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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틀어 한국의 학계에서 인지과학의 위상은 철학, 심리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과 비교해 높지 않고 저변도 넓지 않다. 그 이유는 폭넓은 분야를 다루기 때문이며, 세계적 추이에 따르면, 인지과학은 융합을 넘어 전문화의 단계로 들어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4월 알파고 시연을 통해 인공지능이 전국민적인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전문 연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닌지라 역사성을 포함한 정밀한 분석은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영의 강원대 교수의 「체화된 인지의 개념 지도: 두뇌의 경계를 넘어서」(『Trans-Humanities』, 8(2), 2015)는 인지과학의 역사를 짧게 개론하고, 현재 철학에서 논의 중인 체화주의에 대한 4가지 논제들을 두 가지 기준(복수실현 문제, 의존과 구성의 문제)으로 정리한 후 이론적 고찰을 통해 이중 하나의 논제 혹은 새로운 논제로 전개될 것을 전망한다.

체화주의가 탄생한
인지과학 역사의 배경

인지과학의 태동기였던 1940년대부터 3단계로 도식화를 하면, 1단계: 기호주의, 2단계: 연결주의, 3단계: 체화주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호주의는 사고언어 가설, 물리적 기호체계 가설, 기호적 구성 가설을 근거로 한다(개개 가설에 대한 설명은 논문 참조). 인지를 기호로 표상할 수 있으며, 이 표상된 기호들을 계산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기억, 지식, 사고 과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지처리과정은 컴퓨터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른 계산적 처리가 어렵다. 가장 유명한 것이 존 설John Searle의 중국어 방 논변이다. 방 안에 한자 백과사전을 놓으면,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서양인이라도 중국인과 대화가 가능하지만, 행여 새롭게 조합된 말을 제시하면 방 안의 서양인은 의미론적 차원에서 대화할 수 없다. 즉,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지 않다. 둘째, 연결주의는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퍼셉트론 이론으로 대표된다. 퍼셉트론은 신경세포의 연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실제 신경망을 모사하여 인공신경망을 만드는 데 시초가 되었다. 주로 병렬처리와 분산처리 방식으로 작동하며, 입력된 정보를 유연한 규칙에 따른 패턴 조작으로 처리한다(동시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며, 자동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최적화된 결과를 찾는다). 그러나 연결주의에서 연결은 정보를 수용하는 입장의 연결이지 환경과의 직접적인 연결이 아니다. 결국, 체화주의 등장의 기대 효과는 환경과 인지구조(뇌) 사이의 간극을 좁히거나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 중간에 ‘몸’을 등장시키고 중요한 개념으로 간주한다.

필자는 현재 우리 인지과학의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예상되는 질문에 “2단계: 연결주의”라고 답한다. 알파고로 대변되는 딥 러닝은 연결주의에 기반한 알고리즘 중의 하나이며, 그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체화주의는 아직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아니며, 철학적 합의와 함께 학제적 연구가 요구되는 논제로 봐야 한다. 따라서 저자의 분석이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체화주의 4가지 이론

저자는 본문에서 체화된 인지 이론(좁은 의미로서의), 확장된 인지 이론, 구현된 인지 이론, 행화적 인지 이론 네 가지를 분석·비교한다. 분산적 인지 이론과 상황적 인지 이론도 있는데 이 둘을 분석하지 않은 이유는, 위 4가지 조합으로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논문에서 ‘체화’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몸’을 매개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몸을 포함한 환경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몸’이라는 특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존재론적 시각에서 고정시키고 있다.

△ 체화된 인지: ‘마음의 작동’은 ‘몸의 구조’가 결정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용어는 이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로도 사용되므로 저자는 체화주의라는 말을 큰 의미의 체화된 인지로 사용하고, 나머지 중 하나를 좁은 의미로서의 체화된 인지 이론으로 사용했다. 체화된 인지 이론은 한마디로 마음의 작동이 몸의 구조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식론적으로 몸과 인지를 떼어놓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두 귀가 머리 양쪽에 달려있기 때문에 미세한 시간 차이를 감안해서 소리의 발생지 방향을 인지하고 처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지는 뇌와 몸이 있어야만 가능한가라는 존재론적 해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는 내재주의적 입장과 같이 한다. 그러나, 체화주의는 외재주의로도 해석 가능하므로 ‘의존과 구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즉, 몸 구조가 인지 구조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현재, 존재론적 해석에서는, 인지과정을 구성하는 몸과 몸 외부의 환경적 요인들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해결되지 않았다(결합과 구성의 오류; 의존을 강조하는 프레드 애덤스가 구성을 강조하는 클락을 공격). 정리하면, 앞선 두 인식론적, 존재론적인 해석은 전통적 입장의 연장선에서 이어지는 반면에 의존과 구성 중 어느 한쪽에서 존재론을 해석하는 논쟁은 상당히 급진적이라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 확장된 인지: 뇌 밖의 ‘인지’도 ‘인지’다

확장된 인지Extended Cognition는 외재주의적 체화주의로서 ‘동등성 원리’를 도입하여 뇌 밖의 인지도 인지의 구성요소로 인정하는 이론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가족의 전화번호를 불러내어 통화할 때의 인지과정이 (암기하지 않은 조건에서), 뇌 안의 저장된 것을 불러내어 통화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뇌 외부에서 지원되는 인지과정의 자원들이 뇌 내부와 동등한 입장이라면, 유기체와 환경은 결합한 하나의 체계에서 인지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앞서 제기되었던 복수실현성에 대한 긍정이다. 외부 세계에서 뇌 인지과정이 여럿으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체화된 인지와 반대된다. 한 발자국 물러난 입장에서는(인지의 확장 정도와 범위를 기준으로) 심성과정의 본성에 관한 존재론적 해석에 무게를 둔다. 외적 세계 속에 지각, 기억, 추리, 경험 등의 인지과정 정보를 저장해둔다. 이는 인지과정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성을 강조하는 측면에 가깝다. 이 점에서 구현된 인지와 반대된다(구현된 인지는 환경적 구조와 결합이 선행조건이기 때문에).

△ 구현된 인지

구현된 인지Embedded Cognition 이론은 인지과정의 구성에 대한 이론 해석에서 인지과정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 몸의 구조와 과정에 의존한다(인지상태가 아니라). 따라서 내재주의의 한 형태로 이해되며, 구현된 인지는 인지가 발생하는 외적 환경적 구조를 강하게 활용(의존)한다. 이는 진화적으로 구조되었다는 논거를 들어 뒷받침한다.

△ 행화적 인지: 능동적 외재주의

행화적 인지Enactive Cognition는 저자가 번역을 다시 한 ‘행화’ 즉 행위를 중시하는 인지 이론으로서 앞 세 가지와 구별된다. 행화적 인지 이론의 철학적 배경은 ‘현상학’이고 특히, 메를로-퐁티의 ‘행동의 구조’에 의지한다. 진화론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유기체가 환경과 시시각각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이해해야 하며, ‘지각’이 행위지향적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컵을 시각을 통해 ‘지각’할 때, 뒷면이 보이지 않음에도 감각운동 시스템을 활용하여 손으로 잡을 수 있듯이, 단순한 시각표상으로 지각을 이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지는 ‘체화된 행위’다. 저자는 현상학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기능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나머지 세 이론과 다른 철학적 함축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즉, 일정한 몸 기술들을 지닌 유기체만이 지각할 수 있고, 지각은 결코 뇌 안의 과정이 아니다. 이는 마치 행화적 인지가 행동주의와 같은 일로를 겪게 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하나, 능동적 외재주의로 이해해야 한다고 방어한다. 다시 말해, 인지활동에서 이와 관련된 ‘외적 요인(맥락)’들이 능동적으로 역할 하므로 행동주의에서처럼 블랙박스를 상정해 놓고 단순한 입력-출력 관계만 따지는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닌 복수실현성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인, 몸의 위상에 있어서, 행화된 인지 이론은 확장된 인지 이론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다. 바로, 몸의 경계를 넘어 환경적 요소로 확장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다. 복수실현성에 대한 대립이다. 만일, 일정한 몸 기술을 지닌 유기체가 생명체이고 행화된 인지 이론에 따라 생명체만 지각활동이 가능하다면, 확장된 이론은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알바 노에의 주장에 의하면 행화된 인지 이론이 무조적으로 복수실현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촉각-시각 대체 체계 사례를 통해 인공적으로 구현된 시각체계가 가능하고 이는 복수실현의 예로 제시된다. 이는 아직 논쟁 중이다. 마지막으로 행화적 인지 이론에 대한 비판은 이 이론이 결국에는 인간 종 우월주의 아니냐는 것이다. 몸의 위상이 다른 이론에 비해 매우 높게 설정된 까닭에 ‘인간은 사이보그인가’, ‘로봇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와 같은 논쟁은 확장된 인지 이론에서 진행되는 반면에 ‘하향인과는 가능한가’, ‘행화적 인지 이론이 의식의 어려운 문제(퀄리아-감각질을 규명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와 같은 논쟁이 행화적 인지 이론에서 주제로 설정된다.

체화주의 개념지도
그리고 나아갈 방향

저자는 그림과 표를 통해 4가지 체화주의 이론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의존과 구성이라는 환경(외적) 구조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복수실현성을 인정하느냐 불인정하느냐를 통해 ‘몸’이라는 개념이 각 이론에서 어떤 식으로 위치하는지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저자의 겸손함이겠지만, 이 도식이 완전하지 않으며 개념들을 정확히 구별 짓는 것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식은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잘 정리가 되어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존재론적, 의미론적, 인식론적, 방법론적 차원의 철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예상하는 연구 프로그램의 방향은, 불행히도 통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이고 만일 있다면 어떤 이론으로 수렴되는 선택지가 있다. 기능주의를 형이상학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확장된 인지 이론과 현상학을 형이상적 배경으로 둔 행화된 인지 이론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통합되지 않는 두 이론의 성격 때문에 한동안 격렬히 논쟁이 예상된다. 그리고 나머지 구현된 인지 이론과 존재론적 약한 해석에 기반을 둔 체화된 인지 이론은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종합하면, 확장된 인지 이론과 행화적 인지 이론이 어떻게 연결되어 이론적 체계성과 통일성을 갖는지에 따라 체화주의의 방향이 결정된다.

저자가 제시한 기준을 통해 4가지 체화주의 이론의 차이점을 논리적으로 제시한 점은 이해가 쉬우며,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가 말했듯이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론 간의 체계적 통일성을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4가지 이론들의 합의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공통점을 고민한다면, 인지과학 3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 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각 이론에서 급진적 발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특히 확장적 인지 이론과 행화적 인지 이론은 산업계에서 그 경향성이 보인다. 예를 들어, 디자인 분야와 로보틱스 분야가 이 흐름 가운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강력한 설명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재적 결과물이 나타나고, 나타난 결과물이 다시 철학적 분석에 의해 평가가 된다면 인지과학 분야가 좀 더 발전된 체화주의의 체계성을 세울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수학적 사고력에 관한 인지신경학적 연구 개관」
김연미, 2016, 『인지과학』, 27(2), 159-219.

「신경과학, 인지과학적 문학연구, 비평의 미래」
한광택, 2016, 『안과밖』, 40, 149-166.

한정규 리뷰어  jkhan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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