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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pia Report R이 한국대학신문과 함께 성균관대학교 천정환 교수를 만났습니다. 천정환 교수는 2017년 8월 DBpia 인문학 논문이용 1위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 논쟁까지 : ‘페미니즘 봉기’와 한국 남성성의 위기 의 저자입니다. 논문의 주요 내용과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 천정환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천정환 교수는 작년 5월 외국에서 강남역 사건을 접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10번 출구는 포스트잇으로 덮였다. 경찰은 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에 따른 묻지마 범죄라며 여성혐오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발표했다. 여성들은 경찰의 해석을 거부했다. 강남역에서는 시위가 이어졌으며 ‘해시태그(#)살아남았다’는 구호가 됐다. 천 교수에게 이전과 다른 대중들의 단호한 움직임이 읽혔다. 새로운 여성주의 흐름의 맥락을 읽어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천 교수가 지난해 계간지 역사비평에 게재한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 논쟁까지 : ‘페미니즘 봉기’와 한국 남성성의 위기 평론이 학술 지식 플랫폼 디비피아(DBpia) 인문학 분야 논문 이용 순위 1위(8월)를 차지했다. 여성주의 현상이 지속되는 동력과 맥락은 무엇일까. 지난 19일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천 교수를 만났다.

강남역 사건이 ‘여성혐오’라는 맥락과 뒤이은 변화

천정환 교수는 사건 최초의 원인 분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여성과 스스로를 성찰한 이들에 의해 사건의 맥락이 재구성되면서 강남역 사건은 여성혐오 사건이 됐다는 것이다. 맥락은 문화연구에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톺아보는 기준이 된다.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어떤 힘에 의해 곧 맥락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였을까.

“강남역 사건은 여성이 맥락을 구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여성이 여성주의 운동에 나선 근본적인 배경은 그간 민주주의 문화가 확산됐고, 여성의 학력이 높아졌으며 경제활동 참가율도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일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년 간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를 경험해 오면서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됐다.”

운동은 문화도 바꿨다. 일례로 ‘맨스플레인(Man+Explain, 남성이 여성을 가르치려 드는 오지랖)’이라는 표현을 만든 미국 여성주의 작가 리베카 솔닛이 지난달 26일 방한했을 당시, 130명을 대상으로 계획된 간담회에 1300명이 몰려 이목을 끌었다. 천 교수는 여성주의 담론이 독서, 강연, 문화적 민주주의 등에서 분위기를 크게 바꿨다고 바라봤다.

“여성주의의 내용이나 실천은 굉장히 치열하다. 요즘 20~30대 여성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 같다. 서울에 사는 한 학생이 아침 열시에 인천에서 열리는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같이 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념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여성들이 중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배운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 열풍은 단기적인 게 아니고 지속성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에 부적응하는 ‘아재’들과 남성의 위기

여성주의에 대한 반작용도 높아졌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에 반대하며 여성주의 담론이 도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천 교수는 남녀 대결이라는 틀로 여성주의 운동을 단정 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적 계급, 지역, 학벌과 같은 문제가 얽히고 설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차별과 여성혐오는 인류사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신자유주의적 조건 하에서 그 버전이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됐다. 실제로 그간 기성세대 남성들이 누리던 가부장제의 프리미엄이 이제 젊은 남성들에게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작용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오래된 한국사회의 가부장제와 성차별, 여성혐오에 새로운 소외와 양극화가 합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천 교수는 오히려 이같은 반작용이 남성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경제적 우위에 서서 가족을 부양한다는 남성의 지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노년층 남성은 전 연령과 성별을 통틀어 자살률이 가장 높다. 중·장년층은 부채와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병들고, 젊은 남성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 그러다 보니 여성주의 담론을 끌어나가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말하는 데 억하심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식인이나 젊은 사람들 외에도 근저에서 일어난 젠더관계의 누적된 변화가 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중년 이상의 남자들은 대부분 지배적 남성성의 주변에 있고 고립돼 가고 있다. 경제적 지배계급 남성을 제외하면 이전과 같은 권위를 누리는 남자는 없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부적응의 상태에 있다. 이 부적응 상태를 넘어서는 일은 남자들의 삶 자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 된다. 늙을수록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독사와 자살을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성주의는 모두를 위한 것…새로운 남성상 찾아나가야”

천 교수는 평론에서 남성성의 위기를 짚어냈고 남성이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안적인 남성상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남성성의 위기인 자살에 대해서, 계급과 젠더의 문제를 은폐하는 청년세대론의 한계에 대해서 문화연구를 진행했다. 지금 주목해야 할 사안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새로운 담론을 찾아나가는 모습에서 해결책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긍정적인 남성상은 아직 잘 모른다고 보는 게 맞다. 여성주의 움직임이 계속되면 2~3년 뒤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 지금도 일과 가족의 모순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 문화연구에서는 문화를 통해 구현되는 지배와 저항, 사람들이 지역, 인종, 젠더, 계급과 같은 문화적 정체성의 소유자로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담론에 개입하고 의미를 부여해 사회에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책무다.”

천 교수는 여성주의 담론이 요구하는 성차별, 여성혐오 혁파를 유지하면서 경제, 문화 구조, 관행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먼저 성찰하고 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부적응하는 남성들을 위한 재교육, 차별금지법이나 혐오 발언에 대한 법적 규제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 공동체 모두의 실질적 권익 향상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들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고, 우리의 엄마, 동생, 애인, 부인, 친구들이다. 여성주의자는 그중 더 모순과 문제점을 깊이 많이 느끼고 분노하는 사람들이라 할 만하다. 여성주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여성과 성소수자에게는 물론 남성에게도 필요한 자유와 평등의 아이디어다. 단지 양성평등과 반성폭력, 반성희롱을 위한 쟁론만이 아니라 대안사회를 상상하고 논하는 지적 원천의 하나가 여성주의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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