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인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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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되살리는 후쿠시마 원전 참사

체르노빌은 박제가 된 사건이다. 3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언제든 사건의 경과와 파장, 피해 규모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기록을 구해 읽을 수 있지만, 그 정보들을 더 이상 충격이나 불안감 따위의 감각에 생생히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이제 그 사건은 ‘우리 시대의 현실’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 되어 있다. 정보를 감각에 연결시키지 않게 됨으로써 우리는 체르노빌이라는 사건을 더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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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한 중국 지식인의 고뇌

19세기 말, 중국이 서양의 무력 침략에 굴복한 이후 그들이 오랑캐라 불렀던 서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수용은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등의 문제는 중국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시기에 활동한 저명한 사상가인 옌푸(嚴復, 1854~1921)는 중국인 최초로 해외 유학을 떠나 서양문물을 접한 중국인이자, 그렇게 배운 서양의 문화를 중국에 가져와 정착시키려 했던 학자였다. 옌푸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중국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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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토템부터 전통론까지, 고대사 중화주의 점입가경

전통傳統만큼 논란의 전통이 긴 주제도 드물 것이다. 서구에서도 그렇지만 동양에서는 전통이 더욱 문제적이었는데, 서구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전통의 꼴사나운 모습을 누누이 지켜보면서 근대화를 이룬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다 마찬가지고 일본은 좀 다를까 싶지만 마찬가지의 속성을 지닌다. 여기까지가 20세기의 내용이다. 20에 1을 더한 21세기가 되자 전통을 바라보는 동양권 학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중국이 그러했다. 개혁개방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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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마르크스가 요즘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얼마 전의 일이다.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느긋이 카페에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 일군의 젊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 중이었다. 뭔가를 긴밀히 논의하는 모양새였는데 연예인 이름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한 드라마의 PPL과 관련된 것이었다. 귀가 쫑긋해져서 상황을 주시해보니 한 방송사 드라마 작가들과 국내 대형출판사 편집자들이 드라마 속 책의 노출 방식과 정도를 굉장히 세부적으로 논하고 있었다. 어떤 장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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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최종 이론’인가 ‘최종 지배’인가

신생 학문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빅 히스토리’에 대한 도끼날 비판이 제기되었다. 『인물과 사상』 2017년 1월호에 「반(反)기업 인문학: 빌 게이츠는 왜 빅 히스토리를 지원할까?」를 실은 박민영 문화평론가가 도끼를 든 주인공이다. 빅 데이터는 들어봤어도 빅 히스토리는 낯설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2년 사이 베스트셀러였던 『사피엔스』라는 책과 그 저자인 유발 하라리를 떠올려 보자. 책 한 권으로 전세계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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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언론과 인터뷰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기사화된 자신의 말이 뭔가 어색하고 인터뷰 당시의 맥락과 부합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던 부분들은 사라지고 지나가는 말이 제목으로 뽑히거나 중요하게 인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터뷰가 ‘메시지’가 되어 대중을 향해 쏘아진다. 미디어는 ‘마사지’라는 말이 있듯, 미디어가 보여주는 현실은 사실 재현이다. 그런데 자각하기 힘들다. 가령, 세월호 같은 재난 특별방송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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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자들의 실험장: 한국전쟁

누군가에게 고통스러운 전쟁의 참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 여겨진다. ‘소비에트 사회 체계’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던 미 공군 산하의 연구기관인 HRRI(인적자원연구소)은 소련 현지조사 연구를 직접 할 수 없어서 그 체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한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이 격돌했던 첫 무대였고, 전황은 후퇴와 진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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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되어 송구하오나 쇤네 ‘독녀’이옵니다”

2016년 말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7.2%에 해당하는 520만 가구라고 한다. 1인가구는 2015년 주된 가구 유형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50.2%에 해당하는 260만 가구가 여성이다. 남성 1인가구를 지칭할 때와 달리, 여성 1인가구에 대해서는 독신·비혼·노처녀·골드미스·올드미스·싱글·돌싱 등 다양하게 명명하며 ‘노처녀 히스테리’ 등의 언어로 평가·분류하고 범주화한다. 여기에는 ‘혼자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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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우기에 어른거리는 ‘민족’의 유령

오늘날 중고등 역사 교과서에서는 ‘세계 최초의 발명’, ‘서양보다 몇백 년 앞선 성과’라는 수식어가 붙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발명품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아 장영실을 위시한 학자들을 여럿 지원한 세종대의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측우기에 대해 일본, 중국학자가 서로 ‘우리나라(我國)’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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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를 통해 본 ‘신자유주의’

오늘날 우리는 이념이 죽었다는 말들을 어렵잖게 접한다. 그것은 역사의 종언이라는 후쿠야마식의 테제에서부터, 좌파 철학자들이 논하는 탈 정치화된 포스트모던의 기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소비에트 블록이 해체되는 8, 90년대 이후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표현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념이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하기엔 무언가 찝찝하지 않은가? 이념이 ‘우리 대 그들’이라는 구도를 통해 사회적 관계 내부의 배치를 조절하는 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