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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촬영 당일 시나리오를 쓰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연출 방식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세계는 국내보다도 해외 영화제, 해외 언론, 평단의 더 큰 주목을 받아왔다. 물론 국내에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두텁게 존재하나, 해외의 열기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개봉과 더불어 그의 사적인 이슈로 인해 홍상수 감독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급작스럽게 뜨거워지긴 했으나, 정작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이러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엿볼 수 있는 연구부터 캐릭터와 담화 구조에 대한 연구까지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마치 영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감독처럼 보이기도 한다.”(298쪽)는 연구자의 말처럼, 어쩌면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가장 어울리는 연구 대상이 아닐까.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는 「대화로서의 영화인문학: 홍상수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중심으로」(『어문학』, 131, 2016)에서 홍상수 감독의 2015년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영화의 인문학적 대화성을 논의했다.

 

“그냥, 그때 할 수 있는 걸 했습니다.”
개인의 윤리 테제

본 연구에서는 대화적 인문학으로 영화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중심 텍스트로 선정했다. 그리고 질문하기, 문제 틀과 패러다임 바꾸기, 내적 대화를 통한 성찰 등을 키워드로 영화의 인문학적 성격을 논의했다.
먼저,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1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2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나뉘어 진행된다. “남자 주인공 ‘함춘수’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수원에 온다. 실수로 하루 일찍 도착한 함춘수는 행궁을 둘러보다가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는 한 여자와 마주친다. 그 여자는 아마추어 화가 ‘윤희정’이다. 윤희정에게 호감을 느낀 함춘수는 그녀의 화실까지 따라간다. 윤희정은 함춘수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준다.”(300쪽) 1부와 2부는 이런 동일한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윤희정의 그림에 대해 함춘수가 평을 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차이점은 동일한 상태에서 각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대해 연구자는 “관객들은 반복되는 것과 반복되지 않는 것을 대비하면서 ‘맞고 틀림’, ‘지금과 그때’를 지속적으로 사유하게 된다”(299쪽)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말하는 ‘맞고 틀림’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분별되는 것이 아니다. 맞게 사는 것에는 개인적 윤리의식이 매개된다는 것이 암시된다.”(299쪽)고 논의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영화스틸 (출처: 네이버영화)

1부에서 함춘수는 윤희정에게 잘 보이고자 그녀의 그림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수동적인 반응을 하고 유부남이란 사실도 숨기지만 결국 모든 것이 드러나며 서로 실망하고 헤어지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반면, 2부에서 함춘수는 윤희정에게 잘 보이고자 하면서도 윤희정의 그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말하고 유부남이란 사실도 솔직하게 전하며 서로 아쉬운 감정과 진심을 나누고 헤어지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두 가지 함춘수의 선택은 개인의 윤리 테제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자유에 기반을 둔 개인의 윤리 발현 유무로 차이가 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행위함으로서 기쁨을 누리는 것을 개인의 윤리로 봤다. (301쪽)

이러한 개인의 윤리는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는 근본으로 작용하기에, 그 상황에서 조금 더 진실하게 선택하고 행위하는 것이야 말로 ‘맞고 틀림’의 기준이 됨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이 영화에서 ‘맞고 틀림’은 사후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정의 충실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호인정의 전제에서 발산되는
인정투쟁 테제

1부에서 함춘수는 자기 영화에 대한 평을 표절하여 윤희정의 그림을 평하면서 자신을 과시하고 인정을 받고자 했으나, 2부에서 함춘수는 윤희정의 그림에 대해 솔직한 평을 전하며 상대에게 인정 받음과 동시에 상대를 인정하려고 하는 주체로 행동한다. “인정받으려는 욕망, 혹은 인정투쟁은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욕망이자 삶의 양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정투쟁이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상호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308쪽) 즉, 상호인정은 서로가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만났을 때 가능하기에 이는 앞서 정리한 개인의 윤리 테제와 연결된다. 이를 영화에서는 ‘맞음’에 해당하는 2부에서 보여줌으로써 개인의 윤리 발현과 인정투쟁, 두 테제를 연결하고 있다 볼 수 있다. 스스로의 인정 욕망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지만, 상호인정의 전제에서 발산되었을 때 그 투쟁과 욕망이 유효화될 수 있다. 결국 상호인정을 위한 자유롭고 능동적인 행위 ‘개인의 윤리’는 인정투쟁 테제까지 이어지며, 이 영화는 이런 테제에 대해 정교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복과 차이, 줌인과 줌아웃
그리고 롱테이크, 내레이션

이 영화에 나타나는 반복과 차이의 구조도 단순히 넘어갈 수 없다.

홍상수 감독은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일상을 일상 답지 않게 미화시키지 않는다. 일상의 반복성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관찰’과 ‘발견’을 통해 일상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찰과 발견이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10쪽)

조금 다른 1부와 2부가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짝이 되어 또 다른 3부, 4부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 반복과 차이의 구조는 관객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더 깊은 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영화스틸 (출처: 네이버영화)

 

롱테이크, 줌인과 줌아웃, 내레이션은 관객을 생각하게 한다. 화면이 빨리 바뀌면 관객은 화면에 대해 수동적인 상태가 된다. 하지만 한 화면이 길게 지속되면 관객은 자신의 생각 또한 지속시키게 된다. 클로즈업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감정이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줌인을 통해서는 좀 더 ‘관찰’하고, 줌아웃을 통해 떨어져서 ‘관조’할 수 있다. 또한 내레이션을 통해 인물의 다중성을 느끼면서 관객자신의 내면도 타진해 보게 된다. (312쪽)

이러한 촬영기법은 영화의 스토리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선택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주체가 되어 개인의 윤리를 더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선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보통 영화들이 쉽게 취하는 해피엔딩, 권선징악 등의 설득적인 시선을 선택하지 않은 영화이다. 그리고 1부와 2부로 2개의 선택지에 따른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보여주었다. 결국 2개 선택지의 결과는 같았지만, 무엇이 더 맞았는지의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연구자가 초반에 설정한 키워드로 질문하기, 문제 틀과 패러다임 바꾸기, 내적 대화를 통한 성찰로 보면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하였고, 2가지의 문제 틀을 만들어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여줬다. 그리고 영화의 흐름 속에서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모든 키워드는 관객 각자의 삶과 가치관, 성숙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질문과 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멈춰있는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문학적 사유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들이 하는 것이다. (316쪽)

즉,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관객을 주체로 승격시키고 대화하고자 한 영화인 것이다. 인문학적 대화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영화의 생명력은 영화의 대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주목할 수 있게 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무한반복하는 삶 속에서 길찾기: 홍상수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희승, 2016, 『제3시대』, 84, 30-33.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의 홍상수적 세계의 변모에 관하여」
정락길, 2007, 『문학과영상』, 8(2), 247-271.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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