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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finale맹자의 사상은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군주의 통치론과 관련해서 공자와 맹자가 주장한 왕도정치는 이상적인 통치론으로 여겨지면서 시대를 초월하여 복기되어왔다. 왕도정치는 현대 정치 체제와는 극명하게 다른 정치적 배경에서 탄생한 이념이지만 위정자가 갖춰야 할 소양과 태도의 측면에서는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 공자와 맹자가 주장한 이상적인 위정자(왕)는 “거의 추상적인 도덕의 상징이자 온 세상의 존경을 받는 성인급의 진정한 통치자를 말한다.” 이는 왕이라는 지위에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절대성을 부여함으로써 당대의 정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는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도덕’으로 ‘정치’를 구제하겠다는 공자”와 “훨씬 세속화된 ‘현실 정치’의 질곡을 보면서 마음속 스승 공자의 선명한 메시아적 의식을 계승”한 맹자의 정치사상은 여전한 힘을 갖는다.

용인대 중국학과 장현근 교수의 「덕의 정치인가, 힘의 정치인가: 맹자 왕패(王覇) 논쟁의 정치 기획」(『정치사상연구』 , 20(1), 2014)은 “맹자 군주론과 관련하여 왕패(王霸) 논쟁에 담긴 의미를 정치사상적으로 재조명하려는 시도이다.” 공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거기에 덧붙여 패도정치를 왕도정치의 맞은편에 놓고 이를 폭력과 힘의 정치로 규정한 맹자는, ‘왕도=덕의 정치/패도=힘의 정치’라는 이분법적 수식을 통해 “패도를 부정하고 ‘덕의 정치’를 펼치는 것”을 통치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논문의 필자는 맹자의 이러한 이론적 시도를, “역사적으로도 존재했고 현실에도 존재하는 ‘힘의 정치’를 부정”하면서 “정치가들의 태도를 덕정(德政) 즉 ‘덕의 정치’로 지향하게” 만들어 “공자 유학의 계승자로서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의도라 설명한다. 그러면서 정치한 이론과 구체적 대안이 아닌 “추상적인 도덕권력”으로 “구체적인 정치권력”을 압도하고자 한 “맹자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기 위해 학문적 점검을 시작한다.

맹자는 왜 패도정치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웠을까

맹자가 패도정치를 왕도정치의 반대편에 높음으로써 이것을 폭력적인 전제정치로 정의한 의도를 파악하려면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7웅이 각축하던 맹자의 시대”는 “신뢰보다는 실력이 중시되고, 전통 귀족이 몰락하고, 예법이 소멸하고, 군주로부터 급여를 받는 사 계급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다. “맹자가 대면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부국강병을 갈구하고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구하는 사람들이었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춘추시대보다 더 치열한 힘의 대결장이었다. 벌거벗은 ‘폭력’을 바탕으로 자기가 모셨던 주군의 권력을 찬탈한 대부들이 정권을 만들고 키워가던 시대”였으며, “부국강병을 위한 권모술수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주된 관심”이었고, “힘을 둘러싼 합종과 연횡도 각국의 대내외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이런 혼란과 권력 쟁탈의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유가의 법고(法古)적 역사관을 추종”한 맹자는 “선왕의 왕도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고, 이를 뒷받침하고자 “선왕의 왕도에 어긋나는 일체의 것을 ‘이단’”으로 몰았다. 즉 “힘의 정치와 현실 권력에 대해 그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패도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사실 당시 사상계에서는 “패(霸) 개념에 대해 아직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맹자가 돌연 패의 개념에 부정적 의미를 덧씌운 것이다. 즉 정치적 영역을 “힘의 정치를 부정하고 왕도를 강조함으로써 이해타산과 부국 경쟁의 장을 이익을 따지지 않는 도덕 실천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패도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 모두에서 힘의 정치를 추구”하기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에 주눅이 들어 복종하게 되고, 따라서 진정한 복종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언제 변절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맹자의 판단이었다. “패도는 오직 권력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므로 큰 나라를 필요로” 하고, 이러한 큰 나라끼리의 “힘과 힘의 대치는 강약에 따라 결정이 나므로 진정한 의미의 지배를 이루기” 어렵다고 맹자는 보았다.

논문의 필자는 왕도정치와 패도정치에 명확한 이론적 개념을 입힌 맹자의 의도를 두고, “왕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또한 패도를 역정(力政) 즉 ‘힘의 정치’로 상정하여 왕도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도록 기획하여 정치권력에 대한 도덕권력의 우위를 표방”함으로써 “이것이 관념사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둔 것 또한 맹자의 창조”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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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맹자는 모두 “온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강렬한 구세의식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자신만이 유일한 구세주임을 자처하지는 않고 ‘군주’를 통해 도덕적인 세상을 만듦으로써 치세를 이루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개념적으로 의미가 확립되지 않았던 패도에 적극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부여한 맹자의 의도는 결국 ‘덕의 정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왕도의 실현 가능성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시간적 압박감과, 경쟁과 이해타산이라는 패도적 현실에 대한 공간적 압박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맹자는 구세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패도를 폄하하였다.

현실정치들이 추구하는 ‘힘의 정치’를 역사의 죄악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맹자가 왕도정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역설한 ‘역위(易位)’라는 개념을 들어 그를 혁명가로 칭하기도 하지만, “사실 맹자의 이 주장은 왕실 내의 다른 사람으로 왕위를 바꾸는 것이지 체제 변혁이나 정부의 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므로 혁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단지 “군주의 태도를 바꾸는 소극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관철시키려고”한 것일 뿐이다.

대의를 위한 의도인가
소의를 위한 시도인가

그런 탓에 맹자의 정치론에는 분명 한계도 존재한다. 맹자가 “추구한 ‘덕의 정치’는 누구나 동의하는 명확한 도덕의 기준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약점이 많다.” 논문의 필자는 “사실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치는 있을 수 없”고, “맹자는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의 정치현상에 대해서도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며, 그 한계를 인지한 맹자 또한 “도덕의 ‘표준’을 찾고 만드는 데 진력”했다고 설명한다.

논문의 필자는 맹자의 왕패 논쟁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단지 학문적 사실로서 이를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라는 어감에 부정적 의미가 덧씌워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학문적 시도와 여정이 얼마나 순수한 의도를 가진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그 의도의 시작이 시대의 폐단에 대한 절망과 이를 변혁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진정은 이해할 만하다. 맹자의 왕패 논쟁 안에 숨은 정치적 의도가 시대를 뛰어넘어 현시대에도 여전히 요청된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지 사적인 욕망, 소의를 위한 의도로 시작된 것만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자와 맹자는 모두 “온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강렬한 구세의식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자신만이 유일한 구세주임을 자처하지는 않고 ‘군주’를 통해 도덕적인 세상을 만듦으로써 치세를 이루려고 했다는 점이 그들 군주론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종교적 입장이 아닌 정치학적 입장에서 세상의 구원을 생각한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서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수많은 정치적, 이념적 논쟁들. 그것이 과연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는 그 논쟁을 유발시킨 의도가 일부 정치 집단을 위한 것인지, 개인의 욕망을 위한 것인지, 소의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살아남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맹자』에 나타난 통치자의 자질론」
이희주, 2008, 『한국동양정치사상사연구』, 7(2), 105-123.

「맹자 성인론의 의미 : 諸家 비판과 실천론을 중심으로」
장원태, 2016, 『유교사상문화연구』, 63, 111-141.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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