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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pia Report R이 한국대학신문과 함께 계명대학교 최종렬 교수를 만났습니다. 최종렬 교수는 2017년 7월 DBpia 전체 논문이용 1위 ‘복학왕’의 사회학 의 저자입니다. 논문의 주요 내용과 청년담론, 지방대생의 삶과 연구철학에 대해 최종렬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logofinale 청년담론의 ‘사각지대’라고 칭해지던 지방대학생. 누군가는 ‘차별에 찬성하는 영악한’ 존재로 비난한다. 혹은 생존 경쟁에서 ‘낙오된 패배자’라는 우울한 동정론이 있다.

이런 틀(Frame)로는 지방대학생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연구자가 나타났다. 작가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이 지방대학생의 삶을 드러내준다고 말한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다.

최 교수가 지난 2월 학술지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분석은 학술지식 플랫폼 디비피아(DBpia) 사회학 분야 논문 이용 상위 1%를 기록하는 등 이목을 끌고 있다. 학회 출장차 서울을 찾은 최 교수를 지난 7월 26일 만났다.

강단에 선 10년, 서울의 청년담론은 지방대학생의 모습과 달랐다

 최종렬 교수는 2005년 계명대에 부임하면서부터 학생들과 호흡하고자 노력했다. MT를 따라가서 ‘깔깔이'(군용 방한내피)를 입고 돌아다니는 복학생을 보고 놀랐다. 그러면서 이들의 습속과 문화를 느끼고 경험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10년간 봐왔던 지방대학생들은 영악하지도, 패배주의적이지도 않았다. 386시절 내면의 가치를 추구하고 악한 세태와 싸우던 ‘진정성 세대’가 지금은 동물과 속물로 변했다고 했을 때는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에 찬성하고, 88만원을 받으면서도 짱돌을 들지 않는 자기계발 기계라는 담론도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한다.

“하루는 대학원생이 ‘선생님, 복학왕은 꼭 봐야 합니다‘며 가져다주더라. 별것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첫 화면을 보자마자 속된 말로 ‘빵 터졌다’. 워드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현수막을 붙여서 경축하고, 친구들과 함께라면 ‘깔깔이’(군용 방한내피)를 입고 나돌아다녀도 좋지만 현실에서는 9급 공무원이 꿈인 모습들. 내가 바라봤던 착하고 관계지향적인 학생들의 모습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목소리를 살려주고 싶었다.”

최 교수는 2015년 김홍중 서울대 교수가 내놓은 《생존주의 세대》 담론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김 교수는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계발 담론이 말하는 선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도구화한다는 생존주의 세대라며 청년층을 질타했다. 1980년대 진정성을 갖고 불의에 저항하던 이들이 자아실현에만 몰두하는 ‘동물’을 거쳐 IMF 이후 경제적 목적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마저도 지방대학생들을 온전히 드러내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6명의 지방대 복학생, 고학번들에게 행복을 물었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나대는 것’ 꺼리는 이유는

논문에서 최 교수는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를 인용하며, 가족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아프지 말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방대생의 최고 가치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그럼에도 이런 소소한 행복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논문에서 학생들은 “불평등도 좀 완화되면 좋겠고, 경쟁도 너무 심한 것 같은” 한국사회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만 보면 기존의 청년 담론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최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의 표현이다. 논문에서 “토익이 사람들에게 기본 장착이” 된다든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성형까지 하면서 거기에 내가 들어가야 되나?”고 말하는 것을 두고 최 교수는 기존 청년 담론을 따른다면 나와야 할 경쟁, 경제적 언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경쟁 속으로 뛰어드는 ‘생존주의 담론’이 맞다면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들도 세속적 성공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하지만 공부도 적당히 해서 지방대 올 수준은 되고, 너무 놀아서 ‘양아치’나 ‘일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튈 정도로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세속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슨하게 중간쯤 성공하면 그만인 것이다.”

자연히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친숙해야 한다. 지방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 어릴 적 친구, 대학 동기와 맞춰가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경쟁에 나서지 말라고 한다. 공부, 입시, 스펙 경쟁 속에서 처지고 낙오했던 쓰라린 경험이 큰 몫을 차지한다. 현실에서도 매일 망하는데, 어차피 내일도 망할 것이니까. 이런 지방대학생들의 모습을 최 교수는 ‘성찰적 겸연쩍음’이라고 규정한다. 요샛말로 ‘나대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생 겪는 문제, 진단과 해결책도 바뀌어야…

“다른 삶을 꿈꾸도록 해야”= 최 교수는 지방대생을 하나의 구조와 사회적 틀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의 정체성은 타인과 대화를 통해 맺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계급, 주체라는 높은 단위에서 개인의 단위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최 교수가 개인의 생각을 깊이 들어보고 분석한 ‘서사분석’을 연구 방법론으로 사용한 이유기도 하다.

다른 청년 담론으로 지방대학생을 설명할 수 없으니, 문제 해결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경쟁을 회피하는’ 청년들에게는 지방의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경쟁에 나설 요인이 없으니 노력과 압박이라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왔다. 최 교수는 지방대생들 중에도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관계 속에 투신하는 이들도 실제 있다고 말한다.

“보통의 지방대생이 속한 집단의 규범이 이들의 정체성을 결정하듯이,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지방대생들은 서로의 상호작용을 다른 사회적 연결망에 집어넣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실제로 부모가 교수인데 지방대에 다니는 어떤 친구는 가족이 경쟁에 대한 압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학이, 가족이, 자신이 선택한 관계가 도덕적 의무와 기대감을 지워주고 기획된 상품으로 키워지는 셈이다.”

역의 경우로 이런 현실을 꾸짖는 생존주의 세대론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생존주의 세대론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 모두 노예’라는 비관적인 비난에만 그친다고 비판한다. 최 교수는 “책상물림에 불과하며,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고 멋있어 보이기는 쉬운” 담론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와 경쟁 체계를 비난하지만 정작 지방대생의 행복을 찾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생의 실제 모습도 드러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한국사회와 학계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경제의 논리에 지배당해 개인은 자본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철학자 푸코의 ‘경쟁하는 자본주의’ 담론을 지나치게 많이 과용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권하는 측도, 부정하는 측도 모두 경제적 논리로만 상황을 재단한다는 것.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경제 말고도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경제적 성공의 욕심을 버릴 수 있도록 종교든, 삶이든, 문화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자기 자아를 바라볼 때 지금까지는 경제주의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봤다. 거기 지쳐서 딱 떨어지면 힐링 담론이 나오는 것이다. 지방대학생들이 살아온 삶과 같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자기 삶의 능력을 키워볼 수 있는 능력을 줬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유의미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도 우리가 겸비할 필요가 있다. (이 취지에서) 복학왕의 사회학도 2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로 간 지방대생, 지방에 남은 지방대생에 대해 추적조사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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