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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행함에 따라 정부 한 고위 당국자는 언론을 통해 현재 북한이 핵위협과 핵사용 임박의 중간단계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도발 대응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그간 계획 수준에 머물러 있던 억제 전략을 작전 계획단계로 발전시키기로 했으며, 한 중국정부 관계자는 “북한 정권이 붕괴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김정은 포기 전략을 준비했으며 이 전략에는 핵, 미사일 시설 등을 타격해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군사 작전을 묵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장관들 역시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이끌어내기로 10년만에 대북 공동성명을 내면서 일견 북핵에 관한 주변국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중국은 한반도가 미국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미·일 동맹을 견제하고 있다. 중·일 관계는 정치 경제 모두 냉각된 ‘정랭경랭(政冷經冷)’상태이며, 한국은 사드를 포함한 복잡한 국제관계의 함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과연 한국은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동북아 세 가지 삼각관계의 역학구도: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 관계」(『국제관계연구』, 20(1), 2015)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동아시아 소다자협력 평가와
동북아 삼각관계

지역주의regionalism는 “응집력 있는 지역단위체의 성립을 도모하기 위해 취해지는 일련의 정책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집단 행위 등을 통해 그 지역 국가들과 여타 지역과의 관계 형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폐쇄적’지역주의가 아닌 ‘개방적’지역주의 형태는 건강한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개방적 지역주의는 선후진국 간 격차 심화와 같은 남북문제, 즉 세계화의 폐해를 줄이고 지역적 차원에서 ‘맞춤형’협력 방안을 찾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에서 ‘지역공동체’에 바탕을 둔 지역주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나 EU가 출현하고, 냉전기에 미국이 보여줬던 ‘엉클 샘uncle Sam’의 관대한 이미지가 탈냉전과 함께 소멸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에 공포와 분노가 생겨났고, 동아시아 지역주의 논의가 활성화 되었다.

저자는 지역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주의적 접근과 역사적 제도주의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실현되려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간 힘의 균형이 이뤄진 가운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포럼ARF,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꾸준히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소다자주의

소다자주의는 그 성격에 따라 지역주의적 소다자주의Regionalist minilateralism, 동맹지향적 소다자주의alliance-oriented minilateralism, 기능주의적 소다자주의functional minilateralism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역적 소다자주의는 지역주의의 완성을 위한 전 단계로서의 협력체를 지칭한다. 지역단위체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소그룹을 결성해 이익의 공통분모를 찾고 실천에 옮기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동맹지향적 소다자주의는 지역주의의 완성보다는 동맹을 지향하는 형태로서 안보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3자 또는 4자 간 협력체를 지칭한다. 가령 한미일, 미일호 협력 등은 각각 북핵문제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유사동맹 내지는 삼각동맹의 형태로 추진되었다.

셋째, 기능주의적 소다자주의는 지역주의나 동맹을 지향하기보다 실용적 차원의 제한된 목적을 지향하는 협력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미중 대화의 경우 (정부간 대화체가 실현된다면) 북한의 갑작스런 변화에 대비한다는 제한된 목적을 가지고 한반도에 가장 큰 이해관계와 사태 해결 능력을 가진 핵심 당사자 간에 기능주의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소다자협력 평가와
동북아 삼각관계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이 소다자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먼저 미중일 협력을 살펴보자. 그간 3국은 다른 두 행위자가 연합하여 자신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삼각협력이라는 시각보다는 주로 양자적 차원에서 삼각관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중국의 자신감이 증대하고, 미중 양자구도G2를 미중일 3자 구도로 변환시키려는 일본의 의지가 상승하고, 중일 관계의 균형자 역할을 통해 역내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미중일 삼각 협력의 ‘제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중일 간 영토문제가 불거지고 역사문제까지 더해져 미중일 삼각협력의 동력이 약화되었다. 저자는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이 삼각협력체제의 제도화에 명시적으로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 역시 삼자 고위급 대화에 목말라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음은 미일호 협력. 과거 일본과 호주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각각 유지하면서, 간접적인 안보협력을 추진하였으나, 2007년 ‘일·호 안보협력공동선언’채택을 통해 직접적인 안보협력의 틀을 마련하고 공식화를 추진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미일호는 3국간 전략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외교·국방 국장급 회의를 개시함으로써 3자 협력을 공식화하였다. 미일호 중 일본은 인도를 포함해 4자전략대화 즉 다자동맹으로 확대하고 싶어하나 저자는 현재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한중일 협력은 어떨까? 1999년 ASEAN+3 회담의 일환으로 한중일 비공식 조찬 정상회담이 개최된 직후 미국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중일 간의 협의가 경제문제에 국한되길 바란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한중일 대화의 정례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다가 노무현 정부 후반기 납북자 문제로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이 탄력을 잃었다. 그러다가 2008년 후쿠오카 제1차 정상회담에서 동반자관계를 구축해 미국이 우려했던 경제적 차원을 넘어 외교안보적 차원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복원하려고 하나, 3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개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다음은 한미일 협력. 1999년 북핵위기에 맞서 결성된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협력체인 대북정책조정TCOG이 한미일 협력의 효시이며, 큰 틀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북핵위기와 2003년 6자회담 탄생으로 TCOG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되었고, 2004년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북핵문제보다 앞세우면서 노무현 정부하에서 한미일 공조체제보다는 한미중 협력을 강조해 TCOG가 소멸되었다. 하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국에게 군사동맹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협력구도 자체를 ‘강화’하기보다는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미중 협력은 어떨까? 북한 정권이 무너져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경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한미공조체제가 중요할 것이나, 자칫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미중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013년 한미중 대화가 이루어졌으나, 후속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관해 저자는 한일관계의 냉각 속에서 일본이 미국에 한미중 대화 참여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표한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어 미중 양국의 입장이 ‘수렴’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한미중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동북아 삼각관계 역학구도
개선 방향

저자는 북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그간 축적된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3각 협력 노력들을 잘 살려야 한다고 본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입장에서 이러한 삼각관계들을 잘 살려가는 것이 외교정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우선 한일관계를 정상상태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관계를 한미일 안보협력관계의 맥락에서 생각하는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는 한국으로서 한미일협력이 중국을 겨냥한 ‘3각 동맹’으로 비쳐지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중국 변수’가 미국 변수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중일 관계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저자는 한중일 협력이 심화되기 위해선 역사문제, 영토문제, 이념갈등, 민족주의, 지역패권을 위한 경쟁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합세해 일본에 대해 ‘역사 공조’를 취하는 모습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반도가 통일 될 경우 중국과 일본이 공히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동북아 경제통합이므로, 이와 관련한 비전과 행동계획에 관한 협의를 체계적으로 해나갈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미중 협력과 관련해 저자는 중국이 한국 측과 논의를 거부할 것이라고 전제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해 중국 측이 가장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당사자 중 하나가 한국일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조정 중에 있기에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에 한국의 제안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스스로 협상 및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중 공식 대화체가 출범할 경우 중국은 평화체제 구축의 장애요인으로 주한미군 문제, 북미 양국의 상호불신 문제, 남북한과 주변국의 평화체제 구축방향의 상이성 등을 지적할 것이므로, 미중 간의 인식차이로 한국의 입장이 어려워 질 것을 대비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동맹이나 다자안보협력 모두 동북아의 강대국 정치적 양상이나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상 소다자주의를 한미동맹과 다자협력 외교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활발히 운용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파트너는 동맹국 미국일 수밖에 없으므로 통일을 염두에 둔 대미협력 및 한미동맹 공고화에 관한 노력은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한일 간의 직접적 안보협력이 난망한 현재 구도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활용하여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본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 급변사태 시 북한 지역 내 대량 난민 및 이탈자에 대한 공동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탈북 주민을 위한 피난소 및 난민 캠프 설치 및 식량, 의료, 물자 등 인도주의적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중일 협력은 이미 정상회담을 수차례 개최할 정도로 제도화가 구축된 상황이다. 따라서 그 모멘텀을 잘 살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미중 협력을 통해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미 · 중 양국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자 협의에 의해 상황을 종결지을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 이는 통일이 아닌 분단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북한의 미래와 관련하여 미국 및 중국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고 정책대안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0~91쪽)

저자는 논문에서 “‘소다자주의’ 3각 협력관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지”와 “북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동맹과 더불어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3각 관계 간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함으로써 통일 친화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는지”에 관한 두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한다. 저자는 둘 모두 긍정적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더불어 급변하는 현 정세에서 한국의 외교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간 축적된 동북아의 다자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논문을 통해 작금의 ‘동북아 패러독스’현상이 두드러진 역사 · 제도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현실적인 전망 및 진단을 접할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논문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관계」
윤지원, 2016, 『국방과 기술』, 451, 32-37.

「동북아, ‘탈냉전 속의 냉전의 대립’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윤지원, 2016, 『국방과 기술』, 449, 78-83.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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