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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먹방·쿡방은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가의 트랜드다. 유행이 빨리 오고 빨리 가는 방송가의 속성에 비추어볼 때 먹방과 쿡방의 꾸준한 인기는 다소 의외인데,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푸드포르노라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식생활 문화를 보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서울여자대학 언론영상학부 장윤재 교수와 김미라 교수「정서적 허기인가 정보와 오락의 추구인가: 먹방·쿡방 시청 동기와 시청 경험, 만족도의 관계」(『한국방송학보』, 30(4), 2016)는 여전히 인기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는 먹방과 쿡방의 시청 동기를 분석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용자는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결핍에 대한 대리충족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시청 동기가 수용자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과정에서 시청 경험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를 설문조사를 통해 경험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먹방·쿡방의 시청 동기와
사회적 의미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먹방과 쿡방은 공중파, 케이블, 종편을 모두 합쳐 약 20여 개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고 지속적이라는 뜻인데, 먹방·쿡방의 이러한 열풍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된다.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방송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고,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대리적 폭식(vicarious gluttony)’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분석하기도 하며, 또는 “국가 전반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불행감의 확산, 제대로 된 요리나 식사를 할 여건이 안 되는 이들에게 이들 프로그램이 최소한 시각적으로 연회를 제공함으로써” 대리적 충족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음식 소비 습관이 단지 생물학적 욕구와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계급, 지리학적 지역, 국가, 문화, 젠더, 종교, 직업 간 경계를 특징짓는 것으로, 음식과 먹기의 의미·담론·관행을 문화적으로 상세하게 분석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음식이나 먹기 행위가 사회 안에서 개인의 계급과 지위, 정체성과 문화를 구분 짓는 지표로 작용하는 만큼, 음식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특정 시기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먹방·쿡방 열풍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인기 이유를 분석할 수 있는데, 이 논문은 설문조사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논문은 “먹방·쿡방 시청동기와 의사사회적 상호작용, 실재감, 시청만족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먹방·쿡방을 시청하는 전국의 성인 남녀 66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남성 324명(48.4%), 여성 345명(51.6%), 그중 20대 131명(19.6%), 30대 140명(20.9%), 40대 135명(20.2%), 50대 134명(20%), 60대 이상 129명(19.3%)으로 참여 대상자를 선정했다.

설문 결과 먹방·쿡방의 시청 동기로 몇 가지 요소가 추출되었는데, “식욕 및 식사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에 대한 ‘대리 충족’, 프로그램의 예능적 요소 및 출연자의 매력과 관련된 ‘오락’, 요리 및 음식점에 대한 ‘정보 추구’, 그리고 습관적 ‘시간 보내기’ 등”이 포함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1인가구 거주자나 혼밥족이라고 해서 먹방·쿡방에 대한 시청 동기가 더 높지는 않았다는 점인데, 오히려 정보 추구 동기는 1인가구나 혼밥족이 아닌 이들에게서 더 높았다. 시청만족도에 있어서도 1인가구/혼밥족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주목할 점은 “식욕의 충족과 정서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두 차원이 각각 독립적 요인으로 추출될 만한 상이한 욕구들임에도 먹방·쿡방 시청자들에게서는 이 둘이 결합되어 하나의 동기로 묶였다”는 점이다. “인간의 생존과 생활을 위한 원초적인 행위이자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과 일상적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행위인 식사라는 의례가 억제되거나 불만족스럽게 수행될 때 생기는 결핍이 식욕과 정서 두 차원 모두에 개입”한 것인데, “먹방·쿡방은 이 양면 모두에 대한 기대 충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리충족 동기는 의사사회 상호작용과 실재감이 중재하는 간접효과를, 오락 및 정보추구 동기는 직접/간접 효과를 모두 유발하며 만족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시간 보내기 동기가 높을수록 만족도는 낮았다.” 이 결과를 볼 때 먹방·쿡방을 보며 대리폭식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한다는 분석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 먹방·쿡방을 시청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가 설득력이 있는 분석임을 알 수 있다.

 

“당신이 먹은 것이
곧 당신이다”

대리 충족과 만족도를 위해 먹방·쿡방을 시청한다는 분석이 일견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선행 연구에서 제시한 것처럼 먹방·쿡방 열풍의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으로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인가구 거주자나 혼밥족에게서 이러한 대리충족 동기나 먹방·쿡방에 대한 시청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점”이 그 이유인데, “이 결과를 보면 먹방·쿡방의 인기가 대리충족 동기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 또는 정서적 허기를 충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개인차에 의한 현상일 뿐 1인가구나 혼밥족의 증가 등 사회문화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1인가구냐 혼밥족이냐의 문제보다 성별이나 연령, “음식 및 요리에 대한 관심 등의 선행변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 대리충족 동기보다는 오락, 정보 추구, 시간 보내기 동기가 더 크다는 점, 1인가구와 혼밥족이 아닌 함께 거주하고 식사하는 이들에게 정보 추구 동기가 더 높다는 점 등의 분석 결과로 미루어볼 때 먹방·쿡방 열풍은 요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나 필요(가족과 식사에 필요한 음식이나 요리 정보)에 의한 도구적 시청에서 연유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다소 의외라고 해서 이 논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시청동기와 함께 신체적·정서적 허기의 대리충족이라는 먹방·쿡방 특유의 시청동기를 밝혀내고 이러한 시청동기와 시청 만족도가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정서적 허기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계량적인 방법을 사용해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학술적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의미 있는 연구라 하겠다. 먹방·쿡방처럼 시청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으면서 다량으로 편성되고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방송콘텐츠에 대한 분석은 “개별적 프로그램의 수용에 대한 이해라는 차원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수용이 이루어지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핀다는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유명인들이 어떻게 먹느냐에 주목하고,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는지에 관심을 쏟고, 새로운 식재료와 스타 요리사에 큰 흥미를 보이는 현상에는 우리 사회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요리를 하나의 문화적 트랜드로 소비하는 계층이 등장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혼술이나 혼밥을 하는 이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으며, 음식의 질과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먹방·쿡방의 열풍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변화되고 있는 우리의 삶을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은 것이 곧 당신이다)이라는 말처럼 먹는 행위와 관련된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우리의 가장 내밀하고 본능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먹방·쿡방에 대한 과도한 소비가 우리 사회의 어떤 욕망을 대변하는지, 우리 사회의 어떤 사회문화적 변화를 보여주는지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은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또 다른 형태의 근원적인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 먹방, 쿡방을 중심으로」
감형우, 2015, 『미디어와 교육』, 5(1), 152-171.

「’먹방’의 욕망에서 ‘쿡방’의 욕망으로」
노의현, 2016, 『문화과학』, 86, 356-376.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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