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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pia Report, R은 2016년 논문이용 추이로 살펴보는 논문트렌드 분석기사를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자연과학·공학  순서로 3부로 나눠 싣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DBpia에서 이용된 논문 중 상위이용 3만편을 대상으로 분석하며, 논문트렌드  2부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역사·철학부문을 소개합니다.
 
(1) 2016 사회과학 논문트렌드
     ① 정치
     ② 사회·경제
     ③ 노동 
(2) 2016 인문학 논문트렌드 
     ① 역사·철학
     ② 문화 
(3) 2016 자연과학·공학 논문트렌드 

 

r2016년은 한∙중∙일∙북한을 둘러싼 주변국 갈등이 심화된 한 해였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대국화에 따른 공세적 외교가 있어왔고 미국과의 우호 강화를 등에 업은 일본의 국수적 대응, 미국과 중국에 각각 한 손을 잡힌 한국의 아슬아슬한 시계추 전략이 이어져왔는데 2016년엔 더욱 강화된 중화주의와 미∙일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기존의 한∙미 동맹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말았다. 게다가 역사에 대한 도착적 지배 욕망을 보여온 현 정권이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함으로써 보수∙수구적 가치가 전면에 떠올랐고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역사 해석들이 학문 외부의 충격으로 진탕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논문 이용의 행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한해 역사 분야 논문을 관통한 키워드는 ‘위안부’와 ‘식민지근대화-내재적 발전론’이다. 특히 ‘위안부’ 관련 논문은 목록에서 징검다리처럼 한 논문 건너 한 편씩 나올 정도로 빈도가 높았다. 언제 이 많은 논문이 쓰였나 싶을 정도였으며, 2016년 상위 3만 편 가운데 51편이나 되었다.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우선 박유하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2013) 문제로 지난해 내내 시끄러웠던 게 첫 번째 이유다. 이 책이 의도적으로 ‘매춘’ 등의 단어를 써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다며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책은 34곳이 삭제되어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저자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바로 며칠 전인 2016년 12월 검찰로부터 3년형이 구형되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다시 재론하지 않기로 졸속 합의함으로써 엄청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에서 위안부 서술 문제가 있으니 그에 따른 수요도 엄청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총 51편의 위안부 논문 중 위안부의 구체적 실상을 살핀 실증적 연구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해당 키워드 중 1위,  853회), 일본 사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2위,  754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국제인권법적 재조명(3위, 672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책임성(4위, 423회) 등 이 문제를 한일관계 속에서 살피거나, 일본인들의 인식, 국제적 시각 등에 집중되었다. 또한 ‘책임성’의 부분이 공통적으로 주된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주제 논문
순번발행기관명간행물명논문명저자
1한국정치외교사학회한국정치외교사논총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조윤수
2한국정치학회한국정치학회보일본 사회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이지영
3대한국제법학회국제법학회논총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국제인권법적 재조명도시환
4역사문제연구소역사문제연구젊은 역사학자들, 『제국의 위안부』를 말하다김헌주 외 3인
5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아세아연구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책임성김희강
6새얼문화재단황해문화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일본군 ‘위안부’윤미향
7역사비평사역사비평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1965년 체제의 재심판정영환
8새얼문화재단황해문화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하나의 결산조시현
9도서출판여이연여/성이론위안부 담론의 페미니즘적 전환의 필요성배상미
10역사문제연구소역사문제연구위안소제도와 위안부 연구, 그 현황과 과제를 묻는다조시헌 외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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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인해 역사 분야 논문들은 모두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우선 근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식민지근대화론’이 재차 주목을 받았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교수 등을 비롯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학자들이 주도하여 2000년대 중반에 내재적 발전론자들과 대규모 논쟁이 있었던 담론이었는데, 10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10여 편의 논문들이 상당히 많이 읽혔고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쓰인 논문들이다. 올해 새롭게 발표된 논문은 한 편도 없었고 올 한 해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이 2015년에 등록된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주장의 실증적 검토(582회)라는 점을 볼 때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잘 정리된 논문이 학습 자료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고대사  키워드 중 1위, 544회), 오늘날의 낙랑군 연구(2위, 503회), ‘한사군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산물인가(3위, 498회)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는데, 고조선 강역 획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들이다. 정통 역사학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한단고기』와 같은 위서僞書를 중심으로 사이비 역사학이 ‘재야사학’이라는 외피를 쓰고 중국 내륙까지 고조선의 강역을 확대하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왔음을 누누이 지적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덕일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저자들이 고조선 만들기에 가세하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는데, 정부가 이런 포퓰리즘적 기반을 이용하여 ‘민족’ 내지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교과서에 반영하고자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 한해 역사 관련 논문 가운데 무엇을 위한 역사교육이어야 하는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역사교육 현장에 미치는 문제점 등 역사교육 관련 논문이 증가한 것은 이런 이유다. 물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의 문제점을 따지는 논문들도 많이 이용되었다. 이 밖에도 왕조교체기의 상황이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자세히 다룬 논문들, 특정 시대(예를 들면 고종시대, 정조시대) 재평가 논문들이 많이 이용되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을 논문 이용 트렌드라고 부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외부적 상황에 따른 일시적 쏠림이며 내재적인 트렌드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란 현재적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재인식, 재구성을 당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다양한 주제를 자발적으로 탐색하여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내는 논문들은 많이 찾아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다만 한 가지 음미해볼 만 한 점은 ‘근대사의 치욕’을 ‘고대사의 영광’으로 치유하려는 기만적인 자의식이다. 역사 읽기가 ‘정체성 확인’ 내지는 ‘정체성 강화’의 차원에서 맴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현실을 위태롭다고 느낀다는 방증일 것이다.

‘식민지근대화’ 주제 논문
순번발행기관명간행물명논문명저자
1내일을 여는 역사내일을 여는 역사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주장의 실증적 검토허수열
2한국사회과학연구회동향과 전망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 재검토조석곤
3창비창작과비평‘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의 비판과 신근대사론의 모색정연태
4역사비평사역사비평주제서평-식민지근대화론의 새로운 성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정연태
5창비창작과비평‘식민지근대화론’ 재정립 시도에 대한 비판신용하
6역사비평사역사비평역사의 주체를 묻는다: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을 둘러싸고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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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존엄사 등 ‘주체의 경계’를 확장하라

상위 3만 편 중에서 철학 연구는 유의미한 트렌드가 살펴지지 않았다. 굳이 논하자면 철학 전공자들에 의한 ‘동성애’ ‘안락사’ ‘트랜스휴먼’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트랜스휴먼이란 인공지능 시대의 ‘휴먼’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를 포괄하는 연구들을 말한다.

동성애가 57편, 안락사(존엄사)가 39편 검색되었는데 이 주제는 법학, 사회학, 영화학, 종교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터라 딱히 철학으로 보기 어렵다. 철학적 접근으로는 「동성애자들의 자율성과 도덕적 책임」(918위)이 가장 순위가 높았는데 이 논문은 “동성애자들이 상대방을 사랑과 헌신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삼을 가능성이 많”고 “난잡한 성행위로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선입견을 깔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진정 철학자다운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성애적인 측면만이 과잉 재현”되어왔고 이것이 “이성애 중심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은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최근 “사망에 임박한 환자의 극심한 고통 제거에 초점을 둔” 안락사라는 단어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생명연장조치를 중단할 권리”를 의미하는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용어로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여준 논문도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사」(65위, 1,167회)다. 이 논문의 핵심 전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는 개인적으로 삶의 마지막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따라서 인간 생명의 “신성함”만을 강조해서도 안되며, 또한 생명의 “질적 평가”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원칙이 최선의 합치점을 찾는 데에서 비로소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존엄사/안락사’ 주제 논문
순번발행기관명간행물명논문명저자
1미국헌법학회미국헌법연구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사김은철, 김태일
2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동아법학안락사에 관한 헌법학적 고찰조한상
3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인문과학연구논총안락사 논쟁에 대한 윤리적 접근방식과 그 한계에 관한 연구권혁남
4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강원법학소극적 안락사 혹은 연명치료중단의 정당화 근거에 관한 고찰손미숙
5한국법학회법학연구안락사 허용여부에 대한 기초론적 고찰김종덕
6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사정책연구적극적 안락사와 관련한 법적 논쟁정현미
7한국법학회법학연구안락사에 관한 법적 고찰조한상, 이주희
8새한철학회철학논총안락사의 윤리적 쟁점류지한
9대한종양간호학회종양간호학회지안락사에 대한 간호사의 인식 및 태도에 관한 연구성미혜, 전종철, 모형중
10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철학탐구안락사의 윤리적 문제이종원

 

 

포스트휴먼 논의에서 부각되는 주제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는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시대에 노동하지 않아도 행복할까?’ 등 끝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은 최근 『인물과사상』에 실은 글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의가 “기술주의적 편향”과 “인문주의적 편향”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한 가지 음미할 만한 부분은 이들이 전통적인 인간 주체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동성애는 인간의 성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존엄사는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제에서 능동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제로 승격시켰다. 인간의 지능이 인간의 뇌 밖에 존재하는 ‘머신 사피엔스’ 시대를 논하는 포스트휴먼 논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외에 철학 분야에서는 푸코 관련 논문이 23편이나 순위에 올라 미셸 푸코에 대한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문학 분야도 유의미한 트렌드가 읽히지 않았다. 김소월, 윤동주, 이상, 한강, 김영하 등 개별 작가론이 간혹 순위에 들었고 대체적으로 활력이 없고 파편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학의 동시대적 주제가 사라진 시대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이라는 올해 발표된 글이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문단을 뒤흔들었던 ‘표절’ 논란도 잦아들어서 관련 글들이 거의 살펴지지 않았다. ‘문단권력’ ‘표절’과 같은 뜨거운 주제들이 사라진 자리에, 문학의 변화를 조망하고 문학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새로운 문학적 화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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