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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오늘날 비주류경제학이론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포스트케인즈학파의 경제이론은 새정부의 주요경제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는 등, 폭넓은 지지와 주목을 받고 있다. 칼레츠키언 성장모형은 포스트케인즈학파 성장론의 핵심으로 이른바 ‘임금주도(wage-led)’ 성장론으로 소개되어 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임금소득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비중도 높아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는 임금몫이나 소득 등 소득분배의 개선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장기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것으로 종래의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던 이론들과는 차별적이라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임금주도성장론은 1990년대 바두리와 마글린의 모형 이후 점차 발전되어 왔는데, 국내에서는 2010년대 이후 많이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특히 국내에서 임금주도성장론이 많이 소개되어 온 것과는 별개로 이에 비판적인 문헌들은 많지 않은데, 정상준의 논문 자본축적과 분배의 동학: 칼레츠키언 실증연구의 비판적 검토와 대안(『마르크스주의 연구』, 12(4), 2015)은 기존의 칼레츠키언 실증연구들의 재검토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바두리·마글린 모형의
재독해

바두리·마글린(1990) 모형은 아래 (1)~(3)식에서와 같이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R은 총이윤, K는 총자본, Y는 총생산, Yn은 잠재총생산, π는 이윤몫, u는 가동률, v는 자본생산성이다. (1)식은 이윤율을 나타내는 등식이고, (2)식과 (3)식은 각각 저축함수와 투자함수이다. 균형조건은 저축함수와 투자함수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때, (4)식과 같이 유도될 수 있다. 여기서 β와 γ는 각각 가동률과 이윤몫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모수를 의미한다.

이제 (4)식에서 v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투자함수를 선형으로 표현하면 (5)식처럼 다시 쓸 수 있다. 이제 (5)식에서 β와 γ는 가동률과 이윤몫이 투자에 미치는 효과를 의미하므로, 계급투쟁이 자본축적에 미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제 (5)식을 (4)식에 대입하면 (6)식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6)식은 분모가 양수여야 한다고 전제해야 하는데, 이는 가동률 변화에 대한 저축탄력성이 투자탄력성보다 크다는 케인지언 안정성 조건이다.

(1) 중간단계(intermediate case)

바두리·마글린 모형에서 이제 (6)식의 부호에 따라 경제체제가 판별된다. γ-s·(u/v)>0이면, ∂u/∂π>0이며, 이는 ‘활성주의’ 체제를 의미한다. 한편 그 반대로, γ-s·(u/v)<0이면, ∂u/∂π<0이며, 이는 ‘침체주의’ 체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활성주의 체제는 앞서 언급하였던 임금주도 성장체제인데, 반면 침체주의는 이윤주도 성장체제로, 임금몫의 성장이 경제침체로 이끌며, 오히려 이윤몫의 증가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체제이다. 그러나 여기서 β와 γ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서 ∂u/∂π의 부호가 달라진다는 점은 논의를 보다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바두리·마글린은 동일한 침체주의 체제에 대해 이윤몫의 증가로 가동률이 낮아지는 대신 축적률 및 이윤율이 증가하는 경제를 대립적(conflictual) 침체주의로 분류하고, 반대로 임금몫 증가가 가동률은 물 론 축적률 및 이윤율의 상승을 낳는 협력적(cooperative) 침체주의 체제로 나눈다. 대립적 활성주의는 투자함수를 (5)식과 다른 형식으로 구성해야만 도출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결국 임금주도와 이윤주도 체제를 가르는 중요한 모수는 분배몫과 가동률 변화에 대한 총수요 구성요소들의 탄력성이 되는 셈 인데, 문제는 앞의 식 (1)~(6)에서 보듯 이들의 상대적 크기를 사전에 이론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증작업들이 분석대상 나라의 개수를 늘려가며 마냥 귀납적인 계량분석을 추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예컨대 ‘대립적 침체주의’ 체제의 경우 종래의 임금상승-이윤압박 체제의 양태와 유사하여, 이윤몫 증가가 가동률을 떨어뜨리지만 투자의 높은 이윤몫 탄력성에 의해 축적이 원활하게 유지되어 임금주도 체제 에서 (굳이 이름을 붙이면) ‘이윤주도 축적’이 공존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같은 ‘중간 단계(intermediate case)’들의 존재는 실증연구에 곤혹스러운 것이다.

(2) 분석의 시계(time horizon)

저자에 따르면 포스트케인즈학파의 성장이론, 즉 네오칼레츠키학파의 성장모형에서 장단기의 시점에 대한 관점은 일관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 바두리·마글린(Bhaduri and Marglin, 1990) 스스로 자신들의 모형이 전적으로 ‘단기’ 모형이며 임금주도 성장의 장기적인 함의에 대한 분석을 배제 했음을 명시하고 있다(384쪽). 반면, 그 쌍둥이 페이퍼인 마글린·바두리(Marglin and Bhaduri, 1990)는 동일한 모형에 대해 단기도 장기도 아닌 중기 모형임을 주장하며(166-167쪽) 구축된 모형을 1950년대와 1960, 1970년대 각각에 대한 시론적인 설명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즉, 정작 저자들 자신부터 모형의 시계에 대해 입장이 정리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라브와·스톡햄머(2012: 12)도 임금/이윤주도 수요를 단기적인 차원으로, 임금/이윤주도 투자를 장기적인 차원으로 분류해 유형화 에 결합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프레임 하에서 분석 시계에 따라 다른 결과들, 예컨대 단기적으로는 소비요인에 따른 임금주도, 장기적으로는 투자 요인에 따른 이윤주도 경제로 실증결과들이 나올 수도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3) 비선형성(non-linearity)

저자에 따르면, 변수 간 비선형적 관계의 가능성은 바두리·마글린 모형에 명시적으로 서술되어 있지만(Bhaduri and Marglin, 1990: 392-393; Marglin and Bhaduri, 1990: 168-171), 놀랍게도 후속 작업에서는 오랫동안 간과된 부분이다. 바두리·마글린은 동일한 이윤율에 낮은 이윤몫-높은 가동률과 높은 이윤몫-낮은 가동률이 모두 대응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데 이윤율이 항등적으로 이윤몫과 가동률, 산출자본비율의 곱으로 분해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초기 출발점이 유휴설비가 많은 상태일 경우 이윤몫이 커지더라도 신규투자를 끌어내지 못할 수 있고(침체주의 체제), 반대로 초기 출발점이 가동률이 높은 경우 이윤몫의 상승은 신규투자의 활성화(활성주의 체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선형성은 비단 수요체제를 단순하게 유형화할 경우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원 모형에서 배제한 경기적 불안정성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론 모형으로야 선형근사-국지적 안정성(local stability) 분석을 통해 안정경로를 찾을 수 있지만 분기점(bifurcation point)이 존재할 경우 모종의 안정 균형으로의 수렴(즉, 여기에서는 특정한 수요체제의 지속)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몇몇 가정들을 부가해야 한다. 이는 수학적 정합성과 별개로 비선형성을 포함한 수요체제 의 유형화가 실제 경제체제의 묘사와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같은 비선형성의 존재는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에서도 구조변동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순한 물리적인 시계로 수요 체제를 판정하는 것 역시 문제가 발생함을 시사한다.

 

대안적 접근의 방향과
추정결과

저자는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 즉, 중간단계의 존재, 분석의 시간에 대한 불명확성, 마지막으로 이윤몫과 가동률 간의 비선형적 관계 때문에 단순히 선형적으로 경제체제를 임금주도와 이윤주도로 구분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자본축적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배율과 가동률의 효과를 함께 고찰한다. 이는 바두리·마글린 모형이 기존 칼레츠키언 논의와 구분되었던 투자함수의 의의를 살리면서 동시에 임금주도/이윤주도와 구별되는 대립적/협력적 기준 에도 주목하기 위해서이다. 즉, 투자는 이윤을 낳는 일회성 지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스톡을 늘림으로써 향후의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는데 이 같은 효 과는 종속변수를 주로 가동률로 놓고 분배율의 역할을 따지거나 단일방정식으로 분배율의 투자증가 효과를 추출하던 기존의 수요체제 실증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둘째, 주요 변수들 간의 관계를 추세와 사이클의 관계로 나누어 접근한다. 이는 앞 장에서 주장한 것처럼 엄연히 단기 모형인 바두리·마글린 모형을 장기 시계에 적용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피하고 둘의 효과를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통상적인 단일방정식(single equation) 추정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연립방정식 모형을 구성하는 것 중에서도 저자는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이나 구조형벡터자기회귀모형(SVAR) 대신에 자기회귀분포시차모형(ARDL)를 제시한다. 다음은 저자가 ARDL모형을 통해서 추정한 결과를 표로 나타낸 것이다.

즉, 임금몫이 단기적으로 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축적률에 음(-)의 영향을 유의미하게 주며 가동률은 예상대로 축적률에 (+)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a)패널의 임금몫 수준변수 계수가 양이며 차분변수의 계수가 음이라는 점, 그리고 (b)패널에서 오차수정항의 부호는 음으로 장기적인 균형으로부터의 이탈이 시차를 거듭하며 원래의 균형으로 조정된다는 점은 1961년부터 2014년까지의 전체 시기만 놓고 보면 자본축적의 동학에 임금주도적인 추세와 이윤주도적인 사이클이 결합되어 있다는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 같은 결과는 사이클 요소에 대한 추세 요소, 혹은 단기불균형에 대한 장기균형의 이론적 우위를 전제하지 않는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사이클 요소의 누적은 추세의 구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a)와 (b) 모두에서 단기적으로 임금몫 증가(감소)에 따른 축적률 감소(증가) 효과 역시 매우 유의미하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포스트칼레츠키학파 성장이론의 몇가지 곤란과
정책적 함의

포스트칼레츠키학파 성장이론이 주목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풍토가 보다 두터워진 것을 반영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밖에 포스트칼레츠키학파 성장이론이 가진 이론적 차별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맞다. 이들의 모형은 먼저 성장과 분배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를 통해서 성장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성장이론과 차별적이었다. 물론 총수요를 견인하여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관점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경기부양정책이 모두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차별적이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와 같은 총수요정책이 장기적으로도 유효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포스트칼레츠키학파 성장이론의 원본에 해당하는 바두리·마글린(1990) 모형에서 이들이 단기적 모형임을 분명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라브와·스톡햄머(2012) 모형에서 장기적 효과를 언급한다. 장기적유효수요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완전가동률보다는 낮기 때문에 유휴설비가 항상존재하는 실제 설비가동률를 설정한다. 이때 설비가동률을 내생변수로 취급한다는 점 역시 기존의 논의와 다른 점이다. 앞서 저자가 지적하였듯이 설비가동률에 관한 비선형성의 존재나 분석시간에 관한 혼란 역시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초창기 포스트칼레츠키학파 성장이론에서 화폐·금융에 관한 논의도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는데, 오늘날 이에 대한 연구는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케인지언의 임금주도성장론의 중대한 곤란은 이 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수요진작 정책의 필요성에 있다. 이들은 임금주도체제와 이윤주도체제를 이론적으로 구분짓고, 계량경제학적 기법을 통해서 양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경제체제를 판별한다. 그리고 여러 실증분석 결과를 검토해보면 선진국의 수많은 국가들이 임금주도성장체제로 판별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임금주도성장체제에서는 임금몫을 증진시키면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몫은 노동조합의 협상력뿐만 아니라, 기술변화, 독점력 등 다양한 이유에 의해서 변동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증진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수출주도 경제체제 하에서는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비용을 상승시켜 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곤란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임금주도성장론의 또 하나의 중요한 도전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알림 리뷰어  allim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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