 여전한 인기∙∙∙인공지능, 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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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frame align=”leftnone”]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번 10월은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간 DBpia 논문 이용 순위 1위부터 1만위를 대상으로 분석하며,
모두 4부에 걸쳐 게재됩니다.

 
(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r마지막으로 가장 인기를 끈 논문들이라 할 수 있는 100위권 논문 그룹에서 9월과 10월의 차이를 짚어보려 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상위권 100위까지 논문들의 변동사항이다. 그중에서도 9월에 1~50위를 차지한 50편이 10월 통계에서는 각각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래  9월에 1~10위를 차지한 논문들 중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단 2편뿐이다. 나머지 8편은 소폭 이동을 하며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1~20위도 2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남아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3편(21~30위), 6편(31~40위), 5편(41~50위)이 100위 밖으로 밀려나 변동폭이 커졌다. 지난달 1~50위 논문 중 이번 달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논문은 총 18편으로 전체의 약 37%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 논문에 대한 관심 이용 층이 예상보다 길고 두텁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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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공학·실용 분야 논문들의 등락폭이 인문사회 분야보다 월등이 높았다는 것이다. 9월에 6위를 기록한 「(…)전장관리정보체계 소프트웨어 시큐어 코딩룰(…)」은 245위로, 8위 「LVC-G COTS SW  개발 기대격차 분석」은 546위로, 12위 「호주 대학생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 연구」는 3107위, 40위 「동시공학적 접근법 및 응용 사례」는 1491위로 각각 떨어졌다. 등락폭이 가장 컸던 논문은 「성공적인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한 서비스 경험 실사」로 41위에서 6,064위로 급락했다. 이는 공학이나 실용 분야 논문의 정보 사이클이 인문사회 분야보다 짧고, 집중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아주 세부적인 주제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인기/드론의 이해와 동향」(35위->102위)이나 「3D 프린팅 기술과 건축적 활용」(36위->432위) 등 신기술·첨단기술 관련 논문들은 순위가 하락해도 소폭이었으며, 순위는 하락했지만 다운로드 횟수는 오히려 지난달보다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같은 공학 분야라도 타 분야와의 접목성이 높은 분야는 광범위한 이용자의 선택을 꾸준히 받는 것으로 보였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1편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계간 『창작과비평』에 실린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그것인데, 24위(168회)에서 368위(84회)로 대폭 떨어졌다. 이는 지난 5월 맨부커상 수상 이후 갑자기 이용자가 몰렸다가 점차적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논문을 지난달 자료와 비교한 표다. 맨 왼쪽 순위에서 괄호 속은 9월의 순위라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최상위권 이용률(다운로도 횟수)가 100~200회 정도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반면 중상위권의 다운로드 횟수는 지난달보다 100회 가까이 늘어났다. 머리가 가벼워진 대신 허리가 두터워졌달까? 아무튼 전체적으로 볼 때 100위권 다운로드 횟수 총합은 9월보다 10월이 높다.

새롭게 9월엔 1만 위 바깥이었지만 10월에 100위권으로 급속히 진입한 논문들은 모두 18편이었다. 이중 70%가 넘는 13편이 공학·과학 분야다. 앞서 말했듯이 공학 분야 논문들은 단시간으로 집중적으로 소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 설문조사를 통한 실사연구를 통한 정책 관련 연구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브렉시트 현장 리포트와 이후의 영국」은 유일하게 사회과학 분야에 속하는데, 논문은 아니고 월간지 기사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상황을 리포트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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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spoiler title=”9월 이용통계 10,000위 밖에서 10월 이용통계 100위권으로 진입한 신규논문” style=”fancy”]
「[두뇌사용설명서] 단월드-브레인 공동기획」 2편(18위/44위)
「비혼 남녀의 콘돔사용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부장성」(32위)
「지게차용 추진축의 가속 수명 평가」(35위)
「조기 영어 교육이 유아의 이중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51위)
「공항서비스에 대한 인천국제공항 이용자의 지각된 서비스품질과 만족에 관한 연구」(54위)
「SU-8 기반 나노 구조가 PC12 세포의 신경돌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56위)
「폴리에틸렌 시편의 균열진전거동 시뮬레이션」(60위)
「한국영유아 보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65위)
「유한요소기반 다중스케일 연성파손모사기법을 이용한 원주방향 균열이 존재하는 탄소강 실배관 예측 및 검증」(68위)
「고온 성형을 이용한 인코넬 718 샌드위치 코어 구조 성형」(75위)
「칼만 필터를 이용한 휠로더 버킷 적재물의 질량 추정 시스템」(78위)
「브렉시트 현장 리포트와 이후의 영국」(82위)
「포토리지스트 혼합액의 미세패턴내 표면 및 체적 변화율의 제어를 통한 마이크로렌즈 제작에 관한 연구」(84위)
「Experimental Investigations on the Temperature Characteristics of Loop Heat Pipe」(93위)
「배플이 설치된 잠수함 압축기용 오일 냉각기의 전열 성능에 관한 수치연구」(94위)
「마이크로 파일의 시공 사례 및 공법 개선 방안」(99위)
「강원랜드 리조트카지노의 강원지역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영향력 분석」(100위)[/su_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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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양상을 보자면 지난 9월의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었던 페미니즘(여혐)은 여전히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약간씩 순위가 하락했고, 사드 배치(핵실험)·브렉시트 등 국제정세 이슈, 인공지능·3D프린터·드론·사물인터넷 등 인기 과학주제도 등락폭이 미미했다. 1~100위 논문들의 전체적인 트렌드는 9월의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범위를 1만위로 넓혀서 이들 논문 편수를 헤아려보면 이들 주제에 대하여 사회적 니즈가 점점 증폭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미니즘(25편)·성역할(18편)·여혐(22편)·젠더(45편) 등 관련어로 논문들이 끊임없이 검색된다. 이는 ‘여성’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했을 때 262편의 논문이 검색되는 반면, ‘남성’을 키워드로 했을 땐 28편에 그친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인공지능(로봇·딥러닝)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상위 1만 위 논문 중 96편이나 검색된다. 사물인터넷(72편), 드론(25편), 3D프린터/프린팅(23편), 4차 산업혁명(19편) 등으로 1만 위에 이들 관련 논문이 235편이다. 연관 단어로 좀 더 확장 검색하면 400편까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다만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의 논문이 있다. 하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 논문은 DBpia에 9월 20일 이후에 등록된 논문이다. 그런데 9월에 곧바로 4000위권을 차지하더니 10월에는 33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4차 산업혁명은 다가오고 있는데 제대로 된 긴 호흡의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 책정과 실효성 있는 R&D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불안증도 겹쳐 읽을 수 있었다.
 
[su_frame align=”leftnone”](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 거대한 심리상담소…중국·과학·도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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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pullquote][편집자주] 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그 첫 기사로 9월의 통계자료를 분석하는데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으로 두 차례 나누어 게재합니다. 다만, 이번에 사용한 통계는 9월 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의 통계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그 전 한 달간의 온전한 데이터를 통해 논문 이용의 실상과 학문 트렌드를 분석하고자 합니다.[/su_pullquote]

r 9월 1일부터 20일까지 디비피아에서 다운로드 된 논문들 가운데 상위 1000위까지 제목을 살펴보았다. 처음엔 300위까지만 하려 했는데, 자꾸 그 밑의 논문들이 눈에 밟혀 결국 1000위까지 논문들을 일별했다. 300위 밖의 논문들도 무시할 수 없는 다운로드 횟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300위권은 다운로드 횟수가 23~25회 수준이고, 500~1000위는 20~16회 수준으로 그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다.

‘스마트폰 중독’부터 ‘전통시장’, ‘임나일본부설’에 이르기까지

먼저 드는 소감은 거의 모든 분야의 논문이 이 1000편 속에 다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들이 소화되고 있었다. ‘완벽주의와 우울의 관계’를 다루는가 하면, 임나일본부설이 정말 식민사학이냐고 묻는 논문도 있다. ‘서구중심주의의 이해’라는 간소한 제목이 있는가 하면, ‘수용전념치료(ACT)가 우울과 스마트폰 중독수준이 높은 대학생의 자기통제력, 우울 및 스마트폰 중독 수준에 미치는 효과’라는 긴 제목의 논문도 있다. 김승옥의「무진기행」은 아직도 연구되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서울의 전통시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또 한편에선 ‘한국인 직무 스트레스 측정도구의 개발 및 표준화’에 애쓰고 있었으며, ‘대학 역사 지식의 생산과 소비’를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논문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각 직업군별·계층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내진설계기술의 문제점’ 등 공학 관련 논문들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기술개선화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공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사물인터넷’ ‘드론’ ‘딥러닝’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 또는 기술)’ 등 신기술 동향과 세부 주제별 논의들이었고 공학계의 거시담론이라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가 아직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본격 주제로 등장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제목의 유형으로 볼 때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은 ‘~이 ~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패턴이다. 예를 들면 ‘간호사가 인식한 간호관리자의 진정한 리더십이 조직몰입 및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논문들이다. 이런 유형의 논문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대상은 ‘청소년, 대학생, 고등학생, 여대생, 간호사’ 등이었다. 주로 관리 받는 주체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논문의 작성자들이 넓은 의미의 ‘교육학’ 전공자들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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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정서·정동이라는 트렌드: 한국은 거대한 심리상담소

우리 시대는 ‘이성’이라는 태자를 폐위시키고 ‘감정’을 태자로 책봉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기논문 목록에서도 감성의 물결이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최근의 페미니즘 영역에서 주로 다뤄지는 ‘혐오’ ‘분노’ 등만 봐도 그렇다. 이성의 제어를 받지 않는 감정의 기원, 그것의 조절과 통제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는 1위부터 200위 사이에 있는 연관 논문들로 총 27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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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spoiler title=”다운로드 상위 200편 중 감정에 대해 다룬 연관 논문들” style=”fancy”]
중환자실 환자의 억제대 적용에 대한 가족의 정서적 반응
감정어휘 분포맵을 이용한 영화추천 시스템의 시각화
정서적 허기인가 정보와 오락의 추구인가?”
한국판 정적 정서 및 부적 정서 척도(PANAS)의 타당화 연구
스트레스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관한 탐색
인간의 마음을 닮은 홀로그램 인공지능 공간에 관한 연구
애착외상, 자아존중감, 우울, 자기통제력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에 미치는 영향
대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사용 정도에 따른 상지통증, 불안, 우울 및 대인관계
내현적ㆍ외현적 자기애와 SNS 중독경향성
청소년의 동성애 경험, 성의식, 동성애 혐오, 우울의 관계
간호대학생의 사회적지지, 학업스트레스, 임상실습스트레스
간호사의 감성지능과 스트레스 대처와의 관계
상담심리 연구에서 매개효과와 조절효과 검증
동물실험은 윤리적으로 옹호 가능한가?
청소년의 자아정체감, 사회적지지와 정신건강과의 관계
성격강점과 성격장애가 안녕감과 우울에 미치는 영향
성인애착, 기본 심리적 욕구 만족, 내면화된 수치심이 분노 표현 방식에 미치는 영향
임상 연구에서 조절효과 및 매개효과의 비교 및 통합
사회불안장애 인지행동집단치료에서의 치료 반응자 특성 연구
자기자비 글쓰기가 우울한 대학생의 반추와 정서조절에 미치는 영향
간호사의 직무스트레스와 자아존중감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대학생의 대학생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심리적 안녕감의 구성개념분석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상담윤리(counseling ethics)에 관한 국내 연구의 동향
성격장애와 기질 및 성격특질 간의 관계
우울증에 관한 언론 보도 분석“[/su_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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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엔 능동적인 것이 있고 수동적인 것이 있다. 능동적 감정은 주로 욕망이거나 행복감 같은 것이다. 수동적인 것은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감 등일 테다. 위의 논문들을 보면 ‘감정의 오작동’을 고치거나 예방하고자 하는 게 대다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있는지 연구주제의 분포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는 거대한 심리치유 공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영역에서는 심리 질환 여부를 감별하고, 그다음엔 질환의 종류를 분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처방하는 시스템 속에서 수많은 논문이 양산되고 있다.하지만 소재 중복으로 제외한 논문, 여혐 관련 논문을 포함시키면 40편이 넘으며 대략 전체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다섯 편 중 한 편이 ‘감정’을 다룬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감정이 중요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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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담론 퇴조 속 중국 부상

그다음은 중국의 부상이다. 1000편 중 외국 국가 이름이 등장하는 논문을 아래에 추려보았다. 총 29편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닌건가? 29편중 순수하게 타국에 대한 관심논문은 절반에 불과하다. 국가별 분포를 보면 중국이 14편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그 외에는 미국 7회, 일본 2회, 독일 2회, EU(유럽) 2회, 영국·프랑스·호주·시리아·필리핀이 1회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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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spoiler title=”다운로드 상위 1000편 중 외국 국가이름이 등장하는 논문들” style=”fancy”]
호주 대학생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 연구
브렉시트의 근원은 영국의 고립주의
국제정치이론 관점에서 본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중국은 ‘제국의 원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
시리아 위기와 난민문제
미국의 동화주의적 이민자 정책과 다문화주의
한·일 도시재생 특별법 비교를 통한 개선방향 연구
중국소비자들의 지각된 가치, 고객만족, 전환비용 및 충성도 간의 구조적 관계
유럽적 근대성과 유럽적 가치의 형성
중국의 동북공정과 우리의 대응방향
조선왕조의 長久性과 한중관계
미국 사회과 교육의 변천과 역사교육
일본 사회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
미국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8.15
미국과 중국의 외교패권경쟁
사드와 AIIB를 둘러싼 미중관계와 한국
미국의 뇌물,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한 연구
중국 동북 지역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한류 문화가 중국 소비자의 한국 저가화장품 인식에 미치는 영향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
독일의 기본소득보장(Garantiertes Grundeinkommen) 모델 연구
독일 도시재생프로그램 ‘Soziale Stadt’의 특성 연구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중재사건에 관한 국제법적 검토
고대 중국신화의 변천과 정치화
유럽연합의 경제위기 속에서 평생교육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프랑스에서의 부패방지 법제
미·중 관계와 남중국해 분쟁
중국 요하문명론의 전개와 의미
중국의 도시화와 공공토지 사유화” [/su_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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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 중국은 ‘새로운 패권국’이자 ‘소비시장’으로서 주목되고 있다. 14편중 10편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4편 중 3편은 고대 중국을 다루고 있으며, 1편은 중국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니즈가 논문 이용 행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국에 대한 관심은 많이 퇴조했으며, 관심 방향도 제각각이다. 미국적 제도가 많이 이식·수용된 한국 입장에서는 뭔가가 고장나면 원래는 어땠나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법과 제도를 돌아보는 양상을 보인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선진국형 사회제도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뤄지고 있다. 한국이 뭔가를 배우려는 지향은 유럽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배웠고, ‘잘 살기’ 위해 유럽을 배우며, ‘새로운 먹을거리’를 위해 중국을 배운다고 하면 요약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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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 삶을 어떻게바꿀 것인가

1000편 중에 이른바 신기술 관련 논문이 100편은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과학혁명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시켜준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드론)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3D프린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전부 우리 삶의 변화와 밀접한 것들이다. 특히 ‘기술 진척 동향’ ‘발전 전망’ ‘주요 이슈’ 등을 다룬 논문의 조회수가 많은 걸로 보아 일반인의 관심도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최근 들어 SF(공상과학소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SF 전성기는 아마도 1980~1990년대겠지만, 그 이후로는 죽은 장르가 되다시피 했다. 최근 들어서는 SF 전문을 표방한 1인출판도 생겨나고, 절판된 책도 복원되고 있으며, 휴고상을 중국 작가가 2회 연속 수상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 휴고상을 받은 작품은 베이징이라는 미래 도시가 “여러 차원”으로 나뉘어 한 차원에서는 엘리트가, 다른 차원에서는 하층민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차원 분할이라는 과학적 요소에 계급적 이슈를 합친 것이다. SF는 지식인 열독률이 높은 장르다. 지적 능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읽고 나면 남는 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SF의 역사는 ‘허무맹랑한 것의 현실화’로 요약될 수 있을 터다. 지금의 과학혁명이 향후 출판계에 SF 르네상스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아직은 공급자(출판사) 측의 움직임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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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회학·도시역사학을 넘어
도시재생학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논문이 1000편 중 7편으로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둘을 합치면 20여 편을 헤아린다. 낡은 것으로 머물러 있는, 공동화된, 자본의 먹이가 될 만한, 좀더 많은 사람이 누릴 만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이로 인한 도시환경의 변화, 사회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도 일종의 개발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한쪽에선 신도시 건설이, 다른 쪽에선 구도심 리모델링이 우리의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이는 비단 도시학자들만 관심갖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논문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
제목짓기 양상도 흥미로움

지금까지 몇 가지 키워드로 1000위까지의 논문의 주제 흐름을 살펴보았다. 이것도 일종의 빅데이터일텐데 대략의 분위기만 느끼는 용도로 사용해야지, 팩트 자체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논문을 일일이 읽어보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분석의 한계 또한 명백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발표된지 10년도 넘은 논문들 중 여전히 높은 이용지수를 보이는 논문이 있다는 점은 특이할 만 하다. 가령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여성 Ⅰ」은 2008년 논문이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누적 1730여회로 ‘프로이트’란 단어가 들어간 전체 논문 중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논문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는 걸 알겠다. 10월 자료로 분석할 때는 이 ‘논문 스테디셀러’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는 데 집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울러 ‘논문 제목짓기’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1000편의 논문을 스캐닝하면서 클릭의 충동을 느꼈던 논문들을 아래에 한 번 추려보았다. ‘제목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논문들이라 할 수 있는데 모두 30여 편이다. 아래에 제목과 이유, 실제 내용 등을 간략히 표로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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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spoiler title=”‘제목 효과’를 발휘한 논문들” style=”fancy”]

제목 클릭 이유
‘좋아요’가 만드는 ‘싫어요’의 세계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고, 좋아요와 싫어요의 조합이 역설적이라 흥미 유발. 내용을 본즉 ‘여성혐오’ 페이스북 페이지를 분석한 논문인데, 좋아요를 많이 누를수록 ‘혐오’의 공감대가 커지는 구조이니 제목이 이렇게 갈 수밖에 없음.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 ‘K문학/비평’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것의 종말은 무엇으로 야기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
‘국어’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적 고찰 ‘국어’는 곧 우리나라 말인데, 이것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는 것은,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만들려는 시도. 국어라는 단어의 형성과 전개를 잘 보여줄 것 같음.
발해의 종족적 연원 이미 많이 다뤄져온 주제임에도, 이처럼 직설적으로 ‘연원’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뭔가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됐고, 이를 해석해 발해 종족이 한민족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보된 의견이 있을 것으로 기대됨.
낙관적인 사람이 행복할까, 행복한 사람이 낙관적일까? 심리학 실험 논문임을 알 수 있고, 그 결과가 궁금했다. 결론은 낙관적인 사람이 행복하다. 인용해보면 “낙관성이 행복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행복이 낙관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음이 수렴적으로 나타난다”였다. 3년간 대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이다.
좀비 비평의 미래 개인적 관심이다. 비평은 이미 죽었는데 비평가가 활동중이고 비평도 발표되고 있으니 좀비비평이라 한 것일텐데, 논문을 대략 살펴보니 그것은 ‘자기(비평)의 죽음과 죽은 이유를 외면한 채 계속 살아 있으려는 지적·윤리적 불성실성에 기반한 비평’을 가리키며 논문은 다섯 가지로 비평의 죽음에 대해 주석을 달면서 좀비 비평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함.
문화적 취향의 분화와 계급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계급과 연관이 있는가? 일테면 우리 사회의 두드러진 현상인 부익부 빈익빈(1% 대 99%) 현상이 취향문화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을까 같은 궁금증 때문에 클릭. 논문은 ‘음악’ 분야만 좁게 다루고 있었다. 음악적 취향에 미치는 계급의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보여준다.
한국행정학자의 『논어』 읽기 첫 느낌은 논문의 필자가 행정학자이고 그가 행정학의 관점에서 읽은 논어의 내용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논문은 한국 행정학자들이 논해온 ‘유교적 행정’을 강하게 비판한다. 과거라는 창고 안에서 뭔가를 손쉽게 가져오려는 “골동품 쇼핑하기”식의 논어 독서보다는 지금의 한국 행정을 성찰하고 변화를 모색하라고 주문한다.
총론 : 새롭게 보는 정조와 19세기 『역사비평』 가을호의 정조 특집은 19세기 초반 조선사회의 역동성을 재인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많이 읽힌 이유는 조선사 연구에서 ‘거시담론’이 실종되었는데 그에 대한 갈급증이 아닐까 한다.
한국 사회에 문화 자본은 존재하는가? 2006년에 발표된 논문이다. 부르디외가 문화자본에 대하여 개념적으로는 명확히 정의했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불분명했던 점, 그 이후 이를 명확히 하고자 했던 이론적 흐름 개괄하고 있다. 이 논문이 갑자기 읽힌 이유는 저자가 예일대에서 문화자본으로 박사를 하고 이화여대 재직하며 교육하고 있다는 점, 즉, 학생과 후학들이 문화자본 적용 논문을 작성하며 용어 이해와 인용의 근거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동 이론’ 비판 최근 문화연구는 물론 인류학·지리학·심리학·철학·퀴어 연구·사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정동情動, affect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정동 이론의 선도적 이론가 중의 하나인 브라이언 마수미를 비판하는데, 어펙트affect/어펙션affection의 번역 혼란은 스피노자와 구조주의 이론에 대한 그의 오해 혹은 왜곡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관계를 윤택하게 하는가?

페이스북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

같은 연구진(3명)이 2012년과 2014년에 수행한 연구가 나란히 높은 이용도를 보이고 있다. 결론은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에 가까운 듯하다. 최근 2016년 페이스북 관련 연구 논문을 보면 ‘몰입도 방해’ ‘허탈감 유발’ 등을 키워드로 계속되고 있다.
기억을 위한 아키비스트 기억을 위한 아키비스트는 과거의 일이 사건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또 개인적인 이야기가 사회적인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구조화하고, 사회적 기억이 어떻게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 어떻게 사회의 통합적인 지성을 구성하는지를 관망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론적으로 민감하고, 예리한 논의를 기대한 것에 비하면 다소 평범하다.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구별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 질적연구의 연구대상인 질과 양적연구의 대상인 양이 정확하게 어떻게 구별되는지 불투명한 상태가 한국 학계의 현실이라는 지적이 따갑다. 저자는 둘의 구분은 연구자의 ‘태도’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후설, 하이데거를 잇는 논의 계보가 잘 정리된다.
동성애에 대해서 성서는 무엇을 말하는가 성서에 기반하여 동성애에 반대하는데 굉장히 근본주의적이다. 동성애를 불법적인 것으로 정하는 ‘군형법 92조 6항이 헌법에 합치한다는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20대 국회에서 다시 제안될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물-되기’의 고통 혹은 아름다움에 관하여 제목에서 기대했던 인문적 시론의 느낌과는 달리 실제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서평이다. 2008년의 서평인데 동일 작품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참조자료로 읽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여성 Ⅰ 2008년의 논문으로 ‘프로이트’가 제목에 들어간 논문 중 이용순위 2위다. 1730여회. 최근 페미니즘 연구 활성화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즉, 프로이트 이론의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계속적인 확인과 재확인의 과정인 듯하다.
열등감에 관하여 통상 심리학적 주제로 거론돼 왔던 ‘열등감’을 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면이 독특하다. “그것은 우리가,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의 존재를, 다시 말해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할 근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우리 자신을, 그런 이유 이전에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알프레드 아들러 유행과의 연관성도 생각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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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혐’과 ‘인공지능’ 인기 키워드…역사 분야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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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pullquote][편집자주] 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그 첫 기사로 9월의 통계자료를 분석하는데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으로 두 차례 나누어 게재합니다. 다만, 이번에 사용한 통계는 9월 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의 통계입니다. 다음달부터는 한 달간의 온전한 데이터를 통해 논문 이용의 실상과 학문 트렌드를 분석하고자 합니다.[/su_pullquote]

DBpia 9월 이용논문은 총 40만편

r2016년 9월 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 논문 제공 사이트 디비피아에서는 총 39만8425편의 논문이 이용되었다. 이용이라 함은 최소 1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의미한다. 약 40만 편의 논문이니 굉장한 규모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많은 다양한 논문이 불특정 다수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디비피아의 자료는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내림차열로 정리되어 있다. 전체 40만 편의 논문 중 단 1회만 다운로드 된 논문은 24만7749종이다. 1회 이용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3회 이상 다운로드 논문은 7만4533편, 4회 이상은 4만2250편, 5회 이상은 2만6093편이다. 5회 미만 이용된 논문이 전체의 93% 정도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5회 미만은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 살펴보았다는 팩트로서 의미를 갖겠지만, 트래픽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5회 이상 다운로드 된 2만6093편이 나름 복수의 관심을 받은 논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10회 이상 다운로드 된 논문은 몇 편이나 될까? 1만 편이 넘을까? 아니면 5000편은 될까? 나름 긴장하면서 수치를 따라 시선을 옮겨보았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0회 이상은 4534편이었다. 「웹 드라마의 선택 요인과 소비 집중에 관한 연구」가 바로 4534번째 논문이다. 그 아래 4535번째 논문은 9회 다운로드 된 「문헌을 통한 해미읍성 고찰」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많은 이의 관심을 받은 논문들이라 할 수 있으며, 이 500여 편에 나타난 특성을 두루 살펴본다면 현 시점 한국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학술적 테마들이 무엇인지가 드러날 것이다. 또한 학문 분야별 논문 열독률도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며, 가장 선호되는 연구방법론이 어떤 유형인지에 대한 고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을 일일이 분석하기엔 분석집단이 너무 광범위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제한을 두어 상위 100위에 랭크된 논문들의 특성을 살펴보는 게 포괄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트렌드는 더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상위 랭크를 이루고 있는 논문들로 범위를 좁혀보자. 10회 이상 다운로드 된 4534편 가운데 20회 이하 다운로드가 역시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4019편이다. 21회 이상 다운로드 된 논문은 전체 40만 편의 논문 중 515편이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0.13% 정도인 셈이다.

상위이용논문 20위 중 7개가 여성혐오 관련 논문

100위에 랭크된 논문은 대한산업공학회가 펴내는『ie 매거진』제23권 2호에 실린「인공지능 개요 및 적용 사례」다. 이 글은 38회 다운로드 되었다. 이 논문과 함께 38회 다운로드 된 논문은「기업의 사내 유보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통합적 한국판 CES-D 개발」등 2편이 더 있다. 50위는 역시『ie 매거진』의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함의」다. 이 잡지의 ‘인공지능 특집’이 많은 관심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디비피아에서 9월에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206회)이기도 하다.

논문 Top20 보러가기

 

 

100회 이상 다운로드 된 논문도 있을까? 있으면 몇 편일까? 역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데 고작 12편에 머물고 있다. 「카페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및 섭취량 감소 방안에 관한 연구」가 정확하게 100회 이용되었다. 그렇다면 대망의 1위는? 어떤 분야의 논문이 1위일까? 주인공은 488회 다운로드 된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한국여성연구소, 『페미니즘 연구』 제15권 2호)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사실은 1~3위가 모두 페미니즘 관련 논문이라는 점이다. 2위는「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397회)이고 3위는「일베와 여성 혐오」(271회)다. 더 놀라운 건 20위 안에 페미니즘 관련 논문이 7편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제목만 보면「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인터넷 여성혐오」(110회),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99회),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 논쟁까지」(97회), 「문화영역의 여성화와 여성혐오」(93회) 등이다. ‘여혐’과 ‘일베’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임이 증명된다. 이 주제는 20위 밖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67회, 28위), 「혐오의 시대: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47회, 57위) 등이 보인다.

최고인기 키워드는 ‘인공지능’ 

1~100위 사이에 양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그 연관어들이다. 인공지능이 제목에 명기된 논문이 7편이며, 그 연관어를 합하면 10편이 넘는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예측 논문,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스케치,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 등 기술적 논문보다는 사회학적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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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pia 9월 이용논문 키워드 지도

 

그 다음으로 주목받은 주제는 사드(THAAD)다. 지난 몇 달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매우 고조된 바 있는데 이런 현실의 반영으로 보인다.「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정책적 함의」(124회, 8위),「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서 사드 논란이 갖는 의미」(97회, 15위), 「4차 북한 핵실험과 사드의 국제정치」(89회, 19위) 등 3편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100위까지의 논문들을 일별할 때 약 70% 정도가 트렌드 이슈와 연동된 논문들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정보 노출’ ‘1인 가구’ ‘딥러닝’ ‘채식주의자’ ‘브렉시트’ ‘김영란법’ ‘내진설계’ ‘3D 프린팅’ ‘청년 수당’ ‘먹방 전성시대’ ‘사물인터넷’ ‘학교폭력’ ‘GMO’ ‘스마트폰 중독’ 등 눈에 띄는 대로 열거하다보면 뉴스브리핑의 한줄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 원인과 의미에 대해서는 제2편에서 짚어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이색적으로 보이는 사실이 있는데, 한강의 소설「채식주의자」가 20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동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많은 이들이 책을 사지 않고 계간『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실린 것을 다운로드 받아 읽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역사분야 논문은 100편 중에 2편에 불과한데 2편 모두 국왕 정조를 조명한 논문이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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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이 시작한 컴퓨팅, 인공지능과 딥러닝으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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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딥러닝deep-learning이란 말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여 행하는 자율적 학습기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딥러닝이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딥러닝의 기본은 뇌의 신경망을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수조 개가 넘는 뇌의 시냅스 연결망이 어떻게 인공지능으로 가능할까. 과거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가능해지고 있다. 엄청난 연산을 감당해줄 빅 컴퓨팅이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히 인공지능 혁명이라고 할 만한 딥러닝까지 오기까지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su_quote]최근의 심층학습의 발전과 이를 이용한 기술의 발달을 보면, 과거 디지털 혁명의 시기와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가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바꾼 후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변화의 구조가 디지털 혁명의 핵심이었다면, 향후의 정보처리의 흐름은 디지털 정보에서 의미Semantic 정보로 바꾼 후 그 의미에서부터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방식으로 큰 흐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정보를 의미정보로 바꾸는 기술의 핵심에 바로 심층학습 기술이 존재한다. (12-13쪽)[/su_quote]

정상근 SKT 미래기술원 연구원의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정보과학회지』,  33(10), 2015)는 제목처럼 그 역정을 핵심만 추려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작부터 규칙기반의 인공지능과 연결주의 인공지능, 통계 기반의 인공지능을 거쳐 심층학습이라는 신경망 기반 AI의 부활이라는 과정을 눈에 잡힐 듯 들려주고 있어 이 분야 초심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되어준다.

 

인공지능의 시작

시작은 앨런 튜링이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그려졌듯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앨런 튜링은 적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기계장치를 고민하다가 컴퓨터를 만들어버렸다. “기계가 스스로 저장공간에 저장된 기호들을 읽어 들여 처리하고, 그 상태에 따라 다른 상태로 전이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어떠한 연산이던지 스스로 처리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 개념은 이후 폰 노이만 구조라는 프로그램 저장방식으로 개량되어 컴퓨터의 기본구조에 적용되었다. 이에 고무된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이르러 “사람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수학, 물리, 화학처럼 기계적 계산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마음은 정보처리과정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인지과학과 인공지능의 시작이었다.

 

규칙 기반에서 연결주의를 거쳐
통계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첫 단계는 지능을 기계적 계산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계산주의”에 근간하여 진행되었다. 규칙기반의 AI는 “실세계의 사물과 사상을 어떻게 기호화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렇게 표현된 “기호들 과 규칙을 활용해 어떻게 지능적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프로그래밍과의 유사성, 인간이 작성하고 읽을 수 있는 형태라는 특징 때문에 규칙기반 AI 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사람의 지능을 이식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초기의 믿음은 좌절했다. 수준 미달 성능과 범용성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규칙기반 AI는 연결주의라는 사고의 흐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연결주의Connectionism는 기호화나 조작만으로는 지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사람의 지능이 두뇌Brain를 이루는 신경들 사이의 연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고, 뇌구조 자체를 저수준에서 모델링하여 외부의 자극(학습 데이터)을 통해 인공두뇌의 구조와 가중치 값을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도했다.

[su_quote]연결주의에서는 사과라는 사물은 ‘사과’ 하나로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으며 다른 모든 정보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사과라는 ‘개념’은 필연적으로 과일, 배, 사과나무, 빨간색 등 사과와 연관된 모든 정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실수 행렬 형태Real value vector form로 표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3차원의 행렬로 사물을 표현하자고 했을 때 사과는 [45.6, -21.3, 64.2]와 같은 형태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러한 표현 방식을 q분산 표상Distributed Representation라고 부른다. (11쪽)[/su_quote]

연결주의에서 시작한 신경망 기반 AI는 “신경망의 깊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차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성능이 올라간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으나 당시 컴퓨팅 파워의 한계로 인해 좌절을 맛봐야 했다.

사람들은 이후 실용적으로 나아갔다. 바로 통계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지능과 두뇌구조에 대한 고찰이 아닌 인공지능이 풀고자 하는 ‘문제 자체’를 통계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더 관심을 가졌다. 이를테면 통계 기반의 인공지능을 극단적으로 응용하면 투자회사에 고용된 물리학자들이 주식을 팔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을 광범위한 통계 학습으로 도출해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su_quote]일반적으로 순수 통계 기반의 인공지능은 실제 사물을 표현하는 자질의 설계Feature Design, 통계적 모델에 기반하여 문제를 풀어서 정답과 비교해보는 평가 과정Evaluation, 정답과의 차이를 반영하여 통계 모델을 계속 갱신해나가는 최적화 과정Optimization/ Parameter Update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11쪽)[/su_quote]

그러나 이러한 통계 기반 인공지능도 한계가 명확했다. 결정적으로 자질 설계를 직접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자질 설계의 수준이 천차만별이 되며, 풀어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과물을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게 어려웠다. 또한 새로운 문제를 풀고자 할 때 기존에 해왔던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 이 엄청난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심층학습,
신경망 기반 AI의 부활

그렇게 딥러닝의 시대가 왔다. 심층학습Deep Learning은 신경망 기반 AI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등으로 인한 수많은 연결이 새로 생겨났고, 이로써 대량의 데이터가 확보되었다. 충분한 양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만큼의 컴퓨팅 파워의 확보, 신경망에 대한 이해와 기술발달은, 이론적으로는 훌륭했으나 시대를 앞서 나갔던 신경망 기반 AI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이것은 과거의 기술과는 달랐다.

첫째, 사람이 자질을 직접 디자인하지 않아도, 충분한 데이터만 있다면 심층학습 스스로 사물의 특징을 발견해낼 수 있게 되었다. 숫자 9와 6을 예로 든다면, 다수의 ‘9’ 이미지를 활용해 학습된 딥러닝 숫자 인식 모델은, 소량의 추가 학습을 통해 숫자 6 역시 잘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사물을 분산 표상Distributed Representation 방식으로 학습해 표현함으로써, 사물의 유사도 정보를 표현 체계 자체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사과와 배의 차이’를 수학적 방식의 유사도 계산을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셋째, 심층학습은 어느 한 문제를 잘 풀면, 이 과정에서 학습된 데이터를 다른 문제에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층학습 방식을 이용해 언어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된 임베딩 결과물은 바로 형태소 분석기 혹은 구문 분석기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형태소 분석 훈련을 통해 학습 된 중간단계의 결과물들은 그대로 구문분석이나 번역 문제에 재활용되거나 직접적으로 연결해서 사용 가능하다. 최근 구글은 이미지 분석의 심층학습 결과물 과 언어처리용 심층학습 결과물을 하나로 묶어서 이미지를 텍스트로 설명하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구글이 선보인 이미지 오토 캡션. AI가 자체적으로 사진을 분석해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출처: 리뷰아카이브

처음에 인용했듯, 정상근 연구원은 이런 과정이 디지털 혁명 때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즉, 디지털 혁명이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정보를 수행하는 변화의 구조를 그 핵심으로 지니고 있었다면, 지금의 AI 혁명은 “디지털 정보에서 의미 정보로 바꾼 후 그 의미에서부터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방식”인 것이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와 ‘창업’을 제언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su_quote]심층학습 기술은 신경망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떤 종류의 신경망과 연결하느냐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개발해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한다. 기술 자체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오픈소스 형태로 배포되고 있고, 데이터 역시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창의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지능’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심층학습 기술을 활용한 다양하고 참신한 지능의 개발과 서비스 발굴을 기대해본다. (13쪽)[/su_quote]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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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아니 로봇

humanoid_robot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이런 불길을 만나면 피할 수 없다. 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봇이 뛰어다니는 시대가 오면 무척 시끄러울 것 같긴 하다.                                                (영화 <엣지 오브 투머로우>)

logofinale로봇과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다보니 로봇 마라톤 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세계 로봇 월드컵이 벌써 연1회씩 20차례나 치러졌고, 여기에 마라톤 종목이 있으니 들어봤음 직한데도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하다. 로봇이 마라톤이라니!

최근 읽은 논문에서 매우 인상적인 문장이 귀에 쏙 와서 박혔다.

[su_quote]인간의 마라톤은 극한의 지구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다. 이런 인간의 마라톤과 흡사한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마라톤을 한다면 로봇의 운용 시간, 안정성, 환경인식 능력의 수준을 충분히 검검할 수 있다. 휴로컵HuroCup의 마라톤은 실제 인간의 마라톤과 흡사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견고성과 지구력을 시험하는 경기다.(64~65쪽)[/su_quote]

무지렁이인 나는 이 문장을 읽고 42.195킬로미터를 정주행하는 로봇을 상상했다. 관절을 자유자재로 수축 이완하며 철퍼덕 철퍼덕 뛰는 기계인간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곧 “너무하잖아. 영화도 아니고”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런 로봇이 존재한다면 아마 돈 많은 집집마다 로봇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혹 나와 같은 이들이 존재할까 우려하여 아래에 로봇 마라톤의 개요를 리뷰해볼까 한다. 정보는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는 목포대 팀의 두 리더 유영재 교수와 이기남 박사과정생이 함께 작성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마라톤 경기 및 전략」(『한국지능시스템학회 논문지』, 26(1), 2016)이라는 논문이다.

우선, 로봇의 마라톤은 200미터 정도를 달리는 경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걷는’ 경기다. 인간 마라톤의 1/200 정도의 거리인데, 로봇이 카메라로 찍어 경로를 인식할 수 있게끔 색상띠를 부착한 트랙 경기장이 만들어진다. 많은 스포츠가 체중이나 약물복용 여부를 체크하듯 로봇 마라톤에 참가하는 로봇도 일정한 규칙을 통과해야 한다.

먼저 로봇에 사용되는 모든 센서는 수동적이어야 한다. 적외선, 초음파, 레이저 파동 등을 ‘발사시키면’ 안된다. 또 반드시 두 발로 걸어야 한다. 네 발이나 세 발로 걸으면 안 된다. 난이도를 높인다고 한 발로 스카이 콩콩처럼 뛰어봤자 안 된다.

인간의 부축을 받으면 안 된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며, 독립적인 보행 능력, 센싱, 프로세싱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경기장에 내보내면 로봇 주인은 손을 완전히 떼야 한다. 모든 작동기, 모터, 파워, 컴퓨팅, 센서 장치는 로봇에 내장되어야 한다.

유니폼 규정도 있다. 검은색과 흰색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다른 색깔도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 노랑·파랑·빨강은 쓸 수 없다.

경기방식은 이러하다. 참가 로봇은 관리자 1명(2명은 안 된다)과 경기장에 입장한다. 실제 마라톤과는 다르게 각 로봇이 3분의 간격을 두고 출발한다. 뒤 선수가 앞 선수를 50센티미터로 따라붙으면 앞 선수는 트랙에서 제거된다. 다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충돌하면 양쪽이 모두 참사를 겪어야 한다. 들려나온 앞 선수는 별도 트랙으로 옮겨져 계속 달리게 된다. 기록은 측정해야 하니 말이다. 또한 로봇이 트랙을 50센티미터 이상 벗어날 경우나, 로봇 관리자가 로봇을 만지게 될 경우에는 5미터 뒤로 이동하는 벌칙이 주어진다.

실격은 다음의 경우에 해당된다. 첫째, 로봇 관리자가 초기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프로그램을 재설정하는 행위, 둘째, 배터리를 교체하는 행위, 셋째, 심판 허가 없이 조력자와 함께 로봇을 수리하는 행위를 했을 때다. 배터리는 보통 2시간30분 동안 교체하지 않고 로봇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를 장착하는데, 이를 위해 로봇을 최대한 경량화시켜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가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로봇이 모두 헐벗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로봇의 방향전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의 1초 간격 컷.

유영재 교수팀의 이번 논문은 로봇의 방향전환에 공을 들였다. 위의 사진은 동영상에서 1초 간격으로 추출한 것이다. 턴 스피드Turn Speed 값이 커질수록 방향전환 속도가 빨라진다. 트랙 인식 및 마커인식 알고리즘에서 계산되는 보행방향 각도에 따라서 턴 스피드 비율이 변한다. 턴 스피드 값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워킹 스피드는 낮아진다.

논문을 살펴보니 현재 로봇 마라톤은 200미터를 1시간 내에 주파하는 수준이었다. 로봇이 실제로 달리기 위해서는 경로 파악, 동작의 안정성, 곡선 트랙에서의 방향전환 등 모든 면에서 아주 눈부신 발전이 필요한 듯 보였다. 연구팀은 “걸으면서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기 때문에 화면이 흔들리는 진동 문제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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