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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2016년 초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되었다.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과 백인간의 무차별 살육을 다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슬로우 웨스트>로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가 아버지와 함께 서부로 떠난 여자친구 로즈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부터 온 소년을 보호해주며 결국 현상금 사냥꾼들과의 대결 한판을 벌이는 영화다.

왜  서부영화인가. 여기엔 아직 서부개척이라는 역사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으며, 거기엔 아직도 말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는 반증 아닐까. 그런 점에서 주목을 끄는 논문이 있다.

1893년 프레데릭 잭슨 터너(Frederick Jackson Turner)는 시카고 콜롬비아 박람회에 모인 역사가들 앞에서 “미국 역사에서 프론티어의 중요성(The Significance of the Frontier in American History)”이라는 제목의 역사적 연설을 남겼다. “이 나라 역사를 바라보는 진정한 지점은 대서양이 아니라 대서부(the Great West)이다”라고 선언하면서 그는 프론티어 논지를 중심으로 건국부터 1890년까지의 미국 역사에서 서부가 가지는 중요성을 설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프론티어를 정의하지만 후대 역사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란과 전유의 대상이 된 개념은 바로 “야만과 문명이 만나는 지점”으로서의 프론티어였다. 터너 이후 미국의 역사가들은 그의 프론티어 논지에서 드러나는 자민족중심주의와 개인주의의 신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했고 서부의 역사에 대한 대안적 해석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중간지대(middle ground)’, ‘접경지대(borderlands)’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고 ‘신서부사(new western history)’, ‘접경지대 역사(borderlands history)’라는 새로운 역사서술 경향이 등장했다.

권은혜 동국대 강사의 논문 미국 서부 역사 서술 경향의 변화: 터너의 프론티어 논지에서 신서부사를 거쳐 접경지대 역사까지(『도시연구』 14, 2015)는 터너의 프론티어 논지,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신서부사의 터너 비판과 대안적 미국 서부사 서술, 1990년대 중반 이후 서부사의 새로운 서술 경향으로서 접경지대 역사의 등장 및 21세기 접경지대 역사의 상황을 차례로 살펴본다. 아래는 그 핵심 내용을 가져왔다.

터너의 서부사에서 프론티어의 열림과 닫힘은 백인 정착과정의 시작과 끝, 더 나아가 미국 역사의 한 시대의 시작과 끝을 의미했다. 터너는 백인의 정착 과정을 서부의 중심적 특징으로 보고 이를 국민국가로서 미국의 발전과 연결시켰다.

터너의 프론티어에 인디언은 가까이 있지만 “[백인] 문명”과 대비되는 “야만”으로 그려진다. 그는 프론티어가 “이 물결[미국의 서부팽창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의 가장 바깥 가장자리”이자 “야만과 문명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후반 패트리샤 리메릭 (Patricia Limerick)를 중심으로 신서부사가 집단은 터너의 프론티어 논지를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서부의 역사에 관한 수정주의적 해석을 제시했다.

신서부사가들은 백인들의 정착 이전에 아메리카 인디언, 히스패닉,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과 유럽인 사이의 혼혈인에 의해 발달된 문명이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백인의 서부 정착을 유도한 것은 연방정부의 지속적 개입과 지원, 서부의 천연자원에 대한 타 지역의 높은 수요, 그리고 19세기 중반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이라는 큰 배경이었다.

연방정부는 정부 보조금으로 철도를 건설하여 서부의 정착민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공유지를 불하받은 백인 정착민과 인디언 사이의 갈등은 연방군대가 해결해 주었다. 건조해서 농사짓기에 부적합했던 서부의 땅이 농토가 된 것은 정부가 건설한 운하와 댐으로 관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서부의 성공을 보여주는 흔한 예인 광활한 방목장, 부유한 목장, 광산 개발로 인해 번영을 구가하던 도시들의 이면에는 수많은 유령마을과 빈곤한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었다. 연방정부의 역할 이외에 신서부사는 서부의 역사를 형성한 주요한 요인으로서 백인 정착민의 아내와 딸들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에 속하는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서부사가들은 미국 서부와 북아메리카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접경지대에 주목하고 프론티어 개념의 재구성을 시도했다. 접경지대 역사를 표방하는 일군의 역사가들은 프론티어와 접경지대의 의미와 관계를 재정의함으로써 역사상 프론티어들과 접경지대들에서 일어난 변화를 더 잘 이해해 보려고 시도했다.

애들먼과 아론에 따르면, 19세기 말까지 프론티어들과 접경지대들은 북 아메리카에 함께 존재하고 있었고 유럽 제국들과 인디언들은 프론티어들과 접경지대들의 역사적 변동에 함께 참여했다. 여기서 역사적 변동이란 프론티어들과 접경지대들이 19세기 초 이래로 1812년 전쟁, 1840년대의 미국-멕시코 전쟁을 거치며 국민국가 경계들(borders)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접경지대들에서 국경들 혹은 경계가 그려진 땅들(bordered lands)로의 전환” 과정은 19세기 초까지 접경지대들에서 유럽 제국 세력들과의 인적·문화적·물질적 교류를 주도하며 자치를 유지하던 인디언들의 힘을 약화시킨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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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초기의 영토.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United_States_1789-03-1789-08.png

“접경지대들로부터 국경들로: 북아메리카 역사에서 제국들, 국민국가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에세이를 공동 발표한 애들먼과 아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0세기 말의 신서부사의 터너 비판을 반비판하며 접경지대 역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시간성과 역사성을 담보하는 개념으로서 프론티어와 접경지대를 강조하며 서부뿐만 아니라 북 아메리카의 과거를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접경지대의 역사적 변화과정에서 능동적 행위자로서 인디언의 위치를 조명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미국의 정치적 힘이 접경지대를 포섭하면서 인디언의 권리도 후퇴했다는 이들의 결론 자체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이 접경지대의 후퇴를 설명하는 방식은 19세기말 프론티어의 종결과 미국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연결짓는 터너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접경지대 역사는 미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연구 분과로 자리 잡았고 초기 미국과 근대 미국의 시기를 아우르며 꾸준히 연구 후속세대를 생산하고 있다. 서부사의 전통적 분야이던 인디언 역사는 신서부사에서 접경지대 역사로 이어지는 연구 경향 변화를 잘 설명해 주는 분야이다. 1991년에 신서부사의 대표적 연구자인 리차드 화이트는 『중간지대』에서 오대호 지역의 식민세력들의 갈등관계 속에서 오히려 활발했던 인디언의 역할을 조명했다.

10년 뒤에 다니엘 릭터(Daniel Richter)는 『인디언나라로부터 동쪽을 대면하다: 초기 아메리카의 원주민 역사(Facing East from Indian Country: A Native History of Early America)』를 출간했다. 여기서 릭터는 인디언의 땅에서 유럽계 아메리카인의 세력이 서쪽으로 확장되는 것은 “필연적 과정이 아니라 설명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선을 돌려 인디언 나라에서 동쪽을 향해 과거를 본다면 역사가 매우 다른 외양을 띠게 된다”고 주장한다. 시선을 돌리면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바뀐다. 즉, “아메리카 원주민이 전면에 나타나고 유럽인은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등장”하고 “북 아메리카는 ‘구세계’가 되고 서유럽은 ‘신’세계가 된다.” 릭터는 인디언의 눈으로 유럽인의 도래와 식민세력의 갈등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보다 최근의 아메리카 인디언 역사 서술은 인디언의 세력에 유럽인이 종속됐던 예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접경지대들의 형성과 해체에 인디언이 가졌던 권력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줄리아나 바(Juliana Barr)의 2007년 저서 『평화는 여성의 형태로 왔다: 텍사스 접경지대들에서 인디언과 스페인 사람들(Peace Came in the Form of a Woman: Indians and Spaniards in the Texas Borderlands)』은 인디언들과 스페인 사람들의 관계를 지배한 것은 유럽의 인종주의적 개념들이 아니라 인디언들이 권력을 젠더와 친족관계로 표현하는 방식과 용어였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서부사 서술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정리했다.

프론티어와 접경지대라는 개념을 생산하고 비판적으로 재검토 및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서부사가들은 지역으로서의 서부사가 북아메리카 지역의 제국들과 국가들의 역사를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부사의 이론적 논쟁과 통찰력은 민족과 국가, 제국 등 큰 정치적 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역사서술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한다.

강성민 리뷰위원  review@bookp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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