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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흔히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감정을 배제한 일 처리를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서구 합리적 전통에 기반을 둔 기계적 모델, 알고리즘 방식의 인간관이 현대적 방식에 걸맞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 판단이 감정적 판단보다 반드시 옳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뿐더러 인간의 뇌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재신 중앙대 신문방송학부·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이성과 감정: 인간의 판단과정에 대한 뇌과학과 생물학적 접근(『커뮤니케이션이론』,10(3), 2014)에서는 이와 관련한 최근 뇌과학, 생물학 이론을 검토하고, 이 성과를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학문의 융합을 시도한다.

‘감정적 판단’을 배제하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감정’이란 용어는 대개 학문 분야와 학자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이성reason’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특히 서구의 합리적 인간관에 따르면 감정은 이성과 대립되는 동시에 비합리성과 연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 보고되는 결과는 이와 다르다.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이 과거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과거 경험으로 저장된 주관적 기억과 감정에 더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인간 뇌 구조와 기능의 설명을 위해 ‘삼위일체 모형’을 소개한다. 맥린MacLean은 영장류의 뇌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일단 뇌의 맨 아래에 있으며 가장 오래된 파충류의 뇌인 ‘뇌간’에서는 경험학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본능적인 반응을 반복하게 되어 있다. 그 위의 뇌는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로 이곳에서는 감지된 외부 자극에 긍정이나 부정의 감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 정보를 상위의 뇌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 상위에 있는 영역이 바로 ‘신피질’인 것이다. 신피질의 기본 역할은 다양한 계산과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구상 생물 중 신피질 영역이 가장 넓은 인간은 인지, 언어, 사회 능력을 발달시켜 고도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삼위일체 모형을 보면 알 수 있듯 인간의 가장 고도의 능력은 이성이며, 논리적 이성에 의존할 때 인간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뇌과학 연구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설명한다. 감정이 결여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은 사실상 합리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일까? 신경의학자 다마지오Damasio는 상황판단이나 감정통제 등의 기능을 담당한 ‘안와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 보고했는데, 이 환자는 주어진 판단과제는 논리적으로 해결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을 내리곤 했으며,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 못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정이 배제된 경우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판단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논문 165쪽

 

생존을 위해 활용됐던 ‘감정’,
그 기민함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이쯤 해서 또 다른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인간의 뇌는 왜 감정을 판단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게 된 걸까? 생물학적으로 ‘감정’은 과거 경험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됐다. 앞서 본 포유류의 뇌가 ‘변연계’에서 과거의 위험했던 상황을 기억하고 생존에 활용했듯 감정에는 생존에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다. 실제 최근 연구에서도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어야만 장기기억의 형성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를 보면 어떻게 생존감각이 감정에 각인될 수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즉 본능적 혹은 직감적이라고 표현하는 감정은 과거의 유사한 조건에서 저장된 감정기억이 자동적으로 인출되어 일차 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이며, 이러한 감정에 의해 전달된 기억정보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평가절하됐던 감정이 실제로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최근 연구사례들을 통해 역설한다. 그리고 조금 다른 종류의 질문을 던진다. 즉, 이성과 감성 과연 이 둘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감정적 요인을 배제한 채 이성적 요인으로만 지속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감정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논리적 판단을 도와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또한 도덕적으로 수용 가능한 판단을 내리게 한다. 개인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추구해도 모든 정보 특히 현대에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거기에 미래 요인까지 예측해야 한다면 그 정확성을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에는 과거의 유사한 사례에 대한 경험 기억이 판단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물학적 연구결과로 접근하자면, 노벨상을 받은 신경과학자 에델만Edelman은 인간 감각은 모두 과거에 경험한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감각의 입력 경로가 모두 기억된 정보와 즉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의 영향을 배제한 채 대뇌피질로 입력되는 감각정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기억은 ‘감정에 물든’기억이며 이에 따라 입력되는 감각 역시 ‘감정에 의해 채색된’감각이 되는 것이다.

출처: 리뷰 아카이브

 

 

‘감정’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
사회과학과 융합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판단과정에서 논리가 아닌 감정이 주된 역할을 한다는 개념은 이제 다양한 학문분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신문방송학부 교수인 저자가 감정과 관련한 생물학, 심리학 등을 두루 공부하고 논문을 통해 소개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커뮤니케이션학의 프레임frame 연구에서는 감정적 프레임이 논리적 프레임보다 효과적이며, 감정전달이 용이한 내러티브적 서술이 그렇지 못한 서술에 비해 설득에 효과적임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수용 연구에서도 ‘재미’나 ‘즐거움’같은 감정적 측면의 중요성이 보고되었고, 광고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감정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기사와 보도사진에서도 감정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감정은 어떤 요소보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앞선 과학적인 이론을 근거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왜 사람들이 미디어 속 인물과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얼굴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 어떠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

본 논문은 사회과학자의 글임에도 깊은 수준의 생물학·뇌과학 지식을 접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인간의 성격, 폭력성, 기억, 동기 등에 관련한 유전자와 분자 수준에서의 탐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가시적인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자들의 노벨상 수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회과학자들이 의학과 자연과학적 탐구결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시도되는 지금 본 논문은 사회과학과 뇌과학이 접목된 융합연구로서 의미가 깊다. 또한 어렵고 딱딱한 내용임에도 저자의 다양한 비유와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깊이와 가독성이 공존하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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