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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과 관련된 각종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한글’이라는 문자는 애초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고, 그 이후 오랫동안 ‘훈민정음’ 내지는 ‘정음’ ‘언문’ 등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실상 ‘한글’이라는 명칭이 나타난 것은 10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한글’이라는 명칭은 정확히 언제, 어떻게, 누가 만들어냈을까? 그런 사실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이 여러 추측만 오가고 있다. 임홍빈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현재)「주시경과 “한글” 명칭」(『한국학논집』, 23, 1996)에서 ‘한글’ 명칭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여 ‘한글’ 명칭의 작명자에 대해서 접근하였다.

 ‘한글’ 명칭의 작명부(作名父)

일반적으로 ‘한글’이라는 명칭은 주시경이 지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외에도 ‘최남선’이 지었다고 하는 기술도 여러 논의에서 있어왔다. ‘한글’의 작명부에 대해서 이른바 주시경설과 최남선설이 있어 온 것인데, 이러한 사실은 우선 ‘한글’의 작명부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기록된 바가 없음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누가 ‘한글’의 작명부인가: 주시경설

먼저 주시경 작명부설부터 살펴보자. ‘한글’의 작명부와 관련해서 주시경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환산 이윤재(1929)의 기술인데, 사실 해당 자료에서도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반대의 주장도 하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주시경을 ‘한글’의 작명부로 등장시키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주시경 작명부설. 그러나 당대의 관련 기술들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그것이 확실한지에 대해서 의심스럽게 된다.

 

주시경이 ‘한글’ 명칭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널리 퍼져 있는 믿음의 하나이다. 이 믿음이 곧 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찬성하는 자가 많다고 하여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여러 증언들에 힘입은 ‘한글’ 명칭의 주시경설은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이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우선 ‘한글’이라는 명칭은 1910년 즈음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윤재는 서울에 없었거나, 한국에 없었다고 한다. 즉 이윤재는 위와 같은 내용을 기술할 때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만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한글’ 명칭과 관련해서 이윤재(1929)의 기술에서 주시경이 작명부인 것으로 암시되어 있으나, 적극적인 주장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시 이윤재는 ‘한글’ 작명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 따라서 이윤재(1929)를 깊게 믿을 수는 없다.”

한편 임규(1936)에는 ‘주시경은 … 먼저 언문의 명칭을 고쳐 한글이라 하얏다’와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이 부분을 ‘한글’이라는 명칭을 실제로 처음 쓴 사람이 주시경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러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도 소략하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본문에서, 동일한 조건일 때 ‘상세한 기술’이 ‘소략한 기술’보다 우선한다고 하였듯이, 이 경우에는 다소 의심스럽다고 하였다.

김윤경은 주시경과 깊은 인연은 아니지만, 중등학교 시절 주시경의 가르침을 받았었기 때문에 앞선 이윤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는 주시경을 좀 더 잘 아는 당대인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김윤경(1938/1954)에도 ‘주시경 때부터’ ‘한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하였지만, 어느 정도 주시경과 당대인이었던 인물 역시 확실하게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였다고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역시 온전히 믿기에는 의심스럽다고 보았다.

최현배 역시 주시경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인데, 그런 그도 최현배(1940/1976)에서 주시경을 ‘한글’ 명칭의 작명부로 단정하지 않았다. 단지 ‘주시경 스승에서 비롯된 일인 듯하다’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으므로, 이 언급은 주시경이 ‘한글’ 명칭의 작명부가 아님을 함축한다.

 

주시경이 ‘한글’ 명칭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명예나 권위, 한글에 대한 그의 업적이 낮아지거나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최근의 ‘한글’ 명칭 주시경 창안설을 본격화한 것은 고영근(1983)인데, 관련 내용을 압축하면, 주시경이 ‘한나라글’이란 글을 만들어 썼으므로, ‘한글’도 주시경이 만든 말이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한나라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 반드시 ‘한글’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로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후대인으로서의 추측에 불과하다.

주시경이 ‘한글’ 명칭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널리 퍼져 있는 믿음의 하나이다. 이 믿음이 곧 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찬성하는 자가 많다고 하여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여러 증언들에 힘입은 ‘한글’ 명칭의 주시경설은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가 ‘한글’의 작명부인가: 최남선설
박승빈(1935)에 의하면 ‘한글’ 명칭은 최남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주시경 이외의 ‘한글’ 작명부설은 아주 희귀하다. 우선 박승빈(1935)에서 ‘최 씨(최남선)로부터 ‘한글’이라고 명명하야 주 씨(주시경)도 이에 찬동하야 이후로 사용된 말이라.’와 같은 기술을 찾아볼 수 있다. 곧 이는 ‘한글’ 작명의 동기이다. 관련 기술을 보면 이렇게 자세하게 ‘한글’ 명칭이 만들어졌을 상황을 묘사한 예가 없다. 즉 주시경 작명부설을 내세우는 그 어떠한 기술보다도 자세한 것이다. 박승빈(1935)에 의하면 ‘한글’ 명칭은 최남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최남선(1946)의 기술이 중요하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가. ‘한글’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제안된 것은 조선 광문회에서이다.
나. ‘한글’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제안된 것은 1910(융희 말년)이다.
다. ‘한글’ 외에도 다른 말이 나왔으나 ‘한글’이란 말이 제일 유력하였다.
라. 주시경 계통의 조선어학 클럽이 이 이름을 선전하기에 힘썼다.

(2) 가. ‘한글’ 명칭을 공적으로 처음 쓴 것은 ‘아이들 보이’지 ‘한글’란이다.
나. ‘아이들 보이’지 ‘한글’란은 자모 분해에 의한 횡서식의 조판을 처음 실시하였다.

시대 상황과 ‘한글’

그렇다면 왜 최남선(1946)은 ‘한글’ 명칭이 자신이 제안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한글’은 대한제국의 멸망 이후 그 전에 ‘국문’이라는 명칭을 대신하여 나타난 말이므로 대한제국의 멸망을 받아들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시경을 작명부라 하여 주시경이 명예로울 것이 없으며, 최남선을 작명부라 하여 최남선이 명예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한글’ 명칭을 자신이 처음 지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그대로 기록할 만한 시대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추측해볼 수 있다. ‘한글’의 ‘한’이 ‘韓’을 의미하는데, 즉 ‘한나라글’에서 ‘나라’를 떼어 내고 만든 것이라는 고영근(1983)의 자료를 참고한다면, ‘한글’이라는 이름에는 나라를 잃은 시기에 나라를 생각하고 되찾고자 하는 민족의 정기가 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기존에 막연하게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사실은 온전히 믿을 만한 것은 아니며, 관련된 인물들의 기록을 짚어보며 ‘한글’ 명칭의 작명부가 누구인지, 어떤 인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한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물론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이 완전히 확실한 것인지, 분명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현재로서는, 여러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추측할 뿐이다. 이 논문에서 부수적으로 밝힌 것 중 하나는, ‘한글’이라는 명칭은 1910년 10월~12월 사이에 처음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역사적 문맥을 올바로 할 때 그 이름의 의의와 가치도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이라는 문자,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것에 더하여, 그 이름에 어린 시대 상황도 생각하면서 당시 위인들이 겪었던 나라에 대한 생각, ‘한글’이라는 문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긍심 등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한글’의 작명부는 누구일까」
고영근, 2003, 『새국어생활』, 13(1).

「‘한글’ 命名者와 史料 檢證의 問題_고영근(2003)에 답함」
임홍빈, 2007, 『어문연구』, 135, 7-33.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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