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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한동안 한국에서의 선거는 이른바 “세대 갈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상되어 왔다. 승리를 예측했던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완전하게 참패했다. 또한 갈수록 감소하는 2030세대의 인구와 반대로 갈수록 증가하는 5060세대의 인구격차는,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치열한 격전을 뚫고 당당히 박근혜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격화되는 세대갈등과 연령효과(age effect)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앞으로 보수정당의 승승장구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은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고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고, 국민의당은 제 3당으로 원내에 진출했다. 또한 이 선거결과에서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고도 원내 제 1당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김정훈, 한상익 교수는신화의 붕괴, 그리고 희망의 정치?: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 지형의 변화(『경제와 사회』, 110, 2016)에서 이러한 물음에 응답하고 있다.

 

분노한 2030세대,
그러나 실제는?

그 동안 한국 선거 지형에 관한 담론을 지배해온 세 가지 경향이 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총선과 지선을 거듭하며 확인되는 확연한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이념 갈등은 한국에서 선거 판도를 결정해주는 바로미터처럼 여겨졌다. 그 동안 한국 사회는 강한 보수주의적 헤게모니와 함께, 비교적 진보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2030세대의 저조한 투표율, 반공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동의하는 5060세대의 높은 투표율은 향후 선거 역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을 점쳐주는 듯 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이러한 통념은 완전히 뒤집혔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 2당으로, 더민주는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었지만 123석을 얻고 제 1당이 되었고,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38석을 얻었다. 정의당 역시 선전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일까.

20대 총선의 승리를 2030세대의 높은 투표율에서 찾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전제조건은 2030세대가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따라서 2030세대의 높은 투표율, 그리고 그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로써 표시하는 ‘분노투표’를 함으로써 야당의 승리가 가능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사실과 그다지 가깝지 않다.

김정훈 교수와 한상익 교수는 논문에서 분노투표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2030세대의 투표율은 비교적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다른 세대 역시 투표율이 상승했으므로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만으로 20대 총선의 결과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15-16 페이지)

 

김정훈, 한상익(2016)에서 발췌

 

표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듯, 20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2030세대는 높은 투표율 상승을 보여주었고 5060세대는 비교적 정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이 야권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전체 유권자 중 2030세대는 35.7%에 불과한데다 여전히 5060세대의 높은 투표율은 2030세대의 ‘분노 투표’가 얼마나 결정적이었는가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15페이지) 그렇다면 무엇이 야권 승리에 주효하게 작용했나?

저자들은 20대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층 이탈로 본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듯이, 야권은 늘상 분열해왔고 새누리당은 탄탄한 고정 지지층, 이른 바 ‘콘크리트’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새누리당의 승리는 뻔한 결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고정 지지층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4개 선거 평균보다 평균 7.5%를 덜 얻었고”, 3자 대결이 있었던 39개 지역구에서 야권은 총 32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소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암묵적인 지원 아래에서조차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동안 새누리당의 ‘불패신화’, 즉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신화가 붕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8-19페이지)

 

유권자들은 왜 새누리당을
버렸나

앞서 말했듯이 2030세대의 분노투표는 20대 총선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영향력이 없지는 않았다. 저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낸 배경으로 ‘분노투표’를 꼽는다. 악화되는 경제 상황과 갈수록 피폐해지는 삶의 질, 또한 정보사회로의 전환과 그로 인한 급격한 네트워크화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그들에 대한 분노를 키우는 데 주효했다. 기실, 우리 모두가 이미 무능하고 심지어 뻔뻔하기까지 한 정부의 작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저자들이 적고 있듯, “새누리당 정권 8년은 유권자들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국면에서 새로운 사회경제적 조처들을 내놓기는커녕, 과거의 권위주의적 퇴행을 반복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신자유주의적-반노동적 정책을 반복함으로써 사태의 개선에 기여하기보다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악화의 반복 속에 기존 지지층마저 지쳐버리고 새누리당 정권보다 정권 교체에 희망을 걸게 되었다.

투표에는 크게 세 가지 투표 전략이 존재한다. 하나는 ‘회고적 투표’로써, 정부의 공과를 평가하고 그들에게 심판 혹은 재신임 등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략 투표로써, 자신의 이념이나 이익과 가장 가까운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자신의 미래 이익을 계산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전망 투표’가 있다. 20대 총선의 결과는 유권자들이 전략적으로 투표한 결과라고 요약 가능하겠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결과는 승리한 야당에게는 오히려 불안정한 기반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민주가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달리 말하자면 호남에서 더민주가 심판 당했다는 의미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새누리당에게만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더민주 역시 강한 불신의 대상임을 드러내는 징후라고 말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신화에
불과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른 바 보수불패의 신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신화는 거의 미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신화는 어떻게, 왜 탄생했나.

“기울어진 운동장” 신화를 떠받치는 기둥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인구 구성 상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세대 투표 경향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2030세대는 야권을, 5060세대는 여권을 꾸준히 지지해왔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30세대 인구는 감소한 반면 5060세대의 인구는 늘어난데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는 가설(?)과 더불어 고령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가설을 겹쳐보면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5060세대는 새누리당 지지로부터 눈에 띄게 이탈했다. 논문 저자들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신화가 잘못된 가설에 입각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생애주기효과(Life Cycle Effect)와 연령효과(Age Effect)보다 동기집단효과(Cohort Effect)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동기집단 효과란 특정 시기의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경험이 특정 세대의 의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50대는 10년 전의 50대와는 다른 동기집단”이며, 이들은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로써 유신과 민주화, IMF를 겪은 세대다. 5060세대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가설은, ‘나이 들면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 집단을 구성하던 5060세대가 전쟁과 산업화를 이끈 세대로써 권위주의 세력들과 정서적 일체감을 지니기 때문이다. (26페이지)

요컨대, 5060세대는 결코 동질적이지 않다. 20대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 특히 50대의 변심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이들의 변화는 세대 갈등으로 표상되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신화가 해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세대 갈등은 연령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29페이지)

 

밝지만은 않은 미래,
문제는 리더십

저자들은 논문에서 세대 갈등 이외에도 지역 균열, 이념 균열에 대해 풍부한 통계자료로써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면 관계 상 해당 내용들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역 갈등과 이념 균열 역시 해체되고 있다는 말이다.

선거는 한 사회 내부에 산재한 갈등의 균열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다. 20대 총선은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갈등을 일정부분 해체한 것 같다. 특히 2010년 이후 일종의 경향으로 퍼진 세대 갈등은 매우 분명하게 흔들리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이념 갈등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이념 갈등, 즉 북한과 관련한 이슈로부터 이념적 갈등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보다 확대된 의미로써의 이념 갈등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의 이념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치는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술의 영역이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는 야당에 대한 신뢰의 표시가 아니라 여당에 대한 분노의 표시다. 달리 말하면, 야당이 못한다면 그 표들은 언제든지 다시 여당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마키아벨리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은 “개혁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지지하지만” 그 개혁으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박근혜 탄핵을 전후하여 극우단체들의 준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계속되고 심화되는 불평등, 해결되지 않는 갈등, 얇아지는 지갑…….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는 반드시 유능해야만 한다. 야당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래서 막중하다. 대선이 가까워 오는 지금,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해서 기뻐하긴 이르다. 중요한 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들이 수반돼야 한다. 저자 역시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를 제기한다. 나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그 점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반복될 것이다.

최태준 리뷰어  xowns51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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