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수사학

‘토론’은 ‘설득’이다

rhetoric_1024_512

logofinale최근 잘 말하고, 잘 쓰는 소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 시국과 관련되어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쓸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각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그러한 자질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인데, 사실 쓰고 말하는 능력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의미하기에 일부 직업군에서만 단련해야 할 자질은 아니다. 의사소통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나의 생각과 의견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기에, 잘 말하고 잘 쓴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에 대한 설득과 이해의 기술을 익히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토론은 그 가치의 지향을 설득에 두고 있는 말하기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토론의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또는 설득의 말하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 묻는다면 누구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박삼열 교수「토론의 설득 방식에 대한 수사학적 고찰」(『철학탐구』, 32, 2012)은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토론에 수사학을 적용하는 것이 설득이라는 토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설득 과정에서
수사적 태도의 중요성

먼저 수사학의 연원을 따라가 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사학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 초 시라쿠사의 독재자인 겔론과 그의 계승자 히에론 1세는 용병 군인들을 위해 몇십 년 동안 대규모 토지 공유화를 단행했다. 용병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강제 이주와 인구 이동, 토지 수용을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봉기가 일어나면서 왕권은 박탈당했고, 그동안 몰수되었던 재산을 청구하는 소송이 수없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간단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술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바로 수사학의 시작이다.


즉 수사학은 처음부터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유에서 탄생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을 결정해야 하는 토론의 방식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에 따라 설득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 수사학이다.”

상대와 청중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토론은 “대체로 수사적 상황과 일치한다. 따라서 토론은 논증을 이어나가는 것을 넘어 상대편 혹은 청중을 설득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흔히 토론을 논증으로 이해하여, 자신의 논증을 이어나가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토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의 논증과 설득 과정은 특정한 청자나 특정한 문맥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즉 논증의 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토론이며, 이런 수사적 태도가 토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일한 사고나 주장이라도 그 독자나 청자에 따라서 표현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 고전 수사학 본래의 정신”이기에 수사학과 같은 상황에 놓인 토론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토론의 화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 자체’와, 청자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수사적 문제’라는 두 개의 과제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 자체’는 논증의 방식으로 치밀하게 구성하여 서술해야 하며, ‘수사적 문제’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자가 주제에 대해 논증할 때 수요자들(상대나 청중)은 화자가 이 문제를 풀기를 바라며,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와 기대는 화자가 논증을 표현하는 과정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수사적 전략은 바로 이 같은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 토론 연설은 청중에 적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을 하기 전에 청중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청중을 설득하는 기술적 수단은 “연설가의 성품, 청중의 감정적 상태, 논증 자체에 있다. 즉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로 수행되는 것이다.”

“에토스란 연설가의 성품을 말한다.” 토론의 상대나 청중이 보기에 연설가가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면 더 쉽게 설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연설자에 대한 신뢰는 그의 선한 의도에서 온다. 즉 화자의 주장이 이기적인 목적에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청중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하며, 이는 주장에 대해 책임감을 보여줌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파토스는 “청중의 심리적 상태 및 성향들을 총칭”한다. 즉 감정이나 정서들로 구성되는 ‘정념’을 가리킨다. 이는 자신의 논증을 통해 상대방과 청중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감정을 이성보다 저급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대와 청중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맞게 연설하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설자는 연설이라는 수단을 통해 청중이 분노를 느끼기에 적합한 마음의 틀 속으로 들어가도록 밀어 넣어야 하며, 자신의 적들을 그 분노를 야기한 말이나 행동을 행하거나 행할 죄인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설득 수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증 자체에서 오는 수단, 즉 로고스’ 다. 아무리 신뢰 있는 연설자가 호소력 있는 연설을 펼친다 하더라도 논증이 허술하고 실제적 주장이 의미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주장은 힘을 잃어버린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형식적 측면의 올바름과 치밀함을 갖추고 있어야 설득의 힘이 동반되는 것이다.

 

골방의 수사가 아닌
광장의 수사를 위하여

“이러한 점에서 토론을 수행하는 자에게 수사학적 기본기는 필수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수사학은 설득을 위한 체계적인 방식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설득 방식인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토론 수행자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수사학의 설득 방식을 토론 수행에 맞게 변용하는 작업은 토론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토론은 나의 생각과 의견을 통해 나와는 다른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확인하고, 두 세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말하고 쓰는 능력의 가치가 이토록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어쩌면 서로 다른 세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부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소통의 불통이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쓰고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상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와 상통한다. 단지 내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목소리에 대한 상대의 동의와 이해를 바라는 욕구가 내재해 있는 것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큰소리로 떠들고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일상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토론’이나 ‘회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주장을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강압적으로 지시하기 위한 자리일 때가 더 많다. 설득의 말은 “감정적인 수단과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설득은 서로에게 열려 있는 태도에서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하는 의사소통 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론에서 수사학적 태도가 필요한 까닭은 설득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수사학적 태도 자체가 “언제든 가능한 질문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수사학적인 태도는 “더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때 수사는 “담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사용되며, 그 목적상 취해지는 표현적인 전략이며, 그에 대한 보다 많은 설명이 요구되었을 때에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골방의 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청중을 움직일 수 있는 광장의 수사가 이루어질 때, 그 토론은 대중의 마음과 사회의 구조에 변화룰 일으키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발화가 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수사학적 토론의 논증방식으로서 엔튀메마」
박삼열, 2010, 『인문과학연구』, 26, 343-365.

「정책토론의 논리와 수사: 사회자의 관점에서 본 시사토론의 설득과 수사」
염재호, 2005, 『수사학』, 2, 81-94.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바마가 추구한 가치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Chuck Kennedy

logofinale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지난 1월 12일 고별 연설을 남겼다. 연설장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했다. 달변가답게 그의 고별 연설 역시 대중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는데,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과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인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자명한 듯하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특히 연설을 비롯한 그의 말과 글에서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시대’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지금, 그의 ‘시대’가 시작할 무렵의 그의 말, 즉 그의 대통령직 취임 연설을 수사학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시 그의 연설에서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짚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부교수「대통령 취임 연설의 제의적(Epideictic) 특성 수사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취임 연설문을 중심으로」(『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11, 2009)를 통하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그가 추구하였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단순히 형식적인 겉포장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말을 통해서 사람들은 상대가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한 국가의 수장의 경우, 매우 다양한 대중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수장의 웅변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때로는, 어떤 말인지 해석조차 어려운 표현을 하는 대통령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자명할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언어란, 국민들에게 정책적 기조를 보이고, 시대적 좌표를 설명하며, 역사에 대한 당세대의 과제를 역설하는 기능을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통해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지위와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국가가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인식하게 된다.

제의적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상호 연관성이 있는 수사학의 장르를 세 가지로 대별하였다. 첫 번째는 제의적 장르인데, 공동체의 통합을 유도하고 확인하기 위한 장르이다. 다른 장르들보다 문학적이며, 장식적인 스타일을 띤다. 두 번째는 법정적(judical) 장르로서, 법에 기반을 두어 공동체의 규칙을 깬 사람들을 대상으로, 잘잘못을 가릴 때 활용되는 장르이다. 당연히 증거와 논리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심의적(deliberative) 장르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 논의하는 장르이다. 정치인들이 정책적 소재를 다루는 데에 주로 사용되므로 ‘정치적 장르’라고도 한다.

대통령 취임사와 제의적 수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켐벨과 재미슨의 취임사 연구에 의하면,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가 공통적으로 갖는 제의적 요소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선거로 분열된 국민들을 봉합하는 통합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대표성을 확인

(2) 역사적 맥락에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공통적 국가 가치관을 확인

(3) 향후 행정부의 바탕이 되는 통치 철학을 보임

(4) 헌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으로서 자신감과 희망을 내비침으로써 새로운 국가 통치의 출발을 알림

(5) 이 모든 것이 시간을 초월하도록 ‘영원한 현재’를 창조

이와 같은 대통령 취임사의 일반적인 제의적 수사적 특징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 저자는 이를 단어 분석(lexicon analysis)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1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 리뷰아카이브

 

오바마가 구사하는
청중 통합의 수사학

오바마 취임연설에서는 총 2393개의 단어가 나타났는데, 이 중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단어는 ‘우리’와 관련된 단어였다. 즉 ‘our(s)’가 68회, we가 62회, ourselves가 3회로 나타났다. 청중과 자신을 하나로 포섭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유대감을 고취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I’와 같은 단어 사용은 3회에 그쳤고, 청중과 국민들을 2인칭으로 지칭한 경우 역시 15회(‘you’가 12회, ‘your’이 3회)에 그쳤다. 또한 ‘그들’과 관련된 단어 ‘they’는 17회, ‘their’는 10회, ‘them’은 4회, ‘themselves’는 1회로, ‘우리’의 상대되는 용어 사용은 비교적 빈도가 높았다. 이처럼 연설문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어로는 ‘we’가 압도적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을 독자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로는 ‘America’를 선택하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nation’을 사용해 온 것과 대조된다. 오바마가 선택한 ‘America’는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준말로, 미국의 통합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부터 즐겨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강력한 의지 및 가능성을 표현하는 조동사 ‘will’(19회)과 ‘can’(13회), ‘must’(8회)의 사용도 두드러져, 메시지의 선명함을 높이고자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취임 연설에
나타난 가치적 특성

오바마는 연설문에서 구체적인 사실, 정책의 일방향성보다는 추상적인 개념과 이상을 통한 희망의 전방향적인 설파를 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치밀한 논리, 절박한 호소보다 추상적인 가치의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치, 배합함으로써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추상 명사는 ‘spirit’(5회)였고, ‘peace’(4회), ‘hope’, ‘freedom’, ‘courage’, ‘ideals’(이상 각 3회) 등장하였다. 취임사에 등장하는 가치적 단어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단어들이며 부정적 가치의 단어는 극히 절제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오바마 취임 연설문의
시간성

성공적인 제의적 연설의 조건은 영원한 현재성의 획득에 있다. 즉 취임사의 경우 일과정의 시의성(timely) 행사인 취임식에 무시간적(timeless) 생명력과 역사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심의적 장르가 미래를, 사법적 장르가 과거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제의적 장르는 현재를 지향한다. 오바마 연설문에서도 현재형 시제가 가장 두드러진다. 과거형 동사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주어인 ‘우리’는 현재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과거의 기억 역시 현재형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행위는 현재완료형 시제로 소화되어 현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를 강조하되 과거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뜻하는 ‘generation(s)’(8회), 앞 세대를 뜻하는 ‘ancestors’, ‘father(s)’, ‘parent’(이상 6회), 뒷 세대를 뜻하는 ‘child(ren)’(8회)와 같은 단어들을 적절히 배합하였고, 과거에 대한 ‘remember, remind’(4회), 과거에 대한 ‘heritage’, ‘legacy’(1회)를 소중히 하며, 과거의 ‘hero’(1회)를 기억하고, ‘history’(3회)를 이어받아,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들을 ‘restore’한다는 것으로 과거가 있었으므로 현재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오바마 연설문은 과거와 미래로와의 끊임없는 대화로 엮어지지만, 언제나 귀결점은 현재로 향하고 있다.

오바마의 연설문이
시사하는 것

오바마는 연설문을 통해 청중을 통한 사회적 구성을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국가가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적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정책을 내세워서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기보다, 청중들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가치관을 확인하고, 가치를 미래로 이어가는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마지막으로 제의적 수사학의 장르의 특성들이 인지된 패턴과 함께 21세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고 발견된다는 것은, 지도자와 국민을 연결하는 인간 사회의 정치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취임사를 통하여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가치를 선보였으며, 그의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 그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얼마나 잘 구현되었는지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박 근혜 대통령의 2015년 연두 교서 내용 비교 분석」
임성호, 2015,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162-167.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스피치 속 지도자 이미지 및 가치 연구」
임성호, 2015,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125-128.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성은 정치공간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

thatcher_liz2

 

r캐나다의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는 집권 한 뒤 남녀 성비가 50 대 50인 내각을 구성했다. 기자가 트뤼도에게 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비를 중요하게 고려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 하지만 쿨한 트뤼도의 대답과는 달리, 이런 내각 구성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만큼 정치공간에서의 여성은 특정한 영역, 가령 아동, 가족, 교육, 문화 등의 영역에만 기용되거나 여성 중심의 정책 발의에 집중하면서 주변화되곤 한다.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안숙영 교수「젠더와 정치공간: 여성 정치인의 수사학을 중심으로」(『한국여성학』, 30(2), 2014)는 수적으로나 권력 사다리의 위치로서나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 정치인에 대해 조명하면서 어떻게 여성 정치인이 남성 주류의 정치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한다.

 

남성적 수사학과
여성적 수사학 사이에서의 딜레마

[su_pullquote align=”right”]여성은 정치공간으로 진입하려 할 때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으며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su_pullquote]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치공간에서 정치라는 행위를 펼치는 주체는 주로 ‘남성적 몸’이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정치의제도 주로 군사나 외교 및 안보를 비롯한 ‘남성적 의제’다. 이러한 정치공간의 남성화로 인해, 남성이 정치공간에서 행위자로 활동할 때는 “‘정치인’으로 일반화’”되는 반면 여성은 “‘여성 정치인’으로 특수화”되곤 한다. “즉, 오늘날에도 정치공간은 남성 젠더가 중심부에 위치하고 여성 젠더가 주변부에 위치하는 가장 젠더화된 공간의 하나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정치공간으로 진입하려 할 때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으며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su_quote]여성 정치인은 선거 캠페인에서 남성 정치인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성적 수사학을 활용하는 한편으로, 남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퍼스트레이디의 수사학이나 어머니의 수사학 같은 여성적 수사학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경우는 남성적 수사학과 여성적 수사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다.[/su_quote]

 

choo_shim
현직 여성정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와 정의당 심상정.

 

이러한 이중적 상황은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권력의 최고 위치에 가려할 때 더 강하게 작용한다.

[su_quote]이른바 ‘국토’라고 불리는 지리적 영토를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과 ‘국가’와 ‘전쟁’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군사적 국가안보’의 유지가 최고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조국의 방어’나 ‘국익의 수호’라는 이름하에 이른바 ‘남성성’ 혹은 ‘남성다움’이 최고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것처럼 전제되는 한, 여성 정치인은 권력의 사다리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여성성’ 혹은 ‘여성다움’과는 거리를 설정하는 한편으로, ‘남성성’ 혹은 ‘남성다움’과는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su_quote]

여성성을 잃지 않되 남성성에 도전하는 수사학을 구사해야 하는 정치공간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퍼스트레이디나 어머니의 수사학과 같은 여성적 수사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남성 정치인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퍼스트레이디 혹은 어머니의 수사학은 사적 영역에서의 아내나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공적 영역으로서의 정치공간으로 그대로 확장한 것으로, 한편으로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공적 영역에서도 그대로 재생산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남성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공간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는 데 일정 정도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가령,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사라 페일린(Sarah Palin)은 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권위를 설명하기 위해 모성의 수사학을 사용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모성의 정치에 대한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수사학은 “정치공간에서 여성이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를 강화”시킨다. 또한 “사적 공간에서의 어머니라는 위치에 기반해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경우”가 많기에 “남성 정치인의 리더십은 ‘아버지 리더십’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반면, 여성 정치인은 자녀가 없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우에도 ‘어머니 리더십’으로 일반화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남성적 수사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

정치공간에서의 여성에게 지워진 이런 이중적인 굴레와, 남성 수사학이 장악한 정치공간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논문의 저자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공간에서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여성의 주류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 정치인의 숫자의 증가는 정치인=남성이라는 이미지에 균열을 냄으로써 남성적 수사학에 의존해야만 정치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으로부터 여성 정치인을 자유롭게 만들 것”이며, “여성 정치인의 숫자가 증가함으로써 정치공간은 남성만의 공간이 아니라 여성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여성 정치인은 여성적 수사학을 활용하는 데 있어 과거처럼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남성적 수사학이 갖는 문제점에도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 정치인이 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만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도 저자는 주목한다. 즉 “계급, 인종, 민족, 종교, 성 그리고 그 이외의 다른 요소로 매개되지 않는 ‘여성의 지위’란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과 이해의 실질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여성 개념의 다원화’를 통해 여성 주체를 다원화하고 다원화된 여성 개념을 토대로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니까 뽑아준다, 여성 정치인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단순한 목표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 정치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을 이해하고 그것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주류화’ 전략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전략은 “남성중심적 정치의제를 변화시키려는 ‘젠더 의제의 주류화’ 전략이다.” “여성 정치인이 젠더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수사학에 담아내는 한편으로, 자신의 수사학에서 다루는 정치적 의제들의 외연을 또한 넓혀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성과 정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한다”고 논문의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남성이 장악한 남성적 수사학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의 수사학을 가져올 것이 아니라, 남성 수사학의 중심에 놓여 있는 국토 중심, 안보 중심의 수사학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대안의 개념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여성’ 정치인이 수행하고자 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튀르도의 50 대 50 내각이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남녀 성비를 정확하게 나누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종, 종교, 성적정체성을 떠나 그 분야의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공간에서 여성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여성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뛰어난 정치인’의 한 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사학의 발굴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다양한 ‘현실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그 외연을 넓혀 정치적 지향점을 점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정치공간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안숙영, 2016, 『아시아여성연구』, 55(1), 79-104.

「독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여성정치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양민석, 2014, 『인문연구』, 71, 407-436.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