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a2%85%ed%8e%b8-%ec%9d%b4%eb%af%b8%ec%a7%80_%ec%a0%9c%ec%9e%91-001

logofinale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출범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종편 채널이 시작될 때 언론인들과 언론학계에서는 얼마 못 가서 모두 몰락하거나 한두 개 정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출범 직후 종편은 온갖 제도적 특혜를 입고 정권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0%대의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종편 타임대’라 불리는 오후 1~6시에 종편 4사(TV조선, 채널A, MBN, JTBC)는 시사토크쇼를 방영하면서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을 결집시키고 그토록 바라던 정치적 효과를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종편 시사토크쇼에 나오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지나친 언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나 주장을 여과 없이, 자극적으로 전달하고 있고, 주시청자인 보수 우파 지지자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이를 수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종편이 ‘괴물’이 되고 있는 동안 누구도 견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계나 진보 언론에서 종편에 대한 비판과 개선 요구가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영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BK연구교수의 논문 「종합편성채널 저널리즘의 비판적 재조명: 시사토크교 정치 매개 엘리트들의 텔레비전 정치」(『한국언론정보학보』, 77, 2016)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논문은 특히 시사토크쇼의 ‘정치 매개 엘리트’들이 펼치는 텔레비전 정치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종편 저널리즘의 정치적 효과와 함의를 발견하고자 했다.

 

TV조선 <시사토크 판>(2011) 화면 갈무리
시사토크쇼와 정치 매개 엘리트

저자가 주목한 정치 매개 엘리트란 ‘정치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논평, 토론, 의견을 제시하며 대중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엘리트 집단이다. 주로 정치나 행정 영역 종사자, 언론인, 각종 평론가, 대학 교수나 전문직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 등이 이 집단에 속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 매개 엘리트들은 미디어를 통해 여론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정 집단과 진영에 속해 있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평론과 토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종편이 출범하고 시사토크쇼가 상당수 늘어나면서 정치 매개 엘리트들의 활동 공간도 확대되었다. 주로 보수적 정치평론가인 이들은 ‘정치보다 더 흥미롭고 정치적인’ 평론을 주도하면서 종편 채널에서 선호하는 집단이 되었다. 걔 중에는 보통 하루 3~4곳에 출연하면서 방송사 앞에 자동차가 대기하고 매니저까지 고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쏟아놓은 토크에 대해서 ‘정치 뒷담화’ 수준의 조잡한 토론, 비전문성과 깊이 없는 평론, 노골적인 정부 옹호, 야권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저질 언어 사용,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명예 훼손, 무지에 가까운 인권 의식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거침없이 쏟아내는 평론과 토론이 주는 재미나 감정 이입, 분명한 편 나누기와 정치적 위치잡기가 오히려 시사토크쇼의 무시할 수 없는 인기 요소로 보았다. 또 종편의 진행자나 출연자들(정치 매개 엘리트)이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획득한 상징 자본(명성, 명예, 시청자의 지지)을 시사토크쇼라는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만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획득한 자산은 또 다른 정치적 거래와 교환을 위해 활용할 것이고, 종편의 시사토크쇼는 가장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정치적 거래와 교환을 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사토크쇼와 텔레비전 정치

저자는 종편 4사의 시사토크쇼가 어떠한 정치적 관여를 수행하는지,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정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2016년 1월 한 달 동안 ‘종편 타임대’ 방영하는 시사토크쇼(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의 <쾌도난마>, MBN의 <뉴스와이드>, JTBC의 <5시 정치부회의>)를 모두 모니터링하였다. 다만, JTBC의 <5시 정치부회의>는 다른 종편 3사의 시사토크쇼와 비교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되었다.

먼저, 종편 4사가 다룬 주요 이슈를 살펴보았다. JTBC를 제외한 3사는 거의 대부분 정당과 선거 이슈, 특히 정치인들의 행보와 이들 간의 갈등, 판세, 탈당과 창당 등을 지속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실험 이슈가 간헐적으로 포함되었다. 반면, JTBC는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중요한 이슈를 주로 다루었다. 또 정부의 정책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의 비중이 높았다.

다음으로, 출연자와 진행자의 구성을 살펴보았다. JTBC는 프로그램 특성상 정치부 소속 기자들이 매회 출연한다. 종편 3사의 진행자는 대부분 내부 아나운서나 기자가 맡고 TV조선은 외부 인사가 진행한다. 출연자(정치 매개 엘리트)는 보수 우파 성향의 인사들이나 한국 정치 구도에서 반노무현-반문재인 성향을 보이면서 친안철수 및 보수적인 호남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중도/보수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이 중에는 여러 채널에 중복 출연하면서 토론을 주도하는 인물들도 있다.

또한 출연자와 진행자의 우호적 대상이 누구인지, 또 적대적 대상은 누구인지도 분석했다. 우선 종편 3사는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새누리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이승만, 안철수, 김대중, 이희호, 조경태, 국민의당, 군대를 옹호·지지·보호·격려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친노, 친문, 북한,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사, 진보세력, 새누리당의 당선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여권 내부 인사에 대해서는 비난·조롱·혐오·적대감을 분출했다. 이들은 대상을 향해 강력한 적대감과 비난, 조롱과 폄하의 발언들을 쏟아냈고, 심각한 인격 모독에 가까운 표현들을 어떠한 정제 장치도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친노 패권’ ‘친노 특전사’ ‘뿌리 없는 정당’ ‘패배 전문당’ ‘막발, 비리, 갑질 하는 친노’ ‘독선’ ‘무책임’ ‘무능력’ ‘양지만 꿈꾸는 사람들’ ‘상왕정치’ ‘조랑말 같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정당’ ‘사업 망하고 찾아온 맏아들’ ‘약속을 지키지 않음’ ‘배타적’ ‘사회주의 노선’ ‘난파 정당’ ‘투쟁 마인드’ ‘쌈꾼 마인드’ ‘노숙 정치’ ‘친노 집결 선대위’ ‘(초대 대통령에 대한) 난도질’과 같은 규정적 발화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소속 정치인 특히 문재인 대표를 부정적으로 형상화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며, 이 같은 부정적 형상화의 총량은 다른 정치 집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62~63쪽)

 

채널A <쾌도난마>(2016) 화면 갈무리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다만, 당 정체성의 모호성, 콘텐츠의 부재 등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오호와 신화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북한, 특히 김정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와 달리 JTBC는 대통령, 총리, 정부 부처 장관이나 부처, 교육청 등 정부의 정책적 오류나 문제들을 비판하거나 정치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균형 있게 비판하면서 다른 채널 3사와 차이를 보인다.

이 논문을 통해 그동안 간과해 왔던 종편의 정치 매개 엘리트 집단에 주목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종편 시사토크쇼를 모니터링한 사례를 통해 출연자들의 발언 수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상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것에 비해 텔레비전 정치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적 논의는 미흡하다. 또 정치 매개 엘리트들의 텔레비전 정치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거래에 대해서도 가설을 제기하는 정도에 그치고 구체적인 사례나 분석을 내놓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하지만 늘 그렇듯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 이후에는 미흡한 부분과 관련해 더 많은 증거와 자료가 수집·분석되고 텔레비전 정치에 대한 이론적 논의도 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지상파와 종편채널의 뉴스특성 비교연구」
강명현, 2016, 『언론과학연구』, 16 (1), 5-36.

「‘종편 저널리즘’의 위상과 함의: 과잉된 정파적 저널리즘과 흥분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기형, 2014, 『문화과학』, 78, 104-128.

박일귀 리뷰어  pik1016@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porter, R

깊.게 판 진짜 지.식 @깊지라고 불러주세요.

RRESEARCH, REPORT, LIBRARY의 R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