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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메모리얼
DBpia Report R은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며, 학계의 세월호 연구를 논문리뷰 연재기획 “세월호 메모리얼”로 돌아봅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 개인은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겪어내고 있을까요? 4월 한달, 매주 한편씩 발행되는 논문리뷰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개되는 논문전문은 리뷰 발행 후 1주일 간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메모리얼 1 >>> 친구잃은 학생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세월호 메모리얼 2 >>> ‘사회적 고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월호 메모리얼 3 >>> 미디어는 세월호를 어떻게 다뤘나?

 

logofinale세월호 대참사 희생자 3주기를 앞두고 선체가 인양되었다. 해저에서 3년을 보낸 선체는 녹이 슬고 기괴해보인다. 마치 수백 명의 생명을 삼킨 괴물 같기도 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세월호 재난으로 많은 사람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단원고 학생들과 나이가 비슷한 시기의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이 재난을 통해 겪었을 심리적 충격은 더 클 것이고 특히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들을 잃은 안산 지역의 청소년들이 받은 충격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간접적으로 겪은 사건에서도 극심한 공포, 무력감, 두려움 등으로 인해 외상은 충분히 발생한다. 심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아가며 이는 이후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의 외상경험은 세상이 완전히 위험하다는 신념, 자기 자신은 전적으로 무능하다는 신념을 심어주고,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선하지 않고, 비양심적이며,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신념을 갖게 한다. 청소년기의 외상경험은 가출이나 비행 같은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자기소외적 행동, 섭식장애, 학업실패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6년 3월에 발표된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의 외상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5(1), 2016)를 보면 그 트라우마의 구체적인 실상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재난 발생 후 단원고 인근의 중·고등학교에 긴급 투입되어 5개월에서 1년여 동안 위기상담에 참여한 상담자들의 보고를 통하여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의 외상경험에 대해 살펴본” 논문이다. 이걸 보면, 옅어졌던 3년 전 4월의 아픔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신지영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를 비롯한 이동훈, 김유진 연구원 등이 매우 내밀한 인터뷰 자료를 통해 신중하고도 면밀하게 청소년들의 외상 경험을 추적하고 있어 매우 가치가 높은 논문이며 반드시 일독할 필요가 있다.

 

헛것이 보이고, 불안 최고조 땐
환청까지

심적 고통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거나 환시와 환청 등 지각이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살펴졌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체중 감소는 매우 일반적이었고 심한 경우는 아래와 같았다.

00학교 00학년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엄마, 아빠, 언니 이렇게 4인 가족인데 언니가 좀 원래부터 아파서 부모님이 다 언니한테 몰입되어 있고… 그래서 친한 오빠가 엄마, 아빠, 친구 그런 역할을 다 해준 거죠. 그런데 그 오빠가 하루아침에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가 된 거에요.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내담자가) 굉장히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어요. 그래서 막 헛것도 보이고… (연구 참여자 3)…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환청도 들렸다고 얘기 했었고요. (연구참여자 9) (논문 97쪽)

하염없는 눈물도 친구를 잃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가득 물들였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울었다. 주말에 교회에 나가서 찬양을 듣던, 설교를 듣던, 아이들은 계속 울었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런 쏟아내기 식의 격한 애도의 기간이 지난 이후엔 격해져가는 내면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집에서는 TV를 보면서 엄청 선장 욕을 하고… 막 욕설을 했고…” “자기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울분이 터졌다.”

 

“그 덩치 큰 다 큰 것이 밤에
엄마 품을 파고들어”

재난 초기에는 극심한 불안으로 혼자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혼자 방을 썼던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 자야하는 경우도 관찰됐다. 꿈에 친구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친구의 모습은 “생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친구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도 이어져 웃지도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생각하는 일에서 특히 더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사고 이후 월드컵이 열렸는데 평소에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봐도 되는지 고민에 빠지고, 보고 싶지만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괴로워했다는 것이 보고되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직전에 희생자와 갈등이 있었던 청소년은 세월호 재난을 통해 더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래의 예는 충격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교회 언니가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사망을 했어요. 근데, 그 언니가 수학여행 가는 전날 언니랑 되게 많이 싸웠고… 그래 가지고, 가다가 배 사고나 나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정말 사고가 나서…. 다 나 때문이다. 나는 살 가치가 없다고… 사건 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마음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계속 힘들어했어요. (연구참여자 7)

이런 걸 잔인한 우연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아이들의 경우 주도면밀하게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학습 포기부터 자퇴, 해외유학까지…
총체적 무기력

인지 및 학원 차원의 변화는 대체로 ‘무기력’과 ‘될 대로 돼라’는 식의 심리상태가 계속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싫어지고, 학교 다니기도 싫어지며,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잊고 금방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환멸의 감정이 아이들을 지배했다. “몇 명 죽었대? 이제 산 사람이 몇 명이래?” 등과 같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다른 아이들에게 분노감이 느껴져 같이 학교 다니기가 싫다는 심정도 많이 토로되었다.

세상에 대한 염세와 비관도 싹텄다. 청소년들은 주로 SNS와 대중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했으며 이로 인해 정부부처와 국가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됐고, 어른들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연구참여자들은 진술했다. 심각할 경우 인지기능의 저하와 학업의 중단 현상도 나타났다. “멍하게 앉아 있고, 시험도 안치고, 그래서 미술치료를 하는데 무채색 아니면 반응도 느리고 단순한 작업도 못하는” 경우가 관찰되었다. “대학 못간 애들도 많아요. 점수가 너무 많이 안나와 가지고. 세월호 같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으면 암기과목이 점수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구요”에서 보듯 암기능력의 저하도 관찰되었다. 한 연예인 지망 학생은 진로를 포기하고 자퇴했다. 그 이유가 마음이 아프다.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한 아이가 이제 연예인 지망생이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중심 성향이라서 발이 넓고 굉장히 친구가 많았어요. 그리고 자기가 다녔던 중학교에서만 친했던 아이가 아니라, 다른 학교 아이들이랑도 다 친했었어요. 근데, 내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 누구 죽었고 해서 200명 이상 죽었다. 희생된 아이들 중 99%는 내 친구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내가 친구들을 다 잃었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연예인을 하겠냐. 자기는 배우를 안 하겠다… 이러면서 자퇴도 하게 된 거죠. (연구참여자 7) (논문 102쪽)

이 학생뿐만 아니라 전학, 자퇴, 해외유학 등 괴로운 현장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이들도 많았다. “둘도 없는 친구”를 잃었던 한 학생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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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bbc.com/news/world-asia-27077694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타는 등
자기처벌적 행동

행동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담 거부”다. 상담을 받으면 죽은 친구를 떠올려야 하니까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래 상담에 대한 자발성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다. 분향소에 찾아오는 것을 힘들어한 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애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럴 때 아이들은 보통 회피했다. 슬픈 감정이 올라오면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겉으로는 괜찮은 듯 보이려고 행동하는 것들이 다 회피의 일종이다.

흡연이나 게임으로 도망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독의 심리적 기저가 ‘불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불안의 다른 표현이다. 자살하고 싶다고 말을 내뱉거나 몸을 돌보지 않는 자기처벌적 행동을 하기도 했다.

충분히 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발목 깁스, 다친 상황에서 조심해야 되는데, 그 발목으로 OO 시장까지 꽤 먼 거리를 일부러 뛰어가서 그 발목을 더 많이 악화시키고, 또 그 뒤로도… 잘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저는 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리고 자전거를 되게 좋아했었는데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가 있잖아요. (세월호 사건으로 동생이 죽고 난 후에는) 그걸 일부러 계속 타는 거에요. 그런 위험한 행동들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논문 105쪽)

또래관계의 변화 내지는 악화가 유의미하게 살펴지기도 했다. 친구를 또 잃을까봐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를 꺼린다든지,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로 불화가 생겨 관계가 안 좋아진다든지 하는 등으로. 기본적으로 분노한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기복도 심하고 작은 자극에도 갈등이 불거지고 극단적 감정으로 치닫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들이 아직도 마음속에서 친구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그들은 곁에 없는 친구들과 여전히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지된 번호로 연락하거나 주인 없는 SNS에 글을 남겼으며, 추모공원이나 장례식장을 자주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106쪽)

친구들이 많으니까 한 달에도 한두 번씩 죽은 아이들의 생일들이 돌아온대요. 그러면 그 생일에 살아있는 친구들이 카톡으로 생일을 맞은 먼저 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죠. 그런 때의 대화가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더라구요. … 아이들이 시험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 장례식장도 많이 가고, 추모공원에도 많이 가고… (연구참여자 5) (논문 107쪽)

 

2개 학군으로 나뉜 안산의 지역적 특징
고려해야

논문의 집필진은 이러한 필드워크를 통해 외상을 경험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심리적 개입을 위한 방향을 설정할 것인지 등을 상세히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추후 연구에 있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그중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한 내용이 하나 눈길을 끈다. 바로 안산의 지역적 특징이다.

연구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은 안산의 지역적 특성이다. 안산지역의 경우 두 개 학군이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학군 내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서로 알고 지낸다. 세월호 재난을 경험한 단원고가 속해 있는 학군의 학생들이 다른 학군에 비해 외상경험 정도가 심각하고 그에 따른 심리적 어려움을 오랫동안 호소하는 한편 타학군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심리적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단원고가 속해 있는 학군의 학생들은 타학군의 학생들이 세월호 재난에 대해 자신들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큰 거리감과 상처를 받았다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안산의 지역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문 113쪽)

이상으로 단원고 학생들의 세월호 사고 이후 외상증세에 대한 현장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심층취재 논문의 대강을 요약해보았다. 사고 이후 ‘무책임한’ 사후 대응으로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살리지 못했던 만큼, 연구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친구를 마음에 묻은 학생들의 아픔과 심리적 타격에 대해서라도 어른들이 제대로 된 사후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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