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종료후 10년, 중국 학계의 동향은?

이승호 동국대 사학과 강사가 쓴 「2007년 이후 중국의 고구려 종교·사상사 연구 동향」(『고구려발해연구』 , 57, 2017)은 동북공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중국 학계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론은 ‘위험’ 사인이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중국 학계에서는 여전히 고구려를 중국 중앙왕조의 지방정권·소수민족정권으로 간주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와 같은 시각은 고구려의 종교·사상 관련 연구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는데 해당 주제에 대한 치밀한 학술적 분석보다는 종교·사상의 기원이 중국에 닿아 있고, 국가 성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국 문화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는 주장이 큰 흐름을 이룬다는 분석이다.
양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매년 비슷한 연구 주제와 주장이 저자를 달리해서 반복된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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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발표회에 참석중인 리러잉 박사(중국사회과학망http://www.cssn.cn) |
동북공정은 계속된다
2007년 이후 중국학계의 고구려 종교·사상 관련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박사논문 1편과 석사논문 1편을 포함해 대략 40여 편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성과는 ‘고구려 종교 신앙’을 다룬 리러잉李樂營의 박사논문 「고구려 종교 신앙 연구」(둥베이사범대, 2008)다. 필자는 이 논문을 집중 분석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리러잉은 2016년 현재 퉁화사범학원通化師範學院 고구려연구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일단 이 논문은 폭넓게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고구려의 종교와 사상을 다루고 있다. 분석이 용이치 않은 주제에까지 연구 범위가 미치는 등 미덕도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하지만 주요 내용을 보면 우리로선 기함할 부분이 많다. 아래의 인용을 보자.
1) 고구려는 우리나라 고대 동북 지역의 일개 변경 소수민족 정권이었다. 한대漢代부터 당대唐代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의 종교신앙은 시종 중국과 함께 했다.
2) 또 고구려의 종교신앙은 중국 고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큰 배경으로 하여 발생하고 변화했다.
3) 유교화와 도교화가 진행되었음을 밝혔다.
4) 종교는 고구려 사회의 발전과 중국고대사의 발전 과정 중 일부이자 불가분의 구성요소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고구려 문화는 ‘중국문화의 하위’라인 인식
필자는 가장 먼저 고구려의 문화를 중국 문화에 종속된 위치에서 파악하는 관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화전파론’과 ‘사회진화론’적 연구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고구려의 원시종교가 중국의 유가사상을 수용하면서 보다 규범적으로 발전했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또한 고구려의 건국신화에 기반을 둔 시조신앙에 대한 외면은 큰 결함이라고 비판했다. 시조신앙은 물론 고유의 토착 신앙(수신隧神, 천天 관념, 하백河伯 등)의 발생 배경과 자체적 발전과정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들 신앙을 “초기의 원시적인” 것으로만 치부하는 시각도 문제점이고 말한다. 결국 당시 외래종교와 병존했던 토착신앙에 대한 무관심은 반쪽짜리 연구결과를 내놓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논평이다. 면밀한 사료 비판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초기 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는 고구려의 중국 유가사상 및 도가사상을 수용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류웨이劉偉의 연구를 분석하고 있다. 류웨이 또한 중국의 일방적 전파 강조, 중국의 고급 종교와 사상이 고구려의 문화 발전을 촉진시켰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되풀이하고 있다. 또 「고구려본기」 초기 기록에 대한 사료 비판을 결여한 채, 기록에 나타나는 유가적 색채를 그대로 당대의 사실로 신빙하는 점도 문제다. 후대 고구려인의 관념이 반영될 소지가 다분함에도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한편, 필자는 비록 초보적 단계이지만 중국 학계가 고구려 불교 문화로부터 유교·도교로까지 연구를 확장하는 것에 비해 한국 학계는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논문은 근래 중국학계에서는 고구려의 제사·의례 문화와 관련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 또한 중원 문화의 일방적 영향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의례儀禮』 『주례周禮』 『예기禮記』 등에 기반을 둔 중국의 예학적 전통이 고구려에 영향을 미쳐 고구려의 의례 규범을 진전·완성시켰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고구려의 제사의례, 혼인의례, 상장례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고구려의 종교와 신화를
고대 중국문화와 연결
그러나 대체로 문헌에 보이는 고구려의 제사 및 기타의례 관련 기록을 하나하나 나열해가며 피상적으로 논하는 수준이라는 게 필자의 지적이다. 특히 고구려 왕릉 묘제와 왕실 제사체계는 상호 밀접한 관련 속에서 변화·발전해 갔는데,35) 아직 중국학계에서는 여기에 대한 천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또 억지로 중국과 연결시키려다보니 고구려 후기에 나타나는 ‘가한신可汗神’에 대해 당시 ‘천가한天可汗’의 칭호를 가졌던 당태종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다소 무리한 주장도 일부 확인된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를 포함해 주몽신화 등 건국신화에 대한 중국 연구자들의 집중된 연구의 허점도 파헤쳤는데 이 부분은 대동소이한 지적들을 받고 있어 생략한다. 결론적으로 지난 10년 중국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의 공통된 문제점은 아래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고구려 종교·사상사 분야에 대한 중국학계 연구의 양적 확대가 확인되며, 다양한 주제로 연구 범위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건국신화와 기타 전설, 유교·불교·도교 등 전통적인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제사와 의례, 법률사상, 샤머니즘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가 확장되는 경향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한국 학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고구려의 종교·사상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깊이 연구되지 못했던 고구려 유교·도교 문화에 대한 연구 확장이 요구된다. 중국학계의 주장에 대한 단순한 비판 및 대응논리 마련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세밀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인 유교·불교·도교 등의 문화를 고구려가 어떻게 그들 문화에 녹여갔으며, 자기화해나갔는지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둘째, 고구려의 종교와 사상 및 신화·전설의 연원을 고대 중국 문화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게 확인된다. 물론 중국 문화가 고구려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고구려 주몽신화 속 난생설화나 하백녀 신화, 신마 전설과 황룡 승천 전설 등 고구려 고유의 신 관념이 포착되는 여러 신화 및 전설의 주요 모티프가 중국 문화의 영향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일방적인 시각은 앞으로 여러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결국 이러한 학문적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학계의 지속적인 학술 교류를 통해 상호 간에 견해의 간극을 좁혀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관련 분야에 대한 한국·일본학계의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큰 약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특히 고구려의 불교문화나 건국신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한·일 학계에서 상당한 연구의 축적이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학계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다보면, 근래까지도 관련 연구에 대한 한·일 학계의 선행 연구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학계 내에서도 비슷한 연구 주제와 주장들이 매년 저자를 달리해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상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연구의 중복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선행 연구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집적이 이루어지는 한편, 이를 학계 간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꾸준히 중국학계에 소개할 필요가 있다.” (53쪽)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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