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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허니문. 이니스프리.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아직 당선된 지 1달이 채 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대해서 쏟아지는 말이다. 검찰개혁,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일시 중단, 국정교과서 폐지, ‘파격적’인 인선 속에서 촛불의 열망을 담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나날이 국정수행 지지율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인준에서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높아지는 지지율은 그간 국민들이 얼마나 적폐가 청산된 ‘정상국가’를 염원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의 염원은 정치구조 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맞닿아있다. 지난겨울 촛불이 폭발했던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였지만 이를 둘러싸고 있는 한국 사회의 재생산의 위기 또한 존재했기 때문에, 결국 촛불의 의지를 받아 안는 것은 일정 부분은 이런 재생산의 위기를 해결해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이는 단지 이번 촛불국면 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던 2012년 대선부터 꾸준히 이어지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실패로 심화되고 더욱 강력하게 되돌아 온) 요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각기 나름의 복지정책을 공약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제도, 건강보험 하나로, 가계부채 문제 해결, 저출산 문제해결 등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서 경제성장과 증세-재원마련이라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흔히 복지는 성장이냐 분배냐는 프레임 속에서 논해지곤 했는데, 정부의 정책기조는 이를 소득주도 성장론이나 생산적 복지의 강화로 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는 얼마 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가 생산적 복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과 복지 선순환을 만들어내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분배와 성장의 대립이라는 구도를 우회해가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증세 문제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복지 확충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논의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구호가 담뱃세, 소득세공제 논란 등을 통해서 허망한 것임을 보여줬지만, 증세에 대한 저항과 복지에 대한 열망은 한 동안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와 성장과 증세라는 3항은 한국에서 복지에 대해서 이야기될 때마다 서로 다른 외양을 띤다. 하지만 이들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논의의 지형이다.

복지와 성장과 증세라는 3항에 기대는 논의의 지형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의 생산체제와 복지체제의 형성과 떼놓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김도균(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이하 필자)은 국가의 저축동원과 발전주의 복지체제의 형성(『한국사회정책』, 19(1), 2012)에서 한국의 생산체제와 복지체제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 둘이 어떻게 매개되는가를 ‘저축동원’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복지국가의 동아시아판 패치?
혹은 발전주의 복지국가

한국이 지옥과 같은 헬조선으로 여겨지는 반면 북유럽과 같은 높은 수준의 복지 체제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은 마치 천국과 같이 여겨지곤 한다. 한국은 IMF나 FTSE 월드인덱스 등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살기 힘든 가혹한 곳으로 여겨진다. 이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의 재생산을 담보해줄 수 있는 공적 사회보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의 빈약한 복지 체제는 다른 동아시아와 함께 묶여서 발전주의적 복지체제라고 불린다.

복지체제에 대해서 논의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은 에스핑앤더슨의 3가지 분류이다. 에스핑앤더슨은 복지국가를 스웨덴 등 북유럽의 사민주의, 독일 등의 보수주의적 조합주의, 미국 등의 자유주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런 3분법에 대하여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3가지 유형 모두에 속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서 발전주의적 복지체제를 4번째 형태로 추가하기도 한다. 동아시아 국가는 자유주의처럼 사회문제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보수주의적 조합주의처럼 직장과 직업집단에 따른 사회보험을 통해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나머지 세 가지 유형의 복지체제에서 보장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유럽식 복지국가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 이를 발전주의 복지체제로 명명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성장에 집중하고 이 성장을 통해서 부족한 사회보장 체제를 보완하는 3분법에 속하지 않는 체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이런 복지체제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흔히 발전주의 생산체제와 조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논문에서 필자는 이런 생산체제와의 조응에 대해서 보다 면밀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때 주목해야할 지점이 바로 저축이다. 저축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동아시아 복지국가에 대해서 연구할 때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요소이다. 하지만 저축이 대안적인 사회보장 수단과 같이 여겨지며, 저축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어려가지 사건들에 대비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맥락 속에서 저축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어낸 담론과 정책적 노력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복지국가 체제, 나아가 복지체제의 분석에 있어서 저축은 쉽게 간과될 수 없는 요소다. 이는 가계저축률과 총조세부담률을 비교해보면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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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저축률과 조세부담률의 OECD국가비교” (168쪽)

 

가계저축률과 GDP 대비 총조세부담률 도표를 보면, 가계저축률과 조세부담률이 반비례 관계를 갖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계저축률이 높을수록 조세부담률이 낮고, 가계저축률이 낮을수록 조세부담률이 높다. 위의 도표의 점들을 기존의 복지국가의 유형 구분에 따라서 묶으면 4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1)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와 같이 조세부담률은 높고 가계저축률은 낮은 그룹 2). 프랑스, 서독,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같이 평균값 근처에 밀집해있으며 조세부담률이 북유럽 국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지만, 가계저축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 3) 미국과 호주 등의 영미 계열의 대체로 조세부담률도 낮고 저축률도 낮지만 내부의 편차가 심한 그룹. 4) 일본과 한국의 높은 저축률과 낮은 조세부담률을 보여주는 동아시아 국가의 그룹. 이는 조세와 저축이 복지체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한국과 일본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왜 이런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저축과 조세정책, 그리고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동아시아 발전국가의 저축동원과 조세
한국과 일본의 사례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의 법정세율을 높았지만, 다양한 특례제도로 실효세율은 낮았다. 이에 일본은 만성적인 자본부족에 시달렸고 이를 이미 대장성이 관리하고 있던 우편저축 제도와 저축 장려를 통해서 국내의 유휴자본을 동원해 해결하고자 했다. 이런 저축 동원체제는 전후에도 이어졌다. 미군 점령기에 미국은 일본의 재정구조를 직접-누진세제에 기반을 둔 것으로 개혁하고자 했으나, 미군 점령기 이후 원상 복귀된다. 일본은 전후에 생산 확대를 통한 빠른 경제 성장을 꾀하고 있었으나 미국은 일본이 전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스스로 자본을 축적하기를 바랐다. 이에 따라 미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일본은 막대한 자본부족에 시달렸다. 이에 국가는 내자육성을 위하여 기존의 저축동원체제를 재정투융자 제도를 통해서 체계화하고, 조세세도 또한 자본축적 지원형 조세체계로 재구축한다. 1960년대 이후로 중앙정부 지출의 40%규모의 재정투융자를 운용하고, 이의 80%를 우편저축을 통해서 조달하면서, 경제성장에 따른 세입의 증가분 또한 감세정책을 통해서 포기하며, 부족한 자본은 가계저축 장려를 통해서 조달하는 방식이 일본의 경제성장기 내내 지속된다.

이런 경향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우편저축제도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비교적 외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았다. 하지만 한국은 우편저축제도 대신 시중은행들을 사실상 국유화하여 금융을 통제하고 자본의 배분을 조정하였으며, 저축 장려 운동과 저축에 대한 각종혜택을 통해서 내자를 동원하고자 했다. 조세 체계 또한 달랐는데, 한국이 간접세 중심의 체계가 1970년대 중반 이후로 형성되었지만, 일본은 직접세 중심의 체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조세정책에서 각종 조세특혜 제도를 통해서 저축 및 투자를 장려하는 세제를 만들어왔고 이것이 유일한 소득보장정책으로 기능하는 사회정책을 유지해왔다. 두 국가 모두에서 나타난 이런 저축-조세-사회정책은 성장이 곧 최선의 복지정책이 되는 메커니즘을 형성하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정책적 제도적 메커니즘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유신 이후이다. 1960년대 이후 국가는 저축동원과 함께 증세정책을 동시에 추진하여 내자를 동원하고자 했고, 이에 적립식목적신탁제를 신설하고 여성단체들을 통해서 여성저축운동, 소비절약을 통한 생활합리화 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1966년에는 국세청을 신설하고 조세개혁을 통해 증세정책을 실시한다. 이에 직접세 중심으로 국가 재정이 확충되어, 1965년 GNP대비 5.1%였던 내국세의 비중이 1971년 10.5%로 두 배 이상 상승한다. 하지만 이는 1971년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1970년대 국가는 중화학 중심의 공업화를 추진하고자 했으며, 이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소득세제 중심의 과세 정책은 납세마찰을 초래하였고, 오일쇼크로 경기가 불안정해지고 물가가 폭등했으며, 북한이 직접세를 폐지하자, 국가는 직접적인 재정충원보다는 저축을 동원하여 필요한 자본을 형성하고자 한다. 10월 유신이후엔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며, 가계 안정을 위해 소득세 면제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공제제도를 도입하였다. 반면 저축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통해서 농어촌 지역에서의 저축운동을 전개하고, 도시에서는 사업체를 중심으로 저축운동을 전개한다. 또한 국민복지연금제도 실시를 미루고, ‘1·23 임시조치’를 통해서 정기 예·적금의 이율을 인상하였다. 이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 중반에는 ‘농어가 목돈저축’제도 및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제도’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모인 저축은 ‘국민투자기금법’을 통해서 은행 거쳐 국가가 중화학공업화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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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저축 활성화 캠페인, 대한뉴스 508호. 출처: KTV
가족주의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이 아니다.
재생산의 문제는 가족에게로

흔히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가족주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한다. 한국과 일본의 국가 모두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 저축을 동원하여,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조달을 해왔다. 이는 필연적으로 공적 복지수준이 굉장히 낮음을 의미하며, 적절한 사회정책이 도입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대신 국가는 가족에게 복지부담을 떠넘기며, 가정주부를 가계경제의 재무관리자로 동원하는 방식을 통해서 사회 재생산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복지제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60년대 초반 각종 연금법과 사회보험법 등의 12개의 사회보장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1970년대에는 국민복지연금을 논의했었다. 하지만 조세율이 낮아 정부예산이 적었으며 그 마저도 경제개발에 먼저 배당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보장이 이뤄질 수는 없었다. 국가는 대신 위에서 말했던 각종 저축제도들을 활용한다. 민주화 이후 ‘3대 복지입법’이 도입되지만, 1988년 ‘소득세부담경감조치’, 1989년 ‘근로세액공제제도’도입과 함께 새로운 저축상품들이 도입되면서 낮은 조세부담과 높은 저축률이 꾸준히 유지된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기 동안 가계저축은 국가의 공적 사회보장정책을 대신하여 일종의 소득보장책으로 강조되며, 국가는 저축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통해서 이를 보장하고, 가계저축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즉, 국가의 공적 보장이 아니라 가계저축을 중심으로 한 복지체제가 형성된다. 이런 역사적 경로들은 “한국에서 사회정책이 국가의 자본동원전략, 즉 저축을 통한 동원 및 조세정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엮여 있었는가”(182쪽)를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73년대 일본 정부는 ‘복지 원년’을 선포하여 고복지·고부담을 실현해낼 것을 선언했다. 이는 당시 일본에서 핵가족화, 비행 청소년 문제, 노인문제 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회 재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가족형태가 변화하고, 정치지형이 변화하면서 국가가 사회 재생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을 담당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증가했다. 복지원년 선포 이후 국가는 사회보장 정책을 펼치며 재정을 확충했고, 이에따라 저축률은 감소하고 조세부담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곧 오일쇼크가 일어나고 소비세 도입이 불발되는 등 증세정책이 실패함에 따라, ‘증세 없는 재정재건’을 기조로 한 1981년 ‘임조행혁’ 선언되며 원상복귀 된다. 이에 따라 ‘가정기반충실정책’ 등으로 가계저축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및 연금상품 등 각종 저축상품 지원, 가정주부가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으로 지원, 특별부양공제제도 도입 등으로 사회 재생산을 유지한다.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 가계저축은 가계에게는 공적 복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의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졌고,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함으로써 사회 재생산의 역할을 가족을 중심으로 형성해왔으며, 저축을 활용한 경제 개발 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가정주부를 동원하는 전략이 취해졌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주부는 합리적인 소비자이자, 저축의 담당자이며,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는 가계의 재무관리자로 그려졌다. 이에 따라 각종 여성단체들을 통해서 소비합리화를 통한 생활합리화 운동을 벌이고, 근대화된 현모양처의 상으로 가정주부를 동원하며 가족 내 성별역할분담을 재규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의 저축은 내구재 구입이나, 여행 및 여가 생활과 같은 소비적 목적보다는 주로 질병 및 재난 대비, 자녀의 교육 및 결혼, 주택구입, 노후대비 등의 사회보장 목적 위주로 이뤄진다. 개별 가계들 또한 주어진 상황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 단위로 저축이 소득보장수단으로 유의미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국가의 인구구조가 젊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축을 통해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가능할지 몰라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기간의 불확실한 노년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후의 삶을 보장해주는 방법으로는 연금이 더 적절하다.

 

이제 정상국가를
향하여

이 글에서 필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2015년 참세상에서 주관한 토론회에서 한국의 주택 소유와 복지체제, 그리고 조세의 문제를 엮어서 발표한바 있다. 1980년대 이래 국가는 저축과 함께 공적인 소득보장을 갈음하기 위하여 개별 가계의 재산형성을 촉진하고, 그 유효한 수단 중 하나로 부동산을 내세운다. 이를 통해서 개별 가계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기반으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형성된다. 재테크는 이런 조건들 속에서 형성된 담론이다. 국가가 사회의 재생산을 담보하지 않을 때,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재태크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장기화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경제 위기는 저출산, 가계부채, 양극화 등의 기존의 문제들을 심화시키며, 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한국 사회를 모순을 해결해낼 수 없도록 만들면서 한국 사회 재생산의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쯤에서 한국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은 자본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재생산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경제의 원활한 순환을 보장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일정수준을 보장하며 그들이 충분한 능력을 개발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국 국가는 사회질서의 유지와 안전의 확보, 경제활동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의 구축, 의료, 복지, 교육 등과 같은 사회구성원들의 재생산의 보장이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고, 모든 비용의 내부화를 통해서 구성의 모순을 극복하여, 개별주체가 해내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런 역할들을 해내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존재의의다. 그렇기에 충분히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복지국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국가는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한국의 국가의 규모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나듯이 국가의 가장 수뇌부에서부터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는 충분한 증세를 실현해낼 수 없을 것이며, 이를 다시금 개별 가계들에게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할 뿐더러 국가 자체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겨울 촛불이 말한 적폐청산의 의지, 정상국가에 대한 열망이 향하고 있는 지점도 이곳일 것이다. 한국에는 보다 믿을 수 있고 유능한 국가가 필요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복지국가와 조세: 그 계급적 성격과 정치경제학
김공회, 2015, 진보평론, 65, 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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