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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올해 초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을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본 그의 메시지는 현대를 사유하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파국의 기운이 도사리는 지금 아직 대안을 창조하는 것이 늦지 않았다고 본 지식인 바우만을 그리워하며 바우만과 함께 현대를 사유한 사회이론가 울리히 벡을 비교한 논문을 소개한다. 손경미 연구자의 바우만의 액체근대론과 벡의 성찰적 근대화론 비교연구: 개인화, 위험사회를 중심으로(『사회와이론』, 22, 2013)이다.

 

바우만의
액체근대론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 1925 – 2017) ⓒForumlitfest

 

벡의 이론을 살펴보기 앞서 바우만의 액체근대론을 살펴보자. 액체는 가볍고 유동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구성될 수 있다. 바우만의 액체 사회나 액체 구조도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 위해를 받더라도 큰 영향 없이 원상 복귀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 것이다. 또한 이는 다양한 연계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특성이 한 지역에서의 위험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 해결할 수 있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바우만은 액체근대에서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액체시대(liquid time)』에서 ‘사회는 구조보다는 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점점 인식되고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라고 제시했다. 즉, 액체근대를 지나 액체시대에는 삶의 지배적인 양식이 이동통신수단에 의해 네트워크화가 이뤄지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탈근대의 특성을 전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우만에 따르면 모던적 프로젝트의 실시는 기존의 견고한 사회를 서서히 녹이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구성된 것이 액체근대이다. 이 액체성은 위계적인 사회조직을 녹이는 동시에 자본과 노동 이동, 유동하는 개인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는 다시 양극화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바우만은 결정적인 모순을 발견한다.

벡의
성찰적 근대화론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 ~2015) ⓒКатарина Петровић

 

벡의 성찰적 근대화론은 근대성의 연속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성찰성’이란 주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성찰성이란 ‘근대화 과정에서 생산된 부수적 산물에 대한 체계적 진단’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성찰성 개념이 자기반성이라기보다는 자기 대면적인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존재적 구조를 의식하고, 문제점을 자기대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이를 ‘성찰적 행위자’라고 명명할 수 있다. 벡의 ‘성찰적 행위자’는 구조적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능력을 잠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성찰적 근대화는 포드주의적 생산방식으로부터 유연한 생산방식으로의 변화 속에 지식 집약성의 축적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성찰적인 노동자가 구성되는데, 이들에게는 정보적 생활양식이 중요해진다. 이때 부상한 새로운 지식엘리트는 정보적 생산도구와 이동수단으로 노동계급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령해 새로운 부를 독점하게 된다. 동시에 이들이 소비적이고 개인화된 삶을 지향하면서 시장 주도적 경제가 초래되고, 성찰적 개인과 소비는 전문가체계에 의존하게 된다.

바우만과 벡의
결정적 차이

앞서 논문에서 소개한 두 학자의 근대론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그들의 차이를 비교해볼 순서다. 현대사회라는 큰 주제를 벡과 바우만은 ‘개인화’와 ‘위험사회’라는 주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가면 개인화와 위험사회에 대한 관점이 상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벡이 성찰적 개인화로 위험사회의 극복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바우만은 개인화에 의해서 위험사회가 증가된다고 보았다. 벡이 보기에 개인화는 노동시장의 산물이지만, 바우만에게 개인화는 근대성과 합리성의 실패, 미완성된 과제 그리고 맹목적으로 소비를 지향하게 하는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벡은 제도적 개인주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바우만은 새로운 집합주의와 동질성을 제안함으로써 개인 혹은 집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화에 이어 위험사회에 대한 의견에도 차이가 있다. 벡은 위험사회를 근대성과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해 전 지구적으로 체계화된 것으로 본다. 이 ‘위험사회’는 지구적인 것과 동시에 개인적인 것으로 분산됨으로써, 개인은 위험의 주체이면서 생애사적 자기 관리의 대상으로 부상한다. 과학이 위험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법이 위험을 합법화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었으며, 이와 함께 불안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벡은 위험을 개인 혹은 시민운동이나 전 지구적인 협의체를 통해서 함께 극복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반면, 바우만의 위험사회는 벡의 위험사회와 달리 고정되거나 지역적, 계층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제어 능력을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액체근대의 위험은 기존의 위험과 함께 새로운 위험들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 바우만이 액체근대의 위험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는 신뢰의 상실과 관계 단절로 인한 고통의 증가, 또 탐욕적인 경제 논리의 세계화가 보편적 가치가 됨으로써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개인을 위한 복지시스템을 더 이상 사회가 책임지지 않으며, 지도자의 역할을 상담자가 대체해 생활정치가 힘을 가지게 된다. 또한 공적 이슈는 사적 이슈의 테두리 안에서 토론되어 제도화된 지식은 거부되고 지배당하는 방식은 새롭게 형성된다. 이는 앞서 말했듯 새로운 집합주의로 극복 가능한 것이다.

요약하면, 근대성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부수적 실패를 두고 벡은 성찰적 행위자에서 대안을 발견한 반면 바우만은 근대성 프로젝트와 탈근대성 프로젝트 어느 한 곳에도 안착할 수 없는 사회를 제시한다. 또 벡이 전문가 지식에서부터 일상생활의 지식까지 포괄적으로 수용하려는 반면, 바우만은 입법자와 지도자들에 의해 새롭게 구축된 아고라로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한다. 전자는 위험을 외부까지 연장시키려는 반면 후자는 위험의 자가 증식에 대처할 방안을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논문에서 벡의 성찰적 근대화론과 바우만의 액체근대론을 구조와 행위론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고, 위험사회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진행하며, 두 이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위험사회의 구조와 정치적 대안을 고찰한다. 또한 두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바우만(Z. Bauman)의 포스트모던 성찰성과 윤리적 전환」
송재룡, 2000, 2000년도 한국사회학회 후기사회학대회 발표문 요약집, 209-217.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와 ‘하위 정치’의 마키아벨리즘: 개인화 테제를 중심으로」
홍찬숙,2009, 『사회와이론』, 14, 213-241.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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