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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흔히 회계사는 스스로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파수꾼이 감시대상과 함께 자신을 위해서 부정을 저질렀을 때, 우리는 그를 가진 자들의 편이라고 비난한다. 가깝게는 대우조선에서부터 몇 년 전의 저축은행사태, 더 멀게는 분식회계가 횡횡했던 IMF 이전의 기업들까지 물욕에 찌들어 선을 넘어버린 회계사들은 탐욕의 화신이기도 하다. 그들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서 신성한 파수꾼에서 탐욕의 화신이자 지배계급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 선이 허상이었다면 어떨까? 한형성(이하 필자)의 「비판회계학의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본 쌍용자동차(주) 사례연구」(『마르크스주의 연구』, 9(2), 2012)는 회계 자체가 이미 특정 계급을 위한 것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라는 점을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회계는
계급투쟁의 장이다

회계는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다. 알튀세르가 이론의 영역을 계급투쟁의 장으로 규정했던 것에서 회계 또한 벗어날 수 없다. 회계는 “계급투쟁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본질적으로 계급 편향적이지만, 수치라는 외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며 “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신성한 언어’가 된”다. 이런 중립적인 외양 덕분에 회계는 계급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지배계급의 이해를 객관적인 것으로 만드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주류 회계학은 이윤, 효율성, 비용절감과 같은 용어들로 이뤄진 담론이며, 이는 애초에 자본주의적 소유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은 대중들은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이에 대해서 비판회계학의 관점은 회계를 이데올로기로 규정한다. 회계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이윤을 위해서 생산이 조직된다는 자본주의의 특수한 논리에 포섭된 주체들이 생산된다. 이는 구체적인 수준에서는 “표준원가회계와 같은 회계절차들을 통해 노동자들의 규율과 통제를 위한 관리 도구들을 만들어내는 역할”로 나타난다.

따라서 회계라는 담론을 실천하는 회계사와 회계법인들 또한 “계급갈등의 중립지대”에 서있을 수 없다.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다른 지식전문가들, 기업들, 정부와의 ‘불분명한’ 관계들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독점적 기업군이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지는 않지만)도 지적하듯이 동시에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일정부분은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회계사와 회계법인이 수행하는 회계 감사는 일정부분 국가와 시장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며, 국가 장치의 보완자로서 역할을 한다.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의 회계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전의 국가가 수행하던 공적 영역이 사유화-시장화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자명한다. 이런 공적인 것의 사적인 것으로 해체는 회계에서도 나타났다.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회계 서비스가 충족시켜주던 국가적-사회적 필요는 보다 사적인 필요에 의해서 대체되었다. 산업사회에서 신자유주의로의 이행 국면에서,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은 치열한 상업적 경쟁을 벌이고 상업적 서비스 제공이 이들의 영업의 주축이 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국가 장치로서의 공공성마저도 상당부분 포기해버렸다. 회계법인은 자본가들의 사적이익을 공적인 것, 중립적인 것으로 포장해내면서, 자본가의 “동맹자 역할”을 해냈다. 치열해진 회계 시장에서의 경쟁에 따라서, 회계 산업은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회계법인과 그들과 맴버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각국의 회계법인들의 독과점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들은 상업적 자문서비스를 통해서 기업의 인수합병을 돕고, 구조조정에 참여하며, 민영화를 부추기는 자본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만들어진 기업-정부-회계법인 간의 촘촘한 “인적 동맹” 관계는 회계사와 회계법인의 독점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회계는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전환을 돕는 이데올로기로서도 기능한다.

이런 회계 산업의 동학은 국내 법인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회계감사가 국내 회계 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컨설팅과 같은 상업적 자문 서비스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2007년에 각각 수입 중 41.2%와 37.9%의 비중을 차지했던 회계감사와 상업적 자문 서비스는, 2009년 역전되어 각각 36.2%와 41.5%를 차지하게 되었다. 정부와의 인적 동맹 관계 또한 공고히 나타나는데, 국내 3대 회계법인(삼일, 안진, 삼정)의 공개된 고문들은 대부분 전직 고위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 사태
: 회계는 어떻게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가

흔히 ‘쌍용차 사태’라고 불리는 2009년의 파업과 이와 연관된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도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회계법인들의 역할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쌍용차의 매각, 법정관리, 파업, 재매각의 일련의 사건들에는 국내 BIG4 회계법인 중 3개가 엮여 있다. 이 과정 중에서 이 논문이 집중하고자 하는 “의문점들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쌍용차의 2008년 매출이 2007년도에 견주어 20% 줄었는데, 이러한 매출하락의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둘째, 2008년의 영업손실은 2,274억 원인데, 여기에 영업손실의 2배가 넘는 4,823억 원의 추가 손실이 더해져 당기순손실이 7,097억 원이 된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2,646명의 정리해고안이 포함된 삼정KPMG의 경영자문보고서가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에 기초해 작성했다면, 경영자문보고서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다.”

 

ⓒYTN 뉴스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는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적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 감사의견은 현재 기업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로 여겨진다. 따라서 쌍용차에 대한 2008년의 감사보고서에 적힌 매출하락에 대한 원인분석은 이듬해 신청된 쌍용차의 법정관리의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보고서였으며. 이의 내용에 따라서 쌍용차에 대한 앞으로의 조치들이 결정되는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서 안진은 쌍용자동차의 매출하락의 원인이 주주회사인 상하이 기차의 부실한 경영이 아니라 2008년의 금융위기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는 같은 시기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의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서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이 전년 대비 상승했으며, GM대우 또한 매출 하락이 없었다는 점을 무시한다. 즉, 안진의 보고서는 쌍용차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대주주인 상하이기차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외부요인으로 돌려, 쌍용차에서 일어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2008년의 매출액 감소와 함께 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의 근거가 된 당기순손실의 계산 과정 또한 명확치 않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하거나 세금회피 등을 이유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회계장부상 이익을 줄이기도 한다. 쌍용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2008년 쌍용차의 영업손실은 2,274 억 원인데, 당기순손실은 7,079억 원이다. 쌍용차의 당기순손실의 증가는 대부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유형의 자산(토지, 건물, 기계, 설비, 재고 등등)에 대한 평가액이 기존보다 5177억 원 줄어들었기 때문, 즉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유형자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입(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줄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억을 주고 산 고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을 통해서 50억 밖에 벌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이 공장을 팔아도 50억만 받을 수 있을 때는 사실상 이 공장이 100억원의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 50억 원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50억의 손실을 손상차손으로 장부에 반영해야한다. 쌍용차는 이러한 회계규정을 이용해서, 미래에 자신의 예상 수익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계장부 상 손실을 부풀렸다. 회계장부에 반영되어야 하는 신차개발의 효과,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액 등의 정보는 배제하고, 매출액 하락 경향과 외부의 경제위기 등은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당기순손실의 증가를 근거로 노동자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정당화했다.

쌍용차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근거가 된 삼정의 ‘경영정상화방안 검토보고서’에는 2,646명의 정리해고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위에서 말한 안진의 회계보고서에 근거하여 작성되었다. 철저히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으며, 회계 조작의 가능성이 농후한 보고서를 통해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의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 회계보고서의 분석 안에는 자본가의 이해관계는 반영되어 있을지 몰라도 그 이해관계가 의미하는 사회적 의미-노동자들의 삶, 가족과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비용 등-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삼정의 회계보고서가 아무리 형식적으로 공정한 회계 기법에 근거한 것이더라도 이는 애초에 자본의 편에 서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채 이데올로기라고 부르고 있지만 회계학은 그 자체로 자본가의 의식이 체계적으로 드러나는 담론이기도 하다. 사회적 관계가 그 자체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복잡하고 중층적인 기제들에 의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들이 발생할 때, 우리는 이면의 사회적 관계 자체를 볼 수 없기에 표층의 사건들 간의 관계만을 생각한다. 회계에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어떻게 생산되며 그를 실제로 생산해내는 관계가 무엇인가를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이윤과 비용만을 고려하는 것은 회계 자체가 우리의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회계가 고도로 체계화된 물신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자본가의 의식을 반영하는 물신주의. 그리고 이는 노동자의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명하지 않은 사회적 사실들 사이 너머의 사회적 관계는 회계장부의 이면에서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마르크스주의 회계학의 방법론을 통해 본 한국의 회계제도」
한형성, 2017, 『마르크스주의 연구』, 14(1), 120-163.

「회계학연구에서 비판의 의미」
김성웅, 2013, 『국제회계연구』, 51, 449-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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