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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공공선’이란 단어는 그 쓰임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컨대 ‘국익’ 앞에서는 개인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공동체를 지켜내야 한다는 수사로 쓰이는가 하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선’을 조명해야 한다는 개별성의 강조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전자는 국가주도의 개발 독재, 후자는 아래로부터의 민주화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 후자 모두 한 쪽으로만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전체주의나 개인의 파편화로 흐를 수 있다.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와 공공선/공동선: 절대선과 개별선 사이의 마키아벨리」(『정치사상연구』, 18(1), 2012)에서 공공선을 분석하는데, 여기에는 공(公)의 절대화와 사(私)의 개별화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대답이 포함되어 있다.

마키아벨리에게
공공선이란 무엇인가?

서양정치사상사에서 ‘공공선’을 말할 때는 주로 그리스 아테네까지 거슬러 올라가곤 한다. 전체를 부분에 우선시하는 유기체론적 사고와 궁극적 선을 추구하는 목적론적 사고방식 안에서 공공선은 아테네인들이 정치를 사고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개념이었다. 이후 고대 로마인들 역시 그리스 시대의 생각을 이어받아 정치에 임함에 있어 사적인 것을 배제하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것을 ‘선’으로 인식했다. 르네상스 시대 역시 토마스 아퀴나스, 스콜라 철학자들이 군주의 귀감서라 불리는 저서들을 편찬해 공공선을 추구할 것을 종용했던 것을 보면 공공선의 추구는 서양정치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전까지 공공선을 실현하는 주체가 주로 인민이 아닌 군주였다면, 도시와 상업경제의 발달로 시민계층의 성장이 이루어진 르네상스는 질서의 전환기로, 군주제와 공화제가 공존하며 경합을 벌이던 시기였다. 공화국의 사상가들 특히 피렌체인들은 자유와 공공선 그리고 공화정의 관계에 각별히 주목했다. 그들에게 공공선이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의 생존이나 위기 앞에서는 대외적 자유 즉 자립을 지키기 위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행위자로 사고하는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공화정을 혼합정 개념으로 파악해 아래로부터 그리고 부분으로부터 각계각층의 정치참여가 시작된다는 관점이다. 이 두 관점은 마키아벨리가 사유하는 공공선 개념과도 일치한다.

마키아벨리는 절대선으로서의 공공선 즉, 위기 시 국가의 질서 회복을 위해 군주의 절대적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군주론』에서조차 절대화된 권력의 필요성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만은 볼 수 없다. 반대로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를 바라보는 이론가들의 주장처럼 그에게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공동선의 관점만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이 애매모호함 속에서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가 말하는 공공선이란 한 마디로 공(公)과 공(共) 사이의 조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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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 리뷰 아카이브

그럼 조화가 필요한 공(公)과 공(共) 두 가지 요소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먼저 공(公)의 공공선에 관하여. 『군주론』에서 사적인 것과 대비되며 동시에 공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주로 ‘국가’로 번역될 수 있는 ‘stato’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8장에서 stato의 공적인 측면을 일반인들의 개별적인 측면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public의 관점과 일반인들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가 바로 『군주론』의 유명한 장들 15장에서 18장까지의 논의다.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즉,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논리는 부분의 논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군주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군주의 권력은 인민과 귀족 등 국가 구성 세력들과의 관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公)의
공공선에 관하여

또한 저자는 마지막 26장을 통해 군주가 추구해야 할 공공선에 대한 단초를 발견한다. 마키아벨리는 이 장에서 이탈리아인들 제 각각은 힘, 능력 및 재주가 뛰어나지만 군대라는 형태로 싸우면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이탈리아가 타국의 약탈에 취약하고 자신을 지킬 수 없는 것은 이 뛰어난 개별인들을 규합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그는 국가라는 공적인 전체를 생각하면서 그것이 개개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군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쟁을 떠나서도 “새로운 법과 제도를 창안하여” 국가 구성원들의 역량을 모아낼 수 있는 군주가 바로 공공선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라고 보는 것이다.

공(共)의
공공선에 관하여

그 다음 저자가 분석한 공(共)의 공공선을 살펴보자.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 1권 9장에서 공화국의 신중한 건설자는 사적 이익이 아니라 일반적인 선을 위해 권위를 자기 수중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있어 공공선은 사적 이익과 대비되는 것과 동시에 권력의 분산과 관련되어 있다. 다만 마키아벨리는 이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권력의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즉 公이 선 후 共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국의 몰락 원인을 권력의 집중과 파당화에서 찾는다. 제국의 확장과 더불어 로마는 장군의 지휘기간을 연장했는데, 이는 사병화를 촉진했고, 공공선을 염두에 두지 않는 장군의 사병들로 인해 공동체가 무너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선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마키아벨리는 역시 공적인 인물에 의한 공적인 방법을 통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로마의 공화정인 혼합정을 예로 든다. 로마의 혼합정은 군주정, 귀족정 그리고 민주정이 서로의 몫을 가지고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형태였다.

특히 귀족과 인민들은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와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각각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긴장관계를 정치체제로 공식화함으로써 한 쪽의 전일적 지배가 불가능하게끔 제도화를 이루어냈다. 덕분에 구성원들 간의 합의와 의지에 의해 공동체가 움직이며 자발적으로 공동선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이러한 공동선이 잘 추구되는 국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결혼이 사람들에게 보다 자유롭고 매력적인 것이 되고 각자 자신의 가산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어 아이들을 기꺼이 낳아 키우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아이들이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태어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통해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공적 질서는 일반 시민들의 연대와 협동 그리고 공감을 생산 가능하게 한다. 불편부당한 공정한 질서 속에서 시민들은 공동의 이익에 대해 공감하고 공공선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다. 公은 共이 구성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반면 후자의 공은 전자를 강화시켜 준다. (…) 반면 정치권력의 사사화와 파당화는 한 국가의 공적 질서를 파괴하고 그 구성원들을 분열시킨다. 公과 共이 공히 무너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선 논의가 설 자리도 없어지게 된다. 불공정한 질서에서 사는 시민들은 분열과 반목에 익숙해지며, 공공선보다는 사익의 추구에 전념하게 되는 것이다.” (47~48쪽)

마키아벨리가 분석한 ‘쇠퇴하는 국가’의 징후가 가히 낯설지만은 않다. 지도자는 권력을 사사화하고, 정부는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낙태금지’, ‘가임기 여성 출산지도’ 등으로 몰지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공(公)과 공(共)의 자리 어느 하나 마련되지 않아 불안하기만 한 지금 우리에겐 마키아벨리가 말한 단기간 권력의 집중을 해내되, 규합된 권력을 사사화하지 않는 지극히 공적인 인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마련된 公의 자리는 다시 共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마키아벨리의 국가전략: ‘저변이 넓은 정체’에 기반한 힘과 유연성의 전략」
김경희, 2005, 『정치사상연구』11(1), 133-151.

「비르투 로마나(Virtù romana)를 중심으로 본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
김경희, 2005, 『한국정치학회보』39(1), 25-44.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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