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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요즘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신규 음반 발매시 프로모션 내 뮤직비디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뮤지션이 직접 출연하여 립싱크를 하는 기본 포맷의 뮤직비디오부터 노래 가사에 맞추어 새로운 드라마를 펼쳐내는 포맷의 뮤직비디오까지. 뮤직비디오의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뮤직비디오가 음반 프로모션의 항목으로 들어선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변진섭, 서태지와 아이들이 제작을 시도하며 점차 활성화되었다. 음악의 다양성에 따라 여러 형태를 보이고 있는 뮤직비디오는 다른 영상 콘텐츠에 비해 시적인 영상 표현을 많이 담고 있다. 이는 뮤직비디오가 전하려는 것이 영상보다 음악에 우선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감각시키는 한편, 음악적 요소와 긴밀하게 조응되는 회화적 요소, 곧 시각적 대상물을 객관적․구체적으로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166쪽) 결국 “뮤직비디오는 음악화된 공간 이미지, 곧 현실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감각되는 공간 이미지를 구현해냄으로써 수용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안기는 영상 콘텐츠인 것이다.”(166쪽)

이러한 관점에서 건국대학교 김태룡 박사와 안숭범 교수는 뮤직비디오가 만들어 낸 공간 이미지의 함의를 분석했다. 뮤직비디오 속 공간 이미지를 유형화하고 의미를 검출하기 위해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제시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s)’ 개념을 활용, 뮤직비디오에 구현된 헤테로토피아의 유형과 그 의미(『씨네포럼』 23, 2016)를 발표했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화된 유토피아로 이야기되며,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모든 장소들의 바깥에 있는 곳을 의미한다.

“미셸 푸코는 1966년 12월에 라디오 채널 프랑스-퀼튀르의 프로그램인 ‘프랑스 문화’에 출연하여 ‘유토피아적 몸’과 ‘헤테로토피아’를 강의하며 최초로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후 헤테로토피아 개념은 건축, 디자인, 문학 등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심미적 비평을 위한 개념어로 활용된 바 있다.”(166~167쪽)

음악에 시각적 스펙터클을 얹은 뮤직비디오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보는 헤테로토피아

완벽하고 이상적인 세계이지만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유토피아 중에 현실화된 유토피아가 존재한다고 말한 푸코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들과 혼재되어 있지만 한편으론 절대적으로 다른 장소이며,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168쪽), “또한 존재 자체로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대항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기능”(168쪽)을 하는 공간을 헤테로토피아라 명명했다. 즉, 헤테로토피아는 공간과 인간의 상관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묘지 혹은 무덤의 경우 당사자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영원성의 헤테로토피아 혹은 한시적 헤테로토피아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박물관, 도서관 등은 영원성의 헤테로토피아와 관련되어있다고 볼 수 있고, 휴양촌 등은 한시적인 헤테로토피아 혹은 축제의 헤테로토피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푸코는 현실 공간을 더 환상적인 공간으로 비약시키는 곳을 환상의 헤테로토피아(푸코는 매음굴을 예로 들었다)로 명했고, 이와 반대로 현실을 무질서한 공간으로 격하시키는 곳을 보정의 헤테로토피아로 명했다.

“앞서 말한 개별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당대 사회의 역사적・문화적・종교적 조건 속에서 혹은 개인의 내밀한 경험과 의식적 지향 속에서 질적으로 다르게 의미 지워진 장소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헤테로토피아는 물리적 좌표를 갖는 공간이지만, 인간의 내면에 전혀 다른 차원의 긴장을 견인하는 장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170쪽)

뮤직비디오 속 공간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대와 국적, 종교에 따라 시청자 각각에게 서로 다른 헤테로토피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뮤직비디오 속 공간은 음악과 시너지를 이루며 이질감과 환상성을 증폭시키는 체험까지 선사한다. 즉, 청각적 소비물인 음악이 시각적 스펙터클에 얹어져 다감각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음악을 보조하는 프로모션 툴에서 독립적 콘텐츠가 된 뮤직비디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보정의 헤테로토피아가 된 학교
Another Brick In The Wall 2

동시대에 큰 충격을 안긴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2>는 앨범이 2,300만 장 이상 팔리고 오랫동안 회자가 된 음악이다.

“뮤직비디오는 고압적인 선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어린 학생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진행을 보인다. 영상 분량의 대부분은 학생의 환상인 셈인데, 공장처럼 규격화된 격자의 공간 속에 도열한 학생들이 훈육의 결과로 발을 맞춰 걸어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같은 표정의 가면을 한 학생들이 기계 선반 위에서 굴러떨어지며 고깃덩어리로 분쇄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각적 충격이 된다. 이후 장면이 전환되어 학생들은 교실 내 모든 기물을 파손하고 학교를 불태워버리지만는 이 모든 장면은 사실 영상 맨 앞에 등장했던 학생의 환상으로 밝혀진다.”(173쪽)

뮤직비디오 속에서 공장으로 착시되는 학교는 규격화되어 있고 폐쇄된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곳은 선생의 규율이 강요되고 어떠한 저항도 불가능한 지배 공간으로 표현되어, 위에서 말한 푸코의 보정의 헤테로토피아로 볼 수 있다. 학교라는 닫힌 세계를 부정적 이미지로 제시하여 1960~70년대 영국 사회를 날카롭게 이야기하려던 음악의 메시지를 강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뮤직비디오의 한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관, 묘지, 외딴 집에서 중첩된 헤테로토피아
Thriller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비디오는 1999년 MTV에서 선정한 100대 뮤직비디오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이 뮤직비디오는 두 가지 헤테로토피아를 중첩시킨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두 젊은 연인이 산길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남자(마이클 잭슨)가 보름달 아래에서 갑자기 늑대인간으로 변해 버린다. 하지만 이것은 곧 영화관 스크린 속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밝혀지고, 함께 영화를 관람하던 남자와 그의 애인은 영화를 보던 중 극장을 나와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연인은 묘지를 지나게 되는데 그때 무덤을 열고 나온 좀비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이후 애인이 좀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을 목격한 여자는 외딴 집으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그곳까지 따라온 남자와 좀비들은 여자를 공격하려 한다. 그때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그의 애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지금까지의 상황이 모두 환상이었음을 알려준다. 안도한 여자는 다시 애인과 함께 외딴 집을 나서는데, 그때 남자는 카메라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다시 늑대인간의 눈을 번뜩이며 현실과 환상 사이의 혼란을 초래한다.”(174~175쪽)

영화관, 묘지, 외딴 집 순으로 공간이 등장하는데, 각 공간을 기준으로 환상/현실, 삶/죽음, 에로스/타나토스라는 이항대립적 요소가 충돌한다. 먼저 묘지는 푸코가 시간의 분할과 관련된 헤테로토피아로 설명한 곳으로 삶/죽음, 인간/인간이 아닌 것, 기독교 신앙에 기반을 둔 부활/죽음에 대한 공포 사이의 헤테로토피아가 발화된다. 그리고 영화관 및 외딴 집에서는 심야 데이트를 하는 연인 관계에 대한 헤테로토피아를 발견할 수 있다. 은밀한 공간을 두고 남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긴장과 위기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로스/타나토스로 볼 수 있으며 위기의 헤테로토피아, 생물학적 헤테로토피아로 구분할 수 있다.

thriller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환상과 위기의 헤테로토피아
Justify My Love & Toxic

마돈나의 <Justify My Love>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유명하다. <Justify My Love>는 MTV에서 방영금지를 내렸고, <Toxic>은 심야시간에만 방송이 허락된 뮤직비디오이다. “이들 뮤직비디오의 ‘화제성’, ‘선정성’의 심층엔 현대사회에서 충돌하고 있는 ‘금기/위반에의 욕망’에 관한 보편적 상상력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178쪽) <Justify My Love> 뮤직비디오에서 “마돈나는 복도에서 처음 본 남자를 유혹한 후, 빈 호텔방으로 들어간다. 상의를 벗은 남자의 목에 걸린 복수의 십자가 목걸이는 지금 이 상황이 금기에 접근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그런데 그 순간 삽입되는 쇼트에서 마돈나는 또 다른 남자와 스킨십을 나누고 방금 전 유혹당한 남자가 그 광경을 지켜본다.”(178~179쪽)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낯선 이성과의 만남, 집단 혼음, 동성애까지 상상이 펼쳐지는데, 이것을 시선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회 윤리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금기들이 깨지는 환상을 보여주는 위기의 헤테로토피아를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푸코가 매음굴로 예를 든 환상의 헤테로토피아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Toxic>에서도 이와 유사한 헤테로토피아를 볼 수 있다. 호텔방, 비행기, 오토바이 등 상식을 벗어나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금기를 깨는 행위는 오히려 금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금기를 대면한다. 이 모든 공간이 비현실적 공간으로 ‘위기의 헤테로토피아’이면서 자신을 향해서만 ‘열려있는 모습을 한 헤테로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뮤직비디오 본연의 목적을 넘어서, 이제는 뮤직비디오 그 자체를 하나의 별도 콘텐츠로 보아야 한다.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로 인정받기도 하고, 음악보다 더 유명한 콘텐츠가 되어 글로벌 순위 차트를 아우를 수도 있고, 매우 실험적인 시도로 여러 분석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활용하여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가 제작될 당시의 그 공간과, 분석을 하는 지금 시점의 그 공간은 엄밀히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공간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 공간 즉, 헤테로토피아의 변화를 보며 시대상을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며, 이후의 시대에 맞춰 새로운 헤테로토피아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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