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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대한민국 전체 극장 스크린 수의 97.9%를 넘어선 3대 멀티플렉스 극장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상영을 거부하면서 멀티플렉스 극장의 의미와 영향력에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한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여준다는 취지로 출발한 멀티플렉스는 국내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스크린 독과점 및 획일화된 문화 소비 등 영화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점유율은 2013년 90%에서 2015년 92.2%, 2016년 97.9% 으로 매년 확대되어 이제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은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멀티플렉스의 급격한 확대가 소비공간의 활성화, 도심 공동화 현상 등 도시 변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다. 서울대학교 강은기 박사는 극장시설을 통해서 본 원도심 상징공간 재생과 장소성의 의미(『씨네포럼』, 24, 2016)에서 영화산업과 극장의 이해를 도시구조의 변화 관점에서 연구하였고, 나아가 영화관과 도시재생 방법에 관한 연구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도시의 구조를 바꾼 주체이자
도시의 변화를 반영한 주체인 멀티플렉스

대한민국의 극장은 60~7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도시의 문화 시설로 생긴 대형극장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극장당 스크린이 1개, 좌석은 1,000석 이상인 대형극장이 중심이었으나, 이후 TV 보급으로 대형극장은 감소하며 소규모 극장이 출현하게 되었다. 그리고 70년대에는 농촌인구의 감소로 읍면소재의 극장은 사라지고 대도시 극장들만 살아남게 되었다. 도시와 산업의 변화에 따라 극장의 형태, 규모가 변화하면서 80~90년대에는 영화법, 공연법 개정과 영화 제작 및 수입의 개방을 통해 더 큰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94~99년에는 대다수의 극장들이 폐업하고 멀티플렉스로 규모를 키우게 된다. 이러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의 전환은 전국 도시의 경관을 바꾸어 놓았다. one-step-entertainment란 기준을 가진 멀티플렉스가 도시 중심부가 아닌 주거 밀집 지역인 부심, 교외, 신도심으로 입지를 잡았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는 도시의 부분이 아닌 완성된 도시 개념을 한 건물 안에 집어 넣었다”(305쪽) 이러한 멀티플렉스는 파리의 아케이드 개념의 후손이었으며, 파리의 아케이드로 시작된 산책하는 문화, 소비공간의 재창조는 대한민국의 멀티플렉스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본주의 도시에 소비의 본질을 드러내는 공간의 역할도 제공했다. 결국 “멀티플렉스로의 전환은 기존 도시조직과 그 속의 기억적 가치에 대해 도시가 배타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영향력을 준 것이다.”(306쪽)

 

장소성, 상징공간의 해체로 이어진
멀티플렉스의 개발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 신도심으로 입지를 잡게 된 멀티플렉스는 원도심의 기능을 함께 이끌어왔고, 이로 인해 원도심의 붕괴를 가속화 시켰다. 그리고 정부는 원도심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재개발 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이것도 장소성의 상실로 이어졌다. 장소성은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기준으로 살핀 공간 개념이다. 이것이 상실된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공유하는 기억과 의미를 가지고 있던 장소의 훼손에 의한 장소의 상실을 뜻한다”(308쪽) “장소성을 상실한 공간은 상징적 공간을 유휴공간으로 만들게 되고 집단적 기억이 존재할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된다.”(308쪽) 이러한 무 장소성은 유동인구의 감소와 원도심에 대한 투자 감소, 노후화로 이어지면서 도시의 유령화를 초래했다. 이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와 같은 거대 개발은 상징공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집단적 기억에 의한 상징공간은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고, 그 활동이 장소의 의미를 갖고 건축적 요소와 어우러졌을 때 발생되는 장소성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들로 나타나게 되면 그곳이 도시의 상징공간이 되는 개념이다. 결국 무 장소성은 상징공간의 해체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대한민국의 사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현재 CGV 피카디리가 된 피카디리 영화관은 장소성이 사라진 대표적 공간이다. 원도심의 영화관이 멀티플렉스로 전환되면서 규모를 확장하고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영화 <접속>에서 전도연이 서 있던 피카디리 영화관 앞의 광장이 가진 장소성은 이제 해체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원도심 극장의 멀티플렉스 전환 시도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스카라극장, 화양극장, 단성사 등 지금은 사라진 극장들 대부분이 멀티플렉스 전환과 현상 유지 사이의 노력을 거쳤지만 결국은 아예 사라진 케이스이다. “대부분의 사라지거나 용도 변경된 영화관들은 원도심에 위치해 있다. 멀티플렉스의 도심 유입과 함께 주변 시설들이 사라지거나 멀티플렉스에 흡수되어 대기업 위주의 상업 공간만 남게 되는 도시의 획일화는 매력 없는 도시를 만들게 된다. 획일화와 무 장소성은 같이 간다.”(311쪽)

영화 접속 중 피카디리 극장 씬 (출처: 네이버)
도심의 재생을 이끌 수 있는
멀티플렉스의 영향력

자본과 인구의 이동에 수반되기에 아주 막을 수 없는 멀티플렉스의 개발이지만, 이 안에서도 도시공간의 기억과 상징적 의미를 유지하면서 시대적 변화를 따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도시의 정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상징건물의 형태가 유지되면 건물의 유형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관련을 맺고 거기서 불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건물이 인간 삶의 집합적 행위 양식을 시기에 따라 적절히 수용할 수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의미 또한 포함된다.”(312쪽)

멀티플렉스 도입이 대한민국보다 좀 더 빨랐던 국가에서는 관련한 법규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프랑스는 멀티플렉스 신설 조건을 다수 두어 원도심의 쇠퇴를 막고자 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1988년에 폐관한 룩소 극장을 다시 활성화시켜 원도심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나라별로 멀티플렉스 관련 법은 도시계획법 혹은 지방법으로 규정되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멀티플렉스 개발은 영화산업을 넘어 지역 간 불균형, 국토 개발과 도시계획, 도시 환경 보존 문제 등을 아울러야 하는 도시산업인 것이다.

최근 제주 구도심 재생의 이슈가 된 제주 극장은 1978년 폐관되었지만 제주의 근현대사가 담긴 상징공간으로서 그 가치가 다시 검토되고 있다. 극장 자체의 역할을 되살려 원도심형 멀티플렉스로 재생할 것인지,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인지는 지역 상황에 따라 검토될 것이다. “인간 삶의 집합적 행위 양식을 시기에 따라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도시적 건축이 장소성을 가진 상징공간으로서 도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316쪽)

영화를 소비하는 방법의 획일화, 예술로서의 영화의 다양성 하락 등 영화산업의 측면에서 논의되어온 멀티플렉스 극장은 도시계획, 도시건축의 측면에서 새로운 차원의 개념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산업들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쏠림 현상, 자본에 따른 불균형 등으로 논의되는 개념들은 우리 도시 전반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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