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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병맛’이란 단어는 위키백과에 따르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의미한다. 웹툰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이 ‘병맛’코드는 ‘막장’이란 코드와 함께 부정적인 의미를 넘어 독특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전략으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홍난지, 박진우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연구자는병맛만화의 서사 구조에 관한 연구: 개연성 파괴를 통한 재생성을 중심으로(『애니메이션연구』, 10(3), 2014)를 통해 병맛만화 장르의 정체성을 밝히고자 한다. 저자들은 말한다. 기존의 서사분석틀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병맛 장르가 아니라고.

병맛만화에도
개연성은 있다?

만화는 현실이 아닌 허구이기에 독자에게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설득력과 신뢰감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개연성’이다. 그런데 저자들에 따르면, 병맛만화에서는 이 ‘개연성’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기승전병’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비상식적 구조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병맛만화에 개연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없는 듯하게 은폐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토도로프의 개연성에 관한 4가지 속성을 소개한다.

저자들이 병맛만화에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토도로프의 개연성 설명 네 번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개연성의 네 번째 특징은 다음과 같다. “형성된 장르의 관습을 은폐하거나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개연성을 창조해내는 성질이다. ‘텍스트상의 법칙들을 은폐하는 데 쓰이는 가면’이 독자에게 수용 가능한 것이라면 새로운 개연성이 창조된다. 기존의 장르적 관습으로 인해 떠올렸던 예측을 파괴하기 위해 새로운 개연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이것이다.”

저자들은 토도로프의 개연성에 대한 개념이 병맛만화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본다. 즉,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을 파괴로 실천하는 병맛만화의 낯설음이 반복적인 수용을 통해서 극복되고 장르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개연성 파괴를 통해 새로운 개연성을 재생성하는 주제나 소재로 병맛만화를 구분한다면 웹툰 대부분이 병맛만화라고 할 수 있기에, 저자들은 서사‘구조’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역시 병맛만화의 구조는 ‘기승전병’이다. 기존 ‘기승전결의 구조는 ‘기’에서 시작된 구상을 ‘승’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키며, ‘전’의 단계에 장면과 구상을 새롭게 전환하고 ‘결’에 이르러 전체를 묶어 끝을 맺는다. 그러나 저자들이 분석한 ‘기승전병’은 ‘기’에서 시작된 구상이 ‘승’에서 계승되지 않으며, ‘전’에 해당되는 전환의 국면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결’에서는 기승전에 제시되었던 이야기들에 기대지 않은 결말에 이른다. 그러므로 물 흐르는 듯한 이야기의 구조인 기승전결은 병맛만화에서 돌발적인 요소들로 인하여 흐름이 끊기는 듯한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병맛만화의 서사는 모순적인 상황과 극대화된 과장들로 독자의 예측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끝맺기 때문에 맥락 없는 전치인 ‘기승전병’의 서사구조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병맛만화가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게된 까닭은 인터넷 매체의 대화성과 참여성, 소수의 취향까지 반영될 수 있는 롱테일성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댓글은 독자가 단순히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텍스트의 코드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한 번 생겨난 코드들은 반복적으로 수용되면서 코드유희를 하는 독자들끼리 연대의식을 갖게 한다. 반면 이 코드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독자들은 한 번 생겨난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즉, 어떤 독자가 병맛만화를 낯설게 여기는 것은 코드화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상호텍스트의 벽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병맛만화의 독자들은 기승전병이라는 일반적으로 견지된 구조에서 마지막의 반전을 기대한다. 그러나 병맛만화는 허무한 반전이라는 기대감 또한 무너뜨리기 위해 개연성 파괴를 위한 요소들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그렇게 전통적인 서사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저자들은 병맛만화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이말년 시리즈>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말년(2010), “이말년씨리즈 1″, 중앙북스: “불타는 버스”는 이말년의 초기작으로 네이버 웹툰과 병행하여 야후 웹툰에서 연재되었다. 현재 야후코리아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이므로 해당 에피소드는 단행본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불타는 버스”는 전통적인 장르의 개연성을 파괴하기 위하여 기대를 벗어난 병맛 요소를 배치하였다. 이 에피소드는 버스 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버스를 기다리는 한 청년의 모습으로 ‘기’가 시작된다. ‘승’의 단계에 이르면 버스가 도착하자 급히 담배를 끄며 올라타지만, 실수로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요금통에 버림으로써 사건이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개연성 있는 서사구조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버스에 불이 붙은 응급상황이 되면서 개연성 파괴가 시작된다. 불을 끄던가, 버스에서 탈출하던가하는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응급상황과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라는 새로운 목적을 만들어 낸다. (159쪽)

병맛만화는 예측 불가와 의외성을 추구하기에 지속적으로 틀을 깨가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 때문에 여러 작품들이 묶여 장르화되기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기대를 깨는 것이 병맛만화의 목표라 할지라도 작가들마다 추구하는 유형이 있으며 이는 코드화되어 병맛만화의 재미요소가 된다. 즉, 개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병맛 요소를 사용하기에 장르로 특정 짓기 힘든 것처럼 보이지만 개연성 파괴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 병맛만화라는 것이다.

 

 

병맛이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지만 이에 관한 연구가 심층적으로 이루어지진 않은 상황이다. 논문에 언급된 유의미한 기존 연구는 기존의 관습에 대한 저항과 동시대적 공감이 구조화되어 만화로 표출된 것이 병맛만화라는 분석이다. 저자들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병맛만화를 장르로 묶기 위한 노력을 한다. 또한 이들은 논문을 통해 장르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서 나아가 한 시대의 만화장르 패러다임을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웹툰이라는 매체를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까지 분석할 수 있길 기대한다.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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