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_marx

 

r경제위기 이후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은 부단히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경제학의 외부 –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학 내부의 비주류경제학을 포함한다 – 에서는 경제학이 활용하는 수학적 논의들이 복잡하기만 할 뿐 현실경제를 적절히 설명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적 의견들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학이 과학적 논의에 있어서 핵심적인 설명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수학을 진지하게 경제학의 방법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했던 것은 당대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자를 자임했던 마르크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의 경제학자 모리시마에 따르면 마르크스가 일반균형이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왈라스와 함께 최초의 수리경제학자였다. 심지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왈라스의 <순수경제학 요론> 보다 불과 몇 년이지만 더 빨랐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을까. 류동민의 「마르크스와 수학」(『마르크스주의 연구』, 12(2), 2015)에서는 마르크스의 <수학초고>를 통해서 마르크스가 수학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였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마르크스가 수학에 관해서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었던 ‘미분적분학의 탈신비화’에 대해서 분석한다.

 

karl_marx
칼 마르크스
마르크스와 수학

1858년 1월 11일,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쓴다.

경제적 원칙들을 다듬는 동안 나는 계산상의 실수 때문에 지긋지긋한 지체를 겪었고 절망한 나머지 대수학을 빨리 훑어보았네. 나는 늘 산수에는 서툴렀다네. 그러나 대수학적 우회를 통해 나는 빠르게 따라 잡을 수 있었다네. (114쪽)

단순한 편지글이지만 이 글에서 우리는 마르크스가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여가 시간에 나는 미분과 적분을 공부하고 있어. 마침 내게는 미적분학에 관한 책이 엄청나게 많은데, 만약 자네가 이 분야에 달려들고 싶다면 그 중의 한 권을 보내주겠네. 그것은 (순수하게 기술적 측면에 관한 한) 예컨대 대수학의 다 른 고급 분야들보다 수학에서는 훨씬 쉬운 부분이라네. 공통 대수나 삼각함수를 제쳐 놓으면, 원뿔곡선에 대한 일반적 이해 이외의 어떠한 예비적 연구도 필요하지 않아. (114쪽)

그 밖에도 몇가지 간접적인 내용들을 통해서 마르크스가 수학 공부에 매진하였으며, 특히 미분적분학에 관심을 가졌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가 수학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다. 마르크스는 수학젬병이었다는 주장에서부터 상당한 성취를 했었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엥겔스는 물론 마르크스가 수학에 독창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마르크스는 미분적분학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자본론>이나 여타의 이론적 작업에 반영하지 않았다. 때문에 마르크스의 미분적분학에 대한 수학적 기여가 마르크스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대신에 <자본론>에는 이른바 ‘재생산표식’에서 2×3형태의 표를 통해서 조야한 방식으로 수학적 작업을 시도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미분적분학을 경제학에 적용하다가 실패하고 중도에 포기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실제로 그는 “잉여가치율과 이윤율의 수학적 논의”라는 초고에서 이를 시도하지만 중간에 포기한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수학에 얼마나 능숙하게 잘했고, 또 수학적 재능에 얼마나 소질이 있었는지는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수학, 특히 미분적분학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자 하였는가,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수학초고
: “미분적분학의 탈신비화”

마르크스가 써서 당대에 출판되지 않은 다양한 원고 중에는 <수학초고>라는 문헌이 있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논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미적분학을 탈신비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수학초고> 중에서 “도함수의 개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 수록되어 있다. 그는 말하자면 미적분학에서 나타나는 수학자들의 ‘무지몽매’에 대한 폭로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논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분과정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러한 미분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dx가 마지막 단계에서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이것이 수학자들이 (5)의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4)식으로부터 임시변통식의 가정을 추가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르크스는 dx와 dy가 무한소이며, 0/0으로 무한히 접근하지만 같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당대의 수학자들이 이를 같게 본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것을 수학자들의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미분적분학에서 수학자들의 환상을 폭로하고 이른바 ‘탈신비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현대의 수학적 논의에서는 문제가 많은 주장이지만 말이다.

마르크스의 수학

수학초고에서 보여준 마르크스의 미적분학에 대한 주장은 오늘날 현대의 수학적 논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주장은 그가 가진 철학적 견해를 견지한 것이었다. 즉 그에 따르면 수학적 개념은 현실의 실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평소에 수학을 경제학에 도입하고자 노력한 바를 떠올리면, 적어도 마르크스는 수학은 실재를 재현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었으며, 경제라는 현실적 세계를 재현하기 위해서 수학을 사용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 마르크스주의자인 루치오(1988)은 수학이 재현의 도구가 아니며 은유나 예시로만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수학초고에서 살펴보았듯이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고 일상 언어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일상 언어로부터 추상된 것이며, 현실 세계를 왜곡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독립적인 존재를 획득하는 순간 진부한 문구로 변한다. (127쪽)

말하자면 마르크스는 수학이든 철학이든 현실적인 대상으로서의 실재를 충분히 재현하고자 했던것이다. 따라서 수학을 거부하고 철학을 도입한다고 해도 현실을 적절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폐기해야 하는 방법일 뿐이다. 결국 마르크스는 수학적 방법이 실재를 재현하고, 이를 통해서 경제학적 논의를 개진하고자 했던 점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주류경제학에서 터져나오는 문제의식과도 사실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똑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폴 로머의 “경제성장이론에서의 수학스러움”은 바로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수학이 실재와 멀어진다면 내적 정합성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과학적 방법으로서의 수학이 아니라 ‘수학스러움’일 뿐이었다.
 
박알림 리뷰어  allimpp@gmail.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agged with:

Reporter, R

깊.게 판 진짜 지.식 @깊지라고 불러주세요.

RRESEARCH, REPORT, LIBRARY의 R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