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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불과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8개월만의 일이었다. 물론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대참사를 계기로 재난 관련 제도가 크게 개혁되었다. 그러나 그 개혁이 무색하게도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또 한번 무너졌다. 그리고 현재. 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규모 5.8지진 이후로 여진이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진 발생 15분만에 발송된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위험사회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재촉하는 신호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시스템을 신뢰하기는커녕 일본의 재해 매뉴얼 한국어 번역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정부로부터 어떤 보호를 기대할 수 있을까?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비리·사고사회」(『경제와사회』, 108, 2015)에서 이러한 재난사고가 그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비리’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은 독일과 같은 위험사회가 아니라 훨씬 저열한 사고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20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발전 과제는 비리의 척결이며,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정치와 경제의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비리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삽시간에 502명이 죽고 900여 명이 다친 세계적인 대참사였다. 저자에 따르면, 삼풍백화점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공사와 부실관리였으며, 그것은 실수나 나태가 아니라 쳬계적이고 지속적인 비리를 통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 1995년 11월 8일 서울지검은 『삼풍 붕괴 백서』를 발표했는데, 검찰은 이 사고를 설계 결함, 부실시공, 유지관리의 과오 등의 여러 부실요인들이 5년여에 걸쳐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서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로 결론지었다. 즉, 삼풍백화점은 내부의 지탱력이 대단히 약하게 부실시공된 상태에서 옥상에 과하중을 크게 더하면서 무너진 것이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저자는 부실시공뿐 아니라 부실관리도 원인으로 진단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8개월 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각종 시설물과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행해졌다. 삼풍백화점도 1994년 10월과 11월, 그리고 1995년 3월 등 불과 반 년 사이에 무려 세 차례나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 세 차례의 안전점검은 그저 요식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사건의 발단인 부지의 용도변경도 모두 비리의 산물이라고 판단한다. 삼풍은 서울시와 서초구의 공무원들을 상대로 계속 뇌물을 주고 용도변경, 설계변경, 부실시공, 부실관리의 문제를 키워갔던 것이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개혁

이준 삼풍 회장과 이한상 삼풍 사장은 위험한 개축을 강행해서 그 붕괴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오후 5시 40분에 붕괴하고 있다는 긴급연락을 받고도 대피 방송을 하지 않고 도망쳤다. 이준은 박정희 정부의 중앙정보부 간부출신으로 군사독재의 권력을 이용한 투기와 개발로 큰 부자가 되었으며, 그의 축재과정 자체가 박정희 독재가 만든 비리와 부실 사회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이러한 사실에 의거해서 삼풍백화점 붕괴를 계기로 오랜 독재의 사회적 결과에 대한 각성이 이루어지고 개혁이 추구되었다.

개혁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과 사고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뉘는데, 후자는 재난에 관한 것이지만, 전자는 건설에 관한 것(건축법, 건설업법, 하도급법 등)과 비리에 관한 것으로 크게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 붕괴는 커다란 재난이었기 때문에 재난에 관한 법률이 긴급히 제정되었다. 1995년 7월 18일에 제정된 『재난관리법』이 그것이었다. 『재난관리법』의 재정으로 한국의 재난 행정은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재난 행정의 개혁은 2003~2004년 참여정부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나, 이명박 정부가 2008년 2월에 출범하면서 이런 개혁을 모두 폐기했으며, 2013년 2월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이런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전혀 바로잡지 않았다.

건설에 관한 것으로는 1995년 12월에 건축법, 건설업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이 개정되어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건축-건설 관련 사고의 유형이 정리되고 관련자들의 책임이 크게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1996년 11월 당시 손우태 성남지청 부장검사는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실공사에 대한 법적 규제가 어느 나라보다 잘 정비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이와 관련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지에 관한 답을 내렸다. 바로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법의식이 극히 열악하며, 법률을 실제 적용하는 공무원들이 자의적 태도를 갖고 있고, 법률을 집행하는 법원과 수사기관이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 비판이 지금도 유효하지만 비리에 대한 결정적인 지적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비리가 부실의 원천이자 동력이니 사고를 막기 위해 엄정한 규명과 처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비리의 대가가 비리의 이익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의 수사와 재판은 대단히 큰 문제를 남겼다. 1500여 명의 사람들을 무너지는 건물 속에 남겨두고 도망친 이준과 이한상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비리 공무원들은 모두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인허가와 관련된 비리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계속되는 비리와 건설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20년 동안 많은 개선 조치들이 이루어졌지만 2013년 7월에 의결된 국민권익위의 『건설 등 재해 취약 분야의 안전사고 방지방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건설 사고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심지어 건설 사고 재해율은 2008년부터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요컨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야기한 비리와 부실의 문제가 공사의 규모와 종류를 떠나 지금도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2014년 발생한 몇 가지 중요 건설 사고의 사례를 통해 그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논문에서 소개된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중소형 공사의 사례.

경주 코오롱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 2014년 2월 17일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코오롱의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 참여한 신입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은 부실시공과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은 부실 관리였다. 하청업체만 처벌되었고 원청업체인 코오롱 건설과 운영주체인 리조트 대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세종시 모아 미래도 아파트 부실시공 – 2014년 3월 19일 세종시에서 건축되고 있던 모아건설의 ‘모아 미래도 아파트’가 철근을 절반으로 줄여 시공했다는 무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아예 ‘복마전’으로 불렸다. 모아건설과 감리업체는 철근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철근을 줄이게 했으며, 이렇게 뺴돌린 철근을 고철업자에게 팔아 회식비, 선물비, 뇌물 등으로 썼다.

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대형 공사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대강 살리기’ 사업 – 이 사업에는 최소 22조 원에서 최대 30조 원의 세금이 투여되었고 그 결과 4대강에서 엄청난 발암성 녹조가 발생했고 측방침식과 역행침식으로 강변이 대대적으로 파괴되었고 수많은 어패류가 죽는 등 극심한 생태계 파괴가 진행되었다. 또한 16개의 보가 모두 명확한 근거 없이 건설되었고 대부분의 보에서 설계 부실과 ‘파이핑’등이 발견되었다. 감사원은 이 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저자는 이 사업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부 주도 비리 건설 사업’이라고 본다.

핵발전소 관련 비리·부실 – 핵발전소는 설계수명 30년 동안 가동하고 10만 년 동안 폐쇄해야 하는 절대적인 위험시설이다. 인류는 핵발전의 초고열과 방사능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2013년 5월 핵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에서 미증유의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의 핵심관료 및 핵발전소의 안전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자들이 대거 이 무서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 이로써 ‘핵피아’,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관련 침하 – 2014년 8월 5일 서울 잠실의 석촌 지하차도 앞에서 두 곳의 지반 침하(싱크홀)가 발생했다. 구간은 SK건설이 시공했으며, SK건설이 2년 전부터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이 시공한 대규모 공공 건설에서도 부실시공의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대한민국 경남 양산군(현재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976) / “핵발전소가 폭발하게 되면 주변 30km 반경 이내의 사람들은 급속히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김종신 한수원 사장, 이종찬 한전 부사장, 이청구 한수원 부사장 등이 비리에 연루되었다.” (243쪽)

 

비리 관련 정책의 후퇴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2001년 7월에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고, 2004년 3월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이로써 극심한 위험 상황을 개혁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커졌다. 그러나 위에서 봤듯이 건설 비리가 핵발전소에도 만연해 있을 정도로 사실상 개선된 바가 전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비리와 재난에 관한 정책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났고, 삼풍백화점 붕괴는 반복되었다.

그런데 2014년 12월 ‘비리-사고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안전진단’에도 비리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교량과 터널·항만·댐 등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안전진단은 여전히 엉티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진단’조차 국가를 사유화해서 이익을 챙기는 ‘관피아’의 주요 먹이였던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대참사를 계기로 재난 관련 정부조직을 크게 개편해서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는데, 안전 전문가가 아닌 예비역 군인을 처장으로 임명했다. 더불어 2014년 11월에 발족한 국민안전처는 대형사고는 대부분 국민의 안전불감증 탓이라며 ‘국민불안처’로 등극하게 된다. 게다가 2015년 4월 8일 ‘국민안전처’가 뇌물에 찌들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리를 척결하지 않는 조직의 개편은 ‘관피아’의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안전 사회(safety society)는 그저 안전을 외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과 같은 비리-사고사회에서 안전은 우선 비리의 척결에 주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에는 이미 안전 관련 법률과 제도들이 있지만 안전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권력 비리가 만연해서 사회를 근저에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도, 세월호 대참사도 모두 비리의 산물이었다. 2015년 3월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큰 다행이다. 그러나 원안에 있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외된 것은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여기서 나아가 사고기업 재산 환수,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제, 영국식 기업살인죄, 공익 제보자/내부고발자 보호, 발주자 책임실질화, 착취적 하도급 개혁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249~250쪽)

현재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일대에 원자력발전소 14기가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본문에 언급된 ‘핵피아’ ‘원전 마피아’가 겹쳐지면 끔찍한 장면이 절로 연상된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 부패인식지수 OECD 34개국 중 27위인 한국이 갈 길은 자명해 보인다. 체제 기득권층의 부패불감증과 윤리적 타락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
홍성태, 2010, 『사회와역사』, 87, 163-189.

「도시재난 대비를 위한 도시방재계획」
김걸·김근영·문채·이병재, 2014, 『도시정보』, 388, 2014, 6-21.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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