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etoric_1024_512

logofinale최근 잘 말하고, 잘 쓰는 소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 시국과 관련되어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쓸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각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그러한 자질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인데, 사실 쓰고 말하는 능력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의미하기에 일부 직업군에서만 단련해야 할 자질은 아니다. 의사소통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나의 생각과 의견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기에, 잘 말하고 잘 쓴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에 대한 설득과 이해의 기술을 익히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토론은 그 가치의 지향을 설득에 두고 있는 말하기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토론의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또는 설득의 말하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 묻는다면 누구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박삼열 교수「토론의 설득 방식에 대한 수사학적 고찰」(『철학탐구』, 32, 2012)은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토론에 수사학을 적용하는 것이 설득이라는 토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설득 과정에서
수사적 태도의 중요성

먼저 수사학의 연원을 따라가 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사학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 초 시라쿠사의 독재자인 겔론과 그의 계승자 히에론 1세는 용병 군인들을 위해 몇십 년 동안 대규모 토지 공유화를 단행했다. 용병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강제 이주와 인구 이동, 토지 수용을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봉기가 일어나면서 왕권은 박탈당했고, 그동안 몰수되었던 재산을 청구하는 소송이 수없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간단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술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바로 수사학의 시작이다.


즉 수사학은 처음부터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유에서 탄생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을 결정해야 하는 토론의 방식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에 따라 설득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 수사학이다.”

상대와 청중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토론은 “대체로 수사적 상황과 일치한다. 따라서 토론은 논증을 이어나가는 것을 넘어 상대편 혹은 청중을 설득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흔히 토론을 논증으로 이해하여, 자신의 논증을 이어나가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토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의 논증과 설득 과정은 특정한 청자나 특정한 문맥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즉 논증의 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토론이며, 이런 수사적 태도가 토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일한 사고나 주장이라도 그 독자나 청자에 따라서 표현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 고전 수사학 본래의 정신”이기에 수사학과 같은 상황에 놓인 토론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토론의 화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 자체’와, 청자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수사적 문제’라는 두 개의 과제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 자체’는 논증의 방식으로 치밀하게 구성하여 서술해야 하며, ‘수사적 문제’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자가 주제에 대해 논증할 때 수요자들(상대나 청중)은 화자가 이 문제를 풀기를 바라며,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와 기대는 화자가 논증을 표현하는 과정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수사적 전략은 바로 이 같은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 토론 연설은 청중에 적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을 하기 전에 청중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청중을 설득하는 기술적 수단은 “연설가의 성품, 청중의 감정적 상태, 논증 자체에 있다. 즉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로 수행되는 것이다.”

“에토스란 연설가의 성품을 말한다.” 토론의 상대나 청중이 보기에 연설가가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면 더 쉽게 설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연설자에 대한 신뢰는 그의 선한 의도에서 온다. 즉 화자의 주장이 이기적인 목적에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청중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하며, 이는 주장에 대해 책임감을 보여줌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파토스는 “청중의 심리적 상태 및 성향들을 총칭”한다. 즉 감정이나 정서들로 구성되는 ‘정념’을 가리킨다. 이는 자신의 논증을 통해 상대방과 청중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감정을 이성보다 저급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대와 청중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맞게 연설하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설자는 연설이라는 수단을 통해 청중이 분노를 느끼기에 적합한 마음의 틀 속으로 들어가도록 밀어 넣어야 하며, 자신의 적들을 그 분노를 야기한 말이나 행동을 행하거나 행할 죄인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설득 수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증 자체에서 오는 수단, 즉 로고스’ 다. 아무리 신뢰 있는 연설자가 호소력 있는 연설을 펼친다 하더라도 논증이 허술하고 실제적 주장이 의미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주장은 힘을 잃어버린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형식적 측면의 올바름과 치밀함을 갖추고 있어야 설득의 힘이 동반되는 것이다.

 

골방의 수사가 아닌
광장의 수사를 위하여

“이러한 점에서 토론을 수행하는 자에게 수사학적 기본기는 필수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수사학은 설득을 위한 체계적인 방식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설득 방식인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토론 수행자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수사학의 설득 방식을 토론 수행에 맞게 변용하는 작업은 토론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토론은 나의 생각과 의견을 통해 나와는 다른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확인하고, 두 세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말하고 쓰는 능력의 가치가 이토록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어쩌면 서로 다른 세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부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소통의 불통이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쓰고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상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와 상통한다. 단지 내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목소리에 대한 상대의 동의와 이해를 바라는 욕구가 내재해 있는 것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큰소리로 떠들고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일상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토론’이나 ‘회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주장을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강압적으로 지시하기 위한 자리일 때가 더 많다. 설득의 말은 “감정적인 수단과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설득은 서로에게 열려 있는 태도에서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하는 의사소통 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론에서 수사학적 태도가 필요한 까닭은 설득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수사학적 태도 자체가 “언제든 가능한 질문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수사학적인 태도는 “더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때 수사는 “담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사용되며, 그 목적상 취해지는 표현적인 전략이며, 그에 대한 보다 많은 설명이 요구되었을 때에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골방의 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청중을 움직일 수 있는 광장의 수사가 이루어질 때, 그 토론은 대중의 마음과 사회의 구조에 변화룰 일으키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발화가 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수사학적 토론의 논증방식으로서 엔튀메마」
박삼열, 2010, 『인문과학연구』, 26, 343-365.

「정책토론의 논리와 수사: 사회자의 관점에서 본 시사토론의 설득과 수사」
염재호, 2005, 『수사학』, 2, 81-94.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porter, R

깊.게 판 진짜 지.식 @깊지라고 불러주세요.

RRESEARCH, REPORT, LIBRARY의 R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