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들까?

‘최저임금 1만원’은 단연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는 구호 중 하나다. 처음에는 공상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2016~2017년에 걸친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여파로 최저임금은 대중의 실질적 요구 중 하나가 되었고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정책으로 수용하였다.
물론 여전히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실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고, ‘지금 당장’을 외치며 최저임금 인상운동을 추동 해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게 보일 따름이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력 수요를 줄여 고용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일각의 우려는 진지한 것일 수 있지만,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을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적잖은 논자들은 실제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보다는 기업가들의 권력에 아첨하려는 듯한 의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지닌 문제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과연 과학적인지 여부 역시 따지고 들어가봐야 할 것이다. 애초에 정말로 최저임금이 심대하게 부정적인 고용효과를 가진다면 이에 대한 대책 역시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시간은 지난 논문이지만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싼 경제학계 내의 논쟁을 쉽게 다룬 안태현의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경제학적 논쟁」 (『국제노동브리프』 7(8), 2009)은 지금도 충분히 읽어봄 직한 글이다. 오히려 지금이 시의적절한 때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논문이 다루는 경제학계의 논쟁은 해외의 사례들에 기반한 연구들이지만,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저임금의
기본이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저임금은 취약계층의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등장한 제도이다. 그런데 완전경쟁을 가정한 신고전파의 노동시장 모형에서 최저임금은 실업의 증가를 낳는다. 이유는 간단한데,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최저임금이 높게 책정될 경우 노동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반대로 노동공급은 증가하여 노동의 초과공급이 발생하고 실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저임금이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낮다면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규제가 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임금수준 향상의 효과보다 효과가 크다면 사회적 후생은 악화된다.
하지만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가정을 내려놓고, 노동수요가 독점적인 경우를 상정해보자. 최저임금의 도입 및 인상은 이 경우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노동의 수요독점이 존재하는 경우, 기업이 수익극대화를 이루는 지점은 완전고용지점에 비해 임금도 고용수준도 낮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 증가를 낳는다. 물론 완전한 ‘독점’이 아니더라도 이 이론은 적용 가능하다. 개별 기업이 임금결정력을 지닐 만큼의 독점력이 있다면, 즉 시장가격 대로 얼마든지 고용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늘리고자 할 때 임금을 인상하여야 한다면 이 역시 수요독점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전직으로 인한 비용 등이 크고 노동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수요독점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높은 임금을 지급하여 태업의 유인을 줄일 수 있으며, 노동수요자와 노동 공급자 사이의 탐색비용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높은 임금이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모집을 용이하게 하므로 수요독점적 상황이 발생한다. 요컨대, 완전고용시장 가정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여러 현실적 문제들을 도입할 경우에는 수요독점적 노동시장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경우, 최저임금이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과 다른 결과가 생겨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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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둘러싼
실증연구와 논쟁
아무튼 주류경제학계에서는 이론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이 오를 수도 있다고 보는 입장이고, 내려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실증연구가 중요했는데, 여기에도 일치된 결론은 아직 없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최저임금이 고용감소를 낳는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보였다. 비록 그 크기가 크지는 않다고 보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추세가 바뀌기 시작한다. 과거의 실증연구들에서는 기간 선정에 따라 고용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시계열적 요소와 변수의 내생성 문제를 통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시계열 분석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횡단면 자료 및 패널 자료를 구성해서 실증분석을 이뤄지고 있다. 또한 특정 산업(특히 패스트푸드 산업)의 고용을 분석하거나 최저임금의 지역별 변동을 이용하는 분석법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과거에는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을 줄인다는 결과가 대체적이었던 데에 비해, 고용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연방최저임금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주에서도 고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물론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부정하는 입장에 대표적인 Card&Krueger의 연구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각 입장에서 계속해서 후속 연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논쟁이 종결지어지지는 않았다.
저자는 전통적 입장을 지지하는 개리 베커와 최저임금 논쟁에 불을 붙인 연구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카드의 관련 주장을 발췌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논문을 마무리한다. 개리 베커는 저숙련 노동자들이 실업으로 내몰리거나 지하경제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며, 노동집약적 상품의 물가 인상 또한 심각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가구에 심한 타격을 주는 정책이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반해 데이비드 카드는 기존의 단순한 수요∙공급 모형으로는 실제 노동시장을 잘 설명할 수 없다는 의문을 던지는 데에서 출발한다. 저임금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업들 중 많은 수가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채용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도 있다. 노동 시장에 마찰과 정보 불안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탐색이론적 관점과 노동시장의 독점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옛날의 연구를 방어하는 입장에 정체되어서만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최저임금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상에서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력을 가져다 주는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경제학계의 논쟁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상의 논쟁을 한국에 곧이 곧대로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영업자 등이 많다는 변수도 있을뿐더러, 이상의 논의는 천천히 최저임금 인상을 이룰 때의 고용효과를 다루지만 한국에서는 빠른 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와 관련된 실증이 필요할 텐데, 그다지 많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함께 읽어보면 좋을 논문으로 추천할 글 중에서 관련 주제를 다룬 실증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정(+)의 효과를 갖거나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무튼 흔히 매체들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준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적 주장인 것처럼만 소개되고 있다. 물론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부정적 효과가 없다는 주장 역시 부상하고 있는 시점이다. 게다가 이것은 신고전파 내부의 논쟁에 한정 지은 것으로, 주류 경제학적 프레임 자체에 회의를 보내는 경제학자들 중에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비판하는 입장이 다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데 언론계와 정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채택해서 부각하는 흐름이 있는 듯 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에 입각해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므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언사는 실증에 입각한 것이라기보단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이시균, 2007,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30.
「최저임금의 경제학과 정치학」
이정희, 2014, 참여연대 사회연구소 『시민과세계』 25.
김종현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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