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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교통로 및 교통수단은 언제나 중요한 변수가 되어왔다. 일반적으로 교통로 및 교통수단은 크게는 문명, 작게는 각 정치세력들 사이의 교류를 설명할 때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외부와의 연결뿐만 아니라 내부의 통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통신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이전 시기에는 교통의 범위가 통신, 수세收稅, 군사행동 등의 범위, 다시 말해 통치의 영역이기도 했다. 따라서 역사상 존재했던 국가들의 통치 영역은 일반적인 지도에서처럼 경계가 확실한 ‘면’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교통로 및 교통수단에 따라 ‘선’ 혹은 ‘점’의 집합으로 그려지게 된다.

이처럼 통치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일련의 행정기관이 설치되고, 또 중앙을 비롯해 다른 행정기관들과 연결하는 교통로 및 교통수단이 확보되어야 했다. 조선에서도 건국하자마자 이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고, 태종대에 이르면 현재 남북한 행정구역의 전신前身이라고 할 수 있는 8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 바탕에는 전국 약 300여 개의 모든 군현에 수령을 직접 파견하는 군현제郡縣制가 있었다. 고려에서는 모든 군현에 수령을 파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군현제의 운영 방식은 조선 지방제도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오랫동안 여러 연구에서 주목되어왔다. 반면 각 군현들을 연결하는 교통로 및 교통수단이 어떻게 관리·운영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조선에는 교통을 관리하는 관원과 기관이 따로 있었다. 한 고을을 지나는 길은 많지만 그 길을 그 고을의 수령이 관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군현과 구분되는 교통로 및 교통수단의 관리단위로 驛이라는 기관이 있었고, 여러 군현을 총괄하는 도道와 같이 여러 역을 총괄하는 역도驛道가 있었다. 도의 경계가 바뀌면 소속 군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도가 어떻게 편제되는가에 따라 각 역의 관리·운영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역도는 어떻게 편제되었을까? 그 동안은 교통로 및 교통수단이 지방제도와는 독립적인 영역이라고 이해되거나, 혹은 지방제도의 보조적인 수단이라고만 인식되었기 때문에 이 질문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양정현 연구자의 논문 「조선 초기 驛道制의 정비 과정과 그 성격」(『한국사연구』, 174, 2016)은 역도가 군현과 함께 조선 지방제도를 이루는 두 축이라고 주장한다. 군현제와 마찬가지로 역도제도 지방통치체제의 핵심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 건국 시기 분리되어 있었던 군현제와 역도제가 지방제도 정비 과정을 거쳐 8도의 道制 아래 병렬적으로 위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히고 있다.

 

군현제와 구분된
역도제 운영

고려와 조선에서는 위치와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전국 약 500개의 역을 운영했다. 수령을 모든 군현에 파견했듯이 모든 역에 관원을 파견하는 것이 이상적인 역 관리체계일 수 있었으나, 재정 및 관원 충당에 어려움으로 인해 실제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역에는 역마驛馬는 물론, 역리驛吏 및 노비 등 역을 관리하는 인원들도 있었다. 역도는 다수의 관원을 파견하지 않고도 이 수많은 역들을 일정한 단위로 묶어서 역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방법이었다. 고려에서도 22개의 역도를 편제했지만, 현재 전체 편제 내용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에서는 정종대부터 역도를 통한 역 관리체계가 성립되었다. 양계兩界로 불리는 북방 지역에는 합배合排라는 별도의 역 관리체계가 있었으나, 이 역시 모두 역도로 편제되었다. 고려의 기록이 부족하여 전국의 내용을 비교해볼 수는 없지만, 하삼도의 경우 고려의 역도보다 약 두 배의 역도가 편제되었다. 다시 말해, 고려에 비해 조선 역도의 관할 영역이 줄어들고 숫자도 늘어난 것이었다.

당시 역도는 이전보다 효율적인 관리 범위를 노리고 편제된 것으로 보이지만, 편제 기준과 형태가 일률적이지는 않았다. 서북면 일대의 역도는 역과 역이 이어진 선 형태로, 충청도·전라도·경상도, 이른바 하삼도의 역도는 여러 역이 중첩된 방사형 형태로 편제되었다. 전자의 경우 명과의 사행로使行路에 위치한 역들이 고려된 것이었고, 후자의 경우 각 고을 사이의 행정·군사적 연결과 지형적 조건이 고려된 것이었다. 이처럼 역도의 편제 기준과 형태가 달랐으므로 각 역도가 담당하는 업무의 양과 중요성도 같지 않았다.

역도를 관리하는 관원인 찰방察訪과 역승의 명령체계도 처음에는 왕-(중앙기관)-관찰사-수령으로 이어지는 명령체계와 구분되어 있었다. 역승은 관찰사를 통해 명령을 받고 보고를 올렸지만, 역승보다 높은 지위의 찰방은 주요 역도에 파견되었기 때문에 관찰사를 거치지 않고 왕이나 중앙기관에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종대에 이르러 명령체계는 점차 관찰사가 중심이 되는 명령체계로 일원화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역도의 관할 영역이 여러 도에 거쳐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관찰사와 찰방 및 역승의 관계가 관찰사와 수령의 관계처럼 명료한 것은 아니었다. 역도제가 각 군현을 연결하는 교통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군현제와 아예 분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도의 관할 영역, 관원, 명령체계는 군현제와 구분되어 있었던 것이다.

 

군현제와 병렬된
역도제로의 변화 

역도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는 세조대에 진행되었다. 세조대에 정비되어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반영된 역도 편제는 조선이 망할 때까지 그 편제가 거의 유지되었다. 세조 3년(1457)과 세조 8년(1462)에 각각 역도 편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그 변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글쓴이의 정리를 참고하여 거칠게 정리하자면, 세조대에도 여전히 역도의 효율적인 관리 범위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각 역도의 관할 영역 크기를 조정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지형, 교통로의 수요 등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역도의 관할 영역을 절대적인 수치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각 역도의 관할 영역 크기의 편차를 일정한 수준까지 줄이는 것은 성공했다. 결국 『경국대전』에서는 각 도에 소속된 역도의 관할 영역 크기가 전체적으로 균등해지게 되었다.

『경국대전』 역도 편제 논문 52쪽

역도의 편제 기준도 유형을 정리해볼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되었다. 역도는 파견되는 관원의 지위에 따라서 5품인 찰방이 파견된 역도는 찰방도, 6품인 역승이 파견된 역도는 역승도라고 불렀다. 찰방의 경우 사행로나 국가에서 大路와 中路로 지정한 주요 교통로가 있는 역도나 목사牧使나 도호부사都護府使와 같이 고위 수령이 파견되는 큰 고을을 중심으로 편제된 역도에 파견되었다. 역승의 경우 해안 방어와 관계된 연해 지역의 역도나 교통의 수요가 크지 않은 小路가 있는 역도에 파견되었다.

세조대부터 성종대까지 이어진 역도 편제 작업의 결과, 역도는 각 도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편제되었다. 도나 군현의 경계와 상관없이 역도가 편제되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었다. 이에 따라 관찰사와 찰방 및 역승의 관계도 명료해졌다. 건국부터 이어진 역도제의 정비로 결국 도제 아래 군현제와 역도제가 병렬적으로 위치하는 지방통치체계가 완성된 것이었다.

 

가시화된 분석과 정리
다소 아쉬운 마무리

여기서는 글로 소개하는 데 그쳤지만, 이 연구의 장점 중 하나는 많은 지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조선시대의 역도를 독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가공한 지도와 함께 논문을 읽어나간다면 훨씬 독해가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도제나 군현제뿐만 아니라 역도제도 조선시대 지방제도의 한 축을 이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역도제와 지방제도가 아니라 역도제와 교통의 관계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쉽다. 물론 글쓴이가 쓰지 않은 부분을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제나 군현제를 다룬 연구와 비교했을 때 지방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역도제가 교통에 미친 영향, 혹은 그 반대를 조금이나마 더 다룰 수 있었다면 역도제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조선 지방제도의 특징이 발견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읽으면 좋은 논문

「고려말·조선초 경상도 해안 역로망의 재편성」
한정훈, 2012,『지역과역사』, 30, 77-113.

 

이지훈 리뷰어  pen9uin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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