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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1년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인천의 한 행정기관을 상대로 기관장의 관용차 사용 현황을 조사하던 중, 차량에 부착된 하이패스의 거래 내역을 공개해줄 것을 청구했었다. 그간 해당 기관을 비롯해 여타의 공공기관에서 공개됐던 정보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원하는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그 청구에 대해 ‘정보부존재’로 처리했다. 그가 내세운 정보부존재의 사유는 자신들이 생산하거나 접수하지 않은 정보라는 것이다. 하이패스 거래 내역은 해당 영업점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자료이고 이를 자신들이 공개해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용차를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정보임으로 그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로 볼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공개해 오던 정보를 갑자기 비공개하는 것은 괜한 의심만 부추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4년여 전에 있었던 행정대집행과 이에 대해 징구된 비용의 근거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행정대집행은 관련 행정청과 이를 대행하는 사업체의 용역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용역회사는 행정대집행 이후, 이에 들어간 갖가지 비용을 증빙해 해당기관에 비용을 청구한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에서 문서와 영수증 등 다양한 자료가 근거로 남게 된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일부 문서를 ‘정보부존재’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 처분은 이의신청을 통해 번복됐다. 이에 대해 담당공무원은 타 부서에 문서가 보관돼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변명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보공개법’
정보공개 포털(www.open.go.kr). 정부가 결재한 문서를 국민에게 원문 그대로 공개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공개 제도는 일반 시민들에게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국가의 운영과 미래를 위해 관련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하나의 권리이다. 흔히 이를 ‘알 권리’라고 일컬으며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주권자의 ‘알 권리’는 1996년 11월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제정됨으로써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공개 의무를 진다. 물론, 정보공개법은 다른 법률 등을 통해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했거나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서는 따로 ‘비공개 대상 정보'(동법 제9조)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러한 사항이 조율되도록 하는 등 정보공개 과정의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5년 10월에 발간된 『기록학연구』(한국기록학회)에는 정보부존재 처리의 이러한 문제점들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김유승, 최정민의 정보공개제도상의 정보부존재에 관한 고찰: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기록학역구』, 46, 2015)는 정보부존재 처리에 대한 연혁적 분석과 중앙행정기관의 사례 등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며 정보부존재 처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각종 기록(동법 제2조)을 말한다. ‘정보부존재’란 정보공개를 청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존재하지 않아 해당 청구에 대해 내려지는 일종의 행정처분이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서 정보부존재라는 용어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보가 부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처리 방법이 동법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정보부존재 여부는 주로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정보부존재 처리 기준 및 절차」나 자치단체의 정보공개업무 매뉴얼에 따라 판단되고 있다(표1). 하지만 그 지침이 모호해 해석에 따라 입장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청구 처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표1. 정보부존재 판단 기준

 

가장 비중이 큰 비공개 사유
‘정보부존재’

「정보공개법」이 활성화됨에 따라 정보공개 청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동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로 처리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비공개 사유 가운데 눈에 띄게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정보부존재’ 처리다. 그런데 이마저도 2011년 「정보공개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일반민원으로 처리됨으로써 비공개 사유에서 제외됐다. 이 바람에 비공개 처리의 비율은 내려가고 정보의 공개율은 올라가는 착시효과가 생겼다. 더불어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는 정보부존재 처리에 관한 통계가 사라졌다(표2).

표2. 정보부존재 통계 현황

논문의 연구자들이 「정보공개연차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9년부터 시행령이 개정된 2011년까지 3년 동안 비공개의 사유로 정보부존재가 차지한 비중이 각각 44.5%와 47.3%, 46.7%를 기록됐다. 그 뒤를 ‘법령상 비밀 또는 비공개'(평균 25.2%)와 ‘개인의 사생활’(11.9%)이 따랐다. 이처럼 정보부존재는 여타의 비공개 사유에 비해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비공개 사유 항목에서 정보부존재가 사라졌고, 덕분에 정보공개 비율이 향상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중앙행정기관의 비공개 현황에 대한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41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정보부존재 처리 비중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 기관 가운데 비공개 건수보다도 정보부존재로 처리한 건수가 몇 배에 달하는 곳도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권력기관일수록 더 노골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정보부존재의 유형으로는 ‘해당 공공기관이 생산, 접수하지 않은 정보’가 2012년부터 2014년 3년 간 평균 75.6%에 달해 압도적인 비중을 보여주었다.

표3. 중앙행정기관 정보부존재 현황(2012~2014)

 

연구자들은 이러한 정보부존재 처리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정보공개법시행령」 제6조는 정보부존재에 해당해 청구인의 요청에 따를 수 없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험담에서 보다시피 정보부존재의 근본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표3). 정보의 생산이나 관리 여부, 타 기관(또는 부서) 소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해당 정보를 찾는 청구인은 여러 부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자료의 보관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청구인을 비롯해 공공기관 역시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표4.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 접수하지 않은 경우의 정보부존재 통지 실례

 

그리고 정보부존재 처리의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때때로 정보공개 청구는 기관이 직무상 발생하거나 보유·관리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료를 취합하고 가공해야 하는 정보를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이때, 기관 내의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보일 경우에는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보부존재 처리 및 절차」에 따르면 타 기관의 정보까지 취합해 제공해야 하는 청구에 대해서는 부존재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논문의 연구자들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많다며 “기관 업무상황과 정보기술의 이해가 다를 경우 청구인과 해당 기관은 수평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인천의 한 행정기관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논문에서는 현행 정보공개제도의 문제로 이송처리와 기록관리의 문제 등이 거론됐다. 「정보공개법」 제11조 제4항은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 청구를 받았을” 경우, 이를 소관 기관으로 지체 없이 이송한 후, 청구인에게 그 사실과 사유를 문서로 통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부실한 기록관리로 인해 정보가 멸실되거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보공개에 대한
시각차 좁혀야

한편, 정보부존재 처리가 갖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연구자들은 공무원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공공기관과 청구인 간의 정보공개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청구인이 정보공개를 기록정보서비스의 개념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공공기관의 실무자들은 이를 민원의 연장선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면담자들은 정보공개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보목록의 작성과 비치, 서비스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메타데이터 개발이나 검색 도구를 보완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오랫동안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행정감시를 해오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나 기자들도 공공기관이 직무상 생성하거나 보유·관리하는 문서나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다. 정보나 문서의 목록을 특정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보공개 제도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부정과 부패는 음습한 곳에서 자라나는 곰팡이와 같다. 사람의 눈길이 잘 닿지 않거나 햇빛이 가려져 어두운 곳에는 곰팡이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공공기관 역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수록 쉽게 부패하게 된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투명한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국민과 공공기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강창대 리뷰어  kangc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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