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동향분석

‘4차 산업혁명’이 점령한 한국사회

Business concept: pixelated Head With Lightbulb icon on digital background, 3d render

logofinale며칠 전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17 각 분야별 도서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고 좀 놀랐다. 사회과학 분야의 성장 때문이다. 20퍼센트 이상 신장되어 전 분야 통틀어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이는 지난 한해 정권 교체, 일자리, 페미니즘, 과학혁명 등 사회 이슈가 한국사회를 지배했고 독자들을 견인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었다.

 

디비피아의 올 한해 논문 이용 순위지표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통계에 잡힌 1만 편 가량의 논문 가운데 상위 1000위를 살펴본 결과 사회과학 이슈가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과연 어떤 덩어리들이 트렌드를 이루었을까.

 

[표 1] 2017년 논문이용순위 top 10

순위 논문명 간행물명 저자명 소속기관
1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한국경영학회
통합학술발표논문집
안상희, 이민화 KAIST
2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STSS지속가능과학회 학술대회 김진형 KAIST
3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의 태도에 관한 연구 한국전자거래학회지 백승익, 최덕선 한양대
4 [EU] 2016 다보스포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과학기술정책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5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인터넷 경제규제와 법 김병운 UST
6 4차 산업 혁명 시대, 대학 교육과 콘텐츠 인문콘텐츠 한동숭 전주대
7 회귀분석을 이용한 매개된 조절효과와 조절된 매개효과 검증 방법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정선호, 서동기 걍희대, 한림대
8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지적교육 방향 한국지적정보학회지 김영학 청주대
9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호흡기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 연구 환경정책 최종일, 이영수 조선대, 항공대
10 청소년의 선거연령 18세 인하문제에 관한 소고 한양법학 이상경 서울시립대

 

‘4차 산업혁명’ 논문 상위 10위 중 6편 차지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전체 논문 중 6,804회 이용됨으로써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상위 10위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논문이 6편이나 되고 200위로 범위를 넓히면 30편이 넘게 들어와 있다. 이 주제로 얼마나 많은 논문이 생산되고 있으며 또 읽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2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4위),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인터넷」(5위),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교육과 콘텐츠」(6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적교육 방향」(8위) 등이 최상위권이고 그 밑으로 인공지능, 딥러닝, 드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연관어들을 합치면 분량은 더 늘어난다. “초구조화된 도구들이 범세계적으로 연결된 세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봇물 터지듯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위협할까?

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위협하고 ‘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일자리’는 압도적인 키워드로 작용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인공지능과 일자리’ 등 어떤 일자리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인가가 전국민의 화두가 된 듯하다. 미래에 정말 기계가 많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한다면, 인간의 기본 의식주는 국가가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이슈가 부상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과 무관치 않다.

 

[표 2] 2017년 가상화폐 주제 논문이용순위 top5

순위 논문명 간행물명 저자명 소속기관
28 비트코인의 이해 Korea Business Review 전주용, 여은정 중앙대
69 최근 디지털 가상화폐 거래의 법적 쟁점과 운용방안 증권법연구 김홍기 연세대
133 블록체인패러다임과 핀테크 보안 한국통신학회지 박성준 동국대
151 한국·미국·독일의 비트코인 활용 현황과 공유가치창출에의 함의 탐색 Financial Planning Review 이경미, 고은희, 주소현 이화여대
253 비트코인 취약점 및 현 대응방안의 한계 분석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양지연, 김소희, 김윤정 서울여대

 

‘가상화폐’, ‘비트코인’ 논문 새롭게 주목

이와 연관하여 올해 새롭게 주목받은 주제로 눈길을 끈 것은 「비트코인의 이해」(28위)와 「최근 디지털 가상화폐 거래의 법적 쟁점과 운용방안」(69위), 「블록체인패러다임과 핀테크 보안」(133위) 등 1000위 안에 관련 논문이 10편 넘게 검색되었다.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1BTC에 0.0008달러였으나, 2012년 초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해짐으로써 1BTC에 10달러 선으로 올라섰고, 2015년 현재 280달러까지 시세가 올라갔으니 얼마나 급성장해왔는지 알 수 있다. 주변에 비트코인 거래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수익을 올린 이들의 소식은 많은 이들을 가상화폐 러쉬로 내몰고 있다. 그만큼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라 앞으로 이에 대한 규제와 연구가 더 적극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초)미세먼지, 사드 배치, 가짜뉴스, 동물실험, 젠트리피케이션, SNS, 1인 가구, 청소년 폭력, 트럼프, GMO, 감정노동, 자유학기제, 일본군 위안부, 저출산, 북 핵실험, 촛불시위, 기본소득, 줄기세포, 유전자편집 등이 100위 안에서 1번 이상 보이는 키워드들이다.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학문적 대응은 트렌드로 보긴 힘들 것이고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학’ 주제 논문 급부상

반면 ‘과학’이라는 단어를 다시 주목해보면 그야 말로 ‘메가트렌드’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과학은 대중의 삶과 거리가 있었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과학이 제공하는 편의성을 누리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학’이 일상생활에 부수적인 만족을 주는 것을 넘어 삶을 구조화하고 일자리의 대부분을 그것과 연관시켜 생각하게 만들고, 삶의 소소한 이벤트에까지 들어와서 우리를 붙들어 맨다. 이러한 과학의 급부상에 비한다면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 인문학 주제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학 분야도 창작을 제외한 비평이나 연구는 점점 소수의 동아리로 되어가는 국면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적 세계관과 인간관」(91위)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과학적 세계관’은 국가 예산의 투자규모나 대학의 학제 시스템, 전세계적 네트워크와 연구 경쟁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지배적인 세계관이 되었다. 어쩌면 과학은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전통 분과과학을 흡수하는 상위 개념으로 거듭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등의 ‘빅히스토리’가 그 산물이 아니겠는가.

 

[표 3] 2017년 페미니즘 주제 논문이용순위 top5

순위 논문명 간행물명 저자명 소속기관
17 여성혐오와 젠더차별, 페미니즘 문화와 사회 이나영 중앙대
38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 미디어, 젠더 & 문화 엄진 이화여대
67 힙합은 여성혐오적인 장르인가요? 대중음악 김수아 서울대
99 여성혐오적 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 이화젠더법학 이승현 연세대
108 문화영역의 여성화와 여성혐오 여/성이론 황미요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편, 지난해 상위권을 휩쓸었던 페미니즘 이슈는 순위에서 대폭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수그러든 게 아니라 저변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반적으로 논문 편수는 더 증가한 듯 보였고 「여성혐오와 젠더차별, 페미니즘」(17위),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38위), 「여성혐오적 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99위) 등 여전히 상위권은 ‘여혐’ 관련 논문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이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이것을 침해로 받아들이는 일부 남성들의 과도한 반응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내년 2월부터 본격시행을 앞둔 연명의료결정법 때문인지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논문들이 200~300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접근방식은 헌법학적 고찰,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개념 정의 등이고 해외사례를 자세히 리뷰해 한국은 어떤 식으로 법을 제도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7년 발표된 논문 중 많은 관심을 받은 것들을 추려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올해 발표된 논문의 이용순위 상위 500편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논문이 거의 절반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 주제가 뜨겁긴 뜨겁나 보다. 그 외에 앞에서 언급한 키워드를 제외하고 주목할 만한 2017년 발표 논문은 「’복학왕’의 사회학」(19위),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과 한국 정치의 새 국면」(84위), 「언론의 위기와 가짜뉴스 파동」(165위),「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와 그 활용방안」(215위), 「한미 FTA 재협상 시의 대응방안 고찰」(322위),「부동산 시장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응용 기술」
(405위) 등이다.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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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논문 140편 중 신문방송학 분야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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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에 분명 큰 질문이었다. 혼란한 사회 속에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것이 업(業)인 학자들은 세월호 침몰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과 그 답을 부지런히 찾아왔을 것이다. 침몰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은 어떻게 연구됐을까.

 

세월호 주제 논문, 지난 3년간 140여편 발표

올 2월말까지 세월호 침몰을 다룬 논문의 수는 약 140편에 이르며(디비피아 제공 기준) 21개 학문 분야(중분류 기준)에 걸쳐 있다. 학문의 시간에서는 짧다고 할 3년 동안에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동시에 같은 사례를 연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분야도 철학, 신학, 문학 등 인문 분야에서 법, 행정, 사회복지, 신문방송 등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정보통신・컴퓨터공학 분야에 까지 이른다. 이러한 연구 규모와 범위는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얼마나 크고 넓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모습일 것이다.

 

신문방송학계에서 세월호 논문 가장 많이 생산 ··· 종교학·신학, 법학, 심리과학 순

세월호 사건을 다룬 논문을 가장 많이 생산한 분야는 신문방송학(23편), 종교학・신학(17편), 법학(15편), 심리과학(14편), 사회복지학(11편)과 행정학(11편), 문헌정보학(8편) 등이었다.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신문방송학 분야를 중심으로 언론의 보도 행태 연구로 보인다. 뉴스의 편향된 프레임과 의제설정(「재난보도에 나타난 소셜미디어와 방송뉴스의 매체 간 의제설정」(이승희・송진), 「세월호 사고 뉴스 프레임의 비대칭적 편향성」(이완수・배재영) 등), 재난보도의 기준(「재난보도의 보도준칙에 관한 한일 비교연구」(원숙경・윤영태), 「취재원 사용의 원칙과 현실」(송상근),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는 복구할 수 있는가」(정수영),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홍주현・나은경) 등), 언론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 등이(「적대적 미디어 지각과 이슈 관여가 대통령을 향한 책임 귀인 및 회고적 투표의향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김남두・황용석), 「세월호 참사에서 재난방송에 대한 수용자의 미디어별 평가」(곽천섭) 등) 주로 분석되었다. 언론은 세월호 침몰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대다수의 국민들을 세월호의 목격자로 만들었고 경솔한 속보, 무가치한 뉴스 생산,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 유족 비난 등의 보도 행태로써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던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연구가 가장 많이 생산되었다는 사실은 크게 놀랍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이후 ‘기레기’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특정 매체에 대한 적대 혹은 지지,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상황에서 언론 분야의 성찰적 연구는 진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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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신학 분야:
인간의 무기력, 신성에 대한 의문이 주로 제기돼

두 번째로 많은 논문이 나온 종교학·신학 분야는 세월호 참사의 치유를 위한 신학의 과제(「세월호 참사와 고난 받는 하나님」(김수연), 「후기 세월호신학 혹은 한국적 후기 재난신학 구성에 관한 한 소고」(안교성), 「세월호 참사 앞에 신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박재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교회의 반성・돌봄(「한국교회의 공공성과 목회적 돌봄을 위한 목회신학 방법론 연구」(이혜진),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반성」(이동훈)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었다. 재난과 신학이 이렇게 밀접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 침몰하는 생명을 결국 구하지 못한 인간의 무기력 앞에서 신성에 대한 의문, 종교적 구원과 치유의 갈망에 답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학분야:
법적책임과 배상 보상 문제 다뤄

한편, 세월호 침몰의 책임, 배상, 보상 등을 둘러싼 사회의 논란에 대해서는 법학 분야의 연구가 답해온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과 세월호 판결, 관련자의 배상 책임 규명, 보상 방식 등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이에 관한 법적 판단과 해석을 다루는 다수의 연구물이 생산되었다. 「세월호특별법의 여야대표간 합의처리의 헌법적 문제점과 대안」(조원용), 「세월호 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박경규), 「세월호 사고에 대한 한국해운조합의 배상책임에 관한 연구」(박종은・LI WEI・김종호), 「해상여객운송인의 책임과 인명피해자의 구제권리에 대한 고찰」(김상만) 등의 논문이 여기에 속한다. 더불어 재난안전관리 법제(「재난안전관리체계의 개선에 관한 법적 고찰」(이상명), 「재난 및 안전관리 법제의 현황과 법정책적 과제」(김용섭) 등), 국가의 국민안전보장의무에 관한 법적 측면의 연구도(「국가의 국민안전보장의무」(김대환),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치행정의 방향」(김명길) 등) 발견된다.

 

심리과학, 사회복지학분야: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심리과학과 사회복지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함께 다뤄진 주제는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였다. 희생자의 유족(「세월호 참사 희생자 부모들의 심리적 외상에 관한 기술적 접근」(박기묵)), 희생자 또래의 청소년(「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의 외상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이동훈・신지영・김유진), 「세월호 사건 이후 청소년 지도·활동 활성화 방안」(권일남)), 지역 공동체(「세월호 피해지역 마을공동체의 자립적 성장 전략에 관한 연구」(김익한・임진희・김종천・오명진・송영량・최준규)), 노인(「재난 간접 경험 후 노인들의 정서 변화 양상」(조명현・장재윤・유경・이주일)), 심리상담자(「정신건강 전문가의 재난지원활동 여부에 따른 공감만족, 소진, 간접외상스트레스」(심기선・주혜선・안현의)), 현장의 취재기자(「언론인의 외상성 사건 경험과 심리적 외상에 관한 연구」(배정근・하은혜・이미나))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며 우리사회 전반이 겪는 심리적 외상을 진단하고 사회적 고통의 치유를 찾는 연구물로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일로 공감하였던 우리 사회가 받았던 큰 정신적 충격을 살피며(「마음의 부서짐」(김홍중)) 치유를 위한 처방을 찾는 학문적 노력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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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정부의 무능

행정학은 정부의 무능에 천착하였다. 다수의 연구들이 재난관리의 실패(「대규모 재난의 정책실패 현저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이동규・민연경), 「국가적 재난관리의 책임성과 확보방안」(유현종)), 관료제의 무책임(「위험사회와 관료책임」(김병섭・김정인), 「정부 관료제의 문제점 분석과 대책」(최창현), 「관료 (무)책임성의 재해석」(김병섭・김정인)), 행정윤리적 과제(「행정윤리와 타자성」(이문수)) 등을 짚어보며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원인을 진단하였으며 재난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학문적 자성을(「세월호 참사에 나타난 국가의 총체적 부실과 행정학자의 반성」(조무성)) 나타내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회의 자발적 기억 운동은 문헌정보학의 기록 연구로 이어지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노란 리본을 달고 사건의 원인과 진행과정 등을 자발적・집단적으로 기록한 책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다. 이 새로운 현상에 주목한 문헌정보학은 사건의 기록에 관한 사회적 역할(「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록정보관리 분야의 사회적 역할」(김진성)), 기록의 방식(「구술을 통한 재난 사고의 기록화」(송주형), 「세월호 사건 기록화의 과정과 의의」(안병우)), 공동체 아카이브(「세월호 참사 아카이빙 활동 경험과 아카비스트의 성장(1)」(오윤택), 「재해재난지역과 공동체 아카이브」(심성보)) 등을 탐구하였던 것이다.

 

문헌정보학: 사건기록, 기록의 방식, 공동체 아카이브

또한 교육학, 사회학 등의 분야에서는 개인 및 가족 단위의 자원봉사가 대규모로 자발적 조직화되었던 현상으로부터 공동체의 형성과 의미 각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세월호 사건을 통한 공동체의 형성과 경험의 의미 찾기」(김희경), 「세월호 사건으로 간접외상을 경험한 공동체의 외상 후 성장에 대한 연구」(신나라)), 정치외교학 분야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유권자의 정당 선호 및 선거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한 연구물을(「2014년 지방선거에 세월호 사건이 미친 영향」(이현우))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문학, 연극 등 예술 분야에서도 세월호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문학의 정치성(「문학의 정치성, 그 시적 재현과 문화 소통」(김동근)), 증언 문학(「현실 접속의 실재와 증언문학의 가능성」(이경수)), 애도의 방식으로서 예술(「‘이후’의 연극, 애도에서 정치로」(양근애)) 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며, 공학 분야(전자・정보통신・컴퓨터・기계)에서는 여객항로(「세월호사고로 살펴본 연안여객항로의 안전정책」(김명재・송의연)), 승객피난 시뮬레이션(「세월호 침몰시의 힐링각변화 조건에서 승객의 정상적인 탈출시나리오에 관한 시뮬레이션 분석」(황광일)), 증개축 전후 승객피난 가능성(「세월호 증개축 전후 승선객의 피난성능 예측비교」(황광일)), 복원성 평가(「세월호의 사고당시 복원성 평가에 관한 연구」(김홍범・박용선・공길영)) 등을 배의 침몰과 인명 피해에 대한 기술적 원인을 탐색하고 있었다.

덧붙여서, 심리학, 사회복지학, 신학 등의 분야의 연구들은 세월호 ‘참사’로 표현하는 데 비해, 법학, 공학, 농수해양학 등의 분야는 주로 세월호 ‘사건’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학문적 접근에 따른 표현상의 차이도 발견된다.

[su_quote]지난 3년간 세월호를 다룬 다양한 연구가 던진 질문을 정리하면 대략 이러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침몰하여 수백의 목숨이 바다에 묻혀가는 참사를 언론은 왜 그렇게 다루었던 것인가, 참사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상처를 종교는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정부는 지척에서 가라앉는 배 안의 사람들을 왜 구해내지 못했으며 왜 책임을 회피하였는가, 이 참사에 대해 누가 법적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 것인가, 참사를 잊지 않고 사회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세월호라는 배는 어떤 기술상의 문제로 가라앉고 승객은 왜 대비하지 못했던가, 세월호 사건은 정당 선호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세월호와 같은 재난을 문학과 예술은 어떻게 증언하고 재현할 것인가.[/su_quote]

세월호가 던진 질문의 무게로 볼 때 개운한 답을 찾기까지는 아마도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지만,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금, 그간 우리가 찾은 질문과 답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한승주

‘빅데이터’ 주제논문 최다 … ‘미세먼지’, ‘유전자’ 논문도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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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3부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를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2016년 자연과학·공학 분야 논문이용통계에서는 ‘빅데이터’ 주제 논문이 193편으로 가장 많았다. 170편이 오른 ‘사물인터넷IOT’이 2위에 올랐고, 3위를 차지한 인공지능은 105편이었다. ‘기후’가 103편으로 4위에 올랐으며, 증강현실이 69편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기후는 미세먼지 55편을 합하면 158편인지라 기후와 대기오염이 초미의 관심사임을 알게 했다. 그 외에 로봇 59편, 드론 59편, 유전자 53편, 나노 44편 순‘으로 인기 키워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드론·사물인터넷 등은 서로 중복되고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종의 ‘데이터물리종합과학’이라 할 만한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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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주제 ‘활용’에 득세, ‘의미’는 빈약

“데이터 배기가스data exhaust”라는 말이 있다. 차가 움직일 때 나오는 배기가스처럼 모든 것이 움직일 때마다 정보가 쌓이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저장매체의 고용량화, 저비용화가 이루어지고, 스마트 기기를 포함한 자료수집 기기가 소형화, 저렴화, 보편화되고 네트워크의 보급‧확산과 고속화로 정보의 이동과 수집이 활성화되고 연산능력이 향상되고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 자료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 모두에서 일어난 기술환경의 진화가 자리 잡고 있다.(빅데이터와 사회과학하기)

올해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문화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38위)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그 외에도 빅데이터의 분야별 활용사례」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활용사례 등 순위가 높은 논문들은 ‘활용’과 관련되어 있었다.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분야로 빈번하게 등장한 순서대로 보자면 도서관이 압도적이었다. 빅데이터의 이해와 도서관 정보서비스에의 활용」 「도서관 빅데이터 서비스 모형 개발에 관한 연구 등이다. 그 외에 빅데이터는 영화흥행, 카드뉴스, 의료, 교통, 금융, 디자인, 마케팅 등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었다.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정보보안 문제도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제와의 충돌과 과제」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방안 등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대한 회의와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주로 사회학자들인데 “1월의 국민여동생은 김연아였고, 2월에는 아이유다”라는 식의 ‘분석’에 15억이 넘는 규모의 자료를 썼다고 해서 그 결과가 더 중요해지지도 않고, 자료의 규모를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시장분석과 딱히 다를 것도 없다”(송길영)는 것이다. 그래서 “왜”가 반드시 필요하다. 좀더 정확하게 예측해서 편해지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멈추지 말자는 이야기다.

‘빅데이터’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글로벌문화콘텐츠 문화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윤홍근
2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의 혁신 딥러닝…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플랫폼 덕 도안구
3 동아대학교 경영문제연구소 경영논총 빅데이터의 분야별 활용사례 김동완
4 한국지역정보화학회 한국지역정보화학회지 빅데이터의 이해와 주요 이슈들 조영임
5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뉴스 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방법으로서 뉴스정보원연결망분석 박대민
6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지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활용사례 김재생
7 대한경영학회 대한경영학회지 빅데이터 분석에 관한 마케팅적 접근 이서구
8 한국비블리아학회 한국비블리아학회지 빅데이터의 이해와 도서관 정보서비스에의 활용 이정미
9 대한산업공학회 ie 매거진 빅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모델 바라보기 빅기진
10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지원을 위한 지능형 웹 크롤러 서동민, 정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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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너 이 자식” … 초미세먼지를 잡아라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기후체제 합의를 담은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로의 역사적 전환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협정의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아래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는 데에 있다.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실시되며,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했던 이전 체제와는 다르게 개도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이와 관련 신기후체제를 논하는 논문이 많이 이용되었다. 파리협정과 Post-2020 신기후체제의 서막(961위)을 비롯해 신기후체제를 맞아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2015년 파리 합의에 대해 국제법적 검토를 리뷰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에너지 신산업’을 논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올 겨울 중국 석탄난방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공포적인 수치를 기록하면서 핵위협에 못지않은 먼지위협에 모든 이가 노출되어 있다. 관련 논문도 많이 이용됐는데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물리화학적 특성(44위)을 비롯해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미세먼지 관리기준과 발생원별 관리방안」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황 및 문제점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대기 중의 먼지는 크게 총먼지,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올해는 이 ‘초미세먼지’가 선진국형 미세먼지로 관심을 끌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나 피부 등을 통해 혈관 내로 침투해 순환계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특히 문제가 된다. 관련 논문들도 많이 이용됐는데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는 ‘석탄화력’이 꼽혔다. 올 12월 발표된 최신 연구(석탄화력 미세먼지 현황 및 대책)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직접배출되는 양보다 2차 생성되는 양이 약 3배 더 많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발전소에서 직접 배출하는 양은 약 3%에 불과하지만, 2차 생성분까지 합하면 약 11%에 달한다. 따라서 초미세먼지의 효과적인 저감을 위해서는 직접 배출되는 경우와 배출 후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2차 생성 부분 모두를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서울연구원 서울도시연구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물리화학적 특성 김신도, 김창환
2 경기연구원 이슈&진단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김동영
3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지(국문) 미세먼지 관리기준과 발생원별 관리방안 박해우, 조영민
4 환경독성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 식물의 미세먼지 및 공기정화 효과 김광진
5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지(국문) [초청논문] 서울의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 김용표
6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 학술대회논문집 우리나라 미세먼지 현황 및 문제점 김신도
7 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 서울시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현상의 원인분석 및 지역별 맞춤형 관리대책 김운수, 김정아
8 환경독성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 미세먼지 현황 및 대책 홍유덕
9 부산발전연구원 BDI 정책포커스 건강한 생활환경을 위한 맞춤형 미세먼지 관리방안 양진우
10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언론은 미세먼지 위험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김영욱 외 3인

 

인공지능, 경이롭거나 두렵거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21위)가 가장 높은 순위를 보였다. 그 뒤를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가져올 변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생교육 e-learning의 학습효과 제고 방안 요구」 「게임 인공지능 최신 연구 동향 등이 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일자리나, 시장 변화 등 미래 경제트렌드와 연관 짓는 경우도 자주 보였고, 인공지능의 하위 영역들의 기술현황을 개관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학회에서 펴내는 대중 지향적 잡지·소식지에 ‘특집’ 형태로 짤막하게 짚어보는 글들이 다른 분야보다 잦았는데 알파고의 충격이 미친 영향으로 보인다. 논문들의 제목에서 ‘경이로움’ ‘두려움’ 등의 단어가 출현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지능’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마케팅연구원 마케팅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 박현길
2 한국정보과학회 정보과학회지 인공지능과 심층학습의 발전사 정상근
3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가져올 변화 장윤옥
4 한국정보기술학회 한국정보기술학회논문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생교육 e-learning의 학습효과 제고 방안 연구 최락인, 조정길
5 한국정보과학회 정보과학회지 게임 인공지능 최신 연구 동향 박현수, 김경중
6 한국철도학회 철도저널 인공지능의 혁신 딥러닝…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플랫폼 덕 도안구
7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국방분야 적용방안 김철, 유기용, 안진희
8 한국뇌과학연구원 브레인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브레인 편집부
9 과학기술정책연구원 FUTURE HORIZON 포스트휴먼시대 인공지능과 미래 경제 트렌드 조용수
10 대한산업공학회 ie 매거진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함의 원동규, 이상필
사물인터넷, “208억 개가 연결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기기, 센서, 인터넷 등을 통해 사람과 공간을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생성, 공유,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사물들은 2016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64억 개, 2020년에는 208억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기술동향 논문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논문, 사물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는 ‘스마트홈’ 관련 논문도 많았다. 스마트홈은 스마트자동차 등으로 계열 확산을 거쳐 스마트도시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은 스마트국가가 될 것이다. 올해 논문 이용 모습을 볼 때 사물인터넷으로 인한 보안 문제라든지, 사회의 각 영역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에 대한 탐색은 ‘빅데이터’ 분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부산의 어시장에까지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연구까지 있을 정도다. 근데 왠 어시장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논문에 따르면 생선이 시장의 광장 같은 곳에 부려져서 24시간 이상 상온에 노출되어 분류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선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면 선도 높은 생선 출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들끼리의 네트워크이니 ‘인간’이 배제된 작업현장을 끊임없이 연상시킨다. 미래에는 큰 교량 건설 현장에서도 사람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 자리엔 지능화된 기계들, 로봇들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겠고 말이다. 인간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를 일일이 관리할테고. 관련 논문들이 하나같이 전망하는 것은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지금보다 더욱 창의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의식과 감성이 강조되는, 이를테면 디자인 등이 그렇다.

 

나노 분야는 ‘튜브’와 ‘섬유’의 ‘섬세함’ 강화 추세

나노과학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탄소나노튜브 관련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탄소나노튜브란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에 속은 비어 있는 탄소 원자 결합체인데 구리보다 전기를 잘 전도하며 엄지손톱만한 면적에 브리태니커 사전 전질의 100배에 가까운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상위권에는 이런 탄소나노튜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물질 첨가 연구, 디스플레이 영역에서 활용하기 위한 탄소 분산 기술, 전기 전도성이 너무 높아 안전사고나 기계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 탄소나노튜브를 코팅할 때 전자파를 흡수하는 재료를 쓰는 연구, 실리콘 음극소재를 탄소나노튜브에 실어 상용화하는 방안 연구 등 실로 다양했다.

그 외에 높은 빈도를 보여준 나노 분야 키워드는 나노섬유였다. 일반적으로 섬유 분야는 한국 근대화를 이끈 주역으로 알고 있을뿐, 미래 주역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여전히 섬유 산업은 수출을 많이 하는 큰 산업이며, 나노섬유를 통해 세계시장을 더 넓히려는 산업계 내부와 주변의 요구 또한 많다. 논문들은 현재 나노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는 ‘전기방사 기술’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 나노기술을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 나노바이오센서, LED조명 소재 등이 높은 이용율을 보여주는 나노 관련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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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로 ‘병’을 도려내는 시대

유전자를 키워드로 한 논문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과 ‘유전자치료’가 분할 통치하는 국면을 보여줬다. 둘 다 먹거리와 질병이라는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영역에서 큰 시장적 가능성을 담보로 급성장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 분야 1위를 기록한 유전자재조합식품(GMO)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재배가 허용된 유전자재조합 작물은 “콩, 유채, 목화, 옥수수” 등이며 1999년 대비 2009년 재배면적이 13배 증가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는 콩과 옥수수 수입이 많은데 섭취시 인체에 독성 발생, 단백질에 의한 알레르기, 세포간 특이 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표시제도 등 국내 관리현황, 관리 법령, 용어, 국가별 현황을 짚어보는 논문들이 많았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쉽게 말해, 찢어진 옷의 부위(특정 유전자 그룹)를 제거하고 새로운 천으로 바꾸는 ‘유전자 짜깁기’로 볼 수 있다. 전체 86위를 기록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 및 유전자치료가 유전자 관련해서는 두 번째로 순위가 높았다. 이 논문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1년 ‘1세대 유전자가위’에서 현재는 3세대 유전자가위까지 다가섰는데,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전자가위의 전달형태 및 전달방법의 개발과 비특이적 양가닥절단의 최소화 등 유전자가위 사용의 최적화된 조건이 확립된다면, 수많은 질병의 치료방법으로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기법이 쓰이는 일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윤리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에 유전자 치료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 키워드 3위의 논문은 유전자검사와 유전자치료에 관한 쟁점사항과 사회적 수용도다. 저자 이인영 한림대 법대 교수는 양적 조사를 통해 “한국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유전자 치료를 받을 용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러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가의 치료비로 인한 계층간 불균형, 생식세포 유전자치료를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 등이 큰 이슈였다. 이 교수는 “유전자치료나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 경우 환자와 국가가 비용을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을 거의 일반 국민의 70% 이상이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치료비용이 상당히 고가일 것이고 그래서 별도의 민간보험을 가입해서라도 비용부담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전자’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정기혜
2 한국생물공학회 BT NEWS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 및 유전자치료 김형범, 김희권
3 대한기독교서회 기독교사상 GMO(유전자 조작 식품)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헌호
4 한림대학교 법학연구소 한림법학 FORUM 유전자검사와 유전자치료에 관한 쟁점사항과 사회적 수용도 이인영
5 한국의료법학회 한국의료법학회지 생식세포 및 배아 대상 유전자 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김한나, 김성혜, 김소윤
6 신학과사상학회 Catholic Theology and Thought 유전자 조작 식품(GMO)의 정체와 식량 문제의 본질 전헌호
7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유전자재조합식품 안전성과 표시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하정철 외 3인
8 비판사회학회 경제와사회 유전자변형식품을 통해 본 한국인의 과학기술 이해 박희제, 안성우
9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노화 관련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특성 분석 류제운 외 3인
10 한국과학기술학회 과학기술학연구 유전자변형식품에 관한 세 가지 논의 김효민, 여재룡, 유수형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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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논문편수 압도적 1위 … 국정화 관련 이슈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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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2부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역사·철학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2016년은 한∙중∙일∙북한을 둘러싼 주변국 갈등이 심화된 한 해였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대국화에 따른 공세적 외교가 있어왔고 미국과의 우호 강화를 등에 업은 일본의 국수적 대응, 미국과 중국에 각각 한 손을 잡힌 한국의 아슬아슬한 시계추 전략이 이어져왔는데 2016년엔 더욱 강화된 중화주의와 미∙일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기존의 한∙미 동맹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말았다. 게다가 역사에 대한 도착적 지배 욕망을 보여온 현 정권이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함으로써 보수∙수구적 가치가 전면에 떠올랐고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역사 해석들이 학문 외부의 충격으로 진탕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논문 이용의 행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한해 역사 분야 논문을 관통한 키워드는 ‘위안부’와 ‘식민지근대화-내재적 발전론’이다. 특히 ‘위안부’ 관련 논문은 목록에서 징검다리처럼 한 논문 건너 한 편씩 나올 정도로 빈도가 높았다. 언제 이 많은 논문이 쓰였나 싶을 정도였으며, 2016년 상위 3만 편 가운데 51편이나 되었다.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우선 박유하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2013) 문제로 지난해 내내 시끄러웠던 게 첫 번째 이유다. 이 책이 의도적으로 ‘매춘’ 등의 단어를 써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다며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책은 34곳이 삭제되어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저자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바로 며칠 전인 2016년 12월 검찰로부터 3년형이 구형되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다시 재론하지 않기로 졸속 합의함으로써 엄청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에서 위안부 서술 문제가 있으니 그에 따른 수요도 엄청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총 51편의 위안부 논문 중 위안부의 구체적 실상을 살핀 실증적 연구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해당 키워드 중 1위,  853회), 일본 사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2위,  754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국제인권법적 재조명(3위, 672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책임성(4위, 423회) 등 이 문제를 한일관계 속에서 살피거나, 일본인들의 인식, 국제적 시각 등에 집중되었다. 또한 ‘책임성’의 부분이 공통적으로 주된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한국정치외교사논총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 조윤수
2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보 일본 사회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 이지영
3 대한국제법학회 국제법학회논총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국제인권법적 재조명 도시환
4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 젊은 역사학자들, 『제국의 위안부』를 말하다 김헌주 외 3인
5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아세아연구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책임성 김희강
6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일본군 ‘위안부’ 윤미향
7 역사비평사 역사비평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1965년 체제의 재심판 정영환
8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하나의 결산 조시현
9 도서출판여이연 여/성이론 위안부 담론의 페미니즘적 전환의 필요성 배상미
10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 위안소제도와 위안부 연구, 그 현황과 과제를 묻는다 조시헌 외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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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인해 역사 분야 논문들은 모두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우선 근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식민지근대화론’이 재차 주목을 받았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교수 등을 비롯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학자들이 주도하여 2000년대 중반에 내재적 발전론자들과 대규모 논쟁이 있었던 담론이었는데, 10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10여 편의 논문들이 상당히 많이 읽혔고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쓰인 논문들이다. 올해 새롭게 발표된 논문은 한 편도 없었고 올 한 해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이 2015년에 등록된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주장의 실증적 검토(582회)라는 점을 볼 때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잘 정리된 논문이 학습 자료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고대사  키워드 중 1위, 544회), 오늘날의 낙랑군 연구(2위, 503회), ‘한사군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산물인가(3위, 498회)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는데, 고조선 강역 획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들이다. 정통 역사학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한단고기』와 같은 위서僞書를 중심으로 사이비 역사학이 ‘재야사학’이라는 외피를 쓰고 중국 내륙까지 고조선의 강역을 확대하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왔음을 누누이 지적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덕일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저자들이 고조선 만들기에 가세하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는데, 정부가 이런 포퓰리즘적 기반을 이용하여 ‘민족’ 내지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교과서에 반영하고자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 한해 역사 관련 논문 가운데 무엇을 위한 역사교육이어야 하는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역사교육 현장에 미치는 문제점 등 역사교육 관련 논문이 증가한 것은 이런 이유다. 물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의 문제점을 따지는 논문들도 많이 이용되었다. 이 밖에도 왕조교체기의 상황이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자세히 다룬 논문들, 특정 시대(예를 들면 고종시대, 정조시대) 재평가 논문들이 많이 이용되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을 논문 이용 트렌드라고 부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외부적 상황에 따른 일시적 쏠림이며 내재적인 트렌드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란 현재적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재인식, 재구성을 당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다양한 주제를 자발적으로 탐색하여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내는 논문들은 많이 찾아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다만 한 가지 음미해볼 만 한 점은 ‘근대사의 치욕’을 ‘고대사의 영광’으로 치유하려는 기만적인 자의식이다. 역사 읽기가 ‘정체성 확인’ 내지는 ‘정체성 강화’의 차원에서 맴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현실을 위태롭다고 느낀다는 방증일 것이다.

‘식민지근대화’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내일을 여는 역사 내일을 여는 역사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주장의 실증적 검토 허수열
2 한국사회과학연구회 동향과 전망 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 재검토 조석곤
3 창비 창작과비평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의 비판과 신근대사론의 모색 정연태
4 역사비평사 역사비평 주제서평-식민지근대화론의 새로운 성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연태
5 창비 창작과비평 ‘식민지근대화론’ 재정립 시도에 대한 비판 신용하
6 역사비평사 역사비평 역사의 주체를 묻는다: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을 둘러싸고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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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존엄사 등 ‘주체의 경계’를 확장하라

상위 3만 편 중에서 철학 연구는 유의미한 트렌드가 살펴지지 않았다. 굳이 논하자면 철학 전공자들에 의한 ‘동성애’ ‘안락사’ ‘트랜스휴먼’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트랜스휴먼이란 인공지능 시대의 ‘휴먼’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를 포괄하는 연구들을 말한다.

동성애가 57편, 안락사(존엄사)가 39편 검색되었는데 이 주제는 법학, 사회학, 영화학, 종교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터라 딱히 철학으로 보기 어렵다. 철학적 접근으로는 「동성애자들의 자율성과 도덕적 책임」(918위)이 가장 순위가 높았는데 이 논문은 “동성애자들이 상대방을 사랑과 헌신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삼을 가능성이 많”고 “난잡한 성행위로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선입견을 깔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진정 철학자다운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성애적인 측면만이 과잉 재현”되어왔고 이것이 “이성애 중심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은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최근 “사망에 임박한 환자의 극심한 고통 제거에 초점을 둔” 안락사라는 단어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생명연장조치를 중단할 권리”를 의미하는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용어로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여준 논문도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사」(65위, 1,167회)다. 이 논문의 핵심 전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는 개인적으로 삶의 마지막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따라서 인간 생명의 “신성함”만을 강조해서도 안되며, 또한 생명의 “질적 평가”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원칙이 최선의 합치점을 찾는 데에서 비로소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존엄사/안락사’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미국헌법학회 미국헌법연구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사 김은철, 김태일
2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동아법학 안락사에 관한 헌법학적 고찰 조한상
3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과학연구논총 안락사 논쟁에 대한 윤리적 접근방식과 그 한계에 관한 연구 권혁남
4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강원법학 소극적 안락사 혹은 연명치료중단의 정당화 근거에 관한 고찰 손미숙
5 한국법학회 법학연구 안락사 허용여부에 대한 기초론적 고찰 김종덕
6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 적극적 안락사와 관련한 법적 논쟁 정현미
7 한국법학회 법학연구 안락사에 관한 법적 고찰 조한상, 이주희
8 새한철학회 철학논총 안락사의 윤리적 쟁점 류지한
9 대한종양간호학회 종양간호학회지 안락사에 대한 간호사의 인식 및 태도에 관한 연구 성미혜, 전종철, 모형중
10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철학탐구 안락사의 윤리적 문제 이종원

 

 

포스트휴먼 논의에서 부각되는 주제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는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시대에 노동하지 않아도 행복할까?’ 등 끝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은 최근 『인물과사상』에 실은 글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의가 “기술주의적 편향”과 “인문주의적 편향”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한 가지 음미할 만한 부분은 이들이 전통적인 인간 주체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동성애는 인간의 성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존엄사는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제에서 능동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제로 승격시켰다. 인간의 지능이 인간의 뇌 밖에 존재하는 ‘머신 사피엔스’ 시대를 논하는 포스트휴먼 논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외에 철학 분야에서는 푸코 관련 논문이 23편이나 순위에 올라 미셸 푸코에 대한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문학 분야도 유의미한 트렌드가 읽히지 않았다. 김소월, 윤동주, 이상, 한강, 김영하 등 개별 작가론이 간혹 순위에 들었고 대체적으로 활력이 없고 파편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학의 동시대적 주제가 사라진 시대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이라는 올해 발표된 글이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문단을 뒤흔들었던 ‘표절’ 논란도 잦아들어서 관련 글들이 거의 살펴지지 않았다. ‘문단권력’ ‘표절’과 같은 뜨거운 주제들이 사라진 자리에, 문학의 변화를 조망하고 문학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새로운 문학적 화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인 전성시대: 혼자, 독신, 독거,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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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2부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문화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혼술, 혼밥 등 나홀로족이 점령한 도시는 다양한 빛들로 화려하게 빛나는 걸까 아니면 제각각의 미약한 빛으로 생존의 신호를 보내는 걸까. 이혼과 비혼이 당연한 시대, 심지어 황혼기의 ‘졸혼’까지 만들어내는 ‘혼자’의 욕구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우리 시대의 문화임이 분명하다. 1인이나 혼자, 독거 등의 키워드로 대략 150편에 가까운 논문이 찾아졌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su_pullquote align=”right”]혼술, 혼밥 등 나홀로족이 점령한 도시는 다양한 빛들로 화려하게 빛나는 걸까 아니면 제각각의 미약한 빛으로 생존의 신호를 보내는 걸까.[/su_pullquote]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에 전체 가구 중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1990년엔 9.0%, 2000년엔 15.5%, 2010년에는 23.9%로 급증했다. 10년 뒤엔 30%까지를 내다본다고 한다. 또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15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이 27.0%에 이르며, 2인 가구까지 합한 미니 가구의 비중은 51.7%로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인가구의 증가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주택의 수요, 공간분포, 가구의 소비패턴, 통행패턴, 복지수요 등 많은 부분이 해당한다. 올해 논문 이용 트렌드로 볼 때 1인가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방송관계자들이었다. 3만 편의 논문 중 5위를 차지한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3,436회)가 가장 순위가 높았고, 1인 가구의 증가와 미디어 소비 행태 분석(160위, 844회)이 그 다음이다. 젊은 연예인들이나 셰프테이너들이 나와 펼치는 먹방과 쿡방은 전형적인 1인가구의 취향을 고려한 방송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에 따르면 “끼니를 혼자 해먹어야 하는 1인 가구에게는 ‘오늘 뭐 해먹지’와 같은 고민이 큰 문제로 등장했고, 이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쉽고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1인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바로 뒤따랐다. 1인가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돈은 어느 정도 버는 사람들이냐는 의문이다.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207위, 767회)에 따르면 단독가구는 여성, 청년층 및 노년층, 저학력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장년층 비중이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청년층 단독가구의 경우 고학력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결혼관의 변화 등에 따른 만혼화 현상과 학업이나 취업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득 수준은 낮아 적자가구가 많았고, 2010년 기준 44% 정도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1인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주거형태의 변화를 불러와 이와 관련된 논문도 많았고, 도시정책의 변화, 소형임대정책 공급을 늘리라는 복지 관련 논문, 공동주택인 셰어하우스의 디자인을 논하는 글도 자주 눈에 띠었다. 한편으로 비혼 1인가구의 결혼가치관의 변화를 탐색하는 글들도 많았다. 이들 논문을 보면 비혼 1인가구가 전통 가족관에서의 일탈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왔지만, 선후관계는 분명치 않았다. 즉, 혼자 살다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결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인가구 증가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 대해 큰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결혼에 실패했을 경우 치러야 하는 대가도 남성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혼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 비혼 여성 1인가구의 사회적 배제에 관한 연구 등과 같이 비혼 여성의 다양한 실태와 심리상태에 대한 접근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는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측면이 많은데, 특히 절친한 친구나 교제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사람들과는 자연스럽게 교제를 멀리하게 된다. 관심사나 생활방식이 달라지면서 대화거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에서도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불어 빈곤하지 않았던 여성 1인가구는 병에 걸리는 경우 바로 빈곤 계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간병이 필요할 때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여성 1인가구는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유대의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1인가구의 재무구조, 자살생각 등 1인가구 관련 논문은 그것의 증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논하는 글이 많았다. 특히 ‘독거’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36편의 논문 대다수는 ‘독거노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독거노인의 실태, 지원대책, 우울감, 건강상태 등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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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교육방송공사 미디어와 교육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 김형우
2 한국정보사회학회 정보사회와 미디어 1인 가구의 증가와 미디어 소비 행태 분석 홍성철
3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 반정호
4 대한지리학회 대한지리학회지 1인 가구의 인구·경제·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성장패턴과 공간분포 이희연, 노승철, 최은영
5 한국디지털디자인협의회 디지털디자인학연구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을 반영한 외식업 서비스 방향 연구 박현우, 나건
6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 1인 가구의 주관적 삶의 만족감에 관한 연구 강은택, 강정구, 마강래
7 한국FP학회 Financial Planning Review 청년 1인 가구의 삶에 대한 연구 정순희, 임은정
8 한국인구학회 한국인구학 비혼과 1인 가구 시대의 청년층 결혼 가치관 연구 호정화
9 서울연구원 서울도시연구 서울시 1인 가구의 밀집지역 분석과 주거환경 평가 이창효, 이승일
10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국토계획 서울의 1인 가구 특성과 거주 밀집지역 분석을 통한 주택정책 방향 연구 이재수, 양재섭

 

 

‘이데올로기’로 분석되지 않는 현실 ‘정동’으로 분석한다

본격적 의미의 학문적 유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바로 ‘정동’(情動, affect)이다. 문학과 문화연구에서 지난 1~2년 사이에 심심찮게 나타난 용어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 정서라는 단어와는 달리, 행동적 측면을 강화한 단어다. 정신분석 용어로서 정동은 의사가 관찰 가능한 환자의 정서다. 행동이나 표정으로 나타나는 정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정동은 촛불시위의 정동, 어버이연합의 종북 히스테리에 나타난 정동 등 집단행동을 추동하고 그 행동을 유지하게 만드는 ‘구조화된 집단정서’를 의미하는 듯하다. 즉, 감정의 입장에서 포착한 행동이라고도 보인다. ‘이데올로기’로 설명이 되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분석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동을 다룬 논문은 10여 편이었는데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은 혐오의 시대: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43위, 1,302회)다. ‘혐오’라는 감정을 단순한 감정으로 대할 게 아니라 예전의 이데올로기 대하듯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정동’에 비판적 스탠스를 취한 논문들도 제법 살펴졌는데 정동과 이데올로기 정동 이론 비판 등 계급적 모순, 젠더적 모슨 등과 같이 선명한 사회문제를 정동이라는 문제틀이 흐려놓는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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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은 파국론이다

‘정동’의 옆자리에 ‘헬조선’이 놓인다. 헬조선은 “한 사회가 작동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정의와 윤리의 감정이 붕괴되고 있음을 청년 세대의 입을 통해 경고한 사회 체제 위기의 담론이다.”(이동연) “헬조선론은 한국사회의 수많은 ‘미개한’ 군상에 대한 박물지이며, 그 ‘미개한’ 행태에 관한 보고가 모여 거대한 자국혐오 정서로 발전한 담론”(박권일)이다.

헬조선과 유사하거나 인접한 보조 단어들로, ‘N포세대’ ‘노오력’ ‘지옥불반도’ ‘흙수저’ ‘우주의 기운’ 등이 있다. 관련 논문들도 꽤 순위에 들었다. 헬조선에서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에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떼쟁이, 세금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삶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헬조선’의 우리들은 “예측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비상식적, 비민주적 일들이 거듭 발생하는 현실을 견뎌내는 것도 이젠 지치고 힘들다”라고 한다. 가장 빛나는 인식은 박권일 씨가 쓴 ‘헬조선’, 체제를 유지하는 파국론에서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기서 헬조선론이 왜 파국일 수밖에 없는지 논하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의 논리는 아니다. 그는 ‘마사 너스바움’의 논의를 빌린다. 너스바움에 따르면 ‘혐오’와 ‘분노’는 서로 다르다. 분노는 부당함에 대한 분개로서 대상에 다가가게 만드는 감정인데 비해, 혐오는 자신이 오염될 것이라는 불안과 그에 대한 거부를 바탕에 깔고 있다. 따라서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감정이다. ‘미개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함축한 이러한 혐오의 감정은 ‘주체와 대상의 분리’에 기반하여 오염을 거부하고, 순수함과 완전함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결국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에 대한 혐오까지 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파국론이다. “같이 죽고말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 담론지대는 “현실을 비난하면서도 현실을 바꾸려는 집단행동(과 선동)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헬조선’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헬조선’, 체제를 유지하는 파국론 박권일
2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헬조선에서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 하승우
3 문화과학사 문화과학 헬조선의 N포 세대와 노력의 정의론 정정훈
4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굿모닝 헬조선 김명인
5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월간 복지동향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한가? 남기철
6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미디어] 헬조선을 심화시키는 언론 김서중
7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헬조선’의 우리들 배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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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민주주의

1인칭 문화, 헬조선 담론이 ‘고립감’ ‘낭떠러지’ 같은 인식의 기반 위에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촛불’이 있었다. 올 11월과 12월 전국 방방곡곡을 가득 메운 촛불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 ‘혐오’가 아닌 ‘분노’가 살아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는 고대국가의 국경선을 ‘땅따먹기’ 수준으로 논하고 있었던 데 비해, 생활현장에서 공통의 문제의식으로 각개약진한 촛불은 성숙한 시민사회는 죽지 않았으며, 평소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위기가 닥치면 집단지성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논문들에서도 촛불, 집회, 민주주의 관련 탐구가 눈에 띄게 많았다. 한국사회 집회∙시위문화의 변동과 특징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대응 기준과 개선방안 등 문화적 변동의 차원에서 짚거나, 이러한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 못하는 경찰 대응을 문제삼기도 했다. 촛불이란 단어가 들어간 논문들은 인터넷 항의와 정치참여, 그리고 민주적 함의: 2008년 촛불시위 사례 등에서 보듯 새로운 정치참여 문화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글들이 많았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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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감정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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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분석  1부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노동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노동(근로)이라는 키워드로는 3만 편 가운데 355편의 논문이 검색됐다. 노동 키워드 중 1위를 차지한 논문은 전체 3만 편 중 29위를 차지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과 청년실업으로 총 1,498회 이용되었다. 최근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인데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과 연관시켜 짚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듯하다. 주목되는 건 노동 관련 논문이 수치상으로는 많지만 1000위 안에 드는 논문은 7편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노동’이 많이 연구되는 중요한 주제임에도 적극적 관심사항이냐 아니냐로 보자면 중요도가 많이 약화된 느낌이다. 긴박한 노동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보는 시각, 자본주의 시스템이 노동 문제를 사유하는 능력을 약화시켜 삶을 미디어와 소비에 순치시킨다는 관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충격적인 국정농단 및 대기업과의 유착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노동은 다시 중요한 논쟁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은 2012년 대선 때의 공약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기관의 민영화, 기업규제 완화, 법인세 인상 없음 등 철저히 친자본적이었던 것으로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어떻게 볼 것인가?(1,856위)에서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2016년 1월 현재 “큰 방향에서 비정규직을 좀 더 쉽게 사용하고 고용(해고)과 근로조건을 좀 더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간제와 파견제의 확대는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에서 스페인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의 노동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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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감정노동자 … 전 직군으로 연구 확대

양적으로는 ‘감정노동(정서노동)’이 가장 많은 관심 대상이었다. 1987년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쉴드A. R. Hochschild가 『관리된 마음The managed heart』(1983)에서 항공기 승무원 사례를 토대로 ‘감정노동emotional labor’ 개념을 처음 사용한 이후 감정노동은 대면 서비스노동의 보편적 특징으로 알려져 왔다. 인간 본연의 속성인 ʻ감정ʼ을 노동과정 속에서 교환가치로 추상화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특별한 유형의 서비스 노동을 감정노동이라 한다. 정확한 통계로 수치화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그리고 기업의 요구와 노동자 개개인의 성향이 불일치하는 문제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 발생과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다. 국내에서 감정노동 관련 연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돼 2010년을 넘기면서 갈수록 다양한 문제제기와 실태조사, 사회학적·노동법적 연구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번 2016년 논문 이용통계에서도 감정노동이라는 키워드로 87편의 논문이 검색돼 거의 100편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가장 많이 이용된 감정노동 논문은 김왕배 연세대 교수 등이 2012년 발표한 감정노동자의 직무환경과 스트레스(54위, 1,249회)로 이론적 배경과 주요 개념의 역사적 정의 등을 통해 이 분야에서 주요하게 참조되는 스테디셀러다. 그 뒤를 개인성격과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453위), 감정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역할갈등, 자아탄력성 및 이직의도의 관계(816위), 임상 간호사의 감정노동, 감성지능 및 사회적 지지가 직무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1248위) 등이 따랐다. 간호사, 보육교사, KTX승무원, 호텔 및 외식업체 직원, 경찰공무원, 콜센터, 방송연예인,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 감정노동자로 대상을 확대하여 연구되는 추세였고 동일직군은 규모에 따라서 대학병원, 중소병원, 동네병원 감정노동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도 보였다. 논문들은 그들의 감정 소진과 스트레스와 이를 유발하는 소비자의 행태 등의 실태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이들 논문의 결론은 대개 감정노동자의 적절한 보호와 인사관리적 측면에서의 경영효율 달성 등의 결론으로 양분되는데, 감정노동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중요하다는 관점에 서 있다. 가령 경찰공무원의 경우 민원인들과의 접촉이 많은 지구대, 파출소 근무자들은 일의 특성상 감정노동을 줄일 수는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감정케어센터가 제공되는 미국의 경우처럼 “전용 휴게시설, 감정휴가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식이다.

대상을 확대하자 연구자들의 통념(학계의 상식)과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가령 김태성·허찬영의 감정노동이 감정소진과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2,521위)에서는 KTX 승무원의 감정노동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감정노동을 “내면행동과 표면행동”으로 양분하고 KTX의 경우 내면과 표면 모두 감정소진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둘 다 전혀 감정 소진과는 무관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KTX승무서비스 같은 고접촉 서비스의 경우 승무서비스 종사자들의 실제 감정이 어떠하든 간에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통해 고객이 만족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높게 지각하게 되어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높게 지각할 수도 있어 가설과는 달리 직무만족과는 무관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직군에 따라 획일적 기준으로 감정노동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외려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판 감정노동척도 타당화 연구(2,330위)처럼 선진국의 감정노동 측정 기준을 한국화하기 위한 실험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올해 발표되어 높은 관심을 받은 논문들은 감정노동 담론의 경합과 공존(4,099위)처럼 미디어, 학계, 기업,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된 기존의 감정노동 관련 담론들을 의미연결망적 접근을 통해 유형화하고 특성을 발견하려는 사회학적 접근이나 감정노동과 노동법(2016년 9월 신규등록)처럼 직업적 요소로서의 감정을 현행 노동법제가 충분히 포괄해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감정노동의 문제를 노동법학적 검토의 대상으로 삼는 시도도 보여주고 있다.

‘감정노동’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감정노동자의 직무환경과 스트레스 김왕배
2 한국비서학회 비서학논총 개인성격과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한주원
3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감정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역할갈등, 자아탄력성 및 이직의도의 관계 이주연, 지명원
4 기본간호학회 기본간호학회지 임상 간호사의 감정노동, 감성지능 및 사회적 지지가 직무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김주현 외 9인
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 종합병원간호사의 감정노동과 이직의도와의 관계에서 감성지능의 조절효과 박수미, 박옥임, 문희
6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한국영유아보육학 보육교사의 감정노동, 직무스트레스와 심리적 안녕감 및 이직의도 정경진, 윤혜미
7 한국심리학회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한국판 감정노동척도(K-ELS) 타당화 연구 이정은 외 3인
8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임상간호사의 감정노동이 직장에서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고정옥
9 대한경영학회 대한경영학회지 감정노동이 감정소진과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김태성, 허찬영
10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지역 종합병원 간호사의 감정노동과 직무만족도 및 이직의도 정연희 외 3인

청년노동, 한국 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라

OECD 직업역량 전망 2015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핵심생산인구(30-54세)의 실업률과 대비하여 청년실업률(16-29세)은 3.51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중장년층 실업률 대비 3.51배 높다는 것으로, OECD 22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계속 높아지고 노동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알바를 한다기보다 노동자들이 공부를 한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김종엽 한신대 교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년유니온·알바노조 등이 결성되어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벌인 것은 불안정노동자로서의 청년세대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동 분야 논문들의 이슈에서도 청년은 올 한해 중심 키워드였다. 청년실업의 현황과 원인 및 대책(19위), 청년 실업률의 영향요인과 정책방향 탐색(353위), 청년층 취업선호도와 노동시장 진입의 관계(392위), 한국의 청년 실업에 관한 연구(498위), 한국의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과정의 파행(660위), 청년층 노동시장의 실태와 청년고용정책(1,417위)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다.

최율 한양대 연구원 등이 발표한 청년층 취업선호도와 노동시장 진입의 관계는 매우 정교하게 모집한 수천 명의 집단을 대상으로 10차에 걸쳐 설문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년층의 취업선호도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논문은 언론의 취업눈높이 담론이 갖는 허점을 짚고 있어 눈길을 끈다. 취업눈높이 논의의 핵심은, 취업준비생이 자신의 교육적 배경(대학의 위계, 교육연수) 등에 비해 훨씬 좋은 조건의 취업을 원할 때,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다. 대학교육이 급격히 확대된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음을 생각할 때, 이는 일견 타당한 논의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취업눈높이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에 바탕을 두지 않은 이러한 가정은 대학서열 위주의 학력주의에 기반한 사회적 차별 논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논문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선호도 조사결과 청년층은 눈높이가 가장 높은 A군집과 가장 낮은 D군집 등 4개의 군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취업선호도가 높을수록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즉, 최상위 대학을 나왔지만 눈높이가 낮은 사람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어도 눈높이가 높은 사람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취업눈높이 담론’의 허점을 찌르는 결과다. 또한 논문에서는 취업눈높이가 가장 높은 A집단과 그 다음 높은 B집단 간에 능력이나 취업준비 요소들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부모의 학력과 가구소득”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부모의 학력이나 가구소득 같은 가족 배경이 최상위 집단과 중간집단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이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 할 수 있으며 한국 사회의 계급적 분할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청년수당’도 복지 이슈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2016년 1월 20일 성남에 사는 24세의 청년들은 12만5000원의 지역화폐(상품권)를 지급받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따라 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실시된 이 청년수당은 예외없이 모든 청년에게 동일한 금액을 준다는 데서 기존 복지제도와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이를 둘러싸고 “왜 일자리가 아닌 돈으로 주느냐” “돈을 주면 일을 안 하려 한다”고 격렬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는데 최근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이런 비판들의 근거를 하나하나 논박하는 것이 많다. 가령 이런 것이다. 수입이 60만원에 그치는 기초수급대상 가계를 보자. 이들에게 돈을 60만원을 지원해주면 자신의 기존 수입이 그대로 대체되기 때문에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30만원을 지원해주면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일을 계속 하게 된다. 이럴 경우 90만원의 가계수입 때문에 더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수입을 더 올리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지원금이 없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년수당도 마찬가지로 수당을 받은 이들이 차별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고, 술 마시고 탕진하는 게 아니라 가계에 보태거나 유용한 일에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유흥비로 쓰는 경우도 지역화폐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돈이 단순히 돈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안배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청년노동’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숭실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논총 청년실업의 현황과 원인 및 대책 금재호
2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노동연구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과 청년실업 김성희
3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연구 청년 실업률의 영향요인과 정책방향 탐색 최용환
4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청년층 취업선호도와 노동시장 진입의 관계 최율, 이왕원
5 조선대학교 지식경영연구원 한국비즈니스리뷰 한국의 청년 실업에 관한 연구 지광수, 수홍걸, 송송이
6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한국학연구 한국의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과정의 파행 김규원
7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청년층 노동시장의 실태와 청년고용정책 김유빈
8 한국노동법학회 노동법학 청년고용할당제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노호창
9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스웨덴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 손혜경
10 GS&J 인스티튜트 시선집중 GSnJ 청년실업과 인력수급 문제: 대학교육의 틀을 바꾸어야 이명헌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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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올해의 키워드 등극 ··· 불황여파 ‘공유경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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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1부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사회·경제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올 한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고 이용한 논문은 ‘여혐’ 논문이었다. 디비피아의 2016년 1월부터 12월 7일까지의 이용통계에 따르면 100회 이상 이용된 상위 3만 편 논문 가운데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이 7,388회로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이용통계 2위와 3위도 여혐 관련 논문으로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5,750회)와 일베와 여성 혐오(3,991회)가 차지했다. 1-3위를 모두 ‘여혐’이라는 주제가 차지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매우 특별한 순간에 직면해 있음을 드러내준다. 여혐 관련 논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인터넷 여성혐오」(3,062회)가 7위, 문화영역의 여성화와 여성혐오(1,870회)가 17위,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1,828회)이 20위,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1,372회)가 37위, 혐오의 시대: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1,302회)가 43위,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952회)이 117위 등 여혐 논문은 그 종수가 많지 않음에도 거의 대부분이 최상위권에 포진함으로써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여타 페미니즘, 젠더 등의 주제도 다른 주제들에 비해 약진을 보였다. 전체 100여 편의 페미니즘 분야 논문 중 상위 10편이 모두 ‘여혐’을 직접적·중심적으로 다룬 논문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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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여성연구소 페미니즘 연구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김수아
2 문화과학사 문화과학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한윤형
3 진보평론 진보평론 일베와 여성 혐오 윤보라
4 한국여성연구소 페미니즘 연구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인터넷 여성혐오 정인경
5 도서출판여이연 여/성이론 문화영역의 여성화와 여성혐오 황미요조
6 한국여성철학회 한국여성철학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 윤지영
7 도서출판여이연 여/성이론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 유민석
8 도서출판여이연 여/성이론 혐오의 시대 –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 손희정
9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소 아시아여성연구 타자화를 넘어,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소통을 전망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정인경
10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미디어, 젠더 & 문화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 엄진

 

도시광산’ 논문 최상위 순위 기록

 도시 광산업 논문이 2편이나 10위 안에 포함돼 의외였다. 처음 이걸 봤을 때는 도시에 버려진 폐광산이 많은가? 혹은 광산(鑛山)이 아니라 전자제품 산업을 줄여서 광산(光産)이라고 했나? 등의 의문이 들었지만 말 그대로 도시광산(Urban Mining)이었다. 버려진 가전제품에서 금속류 등의 자원을 추출해내는 산업을 일컬어 ‘도시광산’이라고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도시광산 논문이 2편이나 최상위권에 포진하게 됐을까. 최근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에게 공식적으로 갤럭시노트7를 재활용하자고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제품하자로 인해 리콜 대상인 갤럭시노트7은 430만 대이며, 이는 730톤에 이르는 양이다. 그린피스 추정에 따르면, 이 리콜대상 휴대폰에서 코발트 2만kg, 은 1000kg, 텅스텐 1000kg를 비롯 금 100kg, 탄탈룸 9-86kg, 팔라듐 20-60kg 등이 재생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20% 정도의 휴대폰 재활용률에 한참 못 미치는 4%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어 제품 회수와 재사용이라는 선순환 구조 만들기가 시급한 현실이다. 정부는 지자체 차원의 각종 경진대회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참여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 도시광산 논문의 급속한 이용 증가는 갤럭시노트7의 초유의 리콜 사태 등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불황 속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키워드 ‘공유’

 한국 경제의 성장률 지속 저하와 장기불황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는 요즘, 경제에 대한 논의도 활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틀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논문들, 규제나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논문들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논문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를테면 공유 경제나 사회적 기업(경제)을 논하는 논문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 경제를 키워드로 해서 검색된 465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은 1,400회 이용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미래와 성공조건(전체논문 중 35위)이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298위), 공유경제 서비스의 성공요인에 관한 실증 연구(460위),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혁신의 가능성과 한계(1,442위), 사회적기업의 사회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요인 분석(2,429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정부규제의 필요성」(3,236위) 등 상당히 많은 논문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공유경제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유 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쓰는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공유라는 개념은 인류사와 같이하는 오래된 아이디어이지만 스마트폰 혁신으로 인해 이것이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를 맞았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연결해서 숙박과 차량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을 활용한 기업 창업도 많이 이뤄진다. 전망은 밝은데 해결할 과제도 많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정부규제의 필요성에서는 “공유경제 기업 중 이익추구형 플랫폼은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지언정 실제로는 거대 ICT 플랫폼으로서 전통적 자본주의 기업과 속성에 있어 변함이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전통적 비즈니스와 동일한 시장을 두고 갈등과 경쟁을 일으키고 있음은 물론이고 소비자 안전, 노동력의 부당한 이용 등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유경제’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경기연구원 이슈&진단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미래와 성공조건 김점산, 지우석, 강상준
2 한국사회과학연구회 동향과 전망 한국의 ‘사회적 경제’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 신명호
3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동향 에어비앤비(Airbnb) 사례를 통해 본 공유경제 관련 법 제정 현황 분석 송순영
4 국제e-비즈니스학회 e-비즈니스연구 ICT 발달에 따른 공유경제에 대한 소고 고윤승
5 한국콘텐츠학회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공유경제 서비스의 성공요인에 관한 실증 연구 김해중, 박종우, 조동혁
6 한국공공사회학회 공공사회연구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혁신의 가능성과 한계 김경희
7 한국지방정부학회 지방정부연구 사회적기업의 사회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요인 분석 선남이, 박능후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행정법연구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정부규제의 필요성 이성엽
9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사회적경제와 지역발전 이해진
10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한국사회복지행정학 사회적경제 조직의 리더십에 관한 탐색적 사례연구 오단이
4차 산업혁명 논문들 봇물

 인간이 무한히 지구를 파먹을 수 없기 때문에 성장 또한 무한할 수 없다는 한계의식이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경제적 지각변동 또한 많은 관심을 받은 경제학적 주제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20편 가량의 논문이 발 빠르게 집필되고 읽혔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훨씬 더 많은 논문과 열독률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읽힌 논문은 2016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으로 전체 이용순위 88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4차 산업혁명이 마케팅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을 예측한 4차 산업혁명, 마케팅 혁명의 길(123위)이 차지했다. 논문들을 일별해보면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스마트 기기 회사들 동향,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산업인터넷’을 적시한 논문, 스마트기술과 표준화 전략,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국가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적 연구 등이다. 그리고  연관된 영역으로 사물인터넷 논문이 85편, 인공지능(로봇)에 관한 논문이 100여 편, 드론에 대한 논문이 56편 등으로 포함되었다. 이들 논문은 추후에 공학 분야에서 다루기로 한다.

여기서는 다소 생소한 산업인터넷을 살펴보자. 산업인터넷이란 사물인터넷·기계·인간·컴퓨터가 첨단 데이터 분석으로 기업의 설비나 시스템 운영체계를 최적화하고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의 GE사가 대표적 선두주자이며 이 회사는 10억 불을 투자하여 산업인터넷 플랫폼 ‘Predix’를 선보인 바 있다. GE사는 산업인터넷의 핵심 요인을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 및 생태계 조성으로 보고 소프트웨어 인력채용, 대규모 R&D, M&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14조 6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예측된다. 현재 전세계 앱시장 규모가 880억 달러 수준이니 얼마나 큰 시장인지 알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인간의 설자리를 좁힐 거라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요구한다. 제조의 패러다임 변화가 그것을 가능케 할지도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 마케팅 혁명의 길에서 김원호 신한대 교수는 과거에는 전문가가 고가의 장비로 제품을 만들고 상품화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다양한 개인이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개성적인 제품을 만들고 이것들이 마켓을 이루는 ‘디지털 공작소’가 넘쳐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정책 2016 다보스포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장필성
2 한국마케팅연구원 마케팅 4차산업혁명, 마케팅 혁명의 길 김원호
3 대한산업공학회 ie 매거진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함의 원동규, 이상필
4 대한전기학회 전기의세계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스마트제조 백수현
5 지속가능과학회 STSS지속가능과학회 학술대회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김진형
6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영학회 통합학술발표논문집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안상희, 이민화
7 과학기술정책연구원 FUTURE HORIZON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와 제4차 산업혁명 박병원
8 한국사회과학연구회 동향과 전망 저성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과제 유철규
9 한국뇌과학연구원 브레인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 혁명의 본질 한재권
10 전력문화사 Electric Power 인공지능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 물결 이민화, 강만금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희 다시 읽기’ 붐 … 국정교과서 논란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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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note note_color=”#cfcfcc” text_color=”#000000″]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분석 첫 순서로 1부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정치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su_note]

 

r2016년 한 해를 지배한 초특급 이슈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드러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다. 디비피아(DBpia)가 서비스하는 논문 200만 편 중 2016년에 많이 읽힌 상위 3만 편에서, 논문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통령 역시 박근혜 대통령일까? 정답은 아니다. 박근혜가 등장하는 논문은 45편인데 비해 박정희가 등장하는 논문은 모두 48편으로 3편이 더 많다. 그렇다면 다른 대통령은 어떨까? 바로 직전 대통령인 이명박 15회, 노무현 10회, 김대중 6회, 김영삼 2회, 노태우 3회, 전두환 1회, 최규하·윤보선 0회, 이승만 22회다. 박정희, 박근혜, 이승만이 톱3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 관련 논문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임혁백 고려대 교수의 2012년 논문 박정희에 대한 정치학적 평가가 전체 225위로 가장 순위가 높다. 그 뒤를 이어 ‘경제정책’, ‘개발독재’, ‘통치이념’, ‘통치전략’, ‘경제발전 vs. 민주주의’, ‘대북정책’, ‘국민통합’ 등의 순서로 관심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박정희 시대를 매우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았다는 인상을 준다. 각 분야 주요 정책을 비롯해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유신체제, 문화재 발굴 등 온갖 영역이 다 등장한다. 이것은 학계의 자발적 조명이나 사회적 니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 진짜 배경은, 말하자면 ‘국정교과서’다. 2015년 9월 정부의 갑작스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어 1년 만에 교과서가 뚝딱 만들어져서 공개됐으니 이와 연관된 관련자들이 교과서 집필(아주 일부는 비판)을 위해 동상이몽의 박정희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목록이다.

 

‘박정희 대통령’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평화연구 박정희에 대한 정치학적 평가 임혁백
2 한국역사연구회 역사와현실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 양날의 칼의 정치경제학 이덕재
3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박정희 정부 시기 선진국 담론의 부상과 발전주의적 국가정체성의 형성 김종태
4 역사비평사 역사비평 박정희 정권기 개발독재 비판 정일준
5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민주주의와 인권 1960∼1970년대 박정희 통치이념의 변용과 지속 김지형
6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열린정신 인문학연구 박정희 시대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양립성 문제 이주천
7 한국통일전략학회 통일전략 제1장 박정희 정부의 대북정책 변창구
8 한국극예술학회 한국극예술연구 박정희 정권 후반기 영화와 섹스 그리고 국가 조준형
9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한국정치외교사논총 박정희의 ‘민족’ 창조와 동원된 국민통합 최연식
10 내일을 여는 역사 내일을 여는 역사 박정희는 경제발전의 공로자인가? 박승호

 

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논문은 22편이나 순위에 올랐다. 이승만의 정치 리더십 연구가 관련 22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읽혔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다만 전체 이용순위는 3,243위에 불과해 박정희 관련 논문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른바 VIP의 직접적인 관심 대상인 ‘박정희 재평가’에 주력하되, 재평가하는 김에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표기하고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호명하기 위해 이승만 논문도 뒤적였다는 얘기가 된다.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역사학자 한 명도 없어”라는 한 언론의 평가를 반영하듯, ‘전문성’이 부족한 ‘역대급 원고료’ 집필진이 때 아닌 공부하느라 고생한 흔적이기도 하다. 국정교과서가 공개되자마자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과 아예 교과서를 탄핵하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아마 내년에는 박정희 관련 논문이 목록에서 썰물 빠지듯 빠지지 않을까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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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둘러싼 갑론을박 … 찬성론이 압도적 우세

북한이 고고도 미사일을 쏴서 한반도를 공격했을 때 이를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무기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논란도,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13일 오후 사드를 경상북도 성주군 성산포대에 배치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사드 관련 논문은 12편이 목록에 올랐는데 비교적 순위가 높았다. 2,118회 이용돼 3만 편 중 13위에 오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정책적 함의에 이어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서 사드(THAAD) 논란이 갖는 의미(41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서의 루머와 확증편향(60위), 사드와 AIIB를 둘러싼 미중관계와 한국(140위), 4차 북한 핵실험과 사드의 국제정치(213위) 등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사드 관련논문 중 상위이용 3편 모두 사드 찬성론자의 논문이라는 점이다. 사드찬성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동반자관계인 한중관계가 대등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려면 기본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안보 교환 모델’에서 요구하는 바와 같이 한미동맹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거나, 사드 도입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중국 안보에 대한 위협, 예산상의 문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문제, 동북아 각국 군비경쟁 촉발 가능성은 사실과 다르거나 지엽적 비판에 치우쳐 있다”며 “문제는 북한 핵 공격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의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드와 관련해 “사람들이 루머에 휘둘리며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으려는 확증편향을 보인다”며 반대여론을 무지몽매한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4위에 오른 「사드와 AIIB를 둘러싼 미중관계와 한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 여부를 떠나 논의 과정에서 중국 측이 보인 태도는 우리의 국가주권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며, ‘약소국 무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했다. 이 논문은 기본적으로 미중 패권경쟁의 절대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국이 ‘모호한 외교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찍는다.

사드 문제, 쉽지 않다. 미국 군수기업과의 밀월과 소수 관계자들의 사적 이익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 또 이러한 의혹 짙은 무기 도입에 국가의 중요한 외교적 스탠스가 결정되는지도 모른다는 국민적 우려가 엄존한다. 게다가 사드도입이 우리의 이해관계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반박도 존재한다. 휴전선 가까운 곳에서 무차별로 날아오는 저공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할 방법이 없고, 사드의 천문학적인 관리비용, 사드를 파괴하려는 공격에 대비한 선제 타격 시나리오 등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형국을 연상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인풋과 아웃풋의 비대칭은 우리나라의 국가이익 보다 미국의 국가이익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궁극적으로는 국방비의 무차별적인 상승과 핵위협 속의 삶을 끝없이 걸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드 문제를 무기에 대한 이해부터, 전략적 차원, 국제정세적 차원, 비핵화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한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의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3,665위)은 필독해볼 가치가 있는 논문이다.

‘사드’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략연구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정책적 함의 박근재
2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관계연구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서 사드(THAAD) 논란이 갖는 의미 박휘락
3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략연구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서의 루머와 확증편향 박휘락
4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국제정치연구 사드와 AIIB를 둘러싼 미중관계와 한국 이기완
5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 4차 북한 핵실험과 사드의 국제정치 김흥규
6 창비 창작과비평 중국 겨냥한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고영대
7 창비 창작과비평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서재정
8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사드(THAAD) 체계 소개와 한반도 배치의 함의 손영환
9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관계 윤지원
10 충북연구원 충북 FOCUS 사드(THAAD)배치가 충북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 설영훈 외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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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테러방지법 vs. 김영란법

2016년은 서로 대척 지점에 위치한 법이 발효된 한해이기도 했다. 집권당의 밀어붙이기로 2016년 3월 통과한 테러방지법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해 11월 시위하는 사람이 신분을 알 수 없게 복면을 쓰는 것을 방지하는 복면방지금지법을 발의해놓고, 이듬해인 올해 3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테러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우려’만으로도 합법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법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은 국정원의 대국민 사찰을 더욱 용이하게 해주는 발판이 되었다. 의원들이 기록적인 필리버스터로 대응했지만 막지 못했다.

‘테러’ 키워드로 검색된 35편의 논문 중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복면금지법과 테러방지법, 그 음모의 정치학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논문은 “폭력적인 대응전략이 향후의 정국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는 점이다. 즉, 민중총궐기대회를 불법∙폭력적인 집회로 묘사하고 그것에 대한 그릇된 환영을 야기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은 다가올 총선까지를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테러방지법을 발의하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선진 국에서도 이러한 법을 가지고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했으나, 논문에 따르면 오히려 그 맥락이 정반대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신나치세력들이 복면을 쓰고 대중집회∙시위 참여자들을 공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법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난히 높아진 테러 관련 논문들은 타국의 테러방지법 제정 동향, 테러방지법과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 테러, IS 등 이슬람 과격 테러 동향 등 다양한 관심사들을 아울렀다.

하반기에는 김영란법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되었지만 입법과정에서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되어 큰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영란법 관련 논문은 9편이 순위에 진입했다. 재미있는 것은 논문들이 대부분 김영란법의 위헌을 따지거나, 시행령에서 보강해야 할 점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약 300만 명에 육박하며,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이런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소원을 당하면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폭 개정될 여지도 있다고도 한다.

‘김영란법’ 주제 논문

순번 발행기관명 간행물명 논문명 저자
1 한국사법행정학회 사법행정 ‘김영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연구(김영란법 Ⅰ) 고시면
2 관훈클럽 관훈저널 김영란법 시행령에 담아야 할 내용 한지훈
3 새가정사 새가정 [SNS로부터 온 소식] 김영란법이란? 청탁금지법 편집부
4 고시계사 고시계 “부정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에 대해 언론과 교총은 中心을, 변협은 重心을 잃었다. 김학성
5 관훈클럽 관훈저널 김영란법은 여야 치킨게임의 산물이다 이재명
6 관훈클럽 관훈저널 김영란법, 언론인은 예외인가 필수인가 한장희
7 철학문화연구소 철학과 현실 ‘김영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김도식
8 전력문화사 Electric Power 김영란법, “옥죄는 수단 아닌 청렴한국 구축하는 계기돼야” 배상훈
9 한국마케팅연구원 마케팅 김영란법, 마케팅의 법을 바꿀까? 김원호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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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여전한 인기∙∙∙인공지능, 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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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frame align=”leftnone”]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번 10월은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간 DBpia 논문 이용 순위 1위부터 1만위를 대상으로 분석하며,
모두 4부에 걸쳐 게재됩니다.

 
(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r마지막으로 가장 인기를 끈 논문들이라 할 수 있는 100위권 논문 그룹에서 9월과 10월의 차이를 짚어보려 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상위권 100위까지 논문들의 변동사항이다. 그중에서도 9월에 1~50위를 차지한 50편이 10월 통계에서는 각각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래  9월에 1~10위를 차지한 논문들 중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단 2편뿐이다. 나머지 8편은 소폭 이동을 하며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1~20위도 2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남아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3편(21~30위), 6편(31~40위), 5편(41~50위)이 100위 밖으로 밀려나 변동폭이 커졌다. 지난달 1~50위 논문 중 이번 달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논문은 총 18편으로 전체의 약 37%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 논문에 대한 관심 이용 층이 예상보다 길고 두텁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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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공학·실용 분야 논문들의 등락폭이 인문사회 분야보다 월등이 높았다는 것이다. 9월에 6위를 기록한 「(…)전장관리정보체계 소프트웨어 시큐어 코딩룰(…)」은 245위로, 8위 「LVC-G COTS SW  개발 기대격차 분석」은 546위로, 12위 「호주 대학생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 연구」는 3107위, 40위 「동시공학적 접근법 및 응용 사례」는 1491위로 각각 떨어졌다. 등락폭이 가장 컸던 논문은 「성공적인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한 서비스 경험 실사」로 41위에서 6,064위로 급락했다. 이는 공학이나 실용 분야 논문의 정보 사이클이 인문사회 분야보다 짧고, 집중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아주 세부적인 주제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인기/드론의 이해와 동향」(35위->102위)이나 「3D 프린팅 기술과 건축적 활용」(36위->432위) 등 신기술·첨단기술 관련 논문들은 순위가 하락해도 소폭이었으며, 순위는 하락했지만 다운로드 횟수는 오히려 지난달보다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같은 공학 분야라도 타 분야와의 접목성이 높은 분야는 광범위한 이용자의 선택을 꾸준히 받는 것으로 보였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1편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계간 『창작과비평』에 실린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그것인데, 24위(168회)에서 368위(84회)로 대폭 떨어졌다. 이는 지난 5월 맨부커상 수상 이후 갑자기 이용자가 몰렸다가 점차적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논문을 지난달 자료와 비교한 표다. 맨 왼쪽 순위에서 괄호 속은 9월의 순위라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최상위권 이용률(다운로도 횟수)가 100~200회 정도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반면 중상위권의 다운로드 횟수는 지난달보다 100회 가까이 늘어났다. 머리가 가벼워진 대신 허리가 두터워졌달까? 아무튼 전체적으로 볼 때 100위권 다운로드 횟수 총합은 9월보다 10월이 높다.

새롭게 9월엔 1만 위 바깥이었지만 10월에 100위권으로 급속히 진입한 논문들은 모두 18편이었다. 이중 70%가 넘는 13편이 공학·과학 분야다. 앞서 말했듯이 공학 분야 논문들은 단시간으로 집중적으로 소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 설문조사를 통한 실사연구를 통한 정책 관련 연구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브렉시트 현장 리포트와 이후의 영국」은 유일하게 사회과학 분야에 속하는데, 논문은 아니고 월간지 기사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상황을 리포트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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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spoiler title=”9월 이용통계 10,000위 밖에서 10월 이용통계 100위권으로 진입한 신규논문” style=”fancy”]
「[두뇌사용설명서] 단월드-브레인 공동기획」 2편(18위/44위)
「비혼 남녀의 콘돔사용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부장성」(32위)
「지게차용 추진축의 가속 수명 평가」(35위)
「조기 영어 교육이 유아의 이중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51위)
「공항서비스에 대한 인천국제공항 이용자의 지각된 서비스품질과 만족에 관한 연구」(54위)
「SU-8 기반 나노 구조가 PC12 세포의 신경돌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56위)
「폴리에틸렌 시편의 균열진전거동 시뮬레이션」(60위)
「한국영유아 보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65위)
「유한요소기반 다중스케일 연성파손모사기법을 이용한 원주방향 균열이 존재하는 탄소강 실배관 예측 및 검증」(68위)
「고온 성형을 이용한 인코넬 718 샌드위치 코어 구조 성형」(75위)
「칼만 필터를 이용한 휠로더 버킷 적재물의 질량 추정 시스템」(78위)
「브렉시트 현장 리포트와 이후의 영국」(82위)
「포토리지스트 혼합액의 미세패턴내 표면 및 체적 변화율의 제어를 통한 마이크로렌즈 제작에 관한 연구」(84위)
「Experimental Investigations on the Temperature Characteristics of Loop Heat Pipe」(93위)
「배플이 설치된 잠수함 압축기용 오일 냉각기의 전열 성능에 관한 수치연구」(94위)
「마이크로 파일의 시공 사례 및 공법 개선 방안」(99위)
「강원랜드 리조트카지노의 강원지역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영향력 분석」(100위)[/su_spoiler]
[/su_accord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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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양상을 보자면 지난 9월의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었던 페미니즘(여혐)은 여전히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약간씩 순위가 하락했고, 사드 배치(핵실험)·브렉시트 등 국제정세 이슈, 인공지능·3D프린터·드론·사물인터넷 등 인기 과학주제도 등락폭이 미미했다. 1~100위 논문들의 전체적인 트렌드는 9월의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범위를 1만위로 넓혀서 이들 논문 편수를 헤아려보면 이들 주제에 대하여 사회적 니즈가 점점 증폭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미니즘(25편)·성역할(18편)·여혐(22편)·젠더(45편) 등 관련어로 논문들이 끊임없이 검색된다. 이는 ‘여성’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했을 때 262편의 논문이 검색되는 반면, ‘남성’을 키워드로 했을 땐 28편에 그친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인공지능(로봇·딥러닝)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상위 1만 위 논문 중 96편이나 검색된다. 사물인터넷(72편), 드론(25편), 3D프린터/프린팅(23편), 4차 산업혁명(19편) 등으로 1만 위에 이들 관련 논문이 235편이다. 연관 단어로 좀 더 확장 검색하면 400편까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다만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의 논문이 있다. 하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 논문은 DBpia에 9월 20일 이후에 등록된 논문이다. 그런데 9월에 곧바로 4000위권을 차지하더니 10월에는 33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4차 산업혁명은 다가오고 있는데 제대로 된 긴 호흡의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 책정과 실효성 있는 R&D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불안증도 겹쳐 읽을 수 있었다.
 
[su_frame align=”leftnone”](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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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관심사는 지금, 여기, 현재의 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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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frame align=”leftnone”]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번 10월은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간 DBpia 논문 이용 순위 1위부터 1만위를 대상으로 분석하며,
모두 4부에 걸쳐 게재됩니다.

 
(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rDBpia의 논문은 8개의 대분류로 나뉜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농수해양학, 예술체육, 복합학 등이다. 각각의 대분류는 5~17개의 소분류를 거느리고 있다. 소분류를 모두 합치면 84개 분야다. 이번 기사에서는 키워드 분석에 이어 가장 많은 17개의 소분류를 거느린 ‘인문학’ 각 소분류의 상위 20위 논문들의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를 보며 머리를 스치는 인상은 먼저 ‘오늘날 학문 존재론’이라는 부분이다. 무엇이 학자들로 하여금 연구하게 추동하는가? “앎에 대한 욕구” “지적 호기심” “분과별 논쟁적 주제 해결” “잘못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 등 다양하겠지만 오늘날 학문은 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즉, 현실에서의 다양한 사건, 현상, 제도의 변화 등이 연구를 추동하고 있다. 학문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 것 같아서 좋긴 한데, 기초가 부실해지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들 정도로 깊이 있는 개념적, 역사적, 철학적 탐구와 그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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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일반’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왜 한국 남성은 한국 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다. 이 논문은 전체에서 5위 안에 들 정도로 소위 ‘핫’한 논문이다. 논문의 저자도 한윤형이라는 2030세대의 대표적 논객이다. 그리고 「‘먹방’의 욕망에서 ‘쿡방’의 욕망으로」(3위), 「헬조선의 N포 세대와 노력의 정의론」(7위)도 순위가 높다. 「‘우리’는 어떻게 ‘일베’가 됐는가」(11위)도 보이는가 하면,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14위),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17위), 「한국의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과정의 파행」(20위) 등으로 이어진다. 모두 현실의 어두운 면과 그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 모색 류다. 그리고 현재진행형 이슈들이다.

역사학’ 분류에서도 이런 현상은 이어진다.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 논쟁까지」(1위), 「젠트리피케이션 효과」(4위), 「한국사회의 인종차별」(5위), 「1940년대의 남자 동성애 연구」(6위), 「중등 “역사”·고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론」(7위), 「전염병, 안전, 국가」(9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그 이후?」(12위), 「1970년대 이후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12위), 「강남의 역류성 젠트리피케이션」(16위) 등 거의 절반이 현실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철학’ 분류는 더욱 심하다. 「GMO의 윤리적 문제」(1위),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2위), 「체세포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최근 연구 동향과 관련 윤리지침」(3위), 「동물실험과 심의」(4위), 「뇌사판정과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5위), 「대학생의 연애, 결혼에 대한 의식과 문화 연구」(7위), 「‘김영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8위),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9위), 「다문화 가정 현황 및 한국어 교육 지원 방안」(11위), 「배아복제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한계」(123위), 「한국 중등교육의 문제와 철학교육」(15위), 「동물 실험 옹호 논증의 논리적 분석」(19위) 등 절반 이상이 현실의 첨예한 이슈들이다. 하이데거라든지, 아리스토텔레스라든지, 주희나 공자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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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잉의 시대, 도덕붕괴의 거울인가?

또 하나의 트렌드는 윤리, 도덕, 합당과 같은 단어로 포괄될 수 있다. 그것은 올바른가?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 와 같은 질문이 논문 목록에서 압도적으로 표면화되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유행도 사실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기존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게 합당한가?”라는 질문으로 압축이 가능하며, ‘여혐’ 관련 논문도 “남성들이 여성 혐오는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을 전제로 쓰인 것들이 많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역사를 국가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주입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는 것이다. 안락사, 동물실험, 유전자조작식품, 동성애, 종교다원주의, 비속어, 원전사고, 언어폭력 등 “과연 이게 올바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논문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철학 연구는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좀더 정교하게 사유하고, 판단하고, 정리해나갈 수 있도록 ‘윤리학적 차원’에 치우쳐 있다. ‘열등감에 대한 탈가치의 윤리학을 위한 시론’ 등이 그렇다. 가치에 얽매어 열등해진 존재를 열등감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선 그것은 열등하지 않다는 논리와 그 논리의 체계로서의 윤리학이 필요한 것이니까.

오늘날 SNS에서는 매일매일 도덕적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성폭력·성추행과 관련된 폭로와 사과, 이를 둘러싼 대중참여만 해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에 민감해졌는지 여실히 드러내준다. 논문은 그것의 반영이다. 그리고 도덕 과잉은 도덕 붕괴의 거울이 아닐까?
 
[su_frame align=”leftnone”](1)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만편 논문 키워드 분석
(2)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사상가, 문인, 영화감독
(3) DBpia 10월 이용통계로 본 인문학 트렌드
(4) DBpia 10월 이용통계 상위 100위 변동현황[/su_frame]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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