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인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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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왜 자산어보에 그림을 넣지 않았을까?

2000년대 중반 서울대미술관에서 일본 에도시대를 주제로 전시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난학蘭學의 실체였다. 대략 17~19세기에 쓰인 박물학 저술들 가운데 섬세한 컬러도판으로 식물이며 동물을 그린 것이 적지 않아 무척 놀라웠다. 이게 난학의 수준이구나, 했다.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심정이 참 복잡했다. 우리의 잃어버린 300년이 생각나서였을까? 전근세 해양사 분야의 권위자인 김문기 부경대 교수가 「『玆山魚譜』와 『海族圖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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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도 정치적이다!

비판이란 어떤 대상을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하며, 그들을 서로 관련짓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의미를 탐색하는 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비판이 잘 수행될 때, 가장 개인적이고 독립적으로 여겨지는 것에서도 사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여기에 기꺼이 그렇다고 대답할 동시대의 학자를 꼽아보자면, 우선 프레드릭 제임슨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그는 『정치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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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대 오키나와 평화운동의 흐름

2016년 일본에서 개봉한 이상일 감독의 영화 <분노(怒り)>는, ‘사회 통합’이라는 공화주의적 이상이 오늘날 어떤 구체적인 이슈들 속에서 어떤 양상으로 도전받고 있는지를, 일본 사회의 이슈인 ‘묻지마 살인’ 현상을 중심 소재로 삼아 풀어내고 있는 영화다. 도쿄, 치바, 오키나와 등 세 지역을 무대로 삼아, 세 커플의 연인들은 저마다 다른 여섯 가지의 각도에서 사회로부터의 배제와 침묵의 강요를 경험한다. 이들을 배제한 일본 사회는 이들이 묻지마 살인의 범인일지 […]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080503_ROK_Protest_Against_US_Beef_Agreement_02.jpg

왜 우리는 쇠고기 문제에 분노했나?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체결했다는 비판을 받은 2008년 한미 FTA의 여러 내용 중 가장 많은 논쟁을 양산한 항목은 단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였다. 쇠고기 수입이 광우병으로 야기될 국민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당시의 한미 FTA 문제를 떠올리면서 광우병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쇠고기였나? 협상안에 올라간 다른 여러 문제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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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타자’로 마주할 수 있을까

‘인간’을 본위로 하는 모든 휴머니즘 이론은 데카르트의 인간중심주의적 사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식’의 영역을 물질과 구분하는 가운데 전자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통하여, ‘사유하는’ 인간은 무엇보다 그 고유의 가치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모든 “가치 판단의 준거나 기준을 인간에 두”며, “도덕 공동체의 범위를 인간으로 국한”하는 인간중심주의는 과연 옳은가. 신상규는 「인공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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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종료후 10년, 중국 학계의 동향은?

이승호 동국대 사학과 강사가 쓴 「2007년 이후 중국의 고구려 종교·사상사 연구 동향」(『고구려발해연구』 , 57, 2017)은 동북공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중국 학계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론은 ‘위험’ 사인이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중국 학계에서는 여전히 고구려를 중국 중앙왕조의 지방정권·소수민족정권으로 간주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와 같은 시각은 고구려의 종교·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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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요즘 우리가 말하는 고전古典은 수많은 세월을 버티고 살아남을 만큼 보편적 지혜를 담은 책을 주로 가리킨다. 이러한 고전은 고전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단순히 책의 내용만으로 고전이 탄생된다고 보긴 힘들다. 거기엔 우연과 필연의 여러 요소들이 개입되는데 ‘인위적 요소’가 더 많아질수록 그것은 ‘정전 만들기’로 분류되곤 한다. 조선시대는 신분제사회여서 양반층이 학문을 독점했다. 500여 년 동안 매우 길게 지속되었고, 게다가 폐쇄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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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역사 서술은 계속된다

2016년 초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되었다.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과 백인간의 무차별 살육을 다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슬로우 웨스트>로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가 아버지와 함께 서부로 떠난 여자친구 로즈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부터 온 소년을 보호해주며 결국 현상금 사냥꾼들과의 대결 한판을 벌이는 영화다. 왜  서부영화인가. 여기엔 아직 서부개척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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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의 사형은 정당했나?

어우동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많은 이에게 어우동은 15세기 후반 많은 남성들을 홀린 요부로 인식되어 있다. 물론 최근 들어 그녀가 조선의 엄격한 분위기에서 성적 자유를 추구한 주체적인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어우동이라는 개인을 ‘성性’이라는 한정된 범주 안에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해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은  「조선전기 어우동 사건에 대한 재검토」(『역사연구』, 17, 2007)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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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평화시기였다고?

냉전사에 주목하는 역사학계의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를 어떻게 탈식민주의 논의와 연결시킬 수 있을지의 문제는 여전히 다루기 쉽지 않다. 권헌익은 그의 논문  「냉전의 다양한 모습」(『역사비평』 , 11, 2013)에서 냉전이 각 지역마다 달리 발현되는 다양한 모습이 있음을 주장하며 “냉전의 역사를 글로벌 역사로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다원주의적 시각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여기서 글로벌 역사란 “지역들의 다양한 경험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세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