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ol03_2

logofinale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에 분명 큰 질문이었다. 혼란한 사회 속에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것이 업(業)인 학자들은 세월호 침몰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과 그 답을 부지런히 찾아왔을 것이다. 침몰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은 어떻게 연구됐을까.

 

세월호 주제 논문, 지난 3년간 140여편 발표

올 2월말까지 세월호 침몰을 다룬 논문의 수는 약 140편에 이르며(디비피아 제공 기준) 21개 학문 분야(중분류 기준)에 걸쳐 있다. 학문의 시간에서는 짧다고 할 3년 동안에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동시에 같은 사례를 연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분야도 철학, 신학, 문학 등 인문 분야에서 법, 행정, 사회복지, 신문방송 등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정보통신・컴퓨터공학 분야에 까지 이른다. 이러한 연구 규모와 범위는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얼마나 크고 넓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모습일 것이다.

 

신문방송학계에서 세월호 논문 가장 많이 생산 ··· 종교학·신학, 법학, 심리과학 순

세월호 사건을 다룬 논문을 가장 많이 생산한 분야는 신문방송학(23편), 종교학・신학(17편), 법학(15편), 심리과학(14편), 사회복지학(11편)과 행정학(11편), 문헌정보학(8편) 등이었다.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신문방송학 분야를 중심으로 언론의 보도 행태 연구로 보인다. 뉴스의 편향된 프레임과 의제설정(「재난보도에 나타난 소셜미디어와 방송뉴스의 매체 간 의제설정」(이승희・송진), 「세월호 사고 뉴스 프레임의 비대칭적 편향성」(이완수・배재영) 등), 재난보도의 기준(「재난보도의 보도준칙에 관한 한일 비교연구」(원숙경・윤영태), 「취재원 사용의 원칙과 현실」(송상근),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는 복구할 수 있는가」(정수영),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홍주현・나은경) 등), 언론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 등이(「적대적 미디어 지각과 이슈 관여가 대통령을 향한 책임 귀인 및 회고적 투표의향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김남두・황용석), 「세월호 참사에서 재난방송에 대한 수용자의 미디어별 평가」(곽천섭) 등) 주로 분석되었다. 언론은 세월호 침몰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대다수의 국민들을 세월호의 목격자로 만들었고 경솔한 속보, 무가치한 뉴스 생산,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 유족 비난 등의 보도 행태로써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던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연구가 가장 많이 생산되었다는 사실은 크게 놀랍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이후 ‘기레기’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특정 매체에 대한 적대 혹은 지지,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상황에서 언론 분야의 성찰적 연구는 진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sewol2

종교학·신학 분야:
인간의 무기력, 신성에 대한 의문이 주로 제기돼

두 번째로 많은 논문이 나온 종교학·신학 분야는 세월호 참사의 치유를 위한 신학의 과제(「세월호 참사와 고난 받는 하나님」(김수연), 「후기 세월호신학 혹은 한국적 후기 재난신학 구성에 관한 한 소고」(안교성), 「세월호 참사 앞에 신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박재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교회의 반성・돌봄(「한국교회의 공공성과 목회적 돌봄을 위한 목회신학 방법론 연구」(이혜진),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반성」(이동훈)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었다. 재난과 신학이 이렇게 밀접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 침몰하는 생명을 결국 구하지 못한 인간의 무기력 앞에서 신성에 대한 의문, 종교적 구원과 치유의 갈망에 답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학분야:
법적책임과 배상 보상 문제 다뤄

한편, 세월호 침몰의 책임, 배상, 보상 등을 둘러싼 사회의 논란에 대해서는 법학 분야의 연구가 답해온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과 세월호 판결, 관련자의 배상 책임 규명, 보상 방식 등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이에 관한 법적 판단과 해석을 다루는 다수의 연구물이 생산되었다. 「세월호특별법의 여야대표간 합의처리의 헌법적 문제점과 대안」(조원용), 「세월호 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박경규), 「세월호 사고에 대한 한국해운조합의 배상책임에 관한 연구」(박종은・LI WEI・김종호), 「해상여객운송인의 책임과 인명피해자의 구제권리에 대한 고찰」(김상만) 등의 논문이 여기에 속한다. 더불어 재난안전관리 법제(「재난안전관리체계의 개선에 관한 법적 고찰」(이상명), 「재난 및 안전관리 법제의 현황과 법정책적 과제」(김용섭) 등), 국가의 국민안전보장의무에 관한 법적 측면의 연구도(「국가의 국민안전보장의무」(김대환),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치행정의 방향」(김명길) 등) 발견된다.

 

심리과학, 사회복지학분야: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심리과학과 사회복지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함께 다뤄진 주제는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였다. 희생자의 유족(「세월호 참사 희생자 부모들의 심리적 외상에 관한 기술적 접근」(박기묵)), 희생자 또래의 청소년(「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의 외상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이동훈・신지영・김유진), 「세월호 사건 이후 청소년 지도·활동 활성화 방안」(권일남)), 지역 공동체(「세월호 피해지역 마을공동체의 자립적 성장 전략에 관한 연구」(김익한・임진희・김종천・오명진・송영량・최준규)), 노인(「재난 간접 경험 후 노인들의 정서 변화 양상」(조명현・장재윤・유경・이주일)), 심리상담자(「정신건강 전문가의 재난지원활동 여부에 따른 공감만족, 소진, 간접외상스트레스」(심기선・주혜선・안현의)), 현장의 취재기자(「언론인의 외상성 사건 경험과 심리적 외상에 관한 연구」(배정근・하은혜・이미나))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며 우리사회 전반이 겪는 심리적 외상을 진단하고 사회적 고통의 치유를 찾는 연구물로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일로 공감하였던 우리 사회가 받았던 큰 정신적 충격을 살피며(「마음의 부서짐」(김홍중)) 치유를 위한 처방을 찾는 학문적 노력이라 할 것이다.

 

sewol

행정학: 정부의 무능

행정학은 정부의 무능에 천착하였다. 다수의 연구들이 재난관리의 실패(「대규모 재난의 정책실패 현저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이동규・민연경), 「국가적 재난관리의 책임성과 확보방안」(유현종)), 관료제의 무책임(「위험사회와 관료책임」(김병섭・김정인), 「정부 관료제의 문제점 분석과 대책」(최창현), 「관료 (무)책임성의 재해석」(김병섭・김정인)), 행정윤리적 과제(「행정윤리와 타자성」(이문수)) 등을 짚어보며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원인을 진단하였으며 재난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학문적 자성을(「세월호 참사에 나타난 국가의 총체적 부실과 행정학자의 반성」(조무성)) 나타내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회의 자발적 기억 운동은 문헌정보학의 기록 연구로 이어지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노란 리본을 달고 사건의 원인과 진행과정 등을 자발적・집단적으로 기록한 책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다. 이 새로운 현상에 주목한 문헌정보학은 사건의 기록에 관한 사회적 역할(「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록정보관리 분야의 사회적 역할」(김진성)), 기록의 방식(「구술을 통한 재난 사고의 기록화」(송주형), 「세월호 사건 기록화의 과정과 의의」(안병우)), 공동체 아카이브(「세월호 참사 아카이빙 활동 경험과 아카비스트의 성장(1)」(오윤택), 「재해재난지역과 공동체 아카이브」(심성보)) 등을 탐구하였던 것이다.

 

문헌정보학: 사건기록, 기록의 방식, 공동체 아카이브

또한 교육학, 사회학 등의 분야에서는 개인 및 가족 단위의 자원봉사가 대규모로 자발적 조직화되었던 현상으로부터 공동체의 형성과 의미 각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세월호 사건을 통한 공동체의 형성과 경험의 의미 찾기」(김희경), 「세월호 사건으로 간접외상을 경험한 공동체의 외상 후 성장에 대한 연구」(신나라)), 정치외교학 분야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유권자의 정당 선호 및 선거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한 연구물을(「2014년 지방선거에 세월호 사건이 미친 영향」(이현우))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문학, 연극 등 예술 분야에서도 세월호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문학의 정치성(「문학의 정치성, 그 시적 재현과 문화 소통」(김동근)), 증언 문학(「현실 접속의 실재와 증언문학의 가능성」(이경수)), 애도의 방식으로서 예술(「‘이후’의 연극, 애도에서 정치로」(양근애)) 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며, 공학 분야(전자・정보통신・컴퓨터・기계)에서는 여객항로(「세월호사고로 살펴본 연안여객항로의 안전정책」(김명재・송의연)), 승객피난 시뮬레이션(「세월호 침몰시의 힐링각변화 조건에서 승객의 정상적인 탈출시나리오에 관한 시뮬레이션 분석」(황광일)), 증개축 전후 승객피난 가능성(「세월호 증개축 전후 승선객의 피난성능 예측비교」(황광일)), 복원성 평가(「세월호의 사고당시 복원성 평가에 관한 연구」(김홍범・박용선・공길영)) 등을 배의 침몰과 인명 피해에 대한 기술적 원인을 탐색하고 있었다.

덧붙여서, 심리학, 사회복지학, 신학 등의 분야의 연구들은 세월호 ‘참사’로 표현하는 데 비해, 법학, 공학, 농수해양학 등의 분야는 주로 세월호 ‘사건’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학문적 접근에 따른 표현상의 차이도 발견된다.

지난 3년간 세월호를 다룬 다양한 연구가 던진 질문을 정리하면 대략 이러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침몰하여 수백의 목숨이 바다에 묻혀가는 참사를 언론은 왜 그렇게 다루었던 것인가, 참사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상처를 종교는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정부는 지척에서 가라앉는 배 안의 사람들을 왜 구해내지 못했으며 왜 책임을 회피하였는가, 이 참사에 대해 누가 법적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 것인가, 참사를 잊지 않고 사회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세월호라는 배는 어떤 기술상의 문제로 가라앉고 승객은 왜 대비하지 못했던가, 세월호 사건은 정당 선호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세월호와 같은 재난을 문학과 예술은 어떻게 증언하고 재현할 것인가.

세월호가 던진 질문의 무게로 볼 때 개운한 답을 찾기까지는 아마도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지만,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금, 그간 우리가 찾은 질문과 답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한승주

Reporter, R

깊.게 판 진짜 지.식 @깊지라고 불러주세요.

RRESEARCH, REPORT, LIBRARY의 R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