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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분야의 한 장르인 사극은 역사물, 시대극 등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고, 퓨전 사극, 팩션 사극 등의 용어로 변용까지 되고 있다. 사전에서는 사극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제재를 빌려 온 장르”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사극은 연구자, 시대에 따라 수많은 스펙트럼이 생길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수잔 헤이워드에 따르면 “장르는 단지 영화의 형태만이 아니고, 관객의 기대와 가설에도 관련된다. 개별 장르는 고정화된 양상으로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변형된다. 영화의 역사를 이해할 때 시대별로 다른 이해가 요구되는 것처럼 장르의 역사 또한 시대별로 차별화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289~290쪽)
가변적인 상호 텍스트적 특성을 가진 사극이란 용어 및 하위 장르에 대한 합의를 위해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는한국 사극영화 장르의 유형 연구: 이준익 사극 영화를 중심으로(『영화연구』 68, 2016)에서 이준익 감독의 사극 5편 <황산벌>, <평양성>,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사도>를 통해 그 유형을 구분하고 사극의 여러 혼란을 학술적 관점에서 정리했다.

과거의 시간을 다루는
사극과 시대극의 구분

사극을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극과 시대극을 어느 정도의 과거를 다룬 것으로 구분할 것인가이다. 주창윤은 이전 두 세대를 기준으로 역사 드라마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대극을 역사 드라마의 범주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본 연구의 저자는 “시대극은 근대 이전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삼는 사극과는 시대 구분에서 변별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293쪽)고 주장했다. 영어로 사극은 Costume Film으로, 서양에서는 사극을 역사적 장관과 볼거리로 특징지어지는 장르로 규정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사극을 온전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이는 사극을 연구할 때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특징이다. 수잔 헤이워드는 “시대극은 Costume Film과는 다른 보다 완만한 용어라고 할 수 있는데, Costume Film보다 현대물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이 현대물의 의상 약호와 세팅은 확연히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293쪽) 이 말에 따르면 시대극은 현대와는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기 상으로는 현대에 가까운 시기를 다루는 장르로 볼 수 있다. 여러 근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사극과 시대극은 일제강점기, 한일합병 즉, 근대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이 두 장르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한국 사극영화 장르의 유형 연구: 이준익 사극 영화를 중심으로, 294쪽)

역사성과 허구성의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
정통, 팩션, 퓨전 

사극은 역사와 극양식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정통 사극, 팩션 사극, 퓨전 사극 등 다양한 하위 장르를 발생시킨다. 강승묵은 “역사영화는 글로 기록된 공적 역사가 연결하지 못했던 역사의 유의미한 고리를 영상 재현 장치를 통해 새롭게 접목시킴으로서 공적 역사를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역사 쓰기”(294쪽)라 말했다. 더불어 “역사극은 역사와 극양식이 그려내고 있는 이질적인 의미의 파장이 겹치고 닿아있는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장르”(294~295쪽)라며 “작가가 현실이라고 정의하고 범주화한 동시대의 환경 내에서 필요로 하는 과거의 사실을 박췌하고 주목하고 이를 연관성을 가진 극 장르로 변모시킬 수 있을 때- 물론 허구성의 창작 원리에 의해 예술적 형상화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역사극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295쪽)라 했다. 즉, 이야기를 하기 위한 상상력으로서의 허구성과 사실의 인과관계의 조화는 사극의 태생적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사극을 언급할 때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는 대상은 바로 팩션(Faction) 장르이다. 픽션(Fiction)과 팩트(Fact)의 합성어인 팩션은 유행어처럼 시작된 표현이지만, 이제는 하나의 장르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말로는 각색실화로 표현되는 이 단어는 실화이자 허구라는 모순된 표현이지만, “이러한 신조어의 탄생은 사실은 진실이고, 허구는 거짓이라는 근대 사실주의 문법의 파괴를 의미한다.”(296쪽) 결국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라 볼 수 있는 팩션 영화는 팩션 사극도 포함한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플롯이 조화롭게 섞인 사극에서 팩션과 정통은 역사성의 경도로 구분될 수 있다.
팩션 사극은 간혹 퓨전이란 표현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어, 퓨전 사극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다른 장르로 본 연구의 저자는 이 구분에 대해 정확히 논증하고자 했다. 본고의 연구자는 “퓨전 사극은 역사적 사실과는 상관없이 텍스트 내 시대배경만을 과거로 삼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점에서 외국의 코스튬 필름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299쪽)라며 퓨전과 팩션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여기서 코스튬 필름은 역사적 장관과 볼거리로 특징지어지는 장르로 과거의 특정 사건보다는 시대와 일치하는 의상이라는 관습을 통해 역사상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정도의 시대적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퓨전 사극 역시 역사적 배경 혹은 인물을 빌려 창의적 스토리의 극을 제작, 현대적 요소나 판타지 요소를 융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통 사극과 달리 시대적 사건과 유명한 인물들을 제외하고 유명하지 않은 인물이나 민중 등 대중들에게 소외된 소재를 주제로 잡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정통 사극은 “정통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사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제작하는 것을 뜻하며, 정사(正史)의 인물이나 내용을 서사의 기본으로 가져오는 것을 일컫는다”(301쪽) 주창윤은 “역사드라마가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에 따라서 네 가지 유형의 하위 장르를 분류했다. 첫째, 기록적 역사서술방식은 역사적 자료를 일차적으로 사용하면서 작가가 역사가와 동일한 사건을 공유하는 것이다. 둘째, 역사-개연적 서술방식은 역사적 자료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활용되지만, 작가의 역사적 해석(개연성)이 지배적으로 활용된다. 셋째, 상징적 역사서술방식은 역사적 재료보다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이 우세하는 경우다. 정사의 기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작가가 역사적 맥락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활용한다. 넷째, 허구적 역사서술방식은 역사적 사건과 관계없이 역사를 배경으로만 사용했을뿐 이야기는 완전히 허구인 경우다.”(300쪽)고 구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을 두고 본고의 연구자는 첫째 유형은 정통 사극, 둘째 유형은 사실적 팩션 사극, 셋째 유형은 해석적 팩션 사극, 그리고 넷째 유형은 퓨전 사극이라 명명했다.

(출처: 한국 사극영화 장르의 유형 연구: 이준익 사극 영화를 중심으로, 302쪽)

이준익 감독의 정통 사극
사도

<왕의 남자>, <사도>, <동주> 그리고 6월 28일 개봉한 <박열>까지. 역사 속 인물을 중심으로 사극을 꾸준히 만들어 온 이준익 감독은 오래전부터 사극에 대한 남다른 시도로 다양한 영화를 선보였다. 이준익 감독의 사극 5편을 통해 연구자가 구분한 네 가지 사극의 하위 장르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사도 스틸 (출처: 네이버 영화)

우선,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도세자와 영조를 재조명했다.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임오화변을 전개시켰고, 그 원인을 사료를 바탕으로 전개했다. <사도>는 임오화변의 이유, 결과 등 역사적 사실로 남겨져 있는 사건의 정황과 연대기들은 모두 왜곡하지 않으며 스토리를 전개했다. 그리고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 등 심리상태와 감정 같은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지 않아 알 수 없는 부분은 픽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사건을 살아있는 인물로 재현한 <사도>가 정통 사극의 특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의 사실적 팩션 사극
황산벌, 평양성

이준익 감독은 삼국시대의 역사를 바탕으로 <황산벌>과 <평양성>을 만들었다. 이 두 편은 모두 “기존의 역사서술과 경쟁하면서 기존의 역사가 제시하는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304쪽) 또한 “더 나아가 대안의 역사(counter history)를 제시하고 있다.”(304쪽)고도 볼 수 있다. 2편 모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사이사이에 있는 빈틈을 영화적으로 메워 재해석하고 있는 사실적 팩션 사극이라 볼 수 있다. <황산벌>에서는 계백과 김유신의 대립으로 지배층의 모습을 풍자하기도 하며, <평양성>에서는 백제군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거시기’의 존재로 역사를 아래로부터 다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팩션 사극은 새로운 역사쓰기의 방법으로도 볼 수 있으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의 접점에서 역사가 전달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준익 감독의 해석적 팩션 사극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해석적 팩션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적 팩션 사극과 같지만, 역사적 관점을 세우기보다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만을 부각시켜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 장르이다. 즉, “해석적 팩션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극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창조물로 재현하는 특성을 보인다.”(307쪽)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연산군일기 중 “공길 이라는 광대가 왕에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 들, 먹을 수가 있으랴’라는 말을하였다가 참형을 당했다(60권 22장)”(305쪽)란 기록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이 기록에 더해진 상상들로 완성된 <왕의 남자>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낸 해석적 팩션 사극이다.
다음으로 영화 <구름을 버서난 달처럼>은 기축옥사와 임진왜란 및 이몽학의 난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였지만, 시간적 재구성을 통해 극적 효과를 증폭시킨 해석적 팩션 사극이다. 결국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가감, 상상력의 정도에 따라 해석적, 사실적 팩션 사극으로 구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준익 감독의 사극영화 5편은 한국 사극영화가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사극 하위 장르의 특성까지 보여 주고 있다. 역사의 해석과 상상력의 정도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 사극의 다양한 장르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애매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사극이 가진 허구성과 역사성의 조화점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지표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시켜주고 있다. 특히, 장르에 대한 연구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어떤 혼란과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 거듭될지 기대가 된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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