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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폴란드의 극우 정당 ‘법과 정의당’이 낙태 허용 예외 조항마저 없애는 극단적 낙태 전면 금지법을 추진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지난 10월 3일을 ‘검은 월요일’로 정해 검은 옷을 입고 수도 바르샤바에 모여,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결국 야르슬로 고빈 폴란드 부총리는 5일 “낙태 전면 금지는 없을 것이”라며 추진을 철회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불법 낙태수술 집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명시하고, 불법 낙태 사실이 적발되면 통상 1개월까지였던 의사 자격정지 조치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리려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낙태에 관한 법률이 당사자인 여성을 배제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안 낳으면 처벌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여성을 국유화하려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바라보는 사회의식은 출산율보다 심각한 수준이며, 낙태죄에 관한 법적 조치 역시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더욱 많은 담론이 오고 가 현실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석 대구대 법학부 교수의 논문 「형법에 있어서 생명의 보호」(『법학연구』, 52, 2013)를 소개하려 한다. 저자는 형법 상 생명의 보호에 관한 문제 중 태아에 대한 형법적 보호, ‘죽음의 개념’과 장기이식, 안락사와 존엄사를 논하고 있는데, 본 리뷰에서는 이번 이슈와 관련한 태아에 대한 형법적 보호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낙태의
형법적 정의는 무엇인가

형법의 낙태죄에 있어 낙태란 태아를 자연분만기 이전에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모체 내에서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형법의 학설과 판례는 낙태를 인공임신중절수술보다 넓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인위적으로 이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임에 반해, 낙태는 생존가능여부를 불문하고 자연 분만기 이전의 태아배출행위를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배아’는 태아가 아니므로 착상 전 인공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낙태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태아의 보호와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할 때 낙태행위에 대한 형법적 규제방식은 기한방식과 적응방식(정당화사유방식), 결합방식의 세 가지 입법형태가 있다. 기한방식은 대개 임신초기의 일정시점까지 자유롭게 낙태를 할 수 있는 일정한 기한을 설정하는 방식이며, 적응방식은 기한과 관계없이 임신 후 모든 낙태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적응Indikation사유(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사회적 적응)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이를 정당화하여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적응방식은 한국의 모자보건법과 일본의 모체보호법 등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결합방식은 상담을 전제한 기한방식과 적응방식을 결합한 방식이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법제가 이에 속한다.

현재 한국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적응이 있는 경우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방식이 지나치게 좁고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임산부의 현재와 장래의 생활관계를 고려한 사회적 적응을 인정하고 있는 외국 입법례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현실과 유리된 내용의 규정으로 입법론상 문제가 있다는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저자는 태아의 생명의 보호와 임부의 자기결정권의 상호모순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비교법적 고찰을 시도한다.

먼저 살펴보는 것은 독일의 경우이다. 1990년 통일과 함께 낙태의 법적 문제가 발생했다. 통일 당시 구서독 지역에서는 의사의 확인 없는 낙태를 모두 불법으로 처벌하는 적응방식이 적용되고 있었던 반면, 구동독 지역에서는 12주 이내의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기한방식이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방식은 1992년에 와서야 통일되었다. 연방의회는 통일조약규정에 의거해 상담의무와 결합한 기한방식을 채택해 12주 이내 상담조건부 낙태허용방안을 규정하고 이후는 적응방식을 적용하는 “임부 및 가족원조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1993년 위헌판결로 주요부분이 효력상실 됐지만, 태아보호를 위한 상담절차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책임과 함께 ‘기한방식과 상담제도의 결합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에서 이전 판결과 구별되었다.

이후 이 규정은 다시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거쳐 1995년 8월 21일 낙태에 관한 형법 규정의 개정을 통해 연방 전 지역에 적용되었다. 즉, “착상 이후 12주를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 임산부가 낙태를 촉탁하고 최소한 낙태시술 3일 이전에 상담을 거친 사실을 수술의사에게 입증한 다음(낙태를 시술한 의사는 상담원이 될 수 없다), 의사가 낙태시술을 한 때에는 낙태가 허용된다.”

한편,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원은 1973년 “여자의 privacy에 관한 권리는 낙태의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에도 미친다”고 하고 있다. 임신 초기 3개월까지의 낙태는 비교적 안전하며 위험한 낙태수술로부터 임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주법이 개입할 여지는 없으며, 인간으로서의 태아란 출산이 약속되어 있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1976년에는 12주 이내의 낙태에 배우자 동의는 위헌이라 판시하고, 1979년에는 미성년자 단독의 낙태권리를 인정해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와 함께 연방대법원이 보수화됨에 따라 “주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의사나 병원은 낙태수술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합헌이라고 함으로써 다시 낙태를 제한하는 법률들이 옹호되었다. 하지만 다시 1992년 판결에서는 낙태규제법이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에 반하여 여성의 낙태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태아의 모체 밖 생존가능성이 있기 이전까지는 임부의 권리가 태아에 우선한다며 낙태를 허용했다.

낙태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낙태죄에 관한 세계적인 입법추세는 전면적 금지보다 제한적 자유의 경향을 보인다. 인간생명존엄은 헌법의 기본 구성원리로 태아의 생명 또한 예외일 수 없으나 태아의 생명권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한 측에서는 인간존재 중 가장 약한 자가 태아이며 낙태는 가장 약한 자를 가장 강한 자들의 사정에 따라 살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태아의 생명은 ‘생성 중의 생명’에 지나지 않으므로 일률적으로 낙태가 살인이라고 하는 것은 과정이며, 따라서 사람의 생명과 같이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우리의 사회현실을 도외시하고 임부 개인에게 낙태금지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단순한 실력행사로 보이며 정당성에서도 일정 한계가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입장은 기한과 관계없이 낙태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엄격한 적응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지금의 입법방식이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통제의 일부로서 형법은 그 제정 및 운용에 있어 법공동체에서 승인된 기본적인 가치표상에 의존하며 이와 유리된 경우에는 권위를 상실하며 법의 본질적인 통합요건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태아의 생명보호와 함께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현행보다 낙태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입법방식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임신초기 12주 이내에는 임부 스스로의 자기결정과 함께 낙태를 희망하는 경우에 의사의 사전상담을 거쳐 낙태시술을 하는 것을 허용해 비범죄화하는 상담방식과 기한방식의 결합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것이다. 그리고 임신 12주 이후에는 사회여건을 고려해 현행 모자보건법의 적응규정 이외에 사회적·경제적 이유에 의한 적응사유를 추가 신설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규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낙태의 자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인 상담기관의 설치, 상담의사와 시술의사의 분리, 낙태시술 의사의 의무위반에 대한 규제 등의 규정의 객관성 담보절차를 위한 절차규정의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낙태문제는 개인의 가치관이 적나라하게 투영되는 법 영역으로 입법론에 있어 비범죄화의 주장부터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견해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논문에서 보듯 세계적 추세는 여성의 자기결정을 무엇보다 우선하고 있다. 게다가 형법각론에 있어서도 태아의 생명은 “사람의 생명과 달리 비교형량할 수 있는 법익”에 속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법이 사회변화보다 한 걸음 늦는다지만 낙태죄에 있어서 만큼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뒤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낙태죄 비범죄화부터 전면적 손질까지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처벌과 배제: 낙태, 한국의 여성과 국가」
이지연, 2012,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1015-1028.

「여성의 몸과 낙태: 한국의 낙태규제정책을 중심으로」
조희원, 2011, 『여성연구논총』9, 47-74.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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