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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최근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과 우리나라 간에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인 경제 제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인들도 중국 당국의 대응에 적극 호응하면서 반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품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거나 부수는 과격한 행위도 벌어지고, 자발적인 불매운동과 문화상품 퇴출 바람까지 불고 있다. 중국인들의 이러한 집단 행위는 달라이 라마를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까르푸 사태, 남중국해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미국과 필리핀 상품의 불매운동과 관광 중단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로 인해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런  시위의 배경에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조형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연수연구원 이선우「중국과 러시아의 민족주의 정책 비교: 탈정치화와 재정치화의 동학」(『다문화사회연구』, 9(1), 2016)은 중국과 러시아의 민족주의 정책 및 그 결과를 분석한다. 물론 “민족주의는 여전히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분석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교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흔히 공격적인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권위주의 국가로 함께 묘사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교함으로써 “개별적인 국가별 분석에서 뚜렷하지 않았던 미묘한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서술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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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의 탈정치화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논문은 국가를 중심으로 민족주의를 분석한다. “민족주의의 개념 자체가 아니라 민족주의 정책에 대한 비교연구를 위해서는 정책의 입안과 시행의 주체인 국가가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석의 전제로 국가 민족주의, 대중 민족주의, 종족 민족주의 등 세 가지 유형의 민족주의를 개념화하는데, 이는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할 위험성”이 있는 데다, 이 세 가지 유형들이 두 국가의 민족주의 또는 민족주의 정책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지만, “민족주의 정책 분석이라는 연구 목적과 중국과 러시아라는 연구 대상의 현실에 가장 부합”하기에 세운 전략이라고 필자들은 밝힌다.

 

 

먼저 국가 민족주의(state nationalism)란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가건설과 민족건설의 일치를 추구하는 민족주의와 그 정책을 의미한다. “국가건설은 유럽 봉건제의 위기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민족적 감정도 개입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 민족감정이 개입되어 민족건설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였다.” “국가건설이 정체성, 언어, 종교, 가치와 상관없이 영토 내의 동일한 규칙 적용과 같은 외양적 제도의 일치성에만 기초해도 가능했던 것인 반면, 민족건설은 보다 기초적인 가치들의 일치를 요구했다. 양자는 상호필수적이면서도 배타적이다.”

종족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는 말 그대로 하나의 단일한 종족임을 강조하면서 표출되는 민족주의를 의미한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국가와 민족의 불일치로 인해 국가 민족주의와 종족 민족주의가 대립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된다.”

대중 민족주의(popular nationalism)는 국가가 내세우는 국가 민족주의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대중들의 합의에 의해 표출되는 민족주의를 가리킨다. 사회에서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대중 민족주의는 자율성이 전혀 없는 사회가 아닌 이상 정치권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며, 정치적으로 활용되어 권력의 기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과 러시아에서 종족 민족주의의 발현은 가장 민감하면서도 위험한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족 민족주의를 억제하는 가장 논리적인 전략은 이 문제를 정치로부터 주변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예부터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화 전략보다는 탈정치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즉 민족을 탈정치화함으로써 문화의 영역에 머물도록 한 것인데, 후에 사회주의 국가가 되고 난 뒤에도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정책 등으로 포장된 전형적인 탈정치화 전략을 이어나갔다. 러시아 또한, “연방이 15개 종족의 거주영역 기준 공화국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소련 시기에 대중 민족주의와 이에 이은 종족 민족주의의 발흥을 억제하고 민족주의를 탈정치화하는 것을 주된 전략으로 택했다.

이렇듯 “권위주의 국가의 대중 민족주의와 종족 민족주의에 대한 탈정치화는 민주주의와 소수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가로막기 위한 시도”이다. 하지만 “미성숙한 민주주의 체제가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정치권력의 분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민족주의 감정을 권력 경쟁에 이용하려는 정치엘리트들의 유인이 상승하여 비민주주의 체제보다 급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 심지어 종족 간 대학살”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한다.

 

Book with the national flag and contour of Russia on cover.

선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의
러시아 민족주의

앞에서 언급했듯이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국가 민족주의의 접근에 입각해 러시아인 중심의 민족주의 성향을 가급적 탈각함으로써 종족 민족주의의 발흥 가능성을 억제하고, 연방의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려 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로 인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가 진행되어 공산당의 위계적 통제력이 사실상 소멸되어버렸을 때, 해당 공화국들의 엘리트들이 정치적 동원을 목적으로 종족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소련은 1991년 말 완전히 해체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지는 않았지만 연방 내에서 독립을 시도하는 공화국이 생겨났다. 옐친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형적인 민족주의의 탈정치화와 이에 기초한 종족 민족주의 발흥 억제 및 그에 따른 연방의 유지책을 전략화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를 기준으로 연방정부는 무려 47개의 연방구성주체들과 쌍무조약을 체결”했는데, 이로 인해 “대다수 연방구성 주체에 해당하는 지방정부들이 연방 체제로 안착함에 따라, 특정 소수민족이 거주의 중심을 이루는 공화국들 역시 종족 민족주의를 고의적으로 준동하는 것을 차츰 자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민족주의 정책은 푸틴의 부상 및 집권과 함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푸틴은 그의 전임자와 달리 이미 집권을 전후한 시점부터 야권 측이 선점했던 민족주의 담론을 일정 부분 재정치화함으로써, 자신의 지지 기반 구축에 활용”하고자 했다. 푸틴의 선거 권위주의 체제는 “거대 권력당인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애국주의 담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중들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이를 지지 기반으로 공고화시킴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다.” 체첸 반군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사회적 차원에서 대중 민족주의가 점차 종족 민족주의로 변질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푸틴의 선거 권위주의 체제는 체제 안정성 강화를 위해 대중 민족주의를 활용해 왔으나, 대외적 환경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종족 민족주의의 부상 가능성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민족주의에 대한
정치화 양상

중국과 러시아에서 종족 민족주의의 재등장은 두 국가의 뇌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관리하는 두 국가의 정책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정치권력 아래에서 정치엘리트들의 합의에 의해 일사불란하고 통일된 정책 시행이 가능한 중국과 달리, 선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민족주의의 정치화에 대한 유혹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는 “다수 종족의 배타성과 외교적 공세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중국 내 소수민족의 저항 또한 매우 심한 사회 갈등과 외교 마찰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민족주의에 대한 탈정치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종족 민족주의와 대중 민족주의가 결합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도 중국은 “정치엘리트들 간에 소수민족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고양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력한 합의가 존재한다.” 중국 당국이 종족 민족주의에 대한 대중 민족주의를 전면적으로 “조작·통제하여 국가의 ‘꼭두각시(puppets)’로 만들 수는 없지만, 민족주의적 저항에 대하여 ‘신호등(red light, green light)’처럼 한계와 규칙을 설정하여 관리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내 종족 민족주의의 발현이나 민주화 요구 등 내부적 문제에 대한 대중 민족주의, 외교적 문제에 따른 외부적 대중 민족주의를 관리하는 데 모두 해당된다.

그에 반해 형식적으로는 선거를 통한 집권이 제도화되어 있는 러시아에서는 대중 민족주의와 종족 민족주의가 결합하고 서로를 자극하는 상황을 조장하거나 이용한다. 다시 말해, 민족주의의 재정치화가 작동하기 쉬운 선거 권위주의 체제인 러시아의 민족주의는, “탈정치화를 용이하게 유지하고 조정할 수 있는 중국의 민족주의보다 훨씬 더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세계화 시대에도 민족주의가 지속적으로 재조명되는 것은 개별 국가의 존재 가치와 국민적 통합이 집권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국제질서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속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 가치가 되고 있는 지금의 국제질서 속에서 가장 공세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민족주의 속성과 방향성을 분석하고 지켜보는 일은, 우리의 외교적 스탠스를 설정하고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제5장 중국 민족주의의 비판적 고찰을 통한 한국 민족주의의 방향성 모색」
한주희, 2012,『민족사상』, 6(3), 139-168.

「러시아민족주의의 성격과 푸틴주의의 민족주의적 지향」
우평균, 2014, 『슬라브학보』, 29(3), 11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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