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Chuck Kennedy

logofinale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지난 1월 12일 고별 연설을 남겼다. 연설장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했다. 달변가답게 그의 고별 연설 역시 대중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는데,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과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인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자명한 듯하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특히 연설을 비롯한 그의 말과 글에서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시대’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지금, 그의 ‘시대’가 시작할 무렵의 그의 말, 즉 그의 대통령직 취임 연설을 수사학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시 그의 연설에서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짚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부교수「대통령 취임 연설의 제의적(Epideictic) 특성 수사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취임 연설문을 중심으로」(『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11, 2009)를 통하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그가 추구하였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단순히 형식적인 겉포장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말을 통해서 사람들은 상대가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한 국가의 수장의 경우, 매우 다양한 대중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수장의 웅변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때로는, 어떤 말인지 해석조차 어려운 표현을 하는 대통령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자명할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언어란, 국민들에게 정책적 기조를 보이고, 시대적 좌표를 설명하며, 역사에 대한 당세대의 과제를 역설하는 기능을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통해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지위와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국가가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인식하게 된다.

제의적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상호 연관성이 있는 수사학의 장르를 세 가지로 대별하였다. 첫 번째는 제의적 장르인데, 공동체의 통합을 유도하고 확인하기 위한 장르이다. 다른 장르들보다 문학적이며, 장식적인 스타일을 띤다. 두 번째는 법정적(judical) 장르로서, 법에 기반을 두어 공동체의 규칙을 깬 사람들을 대상으로, 잘잘못을 가릴 때 활용되는 장르이다. 당연히 증거와 논리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심의적(deliberative) 장르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 논의하는 장르이다. 정치인들이 정책적 소재를 다루는 데에 주로 사용되므로 ‘정치적 장르’라고도 한다.

대통령 취임사와 제의적 수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켐벨과 재미슨의 취임사 연구에 의하면,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가 공통적으로 갖는 제의적 요소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선거로 분열된 국민들을 봉합하는 통합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대표성을 확인

(2) 역사적 맥락에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공통적 국가 가치관을 확인

(3) 향후 행정부의 바탕이 되는 통치 철학을 보임

(4) 헌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으로서 자신감과 희망을 내비침으로써 새로운 국가 통치의 출발을 알림

(5) 이 모든 것이 시간을 초월하도록 ‘영원한 현재’를 창조

이와 같은 대통령 취임사의 일반적인 제의적 수사적 특징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 저자는 이를 단어 분석(lexicon analysis)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1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 리뷰아카이브

 

오바마가 구사하는
청중 통합의 수사학

오바마 취임연설에서는 총 2393개의 단어가 나타났는데, 이 중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단어는 ‘우리’와 관련된 단어였다. 즉 ‘our(s)’가 68회, we가 62회, ourselves가 3회로 나타났다. 청중과 자신을 하나로 포섭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유대감을 고취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I’와 같은 단어 사용은 3회에 그쳤고, 청중과 국민들을 2인칭으로 지칭한 경우 역시 15회(‘you’가 12회, ‘your’이 3회)에 그쳤다. 또한 ‘그들’과 관련된 단어 ‘they’는 17회, ‘their’는 10회, ‘them’은 4회, ‘themselves’는 1회로, ‘우리’의 상대되는 용어 사용은 비교적 빈도가 높았다. 이처럼 연설문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어로는 ‘we’가 압도적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을 독자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로는 ‘America’를 선택하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nation’을 사용해 온 것과 대조된다. 오바마가 선택한 ‘America’는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준말로, 미국의 통합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부터 즐겨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강력한 의지 및 가능성을 표현하는 조동사 ‘will’(19회)과 ‘can’(13회), ‘must’(8회)의 사용도 두드러져, 메시지의 선명함을 높이고자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취임 연설에
나타난 가치적 특성

오바마는 연설문에서 구체적인 사실, 정책의 일방향성보다는 추상적인 개념과 이상을 통한 희망의 전방향적인 설파를 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치밀한 논리, 절박한 호소보다 추상적인 가치의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치, 배합함으로써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추상 명사는 ‘spirit’(5회)였고, ‘peace’(4회), ‘hope’, ‘freedom’, ‘courage’, ‘ideals’(이상 각 3회) 등장하였다. 취임사에 등장하는 가치적 단어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단어들이며 부정적 가치의 단어는 극히 절제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오바마 취임 연설문의
시간성

성공적인 제의적 연설의 조건은 영원한 현재성의 획득에 있다. 즉 취임사의 경우 일과정의 시의성(timely) 행사인 취임식에 무시간적(timeless) 생명력과 역사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심의적 장르가 미래를, 사법적 장르가 과거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제의적 장르는 현재를 지향한다. 오바마 연설문에서도 현재형 시제가 가장 두드러진다. 과거형 동사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주어인 ‘우리’는 현재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과거의 기억 역시 현재형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행위는 현재완료형 시제로 소화되어 현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를 강조하되 과거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뜻하는 ‘generation(s)’(8회), 앞 세대를 뜻하는 ‘ancestors’, ‘father(s)’, ‘parent’(이상 6회), 뒷 세대를 뜻하는 ‘child(ren)’(8회)와 같은 단어들을 적절히 배합하였고, 과거에 대한 ‘remember, remind’(4회), 과거에 대한 ‘heritage’, ‘legacy’(1회)를 소중히 하며, 과거의 ‘hero’(1회)를 기억하고, ‘history’(3회)를 이어받아,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들을 ‘restore’한다는 것으로 과거가 있었으므로 현재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오바마 연설문은 과거와 미래로와의 끊임없는 대화로 엮어지지만, 언제나 귀결점은 현재로 향하고 있다.

오바마의 연설문이
시사하는 것

오바마는 연설문을 통해 청중을 통한 사회적 구성을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국가가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적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정책을 내세워서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기보다, 청중들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가치관을 확인하고, 가치를 미래로 이어가는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마지막으로 제의적 수사학의 장르의 특성들이 인지된 패턴과 함께 21세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고 발견된다는 것은, 지도자와 국민을 연결하는 인간 사회의 정치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취임사를 통하여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가치를 선보였으며, 그의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 그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얼마나 잘 구현되었는지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박 근혜 대통령의 2015년 연두 교서 내용 비교 분석」
임성호, 2015,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162-167.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스피치 속 지도자 이미지 및 가치 연구」
임성호, 2015,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125-128.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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