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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캐나다의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는 집권 한 뒤 남녀 성비가 50 대 50인 내각을 구성했다. 기자가 트뤼도에게 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비를 중요하게 고려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 하지만 쿨한 트뤼도의 대답과는 달리, 이런 내각 구성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만큼 정치공간에서의 여성은 특정한 영역, 가령 아동, 가족, 교육, 문화 등의 영역에만 기용되거나 여성 중심의 정책 발의에 집중하면서 주변화되곤 한다.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안숙영 교수「젠더와 정치공간: 여성 정치인의 수사학을 중심으로」(『한국여성학』, 30(2), 2014)는 수적으로나 권력 사다리의 위치로서나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 정치인에 대해 조명하면서 어떻게 여성 정치인이 남성 주류의 정치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한다.

 

남성적 수사학과
여성적 수사학 사이에서의 딜레마
여성은 정치공간으로 진입하려 할 때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으며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치공간에서 정치라는 행위를 펼치는 주체는 주로 ‘남성적 몸’이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정치의제도 주로 군사나 외교 및 안보를 비롯한 ‘남성적 의제’다. 이러한 정치공간의 남성화로 인해, 남성이 정치공간에서 행위자로 활동할 때는 “‘정치인’으로 일반화’”되는 반면 여성은 “‘여성 정치인’으로 특수화”되곤 한다. “즉, 오늘날에도 정치공간은 남성 젠더가 중심부에 위치하고 여성 젠더가 주변부에 위치하는 가장 젠더화된 공간의 하나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정치공간으로 진입하려 할 때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으며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여성 정치인은 선거 캠페인에서 남성 정치인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성적 수사학을 활용하는 한편으로, 남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퍼스트레이디의 수사학이나 어머니의 수사학 같은 여성적 수사학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경우는 남성적 수사학과 여성적 수사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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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성정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와 정의당 심상정.

 

이러한 이중적 상황은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권력의 최고 위치에 가려할 때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른바 ‘국토’라고 불리는 지리적 영토를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과 ‘국가’와 ‘전쟁’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군사적 국가안보’의 유지가 최고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조국의 방어’나 ‘국익의 수호’라는 이름하에 이른바 ‘남성성’ 혹은 ‘남성다움’이 최고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것처럼 전제되는 한, 여성 정치인은 권력의 사다리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여성성’ 혹은 ‘여성다움’과는 거리를 설정하는 한편으로, ‘남성성’ 혹은 ‘남성다움’과는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여성성을 잃지 않되 남성성에 도전하는 수사학을 구사해야 하는 정치공간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퍼스트레이디나 어머니의 수사학과 같은 여성적 수사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남성 정치인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퍼스트레이디 혹은 어머니의 수사학은 사적 영역에서의 아내나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공적 영역으로서의 정치공간으로 그대로 확장한 것으로, 한편으로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공적 영역에서도 그대로 재생산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남성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공간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는 데 일정 정도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가령,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사라 페일린(Sarah Palin)은 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권위를 설명하기 위해 모성의 수사학을 사용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모성의 정치에 대한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수사학은 “정치공간에서 여성이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를 강화”시킨다. 또한 “사적 공간에서의 어머니라는 위치에 기반해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경우”가 많기에 “남성 정치인의 리더십은 ‘아버지 리더십’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반면, 여성 정치인은 자녀가 없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우에도 ‘어머니 리더십’으로 일반화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남성적 수사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

정치공간에서의 여성에게 지워진 이런 이중적인 굴레와, 남성 수사학이 장악한 정치공간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논문의 저자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공간에서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여성의 주류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 정치인의 숫자의 증가는 정치인=남성이라는 이미지에 균열을 냄으로써 남성적 수사학에 의존해야만 정치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으로부터 여성 정치인을 자유롭게 만들 것”이며, “여성 정치인의 숫자가 증가함으로써 정치공간은 남성만의 공간이 아니라 여성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여성 정치인은 여성적 수사학을 활용하는 데 있어 과거처럼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남성적 수사학이 갖는 문제점에도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 정치인이 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만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도 저자는 주목한다. 즉 “계급, 인종, 민족, 종교, 성 그리고 그 이외의 다른 요소로 매개되지 않는 ‘여성의 지위’란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과 이해의 실질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여성 개념의 다원화’를 통해 여성 주체를 다원화하고 다원화된 여성 개념을 토대로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니까 뽑아준다, 여성 정치인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단순한 목표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 정치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을 이해하고 그것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주류화’ 전략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전략은 “남성중심적 정치의제를 변화시키려는 ‘젠더 의제의 주류화’ 전략이다.” “여성 정치인이 젠더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수사학에 담아내는 한편으로, 자신의 수사학에서 다루는 정치적 의제들의 외연을 또한 넓혀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성과 정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한다”고 논문의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남성이 장악한 남성적 수사학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의 수사학을 가져올 것이 아니라, 남성 수사학의 중심에 놓여 있는 국토 중심, 안보 중심의 수사학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대안의 개념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여성’ 정치인이 수행하고자 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튀르도의 50 대 50 내각이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남녀 성비를 정확하게 나누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종, 종교, 성적정체성을 떠나 그 분야의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공간에서 여성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여성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뛰어난 정치인’의 한 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사학의 발굴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다양한 ‘현실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그 외연을 넓혀 정치적 지향점을 점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정치공간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안숙영, 2016, 『아시아여성연구』, 55(1), 79-104.

「독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여성정치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양민석, 2014, 『인문연구』, 71, 407-436.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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