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politics

 

r최초의 이미지 선거라고 일컬어지는 1960년대 케네디와 닉슨의 대통령선거는 정치인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포문을 연 선거이자, 정치인은 공약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는 첫 사례가 된 선거였다. 케네디의 자신감 넘치는 시선 처리와 활기차고 잘 정돈된 외모, 심지어는 그가 입은 의상까지, 닉슨의 초췌하고 추레한 모습과 비교되면서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후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메이킹은 선거운동의 핵심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국제대학 조교수 박선영「정치인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 과정을 중심으로」(『법학연구』, 16(1), 2016)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정치인의 이미지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한다.

정치인의 이미지와
적격성의 관계

이 논문에서 필자는 유권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편견, 즉 ‘후보자의 얼굴’이 그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적격한 인물인지 판단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험한다. 논문의 필자는 국내의 정치 상황에서 전개되는 논란을 막기 위해 미국의 대통령 예비선거과정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도하는데, “무엇보다도 선거 유인물상의 정치인 얼굴에 나타난 이미지로부터 선거 결과를 미리 추론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su_quote]인간은 모든 대상에 대해 일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인식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상을 평가하거나 대상에 대한 태도를 형성한다. 심리학은 이를 인지(認知)라고 설명하고 이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인정하여 아는 것을 말한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후보자 인지는 지지할 후보자를 선택하고 후보자를 평가 및 판단하며, 나아가 지지할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su_quote]

유권자는 정치인 개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정치인 이미지가 정치인의 실체를 대신하게 되며, 이로 인해 실제의 정치인보다 정치인의 이미지가 중요하게 간주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이런 경향을 증명하기 위해 논문의 필자는 “웰링턴(Wellington)의 빅토리아대학, 남(南)호주대학, 웰링턴의 여자대학 그리고 뉴질랜드 고등학교, 마지막으로 미국 오클라호마 중부대학”에서 2007년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실험참가 학생들에게 후보자들 각자의 사진을 단 한차례만 보여주면서 사전지식이 있는 후보자는 제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사진을 보고 정치인으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07년 9월 초 민주당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인지도를 통한 적격성과 순위 사이에 강력한 연계점”이 발견됐다. 이는 논문의 필자가 참고했던 선행연구에서 유권자들의 적격성에 대한 평가가 선거결과와 정확하게 69퍼센트 일치하는 것으로 예측된 것과 비슷한 결과였다.

이 결과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기회를 보다 더 증가시키기 위해 적격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를 정당후보자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상업용 물품의 시장지배 전략이나 판매계획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포장이 매출액 달성에 있어서 하나의 변수를 이룬다는 것과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신뢰나 믿음을 주는 외모와 차림새로 그의 정치적 적격 능력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좀 더 장기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이렇게 간단하게 결론 지어버릴 수만도 없다. 유권자들은 분명히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통해 적격성 여부를 판단했지만 처음의 판단이 끝까지 지속되지는 않았다. 처음에 적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정치인이라도 유권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이미지가 반감되는 경우도 많았고, 적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선거운동을 계속할 능력, 다시 말해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킬 만한 조직력과 선거자금이 없을 때는 아무리 적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실제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도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선거운동에 더 돈을 많이 쏟아 부은 후보가 자신보다 적격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경우도 있었다.

현혹될 것인가,
통찰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선거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고, 특정한 기준이 후보자를 당선시킨다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가 하나의 공약이며 정당의 얼굴이자 정책이 된다는 점이다. “정치후보자의 이미지는 유권자의 주관적인 평가와 후보자가 전하는 객관적인 메시지(주제, 말씨, 속성, 품질)에 근거하여 유권자가 가지는 후보자에 대한 지각(知覺)이다. 최근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정책적 이슈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비쳐지는 후보자의 이미지”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유권자들이 정치후보자들의 정책이나, 아이디어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이 예측 가능하고, 이해 가능한 기준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미디어인데 미디어는 현직 정치인뿐만 아니라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과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것을 규합하여 한 정치인을 지지하기까지에는 다양한 개인적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정치적 속성에서 ‘미디어’와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통찰하느냐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모두 거짓이며 가식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 이미지의 전략 안에 이미 정치적 방향성이 제시되어 있다. “이미지 정치는 각 정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지향점을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때로는 각 정당이 추구하는 정강 정책의 실상과 동떨어진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도구”로 이미지가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를 모두 걷어낼 수도 없고, 그 ‘이미지’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선거 출마 후보자가 선거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미디어 등을 통해 표방하는 ‘이미지 정치’의 실상”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이성일 것이다. 정치인의 이미지 안에서 그들의 정치적 방향성을 찾아내느냐, 아니면 그 이미지에 현혹되어 정치인의 실체를 놓치느냐는 너무나 크고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미지에 현혹된 선거의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므로.

  •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정치인 이미지 구성 요인과 유권자의 투표 행위」
김재범·최믿음, 2013, 『광고연구』, 98, 154-183.

「유권자의 제3자 효과 지각 연구: 후보자 이미지와 후보 선택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를 중심으로」
설진아·김활빈, 2008, 『한국언론정보학보』, 42, 79-106.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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