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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DBpia Report, R은 DBpia의 논문이용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한 차례 분석 기사를 게재합니다. 그 첫 기사로 9월의 통계자료를 분석하는데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으로 두 차례 나누어 게재합니다. 다만, 이번에 사용한 통계는 9월 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의 통계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그 전 한 달간의 온전한 데이터를 통해 논문 이용의 실상과 학문 트렌드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r 9월 1일부터 20일까지 디비피아에서 다운로드 된 논문들 가운데 상위 1000위까지 제목을 살펴보았다. 처음엔 300위까지만 하려 했는데, 자꾸 그 밑의 논문들이 눈에 밟혀 결국 1000위까지 논문들을 일별했다. 300위 밖의 논문들도 무시할 수 없는 다운로드 횟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300위권은 다운로드 횟수가 23~25회 수준이고, 500~1000위는 20~16회 수준으로 그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다.

‘스마트폰 중독’부터 ‘전통시장’, ‘임나일본부설’에 이르기까지

먼저 드는 소감은 거의 모든 분야의 논문이 이 1000편 속에 다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들이 소화되고 있었다. ‘완벽주의와 우울의 관계’를 다루는가 하면, 임나일본부설이 정말 식민사학이냐고 묻는 논문도 있다. ‘서구중심주의의 이해’라는 간소한 제목이 있는가 하면, ‘수용전념치료(ACT)가 우울과 스마트폰 중독수준이 높은 대학생의 자기통제력, 우울 및 스마트폰 중독 수준에 미치는 효과’라는 긴 제목의 논문도 있다. 김승옥의「무진기행」은 아직도 연구되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서울의 전통시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또 한편에선 ‘한국인 직무 스트레스 측정도구의 개발 및 표준화’에 애쓰고 있었으며, ‘대학 역사 지식의 생산과 소비’를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논문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각 직업군별·계층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내진설계기술의 문제점’ 등 공학 관련 논문들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기술개선화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공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사물인터넷’ ‘드론’ ‘딥러닝’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 또는 기술)’ 등 신기술 동향과 세부 주제별 논의들이었고 공학계의 거시담론이라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가 아직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본격 주제로 등장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제목의 유형으로 볼 때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은 ‘~이 ~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패턴이다. 예를 들면 ‘간호사가 인식한 간호관리자의 진정한 리더십이 조직몰입 및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논문들이다. 이런 유형의 논문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대상은 ‘청소년, 대학생, 고등학생, 여대생, 간호사’ 등이었다. 주로 관리 받는 주체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논문의 작성자들이 넓은 의미의 ‘교육학’ 전공자들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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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정서·정동이라는 트렌드: 한국은 거대한 심리상담소

우리 시대는 ‘이성’이라는 태자를 폐위시키고 ‘감정’을 태자로 책봉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기논문 목록에서도 감성의 물결이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최근의 페미니즘 영역에서 주로 다뤄지는 ‘혐오’ ‘분노’ 등만 봐도 그렇다. 이성의 제어를 받지 않는 감정의 기원, 그것의 조절과 통제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는 1위부터 200위 사이에 있는 연관 논문들로 총 27편이다.

다운로드 상위 200편 중 감정에 대해 다룬 연관 논문들

감정엔 능동적인 것이 있고 수동적인 것이 있다. 능동적 감정은 주로 욕망이거나 행복감 같은 것이다. 수동적인 것은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감 등일 테다. 위의 논문들을 보면 ‘감정의 오작동’을 고치거나 예방하고자 하는 게 대다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있는지 연구주제의 분포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는 거대한 심리치유 공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영역에서는 심리 질환 여부를 감별하고, 그다음엔 질환의 종류를 분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처방하는 시스템 속에서 수많은 논문이 양산되고 있다.하지만 소재 중복으로 제외한 논문, 여혐 관련 논문을 포함시키면 40편이 넘으며 대략 전체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다섯 편 중 한 편이 ‘감정’을 다룬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감정이 중요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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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담론 퇴조 속 중국 부상

그다음은 중국의 부상이다. 1000편 중 외국 국가 이름이 등장하는 논문을 아래에 추려보았다. 총 29편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닌건가? 29편중 순수하게 타국에 대한 관심논문은 절반에 불과하다. 국가별 분포를 보면 중국이 14편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그 외에는 미국 7회, 일본 2회, 독일 2회, EU(유럽) 2회, 영국·프랑스·호주·시리아·필리핀이 1회로 나타난다.

다운로드 상위 1000편 중 외국 국가이름이 등장하는 논문들

위에서 보듯 중국은 ‘새로운 패권국’이자 ‘소비시장’으로서 주목되고 있다. 14편중 10편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4편 중 3편은 고대 중국을 다루고 있으며, 1편은 중국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니즈가 논문 이용 행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국에 대한 관심은 많이 퇴조했으며, 관심 방향도 제각각이다. 미국적 제도가 많이 이식·수용된 한국 입장에서는 뭔가가 고장나면 원래는 어땠나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법과 제도를 돌아보는 양상을 보인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선진국형 사회제도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뤄지고 있다. 한국이 뭔가를 배우려는 지향은 유럽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배웠고, ‘잘 살기’ 위해 유럽을 배우며, ‘새로운 먹을거리’를 위해 중국을 배운다고 하면 요약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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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 삶을 어떻게바꿀 것인가

1000편 중에 이른바 신기술 관련 논문이 100편은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과학혁명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시켜준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드론)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3D프린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전부 우리 삶의 변화와 밀접한 것들이다. 특히 ‘기술 진척 동향’ ‘발전 전망’ ‘주요 이슈’ 등을 다룬 논문의 조회수가 많은 걸로 보아 일반인의 관심도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최근 들어 SF(공상과학소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SF 전성기는 아마도 1980~1990년대겠지만, 그 이후로는 죽은 장르가 되다시피 했다. 최근 들어서는 SF 전문을 표방한 1인출판도 생겨나고, 절판된 책도 복원되고 있으며, 휴고상을 중국 작가가 2회 연속 수상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 휴고상을 받은 작품은 베이징이라는 미래 도시가 “여러 차원”으로 나뉘어 한 차원에서는 엘리트가, 다른 차원에서는 하층민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차원 분할이라는 과학적 요소에 계급적 이슈를 합친 것이다. SF는 지식인 열독률이 높은 장르다. 지적 능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읽고 나면 남는 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SF의 역사는 ‘허무맹랑한 것의 현실화’로 요약될 수 있을 터다. 지금의 과학혁명이 향후 출판계에 SF 르네상스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아직은 공급자(출판사) 측의 움직임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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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회학·도시역사학을 넘어
도시재생학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논문이 1000편 중 7편으로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둘을 합치면 20여 편을 헤아린다. 낡은 것으로 머물러 있는, 공동화된, 자본의 먹이가 될 만한, 좀더 많은 사람이 누릴 만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이로 인한 도시환경의 변화, 사회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도 일종의 개발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한쪽에선 신도시 건설이, 다른 쪽에선 구도심 리모델링이 우리의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이는 비단 도시학자들만 관심갖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논문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
제목짓기 양상도 흥미로움

지금까지 몇 가지 키워드로 1000위까지의 논문의 주제 흐름을 살펴보았다. 이것도 일종의 빅데이터일텐데 대략의 분위기만 느끼는 용도로 사용해야지, 팩트 자체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논문을 일일이 읽어보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분석의 한계 또한 명백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발표된지 10년도 넘은 논문들 중 여전히 높은 이용지수를 보이는 논문이 있다는 점은 특이할 만 하다. 가령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여성 Ⅰ」은 2008년 논문이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누적 1730여회로 ‘프로이트’란 단어가 들어간 전체 논문 중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논문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는 걸 알겠다. 10월 자료로 분석할 때는 이 ‘논문 스테디셀러’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는 데 집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울러 ‘논문 제목짓기’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1000편의 논문을 스캐닝하면서 클릭의 충동을 느꼈던 논문들을 아래에 한 번 추려보았다. ‘제목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논문들이라 할 수 있는데 모두 30여 편이다. 아래에 제목과 이유, 실제 내용 등을 간략히 표로 정리해보았다.

'제목 효과'를 발휘한 논문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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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한국은 거대한 심리상담소…중국·과학·도시 부상”

  1. 5편 중 1편이 감정. 왜 감정이 중요해졌을까?
    삶의 질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망이 그대로 학술트렌드에 반영되지 않았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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