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여러 모로 간단치 않은 문제다. 2016년 5월 말 무렵 연이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사람들의 신경이 있는대로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에서, 고등어 구이와 경유차를 연이어 주요 미세먼지 발생원으로 지적한 정부의 발표에 여론은 불에 기름이 끼얹힌듯 달아올랐다. 정부가 매년 봄마다 막대한 양의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황사에 실어 보내는 중국에는 당당히 항의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 정부에 대한 대중적 비난 여론의 핵심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유탄을 맞았다. 2015년 무렵부터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던 그린피스는, 초미세먼지의 50~70%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2016년 4월 무렵 인터넷 여론으로부터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그린피스 측에서 자료의 출처가 환경부 및 서울시 자료임을 밝혔음에도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는데, 한국 내 재단법인 그린피스의 대표로 등록된 인물이 중국식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에 인터넷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과학적 사실에 대한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었다.
두 사례 모두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대중에게 반중 정서를 표현하는 일종의 매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린피스 한국 재단 대표의 국적에 대한 논란이 과학적 사실에 대한 논의를 밀어내고 여론을 일방향적으로 과열시키는 양상을 보인 것은, 한국 내에서 반중 감정이 과열되어 모종의 인종주의와도 같은 것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에 귀속시키는 대중의 태도는 그들 나름의 경험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2013년 환경부의 발표에서는 국내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영향을 연간 30~50% 수준으로 추산하는 선에 그쳤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그와 반대로 중국의 영향을 강조하는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핵심은, 적어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지는 날에 한해서 볼 때는 중국의 영향이 지대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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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기여도 분석을 위한 모델링 영역 및 20개 발생 지역. 해당 논문에서 발췌. |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기여도 분석
예를 들어, 안양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의 김종희 등이 2016년에 낸 논문 「2014년 2월 서울의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 중에 CMAQ-DDM을 이용한 국내외 기여도 분석」(『한국대기환경학회지』 32(1), 2016.2, 82-99)를 읽어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한국, 중국, 북한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기상, 미세먼지 배출량, 화학물질의 수송량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모델링하여, 서울 지역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각 지역이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를 추정했다.
기술적 방법의 측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연구진은 동아시아 지역, 구체적으로 말해 동경 82도에서 149도, 북위 18도에서 53도에 해당하는 사각형 영역의 대기 환경을 컴퓨터로 모델링하여, 2014년 2월 15일부터 3월 5일까지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런 뒤 시뮬레이션에 나타난 풍속, 풍향, 기온, 습도 등의 수치를 실제 해당 기간에 각 위치에서 관찰 기록된 수치와 비교함으로써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컴퓨터 모델 속에서는 서울 지역에 도달한 미세먼지 입자들 각각이 원래 어느 지역에서 출발한 것인지를 추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우선 국내 지역을 8개 영역으로 나누고, 북한 지역에 하나의 영역을 할당하고, 중국과 몽골 지역을 10개 영역으로 세분화한 뒤 대만, 일본 및 해양 등 기타 지역을 하나로 묶어 총 20개 영역으로 동아시아 지역을 분할했다. 그런 뒤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에 각 지역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기여했는지를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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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27일의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 및 지역별 기여도. 해당 논문에서 발췌. |
연구진은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았던 2014년 2월 24~27일의 농도 및 기여도를 분석했다. 위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날짜, 세로축은 미세먼지 농도(μg/m3)이며, 검은 색은 한국, 붉은 색은 북한, 녹색은 중국 지역에서 이동해 온 미세먼지의 양을 나타낸다.
서울 지역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24일 51.94%에서 25일 53.19%까지 높아졌다가 26일 46.03%를 거쳐 27일에는 39.77%까지 떨어진다. 반면 한국 지역의 기여도는 24일에는 15.37%였다가, 시간에 따라 20.65%, 34.83%, 37.10% 등으로 높아진다.
같은 기간의 기상 자료와 함께 살펴보면, 23일에서 25일까지 서해상에 위치했던 정체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25일까지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유입되다가 26일부터는 고기압의 영향이 약해지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이 줄어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해상에서 한국 내륙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서, 이미 유입된 미세먼지가 서울 상공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기간에 황산염(SO4– 이온을 포함하는 물질)과 질산염(NO3–), 암모늄염(NH3+)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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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각 지역의 서울에 대한 일 평균 기여량. 해당 논문에서 발췌. |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중국의 어느 지역으로부터 미세먼지가 불어오는지를 분석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하늘색 영역은 산둥반도, 그 다음 연보라색 영역은 베이징과 톈진 부근의 기여도를 나타낸다. 짙은 푸른 색 영역은 둥베이 공업 지역을 포함하는 만주이며, 흰색은 상하이와 난징 부근의 기여도이다.
황사의 주요 발원지인 몽골 및 내몽골 지역의 기여도는 그래프 맨 밑바닥에 깔린 붉은 색, 녹색, 노란 색 영역으로 극히 미미하다. 둥베이, 화북, 화동 등 중국 동해안에 밀집된 공업지대로부터의 기여도가 그래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 지역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에 대한 중국의 기여는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인위적인 원인이 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과의 해석과
한계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조에 달한 2월 24일에 중국으로부터의 영향이 국내 영향을 단순히 상회하는 것을 넘어서 국내 영향의 세 배에 달하는 지배적인 기여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센세이셔널하다. 적어도 한국인들이 미세먼지의 피해를 가장 극심하게 겪는 시기에 한해서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중국에게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다만 이 논문을 근거로 한 쪽 측면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한반도 상공에 공기 덩어리가 정체해 있는 기간 동안에 국내 지역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계속해서 축적됨에 따라 국내 지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상승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연구 자체의 한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우선 이 연구는 PM10, 즉 직경 10마이크로미터 이하 미세먼지의 생성 및 이동에 관해 다룬 연구로서, 최근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PM2.5, 즉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에 관한 문제와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연구는 1년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4일간의 미세먼지 기여도를 분석한 것으로서, 1년간의 농도 및 기여도 변화 추이 및 그것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 정도에 관해서는 이 연구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연 평균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으로부터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가한 2013년 환경부 자료 자체가 이 연구를 통해 전면적으로 반박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과 사회는 어떻게 관계맺어야
하는가
그럼에도,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추세는 동아시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인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의 환경 문제가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고, 그린피스에서도 일찍이 이 문제를 인식하여 이미 2008년부터 중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린피스가 한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캠페인을 시작한 2015년보다 훨씬 일찍임을 고려할 때,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오염 문제에 있어 그린피스가 중국의 책임을 경시하거나 은폐하려 한다는 시각은 부당한 오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떤 한 과학적 사실의 안과 밖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무시하고서, 단편적인 측면만을 과장 혹은 왜곡하여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된다고 당위적으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그런 식의 비합리성이 작동하지 않은 시기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성적인 토론’과 ‘감정적인 선동’을 이분법적으로 대립시키고, 사회 변화의 동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민사회 영역의 여러 실천들을 모조리 후자로 몰아 냉소해버리는 보수적 엘리트주의 또한 과학과 사회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예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과학적 사실의 어느 측면을 강조하고 어떤 맥락에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호)주관성, 인문성, 정치성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과학적 사실의 제시가 전가의 보도처럼 논쟁을 종결시키고 하나의 결론을 강제할 수 있다는 상상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정당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과학은 정치적, 사회적 논쟁 속으로 끊임없이 불러들여질 것이고, 불러들여져야 마땅할 것이다. 과학과 정치, 과학과 사회는 어떤 식으로 관계맺어야 할 것인가 하는 오랜 고민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부분이다.
* 함께 읽어볼 만한 논문
「언론은 미세먼지 위험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미세먼지 위험보도 프레임과 정보원 분석」
김영욱 외 3인, 2015, 『한국언론학보』, 59(2), 121-154.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한국의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분석」
장경수·여준호, 2015, 『환경정책』, 23(1), 97-117.
강병준 리뷰어 iyyag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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