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r정치가 소멸된 자리에서 핀 뜨거운 정치적 난장 안에 우리는 서 있다. 당연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믿었던 정치적 시스템과,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정치적 리더십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절망했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가져야 할 정치적 감시와 자정능력조차 마비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또 그만큼 반성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정치적 사건 앞에서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김동하「‘덕’의 정치와 ‘프로네시스’의 리더십-마키아벨리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리더십 이해에 대한 정치철학적 고찰」(『한국정치학회보』, 48(2), 2014) 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유효하고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정치적 행위와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작은 해답의 실마리를 던진다.

좋은 정치적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논문의 필자는 국내 정치학계가 “권력이나 권위관계 혹은 공식적인 제도적 절차를 중심으로 한 정치과정에 관한 연구에 치중”해 왔기에, 정치를 리더십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은 소홀히 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와 같은 간접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정치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엘리트들이기 때문에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어쩌면 시민의 정치 참여라는 화두보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할지 모른다”고 논문의 필자는 역설한다.

현대의 정치적 “리더십 연구에서 관건이 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정치적 리더십과 윤리적 덕성의 문제이다. 이것은 현대의 정치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도덕성의 문제를 리더십의 중요한 본질 중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면서 윤리에 기초한 덕성이 리더십 연구의 주요한 주제로 등장한 까닭이다.” 그러나 “윤리적 덕성 하나만을 정치적 리더십의 기초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 속에서 윤리적 덕성과 함께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한 기초로 정치적 실천을 위한 지혜라 할 수 있는 ʻ프로네시스ʼ(phronesis/prudenza)[고대 그리스 철학 개념으로 실천적 지혜라고 한다. 이 실천적 지혜란 스스로에게 좋은 것과 유익한 것들을 잘 고를 수 있는 지혜, 특정한 목적과 관련된 것이 아닌 좋은 삶을 위한 지혜를 말한다]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논문은 “현실주의적인 정치적 리더십과 윤리적인 정치적 리더십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대의 이론적 지형을 그 기원이 되는 마키아벨리와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좋은 정치적 리더십이란 무엇인지를 정치철학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정치적 리더십을 언급할 때 우리는 곧잘 이에 대한 현실주의적 이론이 마키아벨리이며, 윤리적 덕성을 강조하는 이상주의적 이론이 아리스토텔레스에 입각한 것이라 규정한다. 물론 마키아벨리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논지한 정치적 리더십은 “공식적인 권력이나 권위의 파생물이 아니라 정치지도자의 ʻ정치적 덕성ʼ에 달린 문제”였으며 “정치공동체의 공동이익을 현실의 실천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는 ʻ정치적 지혜ʼ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관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형식상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상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정치적 리더십의 유형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논문의 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이해 방식을 각각 윤리정치적 패러다임, 자기보존을 위한 생존정치적 패러다임”으로 유형화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정치적 리더십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설정하거나 추구한 정치적 프레임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삶’과 ‘행복’이라는 지극히 윤리적인 관점에서 정치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마키아벨리는 정치에 있어 윤리를 필요에 따라 배제할 수 있는 외부적인 것으로 이해하면서 자기보존과 생존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기초하고 있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정치공동체는 생존과 관련하여 냉혹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자기생존과 관련된 현실은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없는 독자성이 있다”고 여겼다. 이는 “자기보존과 국가이익이라는 새로운 개념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무를 찾고 정당화하”는, “근대 초기에 국가를 건국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나 방책을 제공한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논문 의 필자는 “현대사회는 마키아벨리가 윤리와의 혁명적 단절을 이야기하던 근대와는 다른 시대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며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듯이 일반사회의 보편적 윤리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정치영역 고유의 ʻ정치윤리ʼ라는 것이 용인이 되지 않는 세계가 현대사회”라고 말한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의 생존정치적 리더십 패러다임이 서 있는 전제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윤리적 맥락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논의의 초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정치적 패러다임으로 옮겨 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기본 프레임을 “‘좋은 삶’과 ‘행복’이라는 지극히 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이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 공동의 이익을 전제한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을 시민들에게 자신의 윤리적 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조건을 마련하고 나아가 공적인 영역에서 자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시민의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 점에서 공적인 정치의 영역에 시민참여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잘 디자인하는 탁월함”을 정치적 리더십으로 보았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적 리더십이란 정치공동체가 궁극적이고 이상적으로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나 목적을 설정하는 능력이며, 이러한 윤리적 덕성은 정치현실에서 구체적인 실천행위를 유도하는 지적이고 실천적인 덕성인 프로네시스를 통해 온전히 실현된다고 믿은 것이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

내면화되고 습관화된 윤리적 덕성을 기반으로 정치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의 선과 목적을 위해 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목적과 목적에 적합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이성적으로 고려하고 배치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윤리정치적 리더십의 내용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의 리더십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전형적으로 설명해준다. 윤리적 덕성에 기초한 프로네시스의 행위는 주어진 목적이나 정치적 필요에 맞는 수단을 강구하는 정치적 지혜가 아니라 정치과정 자체를 중요시하는 정치적 지혜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소통은 고정된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함께 구성하는 정치과정 자체가 목적이 될 때 가능한 것인데 프로네시스의 리더십은 바로 윤리적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정치과정상의 행위양식들 자체를 중시하고 그 행위양식의 결과로 목적을 정의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내면화된 윤리적 덕성도 부재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자기보존과 생존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그러니 정치적 과정의 중요성이라든가 행위의 방식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복지라든가 경제민주화 같은 한국정치가 지향하는 기본 프레임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고, 정치적 행위가 정치권력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자리싸움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바로 이 노골적인 권력정치적 행위에서 온다. 무너질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민주적 질서와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에 대한 지금 이 완벽한 배신과 패배는 바로 ‘소통의 정치’가 정치적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는 개념의 부재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과정에서의 합의, 그 합의의 과정에서 오는 다양한 계층과 그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시선의 확장과 인식의 재고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번거롭고 지난한 과정일 뿐이라고 치부되곤 한다. 불통의 정치, 독단의 정치가 국익과 공익을 위한 결단으로 포장되는 사회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윤리적 덕성을 기초로 한 프로네스시의 리더십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치사회의 미래 비전만 행복하게 짤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 자체의 성격도 행복이라는 윤리정치적 프레임 속에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에서 ʻ좋은 삶ʼ을 위한 목적의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정치적 행위의 양식이기 때문이다.(294-295쪽)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정치리더십과 마키아벨리의 네체시타(necessità)」
갈상돈, 2011, 『정치사상연구』, 17(1), 105-132.

「‘비지배적’ 리더십: 마키아벨리의 『군주』에 내재된 교육적 수사」
곽준혁, 2013, 『한국정치학회보』, 47(5), 27-49.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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